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아줌마 베트남가다. 4
오늘도 변함 없이 꼭두새벽에 눈을 떴다. 울아들은 코까지 골며 자고 있다. 아들아 넌 정말 좋겠다. 아무거나 잘~먹지 아무데서나 잘~자서.... 에궁 부럽다.
오늘도 복도끝 너머로 일출을 볼 수 있을까 싶어 나가 보았는데, 오늘은 날씨가 도와주질 않는구나... 아쉽네.. 아침 먹고 므이네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조금 서둘러야 할 것 같아서 샤워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불이 나가 버렸다. 이건 뭔일이래??? 깜깜한 욕실에서 대충 닦고 밖으로 나와보니 엘리베이터를 비롯해 모든 전기가 나가 버린것이다. 나짱 시내 전체가 전기가 나간 것이란다. 근데 큰 호텔들은 전기가 들어와 있다? 뭐야?? 자가발전 시설을 갖추고 있나보다..
6시경에 아들을 억지로 깨워서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다. 오늘 떠나면 언제 다시 나짱의 바다를 보게 될지 모르니 마지막으로 한번 더 보자는 의미에서... 이곳 사람들은 새벽 일찍 바다에서 수영을 한단다. 새벽의 기운을 받으면 좋다고 생각한다나 뭐라나??? 대충 들은 얘기라서 정확하진 않지만... 6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이미 수영을 끝내고 돌아가는 사람들과 아침운동을 나온 현지인들이 많이 보였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아침산책을 하고 있으려니 이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아침을 먹었던 그 식당을 다시 찾았다. 종업원이 우릴 알아보고 아는체를 한다. 눈썰미가 좋구만... 오늘은 뭘 먹을까???
"엄마, 난 소고기 쌀국수 먹을래... 엄마는 삷은 계란 있는 바게뜨 시켜..."
"난, 삶은 계란 별룬데.... 야채가 좋은데?"
"안돼! 나 삶은 계란이 먹고 싶단 말이야.. 그러니까 엄마가 그거 먹어.."
별 웃기는 녀석을 다봤다. 지가 먹고 싶으면서 나보고 시키라는건 뭐냐구... 짜식이 쌀국수도 먹고 싶고 계란도 먹고 싶으 모양이다. 그래 니 맘대로 해라~
식사가 나올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나이 드신 어르신 3분이 식당으로 들어오셨다. 그중 한분이 자꾸만 나를 쳐다보는거다. 내 얼굴이 그렇게 예쁜가? 쌩얼인데??? 내가 공주병을 고치지 못하고 그냥 결혼한 관계루다가 왕비병에 이르러서...... 이젠 죽을때까지 못고친다.
"혹시 한국분이세요?" 어르신이 조심스럽게 물어 보신다.
"네~ 어머! 너무 반가워요... 나짱에 3일짼데 한국분 처음 뵈요..." 난 정말로 어르신들이 반가웠다. 그분들은 호치민에 사시는 분들이고 참전용사들이란다. 지금은 북부에서 남부로 여행중이시구.... 여유로운 노년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분들덕에 난 오늘 바게드에 쨈을 발라 먹을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이 바게뜨 하나에 삶은 계란 딸랑 2개만 주는데 뭐 할말이 있어야지... 어른신 한분이 커다란 쨈병을 주면서 "여긴 원래 이래~~ 애들이 빵만 준다니까~~~" ㅋ ㅋ
체크 아웃을 하고 드디어 므이네로 go go
호치민으로 바로 가서 호치민시내를 돌아보고 싶었지만, 아들이 워낙에 물을 좋아하는터라 시내 구경보단 샌듄도 보고 바닷가에서 쉬려구.... 말로만 듣던 오픈버스를 탔다. 허걱!!! 난 운이 나쁜가 보다. 버스 정말 구리다... 우리나라에서 없어졌던 직행버스가 어디로 갔나 했더니.. 베트남에 있었네 그려. 난 멀미를 할지 몰라서 앞좌석에 앉으려고 했더니 버스 안내남(?)이 막 뒤로 가란다. 싫다고 버텼다. 멀미 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멀미가 영어로 뭐지??? 아~ 생각이 안난다. 미치겠다~~ 아.. 몰라! 그냥 아파서 앞에 앉겠다고 우겼는데 그눔이 나보다 쎄다. 결국 난 뒤에서 두번째줄로 쫓겨났다. 오래된 버스라 그런지 냄새도 나구 좌석도 좁다. 게다가 현지인들이 3분의 2는 타고 있는듯 했다. 너무 너무 시끄럽다. 자기네집 안방처럼 떠들고 엄청 큰소리로 전화 하고.... 베트남어 높낮이가 있어서 그런지 더 시끄럽고 신경쓰인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내 앞에 앉은 베트남아줌마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을 반대편 좌석까지 뻗은채 누워서 잔다. 통로 반대편에 앉아 있던 노랑머리 총각 죽을라고 그런다. 그 커다란 덩치로 앉아 있기도 불편해 보이는데 아줌마의 발이 떡하니 팔걸이에 올려져 있으니... 그 난감한 표정이란... 불쌍해서 혼났다. 정말이지 매너가 꽝이다. 한국에서 지하철에 자리나면 냅다 달려가는 아줌마들은 정말이지 애교인거다....
우여곡절 끝에 므이네에 도착했다. 내가 묵을 숙소인 윈드챔프에 가는 도중 호치민까지 가는 사람들을 계속 태우고 있다. 더이상 앉을 자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무슨 배짱인지??? 외국인 2~3명이 버스 복도에 서있는데 또 사람을 태운다.. 그때 내 레이다에 한국인 젋은 언니 두명이 타는것이 보였다. 큰일이네 저 언니들 서서 가는거 아니야??
"저기요~~ 우린 좀 있으면 내리는데 여기 앉아요.. "
"어머~ 고맙습니다."
"이 버스 너무 후져요.. 멀미 나서 죽을뻔 했어요.."
"이거보다 좋은 버스도 있데요... 한번 알아보세요. 드릴건 없구 볼펜 쓸일 많을테니 이거라도 가져가세요..." 이러면서 노란색 볼펜 두개를 내 가방에 꽂아 주었다. 좀 있으니 "윈드챔프"여서 우린 내렸다.
말로만 듣던 윈드챔프에 왔구나. 태극기도 있고 징도 걸려 있고 한국사람이 운영한다는 말이 사실인가보다. 작지만 수영장도 있고 바다도 보이고 정말 리조트 분위기 제대로 난다. 그러나.... 방은 좀 아니다.... 방갈로라 그런지 습하고 시설도 많이 낡았다. 솔직히 다른사람에게 권장해주긴 좀 그렇다.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 !!! 하룻밤인데 뭐.. 그냥 참자.. 이제와서 다른데 방 구하러 다니려면 힘도 들고... 멀미를 해서인지 매운거 좀더 솔직히 말해서 한국 음식 먹고 싶었다. "웰컴투 므이네"라는 한국식당엘 가서 종업원들에게 사장님 불러달라고 했더니 바로 나오신다. 너무 젋은 사장님이 나오셔서 깜짝 놀랬다. 난 배 좀 나오고 연세 좀 있으신 분일거라 생각했었는데... 므이네 오면서 오픈버스에서 있었던일 말하면서 내가 막 격분했더니 사장님 웃으시면서 맞장구 쳐주신다. 이제야 화가 좀 가라앉네...
"근데요, 어떤 한국 아가씨들이 그러는데 오픈버스 시설 좋은거 있다면서요? 혹시 알고 계세요?"
"아~~ 있어요. 타고오신 한까페 버스보단 시설이 좋죠.."
"어디서 표를 사야 하는데요???"
사장님 친절하게 티켓박스 설명해주는데 난 잘 모르겠단 말이지....
"안바쁘시면, 같이 좀 가주시면 안될까요? 낯선 곳이라 잘 모르겠어요..."
난 정말 뻔뻔하다. 장사하는 사람한테 가게 비우고 낯선 여행자 버스표 사는데 같이 가 달라는 부탁을 하다니.... 지금 생각해도 참 미한하네.... 사장님은 두말 안하고 나를 버스표 사는곳 까지 데려다주셨다. 내일은 좀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겠구나... 뿌듯하다...
내가 없는 사이 울 아들은 식당에서 신라면을 먹고 있었다. 엄마도 없는데 혼자서도 참~ 잘먹는다. 종업원 누나들이 예뻐라 해줬다면 입이 귀에 걸렸더만..... 나도 간만에 한국음식을 먹으니 살것 같다. 한국 떠나고 8일만에 처음으로 김치를 먹었다. 우린 원래 집떠나면 현지식을 위주로 먹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데... 그놈의 차멀미 때문에~~
밥 먹고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호텔로 돌아왔다. 아들은 잽싸게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수영장으로 go go . 혼자서도 참 잘 논다. 손바닥만한 수영장이지만 사람이 별로 없어서 놀 만하다. 방은 별루 맘에 안들지만 외관은 참 보기 좋다. 작년에 갔었던 인도네시아의 어느 리조트처럼 나무도 많고 모기도 좀 있고 사진빨 잘~ 받는다... 수영도 하고 바닷가에서 산책도 하고 느긋하게 놀다보니 저녁 먹을 때가 되었다. 리조트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곳은 식사할때가 별루 없다. 한까페나 신까페가 있는 곳까지 택시를 타고 나가 저녁 먹기는 좀 번거로울 것 같아서 그냥 호텔옆에 있는 "WAX" 라는 바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점심을 늦게 먹은 탓에 난 별로 입맛이 없어서 아들것만 시켰는데 가격때문에 기절할뻔했다. 바게뜨빵 속에 베이컨,치즈 몇조각 넣고 튀김옷 한번 입혔을뿐인데 70,000 동이 웬말이냐??? 감자튀김도 같이 줬구나... (리조트들이 즐비하게 서있는 곳에 방을 구했다면 엄청난 물가를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 밤바다의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아들은 열심히 식사하고 난 커피 한잔 하면서 분위기에 취하고 있는데 모기가 장난이 아니다... 모기한테 헌혈은 좀 했지만 분위기 있는거 좋아하는 울아들 날 위해 맷돌춤까지 춰주는 센스!!!
요건 TIP 인데요,
저녁 식사를 했던 "WAX" 라는 바는 늦은 저녁에는 나이트클럽이 되더군요...바 앞 모래사장에 캠프파이어 같은거 합니다. 아들 재워 놓고 살짝 나가봤는데.... 내가 10년 아니 5년만 젊었어도 한번 어울려 보는건데 아깝다....
낌뜨억 호텔비 정산 27$ (1박 12$ / 세탁서비스 3$)
아침식사 45,000 동 (식사 2, 과일샐러드1, 냉커피, 립톤)
호치민오픈버스예약 8$(어른 아이 동일)
점심식사 8$ (김치볶음밥, 신라면 - 웰컴투므이네 -한식은 쫌 비싸요)
식당까지택시 (왕복 2$ 팁포함)
저녁식사 120,000 동 (식사 1, 냉커피, 립톤, 파인애플주스)
윈드챔프 한까페 통하시면 25$ 부릅니다. 직접 가시면 20$ 인데요 깎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침식사는 "WAX"에서 식사 한가지와 음료 한가지 고를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