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아줌마 베트남가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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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아줌마 베트남가다. 3

최정란 3 3355

눈을 뜨니 새벽 5시가 조금 안됐다. 울 남편 일주일에 두번은 아침 못먹고 출근한다. 마누라가 잠꾸러기이다보니.... 그런 내가 여행만 오면 일~~찍도 일어난다. 그것두 꼭두새벽에!!! 지금껏 여행하면서 늦잠자는 바람에 일정에 차질이 생긴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먹만한 알람시계는 꼭~~ 챙겨다닌다. 거참...

내가 있는 방은 바닷가가 보이지 않아서 복도로 나가 보았다. 이른 시간인데도 호텔옆 노점에선 커피 파는 아줌마가 열심히 의자를 옮기고 있다. 복도 끝쪽으로 보이는 바닷가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는데 참~ 예쁘다. 여긴, 바다도 예쁘고 해 뜨는 모습까지 예쁘다. 정말 사랑스런 곳이다. 맘 같아선 한달음에 바닷가로 달려 나가 일출을 보고 싶지만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아들녀석 혼자 두고 나가려니 찜찜해서....

어젯밤에 그렇게 먹었는데 (자기 전에 초코칩과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눈을 뜨니 배가 고픈거다. 울 아들도 눈뜨자 마자 "엄마, 밥 먹자... 호텔에서 밥 주나?" 한다. 뱃속에 거지가 들어있는게 분명하다. 한국에 돌아가면 회충약부터 먹어야 할 것 같다. 호텔에서 길을 건너 왼쪽 모퉁이를 돌자마자 있는 작은 식당으로 갔다. 바로 옆에 말로만 듣던 "바이올레 호텔"이 보인다. 규모는 작지만 노천식당은 아니라서 조금은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 귀여운 외모의 아가씨가 영어로 주문을 받는데 참 친절하고 예쁘다. 울아들은 쌀국수, 난 바케뜨.. 바게뜨에 넣어 먹는 재료가 정말 많기도 하다. 난 양파를 넣어달라고 했는데 매워 죽을 뻔 했다. 쨈도 안주고 버터도 안주고 양파만 딸랑??? 에궁!!! 야박하기도 하여라. 약이 올라서 추가주문 않하고 커피에 바게뜨 찍어 먹었다. 그래도 바게뜨 맛이 좋은건 인정!!! 베트남커피 맛있는것도 인정!!!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보트트립" 드디어 나도 해 봤다.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미니버스로 호텔 5~6군데를 들러 선착장에 도착한다. 미니버스에서 국적과 생년월일등을 적으라며 종이를 주는데.... 난 졸지에 할머니 되어 버렸다. 내가 보기엔 나랑 비슷해 보이더만 죄다 80년대생 들이다. 89년에 태어났으면 몇살인거니? 나 89학번이데...

선착장에 도착해 준비된 배에 오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잔뜩 앉아 있었거든 ㅋ ㅋ 그럼 그렇지... 그런데 맨 앞줄에 앉아 있는 수녀님복장의 저분들은 누구??? 진짜루 수녀님??? 허걱... 보트트립 내내 그분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없었다... 사회자 본격적으로 마이크잡고 열심히 떠든다. 처음에 베트남어로 그담에 영어로... 대충 알아 들을수 있겠다... 근데 저 사회자가 한쪽으로 확!! 꽃힌 시선이 있었으니.... 호주에서 날아온 미녀 삼총사! 내가 봐도 정말루 예쁘더라. 이눔의 사회자 아주 그쪽에 시선을 꽂고 진행을 한다. 침 닦아라. 울 아들 하는말 "엄마, 저 아저씨가 누나들한테 작업 걸어... 근데 스트립쇼가 뭐야???" 사회자가 미녀들에게 너희들이 옷을 벗으면 내가 스트립쇼를 하겠다고 말하는걸 들었나보다. 에궁! 내 아들이 스피킹은 안되는데 히어링이 좀 되는 관계루다가 들어서는 안되는걸 들어 버렸다....

솔직히 보트트립 내 취향 아니다. 난 물 엄청 무서워하고 수영은 당연히 할줄 모른다. 게다가 배멀미까지 한다. 멀미약까지 붙여가면서 보트트립을 한건 순전히 울아들 때문이다. 스노쿨링장비 갖추고 물에 뛰어드는 아들 보면서 참 부럽더만... 난 앞줄에 앉아 계시던 수녀님들과 함께 바다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사람들 구경만 열심히 했다.

그냥 배만 타고 있었는데 점심 준단다. 도대체 입에 맞는 음식이 없다. 스프링롤 한조각과 바게뜨만 열심히 뜯어 먹었다. 울아들은 당연히 잘 먹는다. 우리 앞의 스프링롤이 다 떨어지자 남의 자리까지 원정가서 얻어와서 먹는다. 그 모습이 예뻤는지 옆에 있던 베트남 아주머니가 계속 아들한테 먹을것을 가져다 준다. 아들옆에 앉은 꽃미남! 울아들만큼 잘 먹는다. 독일사람이라는데 젓가락질을 나보다 잘 한다. 먹는걸로 친해진 울아들과 꽃미남! 말도 안통하면서 장난을 치면 논다. 신기하네~~~ 아들을 핑계로 난 꽃미남과 수다 떨면서 놀았다. 알고보니 얘도 앙코르왓에 들렸다가 베트남으로 들어온 거란다. 버스타고 와서 고생을 좀 했단다. 나는 비행기로 움직였다고 했더니 나보고 부자랜다. 사실은 아닌데.... 울아들이 학원 안다니면서도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게 열심히 학교생활한 덕인데(사실 남의집 애들 학원 다니는돈 모아서 우린 해외여행 다니고 있다)... 어쨌든.. 아싸 !!! 내가 언제 저런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애하고 말이나 한번 섞어 보겠어.... 고맙다 아들아!!!

드뎌 밴드가 나왔다. 머리 묶은 아저씨 사진이나 실물이나 똑 같네... 듣던대로 나라별로 노래를 열심히 부른다. 독일,미국,호주,프랑스,네델란드,베트남... 그리고 대한민국!!! 난 노래하는거 정말 싫어하는데.... 옆에 앉은 베트남 아줌마가 등 떠미는 바람에 마이크 잡았다. 우리배에 탄 사람들 정말 매너도 좋다. 내 평생 그런 환호성은 처음 들어봤으니까. 아무래도 동양인이 우리뿐이라서 그런것 같다. 그눔의 사회자가 코리아, 베트남 쎄임쎄임 이라고 소개를 하길래 "노우, 디프런트"라며 고개를 열심히 흔들었다. 나 잘한거지???

보트트립의 코스대로 섬에도 들어가고 과일파티도 하고, 여기서 울아들 용과만 열심히 먹었다. 서로서로 아들에게 용과를 건네주는 바람에 아주 원없이 실컷 먹었다. 애가 촌스러워서 한가지만 죽어라 먹어댄다. 수족관에도 가봤다. 정말 볼것 없는데 난 화장실이 너무 급해서... 수족관입구 화장실에 돈 내고 들어간다.

보트트립 끝나고 탑바 온천 가도 된다고 가이드북에 써 있었는데 난 너무 힘들어서 호텔에 그대로 뻗어 버렸다. 씻고 좀 쉬다가 저녁을 먹으려 쎄일링클럽 방향으로 걸었다. 그렇게 뜨겁던 날씨도 밤이 되면 산책하기 좋아진다. 내가 나짱을 사랑하는 또 한가지 이유다. 열심히 걷고 있는데, 유치원에 있을법한 의자와 테이블에 덩치가 산만한 외국인들이 앉아서 뭔가를 열심히 먹고 있는것이다. 뭐지?? 아~~ 길거리 랍스타 구나. 맛있게도 먹네... 쩝!
"마이 찬~~ 우리도 저거 한번 먹어 볼까? 엄청 맛있어 보인다!!"
"엄마, 길거리에서 음식 먹으면 배탈 안날까?"
"괜찮아! 불에 익히는 거잖아!!! 저거 서울가면 비싸서 못 먹는다!!!"
우린 그렇게 나짱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길거리에서 해결했다. 랍스타가 어찌가 뚱뚱??한지... 아들과 난 유치원생 의자에 앉아서 사이좋게 너 한입 나 한입,,, 콜라와 타이거 맥주로 건배!!!
"엄마, 이 쪼그만 의자에 저사람들은 어떻게 앉아 있어?"
"나도 몰라... 궁둥이 반만 걸치고 앉아있겠지 뭐...."
찍어 먹는 소스가 너무 맛있는데 주인에게 물어보면 레써피도 주고 한번 분량의 소스를 싸 주기도 한다. 길거리에서 먹었지만 맛도 좋았고 배탈도 안났다. 울아들은 지금도 나짱에서의 랍스타 얘길 하면 침 흘린다....

아침식사 39,000 동 (쌀국수,바게뜨,냉커피,립톤)
입장료 36,000 동 (섬, 아쿠아리움, 물 정화비???)
간식 32,000 동
화장실 1,000 동
저녁식사 265,000 동 (랍스터 1,3kg 콜라,타이거맥주) - 랍스터 다 못먹었음.

3 Comments
앨리즈맘 2007.09.17 16:35  
  멀미 심한 저도 심히 걱정됩니다,, 님이 할머니면 전 호호 할머니?ㅎㅎㅎ 아드님이 붙임성이 좋은가봐여 여행자 체질입니다
솔부엉이 2007.09.18 04:02  
  코리아 베트남 세임세임 예스!~~ 세임 에이시안!~
용감한아줌마 2007.09.18 10:43  
  솔부엉이 님 말씀이 맞네요.  다음에 보트트립을 또 하게 된다면 "세임 에이시안~~" 이라고 말할께요 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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