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6년만의 배낭 여행 #11- 씨엠립 구경 [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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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6년만의 배낭 여행 #11- 씨엠립 구경 [두번째]

영국고양이 4 6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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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씨엠립은 맛있는 도시

 

 

당신의 편안한 여행을 위해....

 

씨엠립의 대형 마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우선 전 날 편의점에서 내가 겪은 일부터 먼저 풀어놓아야한다.

 

씨엠립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푸니 저녁이 가까워졌다. 간단하게 근처의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 식사를 하고 어두워지기 전에 잠깐 지리를 익혀두자 싶어 근처 산책을 나섰다. 모기향이랑 모기 퇴치 로션도 사야하는데....근처에 구입할만한 가게가 있으려나 두리번거리니 근처에 깔끔한 편의점이 눈에 띄었다.

 

오호라~ 캄보디아의 편의점이라.

 

호기심이 발동하여 들어가니 태국의 편의점보다는 조금 낙후되어 있어도 꽤나 깔끔하게 갖출건 다 갖춘 편의점이었다. 찾던 모기향과 모기 퇴치 스프레이 (로션대신 스프레이 구입)를 고르고, 늘 하던데로 과자 코너를 둘러보았다. 내 경우 어느 나라를 가든 그 나라의 맥주와 그 나라의 회사에서 만든 과자는 꼭 먹어보는 편인데, 이유는 (주식을 제외한) 현지인들에게 가장 대중적인 먹거리가 이 두 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

 

어느 나라에서든 대부분의 아이들은 과자에 환장하고, 상당수의 어른들은 맥주에 환장하는데(...) 어떤 음식이든 수입품보다는 국내산이 싸지 않나.

그래서 내가 그 좋아하는 기네스(Guinness)는 월급날에나 마시고(큰 거 한 캔에 4300원!), 평소엔 OB라거만 마시는거 아니겠나. (큰 거 한 캔에 1800원!!)

(내가 정말 기네스 때문에 아일랜드로 이민을 가던지 해야지 원 -_-;;)

 

과자 코너는 꽤 컸는데, 이야~ 벼라별 과자가 다 있다. 프링글스는 기본에 바다 건너 넘어온 일본 과자들이 그득그득. 그 뿐인가. 하다못해 유럽으로 추정되는 알 수 없는 글자가 박힌 과자들도 꽤 많다. '훗...캄보디아 과자가 저렇게 세련된 포장일 리가 없지'하며 최대한 촌스러운 패키지의 과자들을 들고 원산지를 확인하는데, 대부분이 대만 과자. 가끔 싱가포르 과자. 한국 과자도 있는데 한국 과자는 완전 고급. 가격도 비싸!!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아무리 과자 엉덩이를 들쳐보아도 Made in Cambodia는 보이지 않는다.

 

"저기요" 점원에게 영어로 말을 거니 다행이 간단한 영어는 통한다. (좋아!)

"저기...캄보디아 과자는 어디 있어요?"

 

잠시 멍...하게 날 쳐다보던 점원이 자기들끼리 뭐라뭐라 이야기하다 따라오라고 손짓을 한다. 그러더니 데려간 곳은 말린 과일과 견과류 코너.

 

"아니아니, 과일 말고 과자요 과자. 스낵. 이런거~~"

 

손가락으로 과자를 가리키며 캄보디아 과자를 달라고 또 요청하니 돌아오는 점원의 대답.

 

"캄보디아는 과자 회사 없어요."

 

"...................네? 과자 회사가 없어요?"

 

"캄보디아는 과자 회사 없어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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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과자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과자인가?

씨엠립에서 두 번째로 큰 마켓인 앙코르 마켓의 과자 코너

 

 

한 나라에 과자 회사가 단 한 개도 없다. 이 말은 즉 이 나라엔 과자 공장을 만들 여력조차 없다는 말. 그리고 과자 공장을 만들 돈이 있으면 차라리 나라의 기반 사업을 다질 다른 산업과 공장에 투자한다는 말. 그러면 캄보디아 아이들은 어떤 과자를 먹고 살지? 아예 과자를 안먹고 사나?

 

그럴리가.

시장에 가면 캄보디아 전통 과자를 판다. 몇 십년 전 우리네 뻥튀기처럼 시장에나 가야 먹을 수 있는 군것질거리. 그게 바로 캄보디아 아이들의 간식꺼리.

그럼 여기에 진열된 이 많은 과자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과자들인가.

 

그제야 과자들의 가격이 눈에 들어왔다. 저렴하게는 1달러가 채 안되는 과자들부터 비싸기로는 10달러가 우습게 넘는 가격의 과자들.

1달러를 벌기 위해 학교도 안가고 구걸을 하는 아이들이 유적지 근처에 가면 널린 것을 생각하면 이 과자들은 절대 캄보디아 아이들을 위한 과자들이 아니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래...뭐 과자쯤 못만들 수도 있지. 외국인들이 워낙 많으니까 과자쯤이야 뭐 이것저것 많이 들여올 수도 있는거지 뭐. 다 관광 유치를 위한 투자 아니겠어.'

 

그런데....이것들도 그렇게 생각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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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왠만한 대형 마트보다 종류가 더 다양했던 유제품 코너

- 이 한 칸으로 코너가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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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아기 분유가 떨어졌다고?

걱정마시라~ 한국에서 먹던 분유 그대로 구입해서 먹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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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개를 데리고 왔어!! 근데 개가 사료를 너무 많이 먹었어!! (그럴리가-_-)

- 걱정마시라. 개사료는 물론 애완견 간식까지 종류별로 구할 수 있다. 현지 거주민을 위한걸게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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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권은 이 하겐다즈와 스타벅스 아이스크림들.

- 캄보디아 서민 월수입의 1/10에 가까운 몸값을 자랑하는 아이스크림들이다.

 

 

사실 캄보디아의 대형 마트에 이런 물건들이 있다는것 자체는 놀랄 일이 아니다. 뭐 이게 다 여행자들만을 위한 거겠나. 현지에 눌러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나 아니면 뭐 기백만원쯤은 우습게 쓴다는 캄보디아 부자들도 많다고 하니 그럴수도 있지. 게다가 그래도 한 나라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에 있는 대형 마트인데 이정도 종류쯤이야 뭐....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 않겠나. 

 

하지만 내가 놀란건 이 마트들에서 판매하는 물건들 중 진짜 캄보디아 서민(부자 말고!! 수백만원 쯤 거칠것 없이 써대는 그런 부자들 말고!!!)들을 위한 물건은 단 한 개도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당장 마트 밖으로만 나가도 흔하게 보이는 허름하다못해 군데군데 구멍이 난 옷을 입고 단 돈 1달러를 벌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이 이 나라 인구의 절대 다수인데 세상에...하겐다즈라니.

 

구경하는내내 놀랍기도 하고, 충격적이기도 하여 입안이 씁쓸했다. 캄보디아에 여행가면 마음만 먹으면 정말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다. 한국 식당도 많고, 마트엔 품질 좋은 수입품들이 그득그득하다. 후진국 스타일따위 내 취향 아니라며 한국에서 소비하고 즐겼던 패턴 그대로 즐기려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캄보디아다.

 

캄보디아는 앙코르 유적지 방문을 위한 여행자가 국가 수입의 최대치를 차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관광 수입이 많은 나라이다. 게다가 앙코르 유적지 입장료가 좀 비싼가. 한국돈으로 수만원 대에 이르는 입장료. 여행자들이 먹고, 자고, 싸고, 사는데 쓰는 그 막대한 관광 수입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왜 씨엠립 시(市)는 그토록 많은 돈을 벌면서도 길에는 구걸하는 아이들을, 기본적인 교육조차 받지 못한채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을 방치하고 있는걸까?

 

내가 여행을 하면서 쓰는 돈이 정말 캄보디아 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는걸까?

 

적어도 오늘 마트를 구경하며 본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의 제품들을 보면서 난 복잡하고 처참한 캄보디아의 현실 한 귀퉁이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캄보디아의 대형 마트에서 내가 구입할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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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 읽기 및 수정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simplecode81)를 참고해주세요. ^^






4 Comments
싱주민 2012.03.28 23:30  
저는 캄보디아산 커피와 캄보디아산 말린 파인에플을 구입했습니다. 적어도 돈이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쓰이겠죠...
영국고양이 2012.03.30 14:10  
아...캄보디아산 커피도 있군요. 저도 알았으면 선물용으로 사왔을텐데 커피를 안마시다보니 기회를 놓쳤네요. 전 나무로 만든 책갈피랑 코끼리 똥으로 만든 카드같은걸 사왔어요. 적은 돈이지만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
비어라오~ 2012.03.30 15:11  
다음편은 언제 올라오나요?ㅎㅎ
기대하고 있어요~
영국고양이 2012.03.31 00:46  
방금 올렸습니다. 기대해주셔서 감사해요. (헤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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