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미의 꿈을 그려간 14일간의 베트남-6편
어디부터였는지 창밖에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나쨩까지는 비가 잘 내리지 않는데 위도가 높아지면서 비가 잦다고 합니다. 우산보다는 현지에서 파는 약 1만VND정도의 우비가 더욱 좋습니다.
나쨩의 밤 열차를 타고 다낭으로 가는 중 창 밖엔 정겨운 농촌풍경과 밧데리를 짊어지고 고기를 잡는 모습이며 비가 오는 강에서 모래를 삽으로 퍼 올리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낭 역에는 오전 10시쯤 도착했고, 이번엔 역을 나서니 이번엔 택시기사들이 몰려듭니다.
다낭에서 호이안까지는 택시로 이동해야하고 15$정도의 요금이 든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행운이 찾아와 호이안에서 온 자가용을 이용해 8$에 호이안에 도착합니다.
호이안에서 훼로 향하던 오픈버스를 이용하고서 후회했지만, 호이안에 도착하는 날 다낭에서 호이안으로 접근한다면 다낭역에서 택시기사와 협상해 택시요금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오행산을 들러 구경을 하고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담날 오픈버스가 경유하긴 하지만 너무 짧은 시간을 주고 다녀오라고 했기에 보기엔 무리가 아닐까 싶어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포기하고 맙니다.
혹시 비가 와서 인지도 모르겠지만...
택시는 다낭의 포장도로를 달리다 호이안으로 갈 무렵 포장공사를 하고 있는 넓은 도로 위를 달립니다. 그나마 비가 온 뒤라 먼지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어느새 택시는 숙소에 내려주고 어떻게 알았는지 “4050 여사모”횟님이 소개했던
그 숙소Thien Trung에 내려줍니다.
숙소 앞에 멋진 레스토랑도 함께 하 고있는 숙소입니다. 에어컨 트윈룸 2개 15$에 예약하고서...
그렇게 많은 여행자들이 다시 보고 싶다던 호이안의 거리를 거닙니다.
옛 냄새가 베어나는 이 거리를 다 보고 싶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선 강이 보이는 Cafe에 들어가 그 유명하다는 화이트로즈가 들어있는 세트메뉴에 생선튀김요리와 맥주까지 시켜 봅니다.
다 합해서 115,000VND 였습니다. 7000원이 채 되지않는 이저렴함과 그들의 정성스런 손길에 입에 좀 맞지 않는 음식이라도 맛있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옛 거리를 어슬렁거리다가 부족한 점심 탓에 다시 시장표 "PHO"를 한 그릇씩 하고, 작은 화방들이 늘어선 거리에서 흥정도 해보고 구경해가며 어느새 수다스럽게 변해버린 바라미를 봅니다.
어느 화방인지 조각품을 만드는 곳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베트남의 전통배가 바라미의 시선을 잡아맵니다. 베트남인들의 정교하고 아름다운 솜씨가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한적한 호이안의 옛 거리에 들어서자마자 왼편으로 돌아가면 일본교가 나왔고 일본교안에서는 일본인들이 무어라 설명을 해대는걸 보면 아마 전에 우리가 세워놓은 어쩌고저쩌고 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건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이곳에 그들이 와서 얼마나 나쁜짓을 많이 했는지 그들은 알고 갈까?
그 부근에 작은 개인 화랑이 많이 있었고, 아담한 공간에 자신의 그림을 걸어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화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떤 여행지이든 한 분야에 전문가가 아닌 여행자는 그곳의 눈높이에 아름다움이 맞춰지는 가 봅니다. 참 아름답다. 생각되어 하나 두개 샀다가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꼭 두고 싶은 자리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한곳에 폭 숨겨놓는 수가 허다합니다. 만약 새집이라도 장만 한다면 벽면 어느 한쪽에 이걸 걸어 놓으면 좋을 텐데 하면서도 선뜻 호주머니가 열리지 않습니다.
유화 그림한점의 가격이 이리 저렴할 수가 없지만 여행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나쨩에서의 실수가 어른거려 더욱 맘까지 닫혀버립니다.
참 아름다웠습니다. 주~욱 힘차게 뻗은 붓 자욱이 가슴까지 이어지는 듯 했지만
손에 들고 나올 용기는 나질 않습니다.
얼떨결에 앉아 버린 호이안의 "Thanh An Cafe" 한국 사람에겐 한국인 방명록을 보여주고, 각 나라별로 찾아 보여주며 자신의 가게를 홍보합니다.
생맥주 1컵에 3,000VND= 177원 OK 생맥주에 저녁까지 먹고 숙소로 돌아갑니다.
그리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일행들이 오늘은 피곤한지 쉬겠다고 합니다.
바라미는 여행을 하기 전부터 첫날 호이안 밤거리를 보겠다고 맘먹었기에 그냥 들어가면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숙소에 들어가 메모리를 챙겨들고 밤거리로 나가 혼자만의 여유를 즐깁니다.
이국의 밤거리를 혼자 거니는 것도 운치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외로움도 함께 깃들어 발걸음이 신나지만은 않습니다. 이곳저곳 카메라를 들이대고 기웃거리고 백인 여행객들만 가득한 이 거리의 화려한 조명에 몸을 감춥니다.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지만 아직 닫지 않은 Cafe와 등 가게는 거의 백인들만 가득한 것 같습니다.
다시 "Thanh An Cafe"에 가서 화이트로즈에 생맥주를 몇 잔 들이키고 이제는 PC방에 가기로 했습니다. 몇 걸음 옮기기가 무섭게 전화기가 울립니다.
“아빠”가슴 찡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옵니다.
“의형이구나”
“그런데 아빠 언제 와?”
으~응 금방 갈 꺼 야! 아빠가 의형이 주려고 멋진 시계샀지!
다음말이 이어지질 않습니다. 아이에게 아빠가 왜 이곳에 머무르고 있는지 설명해 줄 길이 없습니다.
"아빠 나 지금 어쩌고 저쩌고 하는 아들 녀석....!
그새 제법 의젓하게 말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컸으면 데려 왔으면 좋으련만 하는 아쉬움만 가슴에 가득하고 미안함에 다음 말이 이어지질 않습니다.
또 둘째아이, 아이 엄마까지 모두 통화를 하고 그리워집니다. 아이 엄마가 말 한 대로 아이들이 더 보고 싶어집니다.
난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어쩔 수 없는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인가 봅니다.
돌아오는 길에 길가에서 쌍둥이 여자아이들을 보고나니 더욱 아이들 얼굴이 보고파집니다.
PC방 1시간에 5천동이여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생각 했지만 완전한 우려였고,
카메라에 든 사진을 USB로 옮기고 나서 메일 하나 보내니 1시간이 지납니다.
무지막지한 인터넷 속도에 질려버린 바라미 앞으로 PC방 올 일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숙소에 돌아오니 12시경이 됐고 내일을 위해 또 잠자리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