파타야의 밤거리 풍경 - 돌고래상에서 센트럴 마리나까지 걷다보면 보이는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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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야의 밤거리 풍경 - 돌고래상에서 센트럴 마리나까지 걷다보면 보이는것들

고구마 4 904

이미 해가 들어가고 하늘이 어두워진 후라 일단은 ‘밤풍경’이라고 하긴 했는데 곰곰 생각을 해보니, 이 도시의 본격적인 활성화 시간대를 생각해보면 내가 돌아다닌 오후 8시는, 리비도 강렬한 이 복잡다단한 관광특구에서 굳이 밤이라기보다는 그냥 이른 저녁이라고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긴 하다.

 

해변을 따라 곧게 나있는 비치로드. 그와 평행선을 이루며 한 블럭 안 쪽에 나란히 놓인 파타야 제2도로(싸이 썽)

그리고 이 두 개의 길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많은 쏘이(골목)들...

어느 골목은 희미한 불빛이 인적 없고 어두운 허공만 간간히 비추고 있고, 또 어느 골목은 꽉 들어찬 핑크색 불빛 속에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여기며 고정되어있는 이들과 그 사이로 끊임없이 배회하는 사람들의 열기로... 녹은 치즈 위에 짙은 퍼퓸을 뿌려놓은 것 같은 뜨겁고 농밀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 해변 구역의 지도를 보자면, 얼핏 폭이 좁고 긴 사다리가 구부렁하게 휜 채 놓인 것처럼도 보인다.

파타야 끄랑 거리를 기준으로 남쪽에는 인구밀도 높은 워킹스트릿, 부아카오 골목이 있고 센트럴 페스티벌이 해변에 짱짱하게 버티고 있는데 비해, 센트럴 마리나만 있었던 북파타야 구역은 그 활성도가 남쪽에 비하면 살짝은 좀 낮다고 느꼈던 적도 있다. 

그래서 숙소를 구 할 때면 리비도가 조금 더 낮은 북쪽구역을 선호하기도 했는데...

하지만 지금은 이 구역에 터미널 21이 생기면서 부쩍 활발해진 느낌이다. 

쇼핑몰 안에 백화점을 껴안고 있진 않지만, 그 거대한 공간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수 많은 상점들, 그리고 블랙홀처럼 여행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피어21의 다양하고 저렴한 음식들 - 음식맛은 가격대에 맞게 평이하지만... - 하여튼 뭐라도 더 생기니 좋을 뿐이다. 

터미널21은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오후 11시에 폐장인데 오픈 시간에 가면 문 열리자마자 입장하려는 손님들이 입구에 서성이고 있다. 

대부분의 도시의 쇼핑몰은 오전 10시가 오픈인 것에 비해, 써머타임이 존재하듯 여긴 파타야 타임이란게 있는거같다.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나는...^^ 

하여튼 오픈상황이 이러하니 저녁에는 말을 더해서 뭐해...

 

저녁을 어디서 먹을까 망설이며 식당가를 서성거리다가 이날따라 딱 맘에 드는 아이템이 정해지지 않아, 피어 21이 자리 잡은 3층(여기 층수 이름으로 3층인데 우리식으론 5층)에서 우리 두 명이서 총 네 개의 아이템을 앞에 두고 냠냠 먹었다. 

칼스주니어에서 파는 69밧짜리 멕시칸버거는 일명 암내로 불리워지는 ‘큐민’향이 너무 나서 코 앞에 타인의 겨드랑이가 왔다갔다하는 느낌... 흠흠. 인도 델리에서 먹었던 ‘마하라자버거’ 이후도 참 오랜만에 먹는 암내버거였다.

대략 잘못 고른 거 같지만 크기가 작아서 남기진 않았다. 

시고 달고 매콤한 똠얌 국수, 갈색국물의 소고기 국수, 반찬을 3가지나 쌓아올린 배고픈 여행자를 위한 카우깽 덮밥. 

이렇게 다 해서 불과 210밧 정도다. 가격 대략 괜츈하네. 

 

이날은 운 좋게 창가자리에 나란히 앉은 덕에, 5층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전경은 기대하지 않았던 기분 좋은 덤이었다. 

사실 피어21이 터미널21의 후면에 위치해 있어서 크게 볼 만 한 게 눈 앞에 펼쳐지진 않지만, 황혼녁을 배경으로 나끄아의 높다란 숙소들을 보는 건 뭔가 팟타야와 잘 어울린다. 

뭐 그게 아니더라도 적어도 다른 사람 테이블에 둘러 싸여 있는 것 보다는 훨씬 좋으니까...

 

 

 

터미널21 팟타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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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지 반찬을 얹은 카우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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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오라오 느어뚠 (소고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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똠얌 어묵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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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른 배를 하고 뒤뚱거리며 나와서는 센트럴 마리나 방향으로 조금 걷다보니 ‘Drinking Street’ 비어바 군락이 보인다. 와우~ 참 느낌 선명한 이름이다.

 

파타야에서는 발에 채는 돌멩이보다 더 흔한 소규모 오픈형 비어바들이 깊은 ㄷ자 모양으로 빽빽이 들어차 있는데... 이 촘촘한 업장의 수에 비해서 손님들은 거의 앉아있질 않다. 

때가 타고 낡아 보이는 이곳의 붉은색 비닐커버의자들처럼, 전반적으로 뭔가 좀 처량해보이고 우울해보였는데 지금은 대략 오후 8시. 너무 이른 시간이여서 그런걸까...? 

이곳에 앉아있는 종업원들도 호객의 의지는 거의 없고 세상만사 심드렁한 표정으로 스마트폰 보면서 앉아있는데 내가 손님이라면 그런 표정을 보면 선뜻 들어가고 싶지가 않을 듯...

빛이 사라지고 어두워져야 드라큘라가 관 뚜껑 박차고 나와 활보를 하듯, 이 도시는 어두워진 이후의 세계가 무척이나 활발한데다가, 저녁시간대라도 그 시간차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니까 내가 봤을 때는 아직 열기가 덜 올라서 일 수도 있을거 같다.

하긴... 어찌보면 바람 솔솔 부는 해변 길에도 비어바가 많고 많은데 이런 구석에까지 손님이 많이 들어차지는 않을 것 같기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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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바 구역을 지나쳐서 좀 더 전진하니 온통 붉은빛 중국풍으로 치장을 한 ‘소호 타운’ 야시장이 나온다. 

파타야 거리 어디에서건 중국인 여행자들은 많고도 많은데 이 소호타운은 아주 노골적으로 중국색으로 온통 칠갑을 한 곳이라서 뭔가 더 그들만의 타운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일명 야시장이라고 해서 뭐 그다지 특이한게 있는 건 전혀 아니고 파타야에 사람들 많이 모이는 공터에 의례 그러하듯 먹거리 파는 부스들과 그 중간에 자리 잡은 좀 지저분하고 기우뚱 균형 잡지 못한 테이블, 그리고 그다지 팔릴 것 같지 않은 특색 없는 공장형 기념품 파는 매대가 늘어서있는 그런 곳이다. 

한해 태국 입국 천만을 찍은 중국인 여행자들. 뭐 더 할 말이 없다. 

 

여기에서 밥 먹으면서 길거리를 오고가는 사람들과 썽태우 구경하기엔 좋은 듯... 지나가는 행인들도 밥 먹는 자들을 바라보며 서로 구경하고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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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지나 센트럴 마리나 앞에 이르렀다. 

 

센트럴 마리나는 예전에는 꽤 분위기가 좋았는데 터미널21이 생기고 나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유행에 뒤쳐져서 그런 건지 낮에 가면 영 활기가 예전만 못한 게 입점해있는 상인들이 애가 좀 타겠는데 싶다. 상인뿐만 아니라 건물주도 그렇겠지. 

푸드코트도 있긴 한데 피어21이 미어터지는 것에 비하면 여기는 파리 날리는 수준... 하긴 가격도 그곳에 비하면 훨씬 더 비쌌다. 

여기 안쪽에 있는 빅씨는 뭐 그 자체로선 늘 상 잘 되는 곳이니까... 그 대형마트는 예외로 치고 말이다. 

 

그런데 낮 동안의 그런 가라앉은 분위기와는 달리 저녁에 나와 보니 마리나 앞 공터에 작은 야시장도 형성되어 있고 훨씬 분위기가 노곤노곤하니 좋아졌다. 

시끄럽고 매연 가득한 도로 근처 노상에서 밥을 먹는다는 면에선 소호랑 비슷하지만, 그곳이랑은 달리 예쁘게 잘 꾸며놓은 건물과 조명 사이에 터를 잡고 있으니까 좀 더 고급(?)지고 말랑말랑한 느낌? 

날씬한 몸매에 장신구로 반짝반짝 잘 꾸민 태국아가씨, 시골 고향의 티를 고스란히 품은 듯 어설픈 화장으로 긴장한 티를 감추려는 초짜 여성, 마른체형에 옷은 딱 붙게 입었지만 얼굴은 이미 중년을 넘어선 듯한 태국 아주머니 등등...

각각의 사연을 이고 진 현지인 여성들과 짝을 이룬 외국인 남성 커플이 꽤나 지나쳐가고 또 비어바와 노천식당에 앉아서 이야기도 하고 식사를 하기도 한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배가 불러서 그런가 아니면 소음과 행인들에 치여서 그런가 체력이 슬슬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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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에서 반대편 쪽으로 도로를 건너가서는 다시금 돌고래 로터리를 향해 걸었다. 

이 때 필연적으로 보이는 대형 성인 마사지 업장 건물, 1층 외벽에는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 사진이 크게 전시되어져있다. 나는 이 건물을 볼 때 마다 기분이 좀 내려앉는 느낌인데, 핑크 비지니스에 대한 경멸이나 터부 그런 마음이 아니라... 얕게 느껴지는 공포심이다. 

이 건물은 도무지 창이란 게 보이지 않는다. 거대하다고 보기엔 좀 그렇지만 하여튼 꽤 사이즈가 있는 건물인데도, 1층 출입구를 제외하면 외부를 향한 통로가 없는... 그런 기이한 건물구조. 외부로 창이 전혀 나 있지 않는 건물은, 마치 공포영화 속에서 나오는 눈이 없고 콧구멍만 뚫려있는 괴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1층에 자리잡은 작은 마사지 가게들(종업원들은 유니폼을 입고 손님들을 웰컴웰컴 마싸마싸 호객한다)은 뭔가 경쾌한 느낌마저도 드는데 말이지. 근데 그런 마사지 가게 앞에서 대기 타고 있는 아주머니들은 정말이지 군것질을 좋아한다. 보면 맨날 뭐 까먹고들 계셔. 하긴 마사지 하는 데 에너지가 많이 들어서 그런 거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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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지나쳐서 좀 더 걷다보면 일명 한인타운이라고 우리끼리는 부르는 원 파티오가 나오는데 이 상가 구역 안에는 한인식당들이 많이 들어 차 있었다. 

 

음... 근데 오늘 무슨 날인건가. 아니면 요 근래 분위기가 원래 이래 가라 앉은건가. 사람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네... 그리고 예전에 왔을 때는 한글간판이 아주 많이 보였는데 이제는 한문간판도 적잖이 보이고 아무튼 기분이 조금 시렵다. 

외국에서 일하는 한인업소들 다들 고생하시는 것만큼이나 잘 되는 게 좋은데... ㅠㅠ

그냥 내가 지나간 오늘의 분위기만 그런 것일테야. 그날따라 무슨 내부사정이 있었나보지. 

 

그건 그렇고 이곳을 지나치면 나오는 반짝반짝 멋있는 건물, 마침 우리가 지나갈 때 분수도 팡팡 터지고 사람들도 많이 나와 있다. 파타야의 유명 공연장 중 하나인 ‘티파니’이다. 

딱 이때가 쑈가 한 타임 끝나고 무희들이 나와서 손님들과 포토타임을 가지는 그 타이밍이었다. 

 

- 우리 그냥 살짝 구경만 해보자. 

= 같이 사진 찍으려면 돈 줘야 되는 건 알지? 난 별로 찍고 싶지 않은 데 굳이?

- 사진 찍으려는 게 아니고 그냥 예쁜 드레스 보고 싶고 그래서...

 

예쁜 드레스가 보고 싶다는 나를 따라서 요왕은 그들의 뒷모습을 한 장 남겼다. 

분주한 관광객들 사이로 사부작사부작 방해가 안 되게 들어가서는 공연단을 봤는데 정말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게들 치장하고 나와 있다. 

 

안 그래도 큰 키에 다가 하이힐까지 신으니 팔척장신 같은 한 명의 무희가 활짝 과장된 웃음을 지으며 서 있고, 그 양 옆으로는 아담한 동양인 모녀가 나란히 서서 세 명이서 같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셔터가 찰칵이고 난 후 의례히 그러하듯 팁을 지불해야하는데 그 딸이 내민 돈은 20밧 짜리 지폐 한 장. 아마도 그녀는 엄마랑 둘이서 한 컷을 찍었으니까 한 장의 돈을 주면 된다고 생각한듯하다.

20밧 짜리 지폐 한 장을 본 트랜스젠더 무희는 방금 전의 웃음이 싹 다 날아간 황당한 표정으로 

- 왓? 오 노노. 유 헌드레드. 유 헌드레드!!

그녀는 모녀에게 각각 백 밧의 팁을 요구했고, 어린 아가씨는 그 소리를 듣더니 더 얼어붙은 표정으로 노노 하면서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자 그 무희는 탄탄한 긴팔과 긴 손가락으로 뻗쳐서, 뒷걸음질 쳐서 그 곳을 빠져나가려는 그 아가씨를 잡으려 드는 것이었다. 

 

그 상황을 보고 한 켠에 서있는 엄마는 다급히 주머니에서 20밧을 한 장 더 꺼내서 무희에게 건네었는데...

그 무희는 그 걸 보더니만 “디스 이즈 노노!!”

하더니 자신의 손을 높이 치켜 올리며 손등으로 반동을 탁 일으키며 “빠이!!” 라고 하고는 뒤돌아서버렸다. 

 

빠이는 가다 라는 동사인데 어떤 상황에서는 ‘꺼져’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아주 오래전에는 알카자나 티파니의 팁 가격이 20밧 수준인 적도 있었고 그 후 시간이 지나면서 50밧 선이 적당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기본 100밧인가보다. 돌아 나오면서 보니 무희들의 손에는 분홍색 100밧짜리 지폐가 거의 들려있긴 했다. 


 

티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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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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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쑈장을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우리는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 하지만 지금부터 깊은 새벽까지 팟타야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4 Comments
필리핀 2019.09.05 16:54  
허허
워킹까지는 걸어가셔야 운동이 될텐데 말이죠? ^^;;
향고을 2019.09.06 17:45  
하여간 난 고구마님 매력속으로 푸욱 빠질것같은,
섬세한 매력속으로 난 빠져드는데,
하여간 난 요술왕자님이 부럽다는,ㅎㅎ
단편소설을 읽은듯 합니다,
K워커 2019.09.12 22:17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정보와 사진도 감사해요.
저도 다음주에 가는데 한번 가봐야겠어요
롤러캣 2019.11.23 16:56  
이 글 재미있어요, 저정도 치장하고 나오는데 달라는대로 드려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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