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하노이 2006년 여름-7
날이 저물자 배는 조용한 바다 한가운데 닻을 내리고 정박했다. 아름다운 섬들로 둘러싸인 조그만 바다였다.
다른 배들 몇 척도 이 바다에 쉴 자리를 정한 모양인지 10여척이 옹기종기 모였다.
이 때를 기다려 물건을 팔려는 수상가옥 주민들은 저마다 보트에 먹을거리를 싣고 이 배 저배를 옮겨다니며 흥정을 붙이고 있다.
어느새 비도 멎었고 통통거리는 배 엔진소리와 장삿배들의 노 젖는 소리 외엔 조용한 밤이었다.
간혹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이 배 옥상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소리가 ‘풍덩~’하고 긴 여운을 낼 뿐 평화로운 분위기를 깨지는 못했다.
잔잔하게 물결치는 바다. 눈앞에 아련하게 펼쳐진 섬들의 풍경, 점점이 밝혀진 뱃전의 등불들, 이런 풍경 속에서, 난 조금 어뚱하고도 어찌보면 자연스럽게. 생선회에 소주한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 배에서는 회를 팔지 않을까? 한국 사람도 무지 많이 온다는데... 배 옥상에 올라가 신문지를 깔고라도 바다를 바라보며 회 한접시 먹을 수 있다면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는데 말이다.
선원들은 왜 사람들이 거들떠도 보지 않는 포도주는 그리 권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날 밤 캔맥주 2캔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잠을 자는데 또 하나의 복병을 만났다. 수많은 여행자들이 공포에 떨었던 배의 기관 소음에 쉬 잠을 이루기 힘들 듯 했다.
배의 뒤쪽 밑바닥에 설치된 기관은 배에 전기공급을 위해서 밤새 틀어놓는데 그 소음과 진동이 만만치 않았다. 위치에 따라 조금 덜하거나 더 할수 있지만 1층 방이 아닌 다음에야 어디든 예외는 아니었다.
침대 옆에 있는 작은 수납장을 열어보니 겨울철에 대비한 두꺼운 담요가 있기에 소음이 나는 쪽에 두개를 포개 깔아놓았더니 상태가 훨씬 좋아졌다. 그날 밤은 그렇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 날씨는 점차 개기 시작했고 맑갛게 씻은 하롱베이의 아침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