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 가는 길
11월 17일 여행 18일째..
아침 7시 15분에 숙소를 나선다.
이제 우리는 훼로 출발한다.
호이안을 출발하여 훼로 가는 버스는 아침인데도 슬리핑 버스다.
슬리핑 버스라도 눞지 않고 가도 좌석버스보다 훨씬 편안하다.
미리 나짱에서 이곳 출발 버스 좌석을 예약해 놓아 2번과 3번 제일 앞 좌석으로 받아 놓았다.
이제 아름다운 호이안을 뒤로 하고 훼로 출발한다.
이곳 호이안에는 부근에 미선 유적지라는 참족의 성지라고 하는 유적지가 있다.
미선이란 미산(美山)의 베트남 발음이란다.
산이 아름다운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시엠립에서 3일권 입장권을 끊어 돌, 돌, 돌하며 돌로 만든 유적을 다리에 쥐가 나고
눈이 시리도록 보았기에 이곳은 처음부터 예정에서 빼 놓았다.
이곳의 참파왕국 유적이나 크메르의 앙코르 왕국의 유적은 같은 힌두교에 뿌리를 두었기에.....
만약 이곳을 보았다면 실망했을지도 모를 것이다.
혹시 캄보디아 시엠립의 앙코르 유적 여행기를 보실 분들은 캄보디아 편에 글을 읽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도로에는 아름다운 아오자이를 입은 여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는가 보다.
여학생들의 모습은 자전거에 아오자이와 마스크 그리고 모자와 긴 생머리로 통일되어 있는 듯 하다.
미선 유적지는 베트남 전쟁 당시 북 베트남군의 근거지로 미군이 이곳에 엄청난 폭격을 가함으로 거의
폐허가 된 곳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참족이기에 유적도 함께 소멸이 되고....
뭐 세상일이 그런게 아닐까?
이제는 2등도 기억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인데....
한때 동남아시아를 호령하다 역사속의 이야기로만 남아 있는 사라진 참파왕국의 유적을 누가 보호해
주기나 하겠는가....
원래 참족은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건너온 민족이란다.
그들은 이곳 베트남 중, 남부지역에 2세기경 부터 터를 잡고 한때는 동남아시아를 뻔데기처럼 주름잡던
대 제국이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일어난 크메르족의 앙코르 왕국이 서서히 세력을 키우자 한때는 그들의 수도인
시엠립을 유린하기도 한 적이 있었으나 타고난 싸움꾼이며 전쟁의 달인 앙코르 제국의 자야바르만 7세와
메콩강과 톤레삽 호수의 수전에서 크게 패하고 왕까지 볼모가 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으며 그후
북쪽에서 몰래 살그머니 세력을 키워오던 비엣족에 의하여 완전히 문을 닫게 되었다.
이들이 이곳에서 나라를 세우고 융성한 문화를 이룰 때 비엣족은 북쪽에서 중국의 지배를 천여년간이나
받으며 숨죽이고 살아왔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사람의 사진은 없다. 그래서 자가발전이라도 한다.
참족은 앙코르 제국보다 먼저 생겼으며 일찍 융성하였다.
그렇게 융성하고 많았던 인구가 지금은 소수민족으로 전락하여 베트남 정부의 보호를 받고 살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비엣족이..... 설마...
그러나 나라가 멸망하면 그 민족은 모두 씨가 마르는게 우리가 보아온 역사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고 하는 속담이 우리에게는 있거덩...
신 카페 버스는 숙소를 알려주면 무료 픽업을 서비스 하나 우리는 그냥 걸어서 사무실까지 가기로 했다.
버스는 8시 정각에 출발했다.
출발하자 마자 25분 후 五行山이라는 곳에 정차를 한다.
오행이란 동양사상의 오행을 이르는 말이란다.
5개의 대리석 산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각각 木, 火, 土, 金, 水를 의미하는 이름을 붙여 정하였다.
베트남이 우리에게 친근한 것은 중국의 영향으로 이들의 문화 깊숙히 유교사상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웃나라 캄보디아는 인도와 힌두교에 바탕을 두어 신비스럽고 신화적인 요소가 강하나 이곳은
유교에 바탕을 둔 인문학적인 요소가 강하다.
만약 참족이 베트남을 통일하고 참파왕국이 아직 건재했다면 캄보디아와 비슷한 국가가 되지 않았을까?
산은 대리석으로 된 산이라 외국인들은 마블 마운틴이라고도 부른다.
중심이 되는 산은 水山인데 높이가 108m로 그들 말로 투이선(水山)이라고 부른다.
그곳에는 대리석으로 된 산이라 동굴들이 많이 있으며 각각의 이름들이 한자로 입구에 새겨져 있다.
이곳의 동굴 이름은 음부동(陰府洞)이라고 문패를 달려있는 동굴이다.
우리는 그 중 하나인 수산 밑 휴게소에 정차를 하고 30분 정도의 쉬는 시간이 주어진다.
올라갈 사람은 올라 가라는 말인데....
이곳 화장실도 사용료 1.000동이다.
워낙 산이라면 질색을 하는 佳人에게 입장료 내고 올라 가라꼬?
내려올 산이라 그냥 올려다만 본다.
카메라 망원렌즈로 산을 내려오라고 하면 된다.
휴게소 주위에는 이 지역에서 나오는 대리석으로 여러가지 공예품을 만들어 판다.
우리는 호이안에서 훼로 가는 버스 속에서 한 사람의 한국 배낭여행자를 만났다.
그러니 프놈펜의 한국 호텔에서 임선생을 만나 함께 호치민까지 동행을 한 후 호치민에서 부터 이곳까지
오는 동안 처음 만난 한국 사람이다.
그녀는 혼자서 동남아를 여행중인 캐나다 교포분이시다.
여자의 몸으로 그것도 혼자서.....
우리는 버스에서 내리며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헤어졌지만 나중에 땀꼭이라는 곳에서 다시 만났다.
이 넓은 세상에 그것도 외국땅에서 며칠이나 지난 후에 다시 만난다니....
9시 15분경 다낭 시내를 통과한 버스는 오른편으로 바다를 끼고 북으로 달린다.
다낭 시내는 북쪽에 큰 산이 가로막고 있다.
이 산을 넘어 가는 길이 하이반 패스라고 하는 유명한 고갯길이다.
앗~~ 시속 30km닷~~~~
이런 도로에서 기어 가라는 말이다....
우리가 탄 신 카페 버스는 고개를 넘지 않고 새로 뚫린 터널을 지나 바로 랑코비치라는 해안가 휴게소에
10시경에 정차한다.
하이반이란 베트남어로 "하이"는 바다고 "반"은 구름을 의미한단다.
그러니 구름이 산허리에 걸려있는 바닷가 길이란 말인 듯....
패스란 그냥 영어로 도로나 고개를 의미하는데 산의 높이는 600m 정도의 높지 않은 산이나 오른쪽으로
바다위의 벼랑길을 달리니 절벽 위에서 느끼는 공포감이 대단하다고 한다.
이 고개는 자주 사고가 나서 지금은 이렇게 뻥 하고 터널을 뚫었다.. ....
하이반 패스는 내셔널 지오그라피에서 "완벽한 여행자가 가 보아야 할 곳 50군데" 중 하나라고 한다.
이곳을 경계로 베트남인들의 성격이나 기후등이 완연히 달라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호이안에서 이야기한 과거 우리 조선의 어부들이 바로 이 하이반 패스를 넘어 호이안에서 훼로 이송되어
갔을 것이다.
저 험한 구름도 쉬어 간다는 하이반 패스로......
아곳은 해풍이 산 허리에 부딫히며 늘 운무를 만들기에 이런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을까?
저 길을 함께 하지 못해 무척 섭섭하다.
우리 선조들이 두려움에 떨며 압송되어 가던 저 길을 한 번 꼭 가 보고 싶었는데....
그리고 그들이 바라 보았을 저곳의 풍경을 佳人의 눈으로 한 번 느껴보고 싶었는데....
30분간 랑코비치 휴게소에 서 있다가 다시 훼로 향한다.
이곳 휴게소 내부 식당에는 화장실 사용이 무료이고 바닷가 화장실은 돈을 받는다.
이곳도 참 아름다운 해변이다.
30분간의 정차시간...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마음의 정리를 한다.
랑코비치 해안에서 하이반 패스를 바라본다.
우리의 선조들도 하이반 패스를 넘어 이곳 랑코비치의 해변에서 쉬는 휴식시간이 주어 졌을까?
아마도 이곳에서 숙박을 하고 갔을지도 모른다.
호이안에서 훼까지 6일 동안에 걸쳐 압송이 되었다고 기록에 남아있다.
만약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면 바로 우리 부부가 바라보고 있는 이 아름다운 해변을 바라 보았으리라....
그래서 이곳의 해변이 나짱 해변보다 더 아름답다.
이곳에서 베트남 사람들이 또 얼마나 우리나라 사람보다 더 한글을 사랑하는지 알았다.
주차장에 서 있는 한국산 중고 버스....
자동문이 아니고 자둥문....
비록 중고차이지만 그들은 매일 차를 쓸고 닦는다.
게다가 한글까지 붙어 있으면 품질이 보증이 된다.
너무 세게 닦다보니 어느날 문에 붙여놓은 "동"자가 그만 걸레에 쓸려버려 떨어져 버렸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글자인데....
한글이 없으면 베트남에 있는 버스는 힘을 쓸 수가 없다.
시동도 걸리지 않고 문도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떨어진 조각을 붙이다 보니 ㄷ, ㅇ은 위치를 알았는데 ㅗ와 ㅜ를 그만......
그래도 이것만 해도 어디냐?
"동"을 뒤집어 "욷"이나 "덩" 으로 붙여놓지 않았으니....
이들의 한글사랑 마음은 우리보다도 강하다.
거의 스토커 수준이다.
아마 세상에서 한글을 제일 사랑하는 민족은 한국인들이 아니고 베트남 사람들이 틀림없다.
혹시 세종대왕께서 이 사실을 아신다면 이곳으로 이민 오시겠다고 하실지도 모르겠다.
랑코비치는 아름다운 해안가이다.
혹시 이 아름다운 바닷가 이름인 랑코가 호랑말코의 준말은 아니겠지?
지금도 기억나는 조용하고 정말 이쁜 바다다.
백사장의 폭은 넓지 않지만 길이는 남북으로 무척 길다.
비누는 몸을 닦고 아름다운 풍경은 마음을 닦는다.
심신이 지칠 때 우리는 여행을 통하여 재충전을 할 수 있다.
여행이란 자신을 되돌아 보고 우리의 마음을 씻어주는 묘약이다.
이제 훼 시내에 거의 도착하는가 보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런데 우리가 탄 버스는 중앙선을 깔고 유유히 달린다.
힘으로 해 보자는 말이지?
이게 바로 막가자는 것이다.
훼 도착시간 12시
오늘 이동한 경로다.
호이안에서 훼까지 120km...
이 길을 우리가 탄 버스는 4시간 동안 달린다.
평균 시속 30km.
정말 자전거 속도다.
글쓴이 : 佳人
사진도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 호이안에다 그만 마음을 놓고 와버렸다.
아~~ 이제 어쩌란 말이냐~
돌리도~~ 내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