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여행기 27. 끝. 네가 거기 있어서, 난 여기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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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 여행기 27. 끝. 네가 거기 있어서, 난 여기서 기쁘다.

명랑쾌활 12 2965

달랏을 떠나는 날 아침은 오랜만에 해가 보일듯 했다.
이제서야 해가 나와서 아쉬운 마음보다는, 그냥 그것도 좋았다.
비가 오든 맑든 달랏은 그냥 그 자체로 좋았다.
아주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떠나는 마음은 따듯하고 차분했다.
분명 다시 올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 때문이리라.

달랏을 떠나기 전 연락하여, 호치민에 도착해서 C와 다시 만났다.
베트남에서 마지막 식사이니 적당한 곳이 있다며 데려간 곳이...

Quan An Ngon.
다이아몬드 플라자 근처였나 호치민 박물관 근처였는지 기억은 가물가물 하다.
가격은 그렇게 센 편은 아니다.
베트남 각 지방 음식들을 한 곳에서 맛 볼 수 있고, 맛도 제법 좋다고 한다.
유명한 곳이고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라나.
다 맛있었다.
다만 음식이 미지근하거나 차가운 것이 아쉬웠다.
한국 사람들의 특이한 취향인 ' 뜨거운 맛'이 그립다.
팔팔 끓거나 자글자글 튀기고 구워서 입천장 홀랑 데여가며 먹는 맛.
수준 높은 쉐프들은 너무 뜨거우면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없다느니 하는데,
글쎄다 난 모르겠다.
분명 문화적 차이란게 있는 거고, ' 뜨거운 맛' 에서 오는 즐거움도 있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분명히 그걸 즐기고 있다.
음식에 대한 기준들도 너무 서양 쪽에 치우쳐 있는게 아닌가 싶다.
(하긴 뭐든 안그렇겠냐만...)

C와는 한국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스쿠터로 바래다 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마음은 고맙지만... 그건 너무 고생이라구.
게다가 그 여자 헬멧에 재미 들렸구나? ㅋㅋㅋ 

택시를 잡아타고 공항에 갔다.
여기서 특이한 점, 공항이 출입하는 차에게 입장료를 받는다.
(나갈 때 내는 것이니 정확하게는 사용료가 되려나?)
5천동.
웃기는 것은 들어오는 택시는 만 동을 달라고 하고, 나가는 택시는 승객 보는 앞에서 요금을 내기 때문에 그 영수증을 보여주며 5천 동을 달라고 한다는 사실.
결과적으로 들어오면서 뜯고 나가면서 또 뜯는 시스템이라는 건데, 이건 도대체 안뜯길 재간이 없다. ㅋㅋㅋ
결과적으로 공항 출입하는 택시들은 만 동은 무조건 착복할 수 있는 멋진 시스템이 형성된 것이다.
정 이 돈을 뜯기기 싫다면 공항 밖에서 내리고, 공항 밖에서 타시길.
하지만 그냥 알고만 있고 뜯겨 주시길 권한다.
베트남은 원래 그런 나라니까.

이륙 전, 면세점에 들러 담배를 사면서 후회했다.
면세점보다 시중이 담배 가격이 싸다는 것.
어떻게 세금을 제한 가격이 쌀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런 점이 베트남의 재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참고로, 몰랐는데 우리나라도 이제 담배의 면세 허용 수량이 한 보루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어떤 아저씨가 투명한 면세점 백에 두 보루 넣어 가지고 나가는데 제지하지는 않았다.
(나는 소심하게 한 보루는 가방 안에 넣어서 나왔다. -_-;)
일단은 법이 그렇다는 것이니 참고하시길~

베트남 친구들이 사다 준 베트남 시디들.
Nhat tinh anh 의 Vang trang khoc 이 좋더라고 했더니 저렇게 가사도 적어 주었다.
(아직도 못 외워서 미안~ ^^;)
시디 값을 주려고 했는데 다들 한사코 받지 않는다.
도대체 그걸 왜 받냐는 듯한 쌩뚱 맞은 표정이 내 마음을 따듯하게 했다. :)

베트남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바가지를 씌우려고 하고, 물건을 훔치는 행위에 대해 도덕심이 약하다고들 한다.
동의한다.
베트남 사람들은 전부 다 도둑놈이고 강도라고 한다.
동의하지 않는다.
이런 저런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고, 우리나라에 비해 많이 드문 편이지만 ^^; 이 곳도 분명히 타인의 것을 탐내지 않는 사람들은 있다.
그 지극히 드문, 그래서 더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을 만나는 기쁨이, 나로 하여금 베트남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나는 정말 베트남이 좋다.
그들의 단순한 탐욕도, 귀여운 허세도, 속 없는 낙천도.
특히 달랏, 달랏, 달랏...
네가 거기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난 여기서 기쁘다. :)
언제든 가고 싶다는 곳이 있다는 건 참 좋구나.


이렇게 해서 2008년 늦여름에 다녀 온 동남아 순회공연 소회가 끝났습니다.
돌이켜 보면, 즐거웠던 기억도 사람이고, 안좋았던 기억도 사람이었네요.
이번 여행은 특히나 도움 주신 분들이 많아서 마음이 많이 따듯했습니다.
오래도록 그 마음 간직하고, 저도 남들에게 그런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습니다.
한 사람의 선한 생각이 맑게 퍼져 온 우주를 채우듯이. :)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관심 받는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네요. :)
12 Comments
虛堂 2009.01.20 12:09  
잘 읽었습니다.
저도 달랏을 지난 11월 중순에 다녀와 더 가슴에 와서 닿습니다.
저는 달랏을 순전히 걸어서만 다녔습니다.
호수를 걷고, 꽃 전시장을 거쳐 달랏 역과 수탉교회, 크레이지하우스, 달랏 대학, 린선사
그리고 캠리 폭포까지 모두 걸어서 다녔습니다.
명랑쾌활 2009.01.20 23:38  
수탉하고 캠리는... o_O;
하긴... 어디든 걸어다녀도 좋은 도시죠. ^^
망해사 2009.01.21 15:31  
잔잔하게 읽어보았습니다. 내용이 잔잔하기때문에 그여유로움이 묻어나옵니다. 언제 생각해도 정다운 달랏입니다.
명랑쾌활 2009.01.22 11:47  
감사합니다. :)
JASON` 2009.01.22 02:25  
잘 보고 있었습니다.
다이아몬드 플라자 근처의 식당,
Quan An Ngon...
백화점 뒷편 인거 같은데...
지난 베트남 여행이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랍니다.
명랑쾌활 2009.01.22 11:48  
헛! 제이슨 님!!
읽고 계셨었어요??
감사합니다. *^^*
세박자 2009.02.01 20:03  
잘 보고 있었습니다.
베트남은 아직 못가봤지만...
지난 베트남 여행이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랍니다...... ^ ^
ㅎㅎㅎ
파리넬리 2009.02.02 23:38  
1군의 남베트남 대통령궁 앞 Quan An Ngon입니다. 저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데, 저렴한 가격에 맛 또한 외국인에게도 거부감이 별로 없을 만큼 괘안습니다.  현지 선남선녀들도 눈에 많이 띄고...^^  특히 백인 여행객들에겐 필수 코스로 많은 여행책자에 오르내립니다.
커피나무 2009.03.01 11:32  
저 식당 왠지 본거 같아요. 전 저집 오른쪽에 있는 분 전문집을 갔었는데
가격이 꽤 비싸더라고요. 둘 중 고민하다 들어간건데...
달랏, 아직 안가봤으니 다음에 베트남 여행갈때는 가봐야겠어요 ^^
vcdong 2009.03.20 18:05  
저도 올해 3월초에 달랏을 3박4일을 다녀왔습니다.
정말 좋은곳이더군요,,,어떻게보면 태국의 치앙마이랑 분위기가 좀 비슷한것같기도하고...
그리고 사람들이 사이공에비해 많이 순수한거습니다. 수줍음도 많고.
생각나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내가찾는건답 2009.05.18 17:58  
^^* 저식당...종업원들 넘 친절하고 음식도 참 맛있었던 기억...가끔 그리울때도 있어요...그리고 순박한 시골도시 달랏...그리워 지네요...
piaggio 2009.08.19 16:11  
Quan an ngoc (맛있는집) 대통령궁 길에 있지요.Vang trang khoc(달의눈물) 한국인들 정서에 맞는 노래지요 저도 참 좋아합니다 Uoc gi,Vi sao the와 같이 젤 좋아하는 곡이지요. 넘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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