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리고성은 타임캡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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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리고성은 타임캡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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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성 안으로 들어갑시다.

성문을 통과한다는 일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에서 과거로 가는 일처럼 생각됩니다.

 

1392년 어느 날 주원장은 황제의 이름으로 징집명령을 내렸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사랑하는 마눌과 이별해야 합니다.

천식이 심해 매일 콜록거리는 아버지와 신경통으로 고생하는 어머니를 그냥 두고 길을 나서랍니다.

가야 할 곳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롱리라는 곳이랍니다.

그곳은 소문에 듣기로 용맹한 먀오족이 살며 한족만 보면 야만스럽게 한족의 피부를 벗기는 미개인이 모여사는 곳이라 합니다.

비록 유언비어라도 끔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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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장은 언제 황제가 되었으며 자기가 뭔데 징집명령을 내립니까?

어느 날 지들 패거리를 몰고 나타나 얼어 죽을 자기가 황제랍니다.

카다피도 사막에서 떠돌이 생활하며 지낸 베드윈 족이었다는 데 언제부터 대통령이 되었나요.

대통령은 국민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을 비행기로 폭격하고 미사일로 쏘라고 합니다.

민초의 의사도 묻지 않고 패거리 몰고 다니며 자기가 황제랍니다.

총칼로 일어선 자... 총칼로 망한다 하지 않았습니까? 

이곳에 도착해 밤낮으로 돌을 쌓아 성벽을 만들고 밤에는 천막 속에서 새우잠을 자며 보초도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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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머물기 수삼년...

이제나저제나 철수 명령이 떨어져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렸지만, 끝내 도성에서는 소식조차 없습니다.

멀리서 파말마가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올 때마다 모두 목을 길게 빼고 소식을 애타게 가다렸습니다.

이렇게 세월이 흐른 지 어언 600여 년...

이들은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왔습니다.

한 때는 적으로 서로 대치했지만, 이제는 정다운 이웃이 되어버렸습니다.

세월은 이렇게 황제의 명령도 무시되고 얼어버렸던 마음마저 녹여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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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도성에서 철수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더 큰 걱정입니다.

여기가 고향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뿌리가 너무 깊게 땅을 파고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래도 가끔 탁배기라도 한 잔 걸치는 날에는 모두 함께 손바닥으로 장단맞추며 걸쭉한 목소리로 노래하고 싶습니다.

아~ 우리를 고향길로 데려다 주세요~

고향 집이 그립습니다. 눈물이 흘러요~

 

들리십니까?

600여년 전, 이곳에 영문도 모르고 주둔한 군사들이 고향집을 그리며 부르는 노래가..

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리셨다면, 님께서는 佳人처럼 600년 전 귀신들의 노래를 들으시는 능력을 지니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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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넝쿨로 인해 고성이 더 오래된 것처럼 생각됩니다.

문을 통과하려는데 입구에서 예쁜 아가씨가 뭐라고 하는군요?

울 마눌님이 가방 하나를 가슴에 안았습니다.

가슴에 배낭을 안고는 성문 통과가 금지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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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가 있다는군요?

15원/1인으로 비싸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입장료도 냈으니 우리 배낭이나 이곳에 맡겨야겠습니다.

그래서 큰 배낭 두 개를 문표 파는 이곳에 무료로 맡깁니다.

끄하하하~ 오히려 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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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인 청양문을 통과해 입구를 돌아보고 사진 한 장 찍어봅니다.

이제 타임머신에 올랐습니다.

롱리고성에 대한 자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아 마치 은둔의 고성처럼 생각됩니다.

우리 함께 고성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며칠간 기웃거려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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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은 도로가 반듯반듯하고 무척 계획적으로 건설된 마을입니다.

첫눈에 고치지도 않고 살아가는 마을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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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골목 안도 힐끗거리며 다닙니다.

다른 고성처럼 돈벌이에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띵까띵까'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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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이 붙여놓은 글이 혹시 주원장을 향해 비난하는 외침은 아닌가요?

좋은 덕담을 기둥에 붙여놓았습니다.

어리석은 자는 자기 혓바닥을 억제하지 못한다고 하던가요?

그럼 멍청한 자는 자기가 내린 명령서를 잊어버린 사람인가요?

佳人처럼 생각없이 사는 사람은 혼자만의 상상으로 여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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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이라 오래된 집과 그리고 사람들...

그냥 옛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고성입니다.

아~

이런 모습이 정말 고성입니다.

전혀 꾸미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 보여줍니다.

롱리고성을 둘러보는 일은 600년이 지난 타임캡슐을 열어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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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앙 고성처럼 아름다운 수로도 없고 꽃으로 수로를 장식하지 않았습니다.

펑황고성처럼 규모도 크지 않습니다.

쩐위엔고성처럼 태극문양의 물길을 따라 번창하지도 못했습니다.

따리고성처럼 중원에 대항하다 하루아침에 이웃처럼 형님 아우 하며 지내던 나시족의 배반으로 뒤통수를 맞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곳은 모두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하기 위해 분주한 곳이지 고즈넉한 고성은 아니지요.

여기는 그야말로 투박하고 꾸미지도 않고 거칠고 작은 그들만의 마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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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도 모두 이렇게 돌로 포장하였습니다.

조약돌을 기하학적으로 정성 들여 심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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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는 사람은 마울 주민과 우리 부부뿐입니다.

여행 초반에 양메이란 외진 옛마을에 갔을 때 그래도 관광객 몇 사람은 있었지만, 여기는 우리 부부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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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다 보내고 이제 등마저 굽어 오늘도 낫을 넣는 망태기에 낫을 들고 농사지으며 살아갑니다. 

가운데로는 마차가 다녔을 자국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다른 고성처럼 술집은 커녕 그 흔한 식당 하나 제대로 없습니다.

마을의 모습도 영감님 등처럼 굽어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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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바둑판처럼 잘 구획되어 있고 배수시설 또한 잘 만들어 놓았습니다.

벌판에 만든 군사도시라 제법 계획적으로 만들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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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집은 입구에 조상을 모셔놓았습니다.

조상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마을인가 봅니다.

사는 공간은 입구를 돌아 안으로 들어가야 되나봅니다.

집 모양부터 지금까지 둘러본 구이저우의 소수민족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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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이 바로 박물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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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입구 건녀편 골목길을 들여다봅니다.

그야말로 전혀 꾸미지 않은 수백 년 전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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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부부는 600여 년 전으로 돌아와 여행 중입니다.

이 마을이 아름다운 이유는 오래전 만들어진 모습 그대로를 약간의 보수만 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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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입니다.

사실 우리가 낸 입장료는 원래 고성으로 들어오는 비용이 아닙니다.

고성은 무료입니다.

다만, 돈을 받는 이유는 박물관 입장료를 받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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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표를 팔며 꼭 박물관에 들러달라고 신신당부했으며 박물관에는 아가씨가 근무하고 있어

우리 부부에게 박물관을 함께 돌며 무료로 설명해줍니다.

오늘 이곳 롱리고성을 찾은 사람은 우리 부부외에는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도 특별대우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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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물은 다른 곳과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한눈에 봐도 베틀임을 누구나 알 수 있지요.

그렇지만, 우리 부부는 두 눈을 뜨고 다니며 보고 있으니 대부분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게 됩니다.

사실 설명해도 알아듣지도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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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호떡 1/4쪽 모양의 모형도가 바로 롱리 고성의 모습입니다.

제일 아래가 동문으로 우리가 들어온 곳입니다.

실물모형으로 아주 잘 만들어 놓아 마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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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리꾸청이 이곳에 만들어진 해가 1392년이랍니다.

그해 고려의 최영장군께서 하늘에 별이 되셨고,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어쩌구저쩌구 하며 짚신 거꾸로 신고 창을 뒤로 돌려 고려왕조를 절단내버린 해가 아닙니까?

해보기나 하고 불가론을 내세웠습니까?

전쟁하기 싫은 장수에게 이유를 대라고 하면 가짓수가 인간의 번뇌인 108가지도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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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요.

정혁을 꿈꾸며 말머리를 돌렸지요.

성공했으니 혁명이요 실패했으면 7족을 멸하는 역적도당이 되었겠지요.

롱리꾸청의 역사는 조선의 역사와 같은 해 시작되었으니 무척 오래된 고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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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오랜 역사를 지닌 마을을 돌아보다 보면 많은 생각에 잠깁니다. 

어느 날 황제의 명령에 따라 수 백 명의 군사가 이리로 이동을 하고 성을 쌓고 자급자족할 땅을 개간하고...

덜수는 왜 자신이 이곳에 왔는지 아직도 알지 못합니다.

시간이 계속 지났으나 황제의 철수 명령은 감감 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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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명령을 내린 주원장은 천 년 만 년 독야청청할지 알았았으나 명령을 내린지 6년 후 무엇이 그리 바쁜지

인수인계도 하지않고 하늘나라로 가고 후임 황제는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오리발을 내밀어

롱리는 버림받은 마을이 되어버렸습니다.

따져봐야 자기 사인이 없는 서류는 모르쇠입니다.  

할 수 없이 군사는 가족을 이곳으로 불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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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또 세월이 흘러 새로운 가족은 그 후세를 생산하고 점차 이곳 물정에 익숙해지며 정마저 들어버렸습니다.

그놈의 정이 무엇인지 정말 징그럽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이곳을 떠난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며 타향이 고향이 되어버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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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철수 명령이라도 떨어지면 오히려 그게 더 걱정이 되어버렸습니다.

성을 쌓아 중원에서 파병 내려온 한족은 자기들만의 세상을 이루며 살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고향을 그리며 이곳에서 숨을 거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셀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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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롱리를 몰랐지만, 롱리 박물관에 근무하는 처자는 한국 가수를 잘 알고 있습니다.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방명록에 사인하고 다시 고성을 거닐어 봅니다.

다른 고성처럼 관광객이 붐비지 않아 복잡하지도 않고 무척 한가한 고성입니다.

오늘 박물관에 들어온 사람이 우리 말고 두 사람밖에는 더 없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중원의 명령에 의해 이곳 롱리라는 곳인 먀오족 한가운데 세운 외로운 고성 둔보는

그때나 지금이나 누구 하나 거들떠 보지 않습니다.

중원에 의해 버림 받았고...

지금은 관광객에게마저 버림 받은 듯합니다.

원래 팔자가 나쁜 사람은 언제나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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