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의 저녁에 등불이 밝혀지면...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살아가는 도중에 행운입니다.
내 마음 한 귀퉁이에 늘 빈 자리가 있고 그 빈 자리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그런 사람과 함께 먼 길을 떠나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베트남을 여행하다 보면 만나는 여자들은 꼭 우리 가족관계를 묻는다.
특히 아들이 몇 명이고 몇 살이냐고....
왠 호구조사?
우리 부부는 27살과 28살이 된 아들만 둘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 부부에게 특별히 관심을 더 보인다.
이곳 관광 안내소의 아가씨.... 그리고 거리 식당의 뀌엔 아줌마....
도대체 그게 왜 궁금하느냐고요~~
이곳의 거리 식당의 삐끼들은 모두 파란 제복으로 통일을 하여 손님을 호객한다.
아무 의자에 앉아도 되나 먼저 짝짓기를 한 사람의 고객이다.
음식 사진과 가격이 인쇄된 메뉴판을 들고 지나다니는 관광객들을 부른다.
왼편에 아이와 함께 있는 여인이 佳人을 부른 뀌엔이라는 여인이다.
이제 저녁이 다가 온다.
우리는 이곳을 계속 어슬렁 거리다가 피곤하면 아까 식사를 했던 그 거리 식당에 앉아 쉬고 또 움직였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으나 피곤한 우리 부부에게 잠시 앉아 쉬어가라고 웃으며 이야기 한다.
佳人에게 은근한 미소를 보내며 소매를 끌어 당기던 뀌엔 아줌마~~
우리 부부는 아직 장가가지 않은 아들이 둘이나 있다우~~
저기 배 위에 앉아 계신 전문 모델 노인은 아직도 영업중이다.
그런데 그 옆에 또 하나의 젊은 초보 견습 모델이 등장했다.
큰일 났다.... 이제 이들 두 사람은 구역 싸움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
이제부터는 이들 모델들에게는 무한 경쟁체제로 접어든다.
내원교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 뒤에서 佳人은 한꺼번에 모두 찍어버렸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하지 않았더냐?
이제 해는 서서히 저물어 가고.....
햇빛은 점차 황금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우리 부부는 밤새 슬리핑 버스를 타고 이곳에 왔으며 도착하자 마자 걸어서 해변가를 다녀왔다.
그리고 점심 식사를 했던 그 노상 음식점에 서너번 자리에 앉아 쉬는 것 빼고는 밤 늦게까지 계속 걸었다.
항구에 머물 때 배는 언제나 안전하다.
그러나 그것은 배의 존재이유가 아니다.
가만히 있을 때 사람들은 편안하다.
그러나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쉰다는게 존재이유가 될 수 없다.
횡단보도 표지도 시멘트...
그런대 지역마다 횡단보도 표식의 그림이 다르다.
호이안은 건널목을 건널때 반드시 왼발 오른발을 맞추면서 손을 저렇게 앞으로 해야 하나보다.
다른 지역은 뛰어 건너는 모습도 있고 손을 잡고 건너는 그림도 있었는데....
우리의 옛 모습을 보는 듯...
호이안 극장의 모습에서 佳人의 옛날 고향이 생각이 난다.
무슨 영화를 상영할까?
저 포스터는 우리 한국 영화가 아닌가? 이곳에도 한류가?
비록 3류 극장의 환쟁이 그림이지만...
하루를 마무리 하는 지금 이시간 저 어머니는 가족을 위해 무거운 퀑 과잉을 짊어지고...
베트남의 여자들은 남자들 보다 더 강하다.
수많은 전쟁으로 여자들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기에 베트남 여자들의 생활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들의 남편들은 오늘도 씨클로 위에 누워 자면서 손님을 기다린다.
이곳은 씨클로를 타고 다닐만한 넓은 곳이 아닌데....
그리고 그늘에 앉아 커피나 맥주를 마시며 내일을 꿈꾼다.
그러나 맨날 꿈만 꾼다.
이제 밤을 알리는 서곡이 들린다.
세상은 황금색으로 아름답게 색칠을 시작한다.
바삐 하루를 마감하는 손길을 더 바빠지고...
해는 이미 오늘 일과를 마치고 안녕을 고한다.
아~~ 그리고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조상들을 만나러 호이안의 해변가 까지도 다녀 왔는데....
틀림없이 조상님들이 돌보아 주신 듯....
하늘과 강물의 색깔은 점점 황금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아곳의 저녁은 더욱 아름답다.
과거에 우리의 조상들이 두려움과 신비로움에 바라 보았을 바로 그 저녁 노을이다.
저 고깃배는 얼마나 많은 고기를 잡았을까?
만선이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비록 만선은 아닐지라도 그대의 가슴에 행복을 가득 채워 집으로 돌아가시구랴~~
시장의 과일 파는 아낙들....
우리는 이곳에서 1 kg에 20.000동 부르는 바나나를 10.000동에 샀다.
현지인들은 3.000동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녀는 현지인 보다 비싸게 팔았고 우리는 반으로 깍아서 샀으니 서로 해피한 일이 아니냐?
시장도 이제 파장이다.
철시하는 가게가 눈에 보인다.
단골이 되어버린 쾌활하고 명랑한 뀌엔 아줌마가 있는 리버사이드 스트리트 레스토랑...
우리는 이제 "여보 당신" 하는 사이가 되었다.
佳人 : "여보~ 나 왔어~~"
아줌마 : "&%$#@ (아이구~ 우리 서방님~ 어서 앉으세요~) 제일 앞자리 특석으로 모신다.
佳人 : "베트남 커피(이건 완벽한 영어요 의사소통이다) 한 잔 찐하게~"
아줌마 : @#$%& (알겠습니다, 서방님~)
佳人은 독하디 독한 베트남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지나다니는 여행객들을 째려보며 마신다.
이제 노을이 아름답게 물들기 시작한다.
나루터에는 하루의 일과를 마친 인근 주민들은 보트에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싣고 집으로 돌아간다.
뀌엔 아줌마의 눈 길이 佳人에게 머무른다.
옆에 앉아 어깨도 두드려준다.
"해는 아직 호이안 강나루 나무가지 끝에 걸려 있는데....
佳人님은 어이 그리도 눈길조차 주시지 않고 길을 재촉하시니이까?
오늘 저녁 이곳 내 곁에서 좀 더 머물며 저녁 노을을 함께 즐기시다 가시면 어떠하니까?"
"그대여~ 커피는 가득 따르지 마시고 반만 따르시게나....
그리고 반은 이곳의 아름다운 저녁 노을과 우리의 역사와 그대의 情을 따르시게나....
佳人은 우리와의 역사를 음미하며 커피를 노을과 함께 그대의 情을 더불어 마시고 싶다네...."
"그리고 눈길 주었다가는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마눌님에게 여권마저 빼앗긴다네.....
그대... 나이든 한국남자에게 여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는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다시 찾아 오지만 나이 든 남자의 여권은.....
과거에 이곳에 온 조선의 어부들은 여권없이 귀국했지만 지금은 세상이 변했다네....
그대.... 유효기간이 임박한 천하의 백수 佳人을 책임질 수 있겠는가?
혹시 그대.... 조선의 어부를 사립문 밖으로 넘겨다보며 혼자 애태우며 흠모하던 그 처자의 자손이었던가?"
하나 둘.... 불이 켜지며 이제부터 빤타스띡한 호이안의 밤을 연다.
오호라~~ 낮보다 더 화려한 호이안의 밤이 시작된다.
이곳 호이안에서 처음으로 베트남 과일 맛을 본 한국인이 조선의 어부들이었을까?
아니다. 그보다 먼저 정유재란 때 조선의 선비 한 사람이 일본으로 붙잡혀가 그곳 일본상인들과 함께
호이안으로 와서 서기 일을 하며 이곳에서 생활을 하였다.
조선의 어부들은 팩키지로 왔고 이 선비는 그 이전에 혼자 이곳을 온 최초의 한국인이다.
이 선비가 베트남 호이안에 발을 디딘 최초의 한국인이다.
(꿈/ 황진이)
글쓴이 : 佳人
사진도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 하나의 등불이 켜지면 천개의 등불이 켜지고
하나의 등불이 켜지면 천년을 환하게 밝히리라.....
호이안의 밤이 낮보다 더 아름다운 이유는 우리의 역사가 살아 숨쉬고
그리고 그 역사를 밝혀주는 등불이 아름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