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의 수어스다이 캄보디아(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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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자의 수어스다이 캄보디아(10)

하로동선 4 5732
- 앙코르 국립 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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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31일 화요일. 프놈펜으로 이동하는 날이라 일찍 일어나서 짐을 챙겼다. 어제처럼 장원에 와서 한식으로 아침을 먹고 버스를 타려는데... 이런... 어제 예약해 둔 프놈펜 행 버스의 시각이 오후 1시라고 한다. 우리에게 약속했던 시각은 8시 반이었으니 항의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그동안 도움 받은 것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다. 졸지에 남은 오전 시간. 장원의 송권수 사장님은 <앙코르 국립박물관>에 가보라고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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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른 시각이라 문도 열지 않았다. 다시 아침 10시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 친구들에게는 독립공원에 가보라고 하고, 나는 왓보거리(Wat Bo Road) 쪽으로 길을 잡았다. 지난 10년 동안에 사라져버린 옛 기억들을 찾아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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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글로벌 홈스테이>가 있던 왓보거리는 이렇게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포장된 도로.. 깨끗한 환경.. 옛날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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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 아내와 묵었던 <앙코르톰 게스트하우스>는 여전히 그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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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곳에서도 조금만 옆으로 눈을 돌리면 10년 전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 사진을 보아야 비로소 떠오르는 10년 전의 이미지. 비포장도로와 흙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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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독립공원에서 보았다. 결혼을 앞둔 신랑과 신부가 야외촬영에 한창이다. 마음 같아서는 사진찍는 것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냥 가만히 서서 바라보았다. 그들은 둘이어서 행복해 보였다.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고, 그동안 잊고 지냈던 아내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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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가 12불이고 장원에서 파는 바우처가 8불인, 여기 물가를 생각하면 입장료가 상당히 비싼 앙코르 국립박물관에 들어서면 이런 조각이 우리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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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된 유물을 보기 이전에 비디오 자료를 시청하게 되는데, 이중에는 한국어도 있다. 따라서 우리말로 앙코르 유적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더욱 좋은 것은 한국어 오디오 장비도 대여할 수 있어서 헤드셋을 끼고 해당되는 유물 앞에 서서 버튼을 누르면, 그 유물에 대한 설명을 우리말로 들을 수 있다.
아... 진작에 여기부터 왔어야 했다. 앙코르 유적을 보러 가기 전에 이곳에 들러 유물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쌓고 현장으로 나갔다면 훨씬 유익한 시간이 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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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공원의 맞은편에는 왕궁의 별장이 있다. 아쉽게도 내부 출입은 차단된 것 같다. 그렇게 장원을 향해 터덜터덜 걷다가 다시 노점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다른 친구들은 신라면 먹는다고 장원으로 GOGO.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한국에서도 안 먹던 라면을 캄보디아에서 먹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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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렇게 혼자 앉아서 돼지고기 덮밥을 먹었다. 덮밥만으로는 양이 안 차서 바게트빵으로 만든 샌드위치까지 먹어치웠다. 밥값은 모두 1.5달러. 샌드위치를 만드는 여자아이가 칼을 닦는데 행주라고 하기는 민망하고, 차라리 걸레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 같다. 저렇게 더럽게 만든 샌드위치를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아내가 없기 때문이다.
 

- 프놈펜 가는 길 -
 

파라마운트 버스. 요금은 8불. 픽업 포함이다. 처음에는 봉고차가 오더니 우리를 태운다. 그렇게 해서 데려간 곳은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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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봉고차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탔다. 버스에 올라 보니 공항버스처럼 24인승이어서 좌석간격이 아주 넓은 것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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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이것을 타고 프놈펜까지 가는 줄로 알고, 만면에 미소가 가득하다. 그러나 착각은 자유였다. 버스는 터미널로 들어가더니 모두를 내리게 해서 다른 버스로 옮겨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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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탄 버스이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2층버스인데, 1층에는 화장실이 있고, 짐을 실을 수 있다. 부피가 큰 짐도 가능해서 오토바이도 4-5대 싣는다. 그리고 사람은 2층으로 올라간다.
좌석은 비좁다. 옆사람과 나란히 앉으면 어깨가 낀다. 이렇게 6시간을 가야한다니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1층을 이용하면 되는데, 오줌만 가능하다. 벽에 매직으로 분명하게 씌어 있다. Urination Only.
 

그렇지 않아도 자리가 비좁아서 짜증이 나는데, 차 안에서 떠드는 놈들이 있다. 남자 둘, 여자 셋, 어린아이 둘. 중국 사람들이 타고 있었는데 얼마나 떠드는지 정말 처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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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범은 저 빨간옷 입은 녀석이다. 저렇게 앉아서 저들끼리 떠들어대는데, 소음의 수준이 그냥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제 놈 안방에서 떠들 듯 한다. 웃고 깔깔대고 소리 지르고... 공중도덕이라고는 모르는 저 중국놈들 때문에 속에서는 천불이 난다. 하지만 차 안의 많은 서양인들도 누구 하나 나무라는 사람이 없다.
 

장장 4시간을 소음 속에 구금되어 있더니, 드디어 버스는 휴게소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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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멈춘 곳은 이렇게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그리고 휴게소라고 해봐야 그냥 노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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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앉아서 담배도 한 대 피우고, 아무 하는 일 없이 버스 안에만 앉아 있었어도 배가 고프니까 군것질을 하게 된다. “저 중국놈들도 처먹었으니 더 기운이 나서 떠들겠구나...” 버스에 오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다시 버스에 앉아 2시간을 더 갔다. 장장 네 시간을 떠들던 중국놈들이 어째 조용해졌다. 천만다행이다. 프놈펜으로 가는 길에 몇몇 큰 도시들이 나타났는데, 각각의 이름은 <깜퐁톰>과 <깜뽕짬>이다. 예전에 우리 동네에서 만난 캄보디아 아줌마. 한국으로 시집오신 분이었는데, 고향이 깜뽕짬이라고 했었다. 여기였구나...
 

이제 해는 완전히 저물어 밖은 캄캄하다. 버스는 드디어 쯔로이 창바 다리(Chrouy Changvar Bridge)를 건넌다. 씨엠립에서 314km를 달려온 결과 이제 프놈펜이다.
 

- 프놈펜의 첫 인상 -
 

한 나라의 수도답게 프놈펜의 도시 규모는 바탐방, 씨엠립 등과는 확실히 달랐다. 노로돔 거리(Norodom Blvd)같은 주요 도로는 왕복 6차선에 신호등까지 갖추었다. 거리 주변에는 크고 높은 건물들이 있고, 광고판에는 주요 대기업의 이름들이 빛나고 있다. 우리가 버스에서 내린 곳은 <올림픽 스타디움> 근처였다. 올림픽을 개최한 적이 없는 프놈펜에 무슨 올림픽 스타디움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여기서는 그냥 종합운동장을 이렇게 부르는 것 같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은 St136이다. 프놈펜에서는 따로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주변 환경이 가장 좋고, 여행자들이 많이 몰려 있다는 리버사이드로 가야 했다. 일단 뚝뚝을 잡아탔다.
 

처음에 우리가 찾은 숙소는 자료에도 나오는 Europe Guesthouse. 그러나 해가 저물고 몸이 피곤해서 그런지 금방 눈에 띄지를 않는다. 그래서 그냥 들어간 곳은 Modern City Hotel. 여기도 말은 호텔이지만 1박에 20불 짜리인 게스트하우스이다. 그나마 다른데로 가겠다고 했더니 18불로 깎아줬다.
 

숙소에 짐을 풀고 우리는 거리로 나왔다. 늦었지만 저녁을 해결해야 했다. 우리 숙소에서 강변쪽으로 한 블록 더 움직이자 거리에는 빠도 많고, 강변도로(Sisowath Quay)에는 다양한 음식점들이 줄을 잇는다. 어디를 들어가도 다 비슷해 보여서 그 중 깨끗해 보이는 곳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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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앙코르 맥주 한 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씻어본다. 이곳에 온 이래 오늘까지 연일 계속되는 강행군이다.
 

사족:
 

1) 저녁을 먹고 빠에 갔습니다. St. 136과 바로 옆의 St. 144에는 밤이 되면 요상한 불빛과 함께 아가씨들이 나와서 “놀다가라”고 부릅니다. 친구들은 그다지 원하는 것 같지 않았지만 제가 가보고 싶었습니다. 이런 데서는 뭐 하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2) 그 중 아무데나 들어갔습니다. 어차피 어디를 가도 다 비슷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형은 피곤하다고 숙소로 갔기 때문에 나머지 셋이 들어갔죠. 안에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손님은 많지 않았습니다. 술병이 가득 진열된 카운터가 있고, 그 옆으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는데, 어이없게도 의자가 기어 올라가야 할 만큼 높습니다. 원래 이런 곳에는 편안한 소파가 맞지 않을까요?
 

3) 우리 셋이 들어가서 두 친구가 나란히 앉고 저는 혼자 앉았습니다. 순간 아가씨 다섯명이 몰려옵니다. 그 중 하나는 제 옆에 앉고 나머지는 서 있습니다. 참.. 이런 상황도 황당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손님이 셋이면, 아가씨도 셋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게다가 지금 둘은 남자끼리 앉아 있습니다.
 

4) 몸매는 대체로 글래머 스타일이라 마음에 들었는데 얼굴은 정말 못 생겼습니다. 전형적인 남방계 얼굴. 그러니까 이마와 턱이 튀어나오고 코가 함몰된 모습입니다. 피부도 까맣습니다. 그러나 아가씨들은 참으로 명랑, 활발합니다. 대체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곳에 가면 아가씨들이 좀 우울한 편인데, 여기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아가씨들이 돈 벌러 나온 것 같지가 않고, 자기들도 놀러 나온 것 같습니다.
 

5) 처음에는 앙코르 맥주를 세 캔만 시켰습니다. 하나에 3불. 가져온 캔은 다시 유리잔에 부어줍니다. 자기들도 먹고 싶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러라고 했습니다. 배가 불러서 안주는 따로 시키지 않았습니다.
 

6) 여기는 이렇게 앉아서 노는 곳이었습니다. 가게 안쪽에는 포켓볼 당구대가 있어서 아가씨들하고 같이 게임을 할 수도 있습니다.
 

7) 아가씨는 캄보디아 출신이 넷. 하나는 말레이시아에서 왔다고 합니다. 말레이시아 아가씨는 영어를 얼마나 유창하게 하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듣고 있으면 전부 broken English입니다. 그래도 의사소통에는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8) 아가씨들은 한국을 참 좋아했습니다. 한국의 드라마, 한국의 패션, 한국의 가수... 한국을 한국사람인 저보다도 더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슈퍼주니어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저는 그들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습니다. 여럿이 노래하는 친구들이라는 것 외에 히트곡 하나, 멤버의 이름 하나 아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 대화가 안 될 수밖에..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텔레비전이라도 좀 봐둘 것을 그랬나 봅니다.
 

9) 붐붐할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OK라네요. 가게에 바 차지 5불을 내고, 자기를 데려가라고 합니다. 가격은 50불.
 

0) 궁금한 것을 모두 해결했으니 남은 술을 마시고 일어섰습니다. 술값은 24불. 생각해 보면 혼자는 좀 그렇고, 둘이 오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와서 이야기도 나누고 놀고 그러는 것이죠. 저는 술집 아가씨 앞에서는 별로 할 이야기가 없더라구요. 저는 책에 나오는 영어만 겨우 하는데, 책에는 정말 여러 상황에서 나누는 대화가 나오지만 술집에 가서 아가씨랑 나누는 대화는 없습니다. 유감이죠. 숙소에 들어갔더니 몇몇 서양 사람들이 벌써 현지 아가씨들을 데리고 방으로 올라갑니다.
4 Comments
바생사 2012.02.25 22:22  
저와 저의 제자 두명은 ST 136에 있는 Europe Guesthouse에서 묵었습니다.
툭툭 가격도 착해서 프놈펜 공항에서 숙소까지 3명이서 7불에 왔습니다.
저희가 공항에서 맨 마지막에 나와 1불 더주긴 했습니다. 영어는 거의 하지 못하지만 안전운행과 우리를 보고 웃은 모습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시하누쿠빌에서 프놈펜 도착한 후 반나절 투어(소리야 버스터미널에서 숙소 픽업(짐보관때문), 킬링필드, 러시안 마켓, 뚜엉슬랭, 왓 프롬, 공항 샌딩(밤 11시 50분 아시아나))까지 17불에 했네요.
말씀하신 Europe Guesthouse는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미리 예약을 해서 묵었습니다.
스태프도 친절했습니다.
그리고 프놈펜 떠나기 전날 저도 스테이크 먹었는데(FCC는 아님) 가격대비 매우 훌륭했습니다.
이 글으 보시는 분들 Europe(정확히는 European) Gusethouse 가격대비 좋았습니다.
아, 저도 다음에는 아이돌 가수 이름은 좀 알고 가야하겠더군요...^^
하로동선 2012.02.27 14:03  
저도 원래는 유럽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려고 했는데, 처음엔 찾지를 못했습니다. 결국 다른 곳에 숙소를 잡고 나오면서 보니 그제서야 보이더라구요. 예약도 하려고 한국에서 미리 이메일을 보냈는데 읽지도 않고.. ㅠㅠ...
바생사 2012.02.25 22:54  
european이 아니고 europe 이 맞네요...
그리고 이 게스트하우스에 짐보관은 짐 1개당 1불로 계산했습니다. 짐3개 보관(반나절)에 3불
툭툭 반나절 투어와 공항 샌딩해서 17불이었습니다.
하로동선 2012.02.27 14:04  
혹시 다음에 또 기회가 되시거든 왕궁도 가 보십시오. 생각보다 아주 멋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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