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개념 무계획 초보 베트남 여행기 1. 호치민에서 메탈리카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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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개념 무계획 초보 베트남 여행기 1. 호치민에서 메탈리카를 듣다.

공담 3 6588

15일 이내 베트남 일주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지금은 하노이구요.
방콕에서 4박하고 호치민으로 이동하는 공항에서부터 여행기가 시작됩니다.

참고로 전 해외여행 초짜가 아니라 여행 자체가 초짜입니다. 제주도도 한번
안가봤구요. 워낙 게을러서 돌아다니는 걸 싫어하는지라....

비슷한 초보 여행자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전에 june님이 올리신 글보고 어느 도시를 들를지 참고를 많이 했습니다.
이 글을 빌어 감사드립니다.

-구체적인 일정은 호치민 리멤버투어 분의 조언을 참고 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원래는 방콕 -> 앙코르 -> 호치민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일정에 차질이 생겨
앙코르를 제끼고 바로 호치민으로 날라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참 즉흥적이죠 ;;

홍익여행사에서 비행 바로 전날 티겟을 사고 - 저녁 6시까지 살 수 있다고
하는데 6시 5분쯤 겨우 삼 - 방콕에서의 마지막 밤을 남은 바트 좀 써보자는
생각에 괜찮은 식당을 찾다 들어간 최악의 식당에서 보낸 다음 잠에
들었습니다.

방콕 쑤완나쿰 공항에서 짐 맡기고 보딩패스를 받으려는데
돌아오는 비행기표를 보여달라고 하더군요. 없다고, 육로로 라오스 갔다가
다시 태국 들어간다고 설명했더니 직원 아가씨 갑자기 일어나 상급자로
보이는 사람을 찾아가네요?

'잉.. 뭐지?'

상급자로 보이는 사람 오더니 똑같은 질문을 합니다. 그래서 또 반복해서
육로로 이동할 거라고 했더니 그럼 서울행 비행기표를 보여달라고 하더군요.

보여줬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캐쉬를 보여달랍니다. ;;

여행자수표를 보여줬는데 갑자기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니 그걸 왜 확인하느냐? 물었더니 무비자 15일인데 뭐 확신이 없다나
뭐래나....

신용카드를 보여주면서 아니 현금없다 하더라도 뭐가 문제냐?
신용카드 있는데? 상급자로 보이는 사람 오케이하면서 여행자수표
소지하고 다니라는 말을 던지며 사라지더군요.

그제서야 보딩패스 주는 아가씨 미안하다면서 사과를 했습니다.
미안했는지 옆자리 비어있는 좋은 자리 배정해 주시고 ;;

짧은 비행 끝에 호치민에 도착을 했습니다. 방콕에서 겪었던 일이 반복됩니다.

공항 입국심사 직원 : "왜 돌아가는 비행기표가 없느냐?"

ㅠ.ㅠ 호치민에서도 확인할 줄은 몰랐습니다.
방콕-서울행 비행기표는 수화물로 부친 큰가방 안에 있는데....

안내데스크에 말해서 입국절차 받지 않은 상태로 공항직원 동행해서
가방 찾아다 방콕 - 서울행 티켓 보여주고 겨우 빠져 나왔는데
그 와중에 손에 들고 다니던 비닐봉투 하나 잃어버렸습니다.
(다행히 팬티랑 양말만 있는 봉투. 빨래감)

휴~ 호치민 입성~ 정차되어 있는 택시를 잡아 부이비엔까지 가자
했더니 이 아자씨 20불을 부르더군요. 제가 좀 여행준비를 대충하고
다닙니다. 당시엔 얼마정도 나오는지 알아보지도 않고 택시를 탔던 거였고
나중에 확인해봤더니 이 아자씨 3배 튀긴거였더군요.

처음 가격 듣고 당연히 바가지 씌운건 알았지만 3배 튀길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방콕은 이 정도는 아니었던것 같은데....

'워.... 베트남 무섭다. 조심해야겠다 ㅜ.ㅜ'

공항에서 부이비엔까지 달리는 길도 방콕과 사뭇 다릅니다. 이건 완전
폭주족 천지 ㅠ.ㅜ 택시기사 곡예운전 해주시고 사방팔방 엄청나게
시끄럽고 호치민 오자마자 방콕 가고 싶은 생각이 생겨났습니다. ㅠ.ㅠ

리멤버투어에 도착했는데 방이 없더군요. 내 일생에 예약같은건 없었기
때문에 여행에서 종종 고생합니다. 못된 버릇 빨리 고쳐야 할텐데....
대신 리멤버투어에서 소개해 준 방에 13불 주고 묶었습니다.
시설은 뭐 대충 그저 그런. 당장 급한건 속옷과 양말 ;; 슬리퍼 신다 발 다
까져서 운동화 신고 다녔기 때문에 양말은 필수였죠.

리멤버투어 들어갔을 때 안쪽 사무실에서 몇 분이 얘기 중이셨는데 제가
한국말 하는 분 찾자 대화 중에 나와서 친절하게 질문에 답해주시더군요.
정말 고마웠습니다. 암튼 시내 좀 돌아다니다 마트에 들어가 속옷과 양말을
사고 숙소에서 맥주 한잔 하면서 베트남의 첫날을 마무리 했습니다.
베트남의 첫날밤 잠자리는 불안과 초조 그 자체 ㅠ.ㅜ

둘째날 리멤버투어 들렀더니 사무실에 한국분 있더군요. 저랑 반대로 하노이에서
시작해서 호치민까지 내려와 메콩삼각주 구경하고 방콕 들어갈 예정인 태사랑을
모르는 --; 젊은 친구였습니다. 그날 같이 시내를 구경했습니다.
전쟁박물관, 중앙우체국, 다이아몬드 플라자, 꽌안응언, 벤탄시장 등등



Picture7002.jpg

(전쟁박물관에서 국군으로 추정되는 사진 발견.)

Picture20001.jpg

(확대해서.)

Picture2003.jpg

(다이아몬드 플라자 남쪽에 있는 팍슨 백화점 롯데리아 아가씨.
신애라씨 닮은 굉장한 미인~! 하지만 사진이 잘 안나왔네요.)

다이아몬드 플라자는 더울 때 잠깐 쉬러 들어가기 딱 좋은 곳입니다.
에어컨 빵빵. 3층인가에 식당가 있는데 가보면 여기저기서 한국말 많이
들립니다. 호치민 거주 한국인 10만명이라고 하시더군요. ㄷㄷㄷ

꽌안응언에서 밥을 먹었는데 둘다 별로 맛이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저녁때 리멤버투어에 들러보니 꽌안응언 추천메뉴가 있더군요.
꽌안응언은 반드시 리멤버투어에 있는 추천 메뉴를 들고 가시라~!

꽌안응언에선 하나의 수확이 있었는데 바로 그 향이 강한 야채의 이름을
알아낸 것이었습니다. 마침 시켜 먹었던 껌 찌엔 응언이라는 볶음밥에
그 야채만 밥 위에 놓여 있어서 쉽게 찾아낼 수 있었는데 그 야채의 이름은
'NGO'. 발음은 대충 "응거" 이제 앞으로 응거만 빼달라고 하면 먹는 문제는
오케이~


Picture9004.jpg

(시내 구경 마치고 돌아오며 찍은 호치민 시내 관련 유일한 사진.)

시내 구경을 마치고 맥주 한잔 하기로 결정하고 리멤버투어 사무실에 계신
분께 괜찮은 곳 몇군데를 물어봤습니다.

클럽, 물 좋은 곳, 바, 조용하게 술마시기 좋은 곳 등등 이것 저것 여쭈어
보다가 베트남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를 아주 간단하게 정리한 명언을
리멤버투어 분께 들을 수 있었는데 그 말은 바로....

"베트남은 어디든 다 시끄러워요"

리멤버투어에서 얻은 지도를 들고 어딜갈까 고민하다 결국 가장 가까운
술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들어가 봤더니 중앙에 여자 바텐더가 여럿 있는
바더군요. 한켠엔 무대도 있구요. 귀찮아서 옮기지 않고 걍 마셨습니다.
양주마시라는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 꼬임을 무시하고 맥주를 마셨죠.

좀 있다 무대에 밴드가 나와서 공연을 하는데 괜찮았습니다.
(음향시설이 허접하지 않았음) 한국노래도 하나 불러주시고 흐흐....
나중엔 락, 메탈까지 연주했는데 메탈리카 음악을 호치민에서 들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Picture3005.jpg

(바로 그 밴드. 여자와 남자 보컬이 곡에 따라 각각 노래 부름.)


나와 젊은친구 둘이선 좀 이른 시간 (8시 좀 넘었나?)에 가서 목 좋은
자리에 앉았는데 난 시종일관 한자리에 앉아 앞에 있던 처자들과 노닥거리며
장난도 치며 장장 5시간이나 술을 마셨습니다.

시끄럽기도 하고 서로 발음을 잘 못알아들으니 주로 노트에 글로 써서
말 그대로 수담을 나누었는데 쓴 노트가 10장이 넘더군요. 거기에
밴드 공연도 괜찮고 꽤 즐겁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같이 간 젊은친구는
이 테이블 저 테이블 옮겨 다니면서 현지인, 여행객 가리지 않고 술을
마셨는데 집에 갈 때 엄청 재밌었다고 좋아하더군요.



Picture13006.jpg

(두 응위엔 아가씨. 왼쪽이 큰 응위엔(27) 장난 잘 치는 아가씨 -너 신발끈
풀렸다면서 아래보면 턱치고 그런 아주 유치한 장난- 오른쪽은 작은
응위엔(21) 제일 이뻤는데 굉장히 씩씩해 뵈는 아가씨. 성깔도 있어 보임.
응위엔은 한국의 김씨만큼이나 베트남에 많은 성이라고 하더군요.)

바가 문을 닫자 숙소까지 걸어 갔는데 길을 또 헤메주시고 ;;
중간에 배가 고파서 아무거나 노점에서 파는거 달라고 해서 사먹었는데
그 음식이 바로 반미~ 정말 맛있더군요~!
(베트남에서의 첫 끼니는 포로 떼웠는데 NGO때문에 먹고 죽는 줄 았았음)

둘째날 밤은 리멤버투어에서 12불 주고 묶었는데 시설은 전날 묶었던
13불짜리 호텔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넓고 깨끗하고
시원하고 아주 좋습니다. 강추~! 대신 방이 없을 때가 많으니 미리미리
예약하시길.

첫째날과 달리 둘째날은 꽤나 유쾌하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첫날의 불안,
초조를 잊고 여행의 희망을 되찾은 날이라고나 할까요. ^^;


예고
2편 무이네에서 달랏까지 이지라이더 Mr. Binh과 6시간을 달리다.
3편 달랏에서 우연히 달랏대학교 한국학과 학생 융을 만나다.
4편 이지라이더 Lam과 함께한 냐짱 - 족렛(욕렛)해변.

3 Comments
2008.06.07 15:34  
  다음 여행기 기대됩니다..............
예점마 2008.06.08 21:50  
  올만에 올라온 벳남여행기 기대할께요.
저도 7월11일들어가서 벳남 남부 호치민,무이네, 냐짱, 다낭, 호이안, 훼, 하노이까지 아이들데리고 한달여정으로 떠납니다, 중간에 비자땜시 싱가폴1주일 여행갔다 다시 들어오고요.. 님의 여행이 읽고 있으니 벌써  마음은 벳남에 있네요..
indiedna 2008.06.09 11:12  
  여행기 재미있네요.
저도 올 여름에 베트남에 한번 가고 싶기는 한데,
사정이 어떻게 될지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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