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루 in 비엣남 7
새벽 5시.
어제 숙소 주인을 통해 예약한 지프투어 출발시간이다.
아직 해는 뜨지 않았고 화이트샌듄에서 떠오를 일출을 기대한다.
밤새 바다는 내 방 코앞 턱까지 올라와있고 파도는 집어삼킬듯이 무섭게 철썩거린다.
이거 아주 약한 쓰나미라도 한번오면 베트남에서 수장될 판이다.
지프를 타고 white sandune, red sandune, fishing village, fairy stream의 4개 코스를
5시간정도 투어한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지프는 거칠게 나아가고..
(동영상 : 무이네의 아침공기는 쌀쌀하다. 새벽을 가르며 나아가는 지프의 소리가 성난 사자의 포효같다.)
아..해가 점점 오르고 있다..
이러면 안되는데..꼭 화이트샌듄에서의 일출을 보고픈 마음에
초조하기까지 하다.
무이네 중심가를 지나 바닷가를 지나 ..
외진곳을 지나..꽤 한참을 달린다..
날을 밝았는데..해는 아직 올라오지 않았구나..
아직 늦지 않았어!
비포장 도로를 울렁울렁 거리며 조금 가자
왼편으로 사막 비스무리하게 보인다.
저것이 말로만 듣던..'Whites Sandune'??
맞다. 드뎌 왔구나.
운전사는 잠시 차를 세우고 2륜에서 4륜으로 바꾼다.
이사람이 오늘 지프투어에서 4군데를 데려가줄 일일 운전사.
지프투어는 여러형태가 있는데 나는 소형 지프를 택했다.
반나절동안 한사람당 9$.
어느새 베트남 물가에 익숙해져..꽤 비싼 느낌이다..
차는 푹푹빠지는 모래밭길을 지나..
숲앞에 멈추고 그다음부터 걸어갔다 오란다.
시간은 30분줄테니..
사막이 가까워지고 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푹푹빠지는 모래밭을 빠른걸음으로 오르고 나타난 풍경..
죽여준다..
다행히 해는 아직 떠오르지 않았다.
먼저 온 투어리스트들..물론 한국인들이 거진이다..
근데 해는 내눈앞에 떠오르지 않았지만..날은 점점 밝아지고..
순간 허무하다..사막 모래위로 떠오르는 해를 기대했기에..
다수의 한국관광객 사이에서 사진찍기에 여념없던
외국인들..한명은 아시안이고 한명은 서양인인데..먼가모르게 잘어울린다..
반대편 언덕에서 모래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을 바라보고있는..한 소년..
반대편에선 또다른 한 소년이 관광객 유치에 성공했을것이다..
그것이 마냥 부러운듯 쳐다보는 소년에게 ..측은한 마음이 든다..
그렇지만..이런삶 또한 저 소년의 삶이다..
나의 삶의 기준을 잣대삼아 남의 삶 마저 평가하는 것은 큰 오류를 범하는것이고..
그러지 않기 위해..이렇게 여행을 다니는 것이 아닌가..
발자국.
누군가의 것인지..꽤 오래된듯..모양이 굳어있다..
발자국 화석인 마냥..
저멀리 구름의 모양이 신기하다.
UFO같기도 한것이..저 밑에만 비가 내릴것 같은 생각도 든다.ㅎ
한참의 사색과 감탄을 정리할즘..홀로 올라온 이탈리안.
나이대는 나랑 비슷한것 같은데..
어린애마냥 신나하며 주저없이 모래썰매를 탄다.
저쪽 언덕이 높아서 더 재밌을거라니까 방긋이 웃으며
출발한다..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썰매주인..
이탈리안의 썰매는 15미터도 못내려가고 멈춘다.
각도가 낮기도 하지만 ..초반에 속력을 냈어야지!.
해는 쥐도새도 모르게 이미 떠올랐구나..
구릉의 그림자가 아름답구나..
멈춰선 이탈리안에게 다가가는 소년..
그리고..사막..
양털구름..
그저 입만 벌어질뿐..
어떤 감탄사도 필요없다..단지 마음 한켠에 이 풍경을 담을뿐..
저기 아래..힘겹게 모래언덕을 오르는 funny italiano모습에 피식한다.
순수하고 진정 여행을 즐기는듯한 그의 표정에..솔직히 부럽다..
아쉽지만 발길을 돌린다..
모래썰매를 타고싶었지만..타려고 했지만..모래 언덕에서 사진기 배터리를 교체하는 중에
한알을 잃어버려..한참을 찾았다.
말그대로 모래위에서 바늘찾기..아니 배터리 찾기다.
배터리도 못찾고 ..썰매도 못타고..일행들은 지프로 돌아가고..
여행 후 처음으로 후회되는 짧은순간이다..
신기하다..모래사막 바로옆에 호수가 있고.. 저멀리엔 녹색 푸르른 산도있고..
먼가 매칭이 안되지만..
오히려 부조화속의 일치랄까..
풍경하나하나를 간직하고픈 마음에 셔터는 정신없이 눌려진다..
해가 오르니..그림자가 길죽하구나..
치마입은 거인같다..ㅎ
올라올땐 허겁지겁 하느라 보지못한..
사막모래위의 잡초..
그대들의 끈질긴 생명력에 존경을..
긴 시간동안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 모래층..
사람이 할수없는..자연의 힘이다..
누군가의 발자국..
어느나라 사람인지 ..언제 찍혔는지..남잔지 여잔지 모르지만..
무이네 사막을 맨발로 밟았다는 것으로도..
나와 저 이름모를 사람들과는..하나의 공통점을 갖게 되었다..
새 발자국..
가벼운 새의 발자국까지 남겨버리는 곱디 고운 모래..
저 새는 가려던 방향을 급턴하고 어디로 갈려했을까..?
머 좋은 구경거리라도 생겼던 것일까..?
저 멀리 지프로 먼저 돌아가는 지프투어 일행..
물론 나포함..3명이 한팀이었고..다른 네명은 다른 지프투어 한국인들이다..
처음에 운전사가 내려줬던 숲이다..멀리서 보면 아기자기 하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마음은..압도할 만한 큰 숲이다..
아마..우리의 삶 또한 그런것이 아닐까..
더큰 세상이 있음에도 내 주변의 상황과 환경이 전부인냥..
돌아오는 길에 있던 휴게소..그리고 원숭이..
넌 거기서 왜 쇠사슬에 묶여있는거니..?
단지 사람들의 눈요기를 위해..??
그 쇠사슬을 손으로 풀고 자연으로 돌아가면 되잖니?
왜냐믄 넌 머리좋은 원숭이니까..
하늘을 호령할 독수리는 다리 하나가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하늘을 날고싶을까..
애써 사진기를 외면하는듯한 모습이..
인간으로서..미안하구나..
물이 있어 숲이 이뤄지고..
물이 있어 누군가가 삶을 유지하고..
사막과 물..
이것이 바로..말로만 듣던 '오아시스' 인가보구나..
자신의 잎에 물한방울 묻히지 않고 굴려보내는 연꽃..
아침일찍 시작한 지프투어의 첫 코스인 whites sandune에서의
시간은 마무리되고..다음코스로 이동한다..
내내 아쉽다..
그치만..한참늦게온 우리에게 삐친듯한 운전수의 표정때문에..
살짝 미안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