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Vietnam: ep01 - 호치민의 음식들
금강산도 식후경. 돈 벌어 뭐하나, 먹는게 엄청 중요한 구강기적 인간이기에
원래는 여행기 끝자락에 번외편으로 선보이려 했던
베트남 음식들을 먼저 풀어놓기로 한다.
베트남의 요리들은 동남아요리가 그렇듯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서
맛이 화려한데다가, 프랑스 식민지 시절 양 나라 간의 음식 문화가 혼합되며
베트남의 대표음식인 포(Pho)와 같은 새 요리들이 개발되고 더 맛있어졌다.
왠만한 노천카페에서 먹는 음식도 맛은 물론이고 가니쉬에도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는 편, 오이, 당근 뭐 등등을
이렇게 저렇게 자르고 해서 꽤 귀엽게 장식해놓는다.
유럽인들 중에는 프랑스 요리를 맛보러 베트남으로 식도락 투어오는
유별난 사람들도 있을 정도. 호치민 쪽에 유명한 레스토랑이 많았으나
불행히도 정보를 너무 늦게 접했다.
그래도 길거리 음식들은 꽤 많이 먹었다.
사실 난 이런 게 더 좋다.
그런데.. 베트남에서 제일 처음에 먹은 음식이 바로 이거다. 두둥.
사진으로 보니까 정말 맛없게 생겼다 ㅎㅎ
실은 호치민에 도착하자마자 베트남 쌀국수를 너무 먹고 싶었다.
그래서 데탐골목의 반 평쯤 되어보이는 현지식당에 무작정 들어가
‘포’라고 얘기했는데, 왠 쌀밥에 돼지고기와 두부 조림이 나온거다.
내 발음을 도무지 못알아듣는 것 같았다. 게다가 몇 숟가락 뜨니
머리카락이 주륵 딸려 나온다 OMG//
다음 날 작심하고 찾아서 드디어 Pho24에서 포 get!
팜응라우의 Pho24는 체인으로 여러 곳이 있고 맛도 깔끔한 편.
고수 별로 안좋아하는데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해서인지 순하다.
다른 포 가게 보다 30~50% 정도 비싼 곳이지만 들어가자마자
냉차도 주고 손 닦으라고 물티슈도 대령하는 서비스 만점이다.
치킨 쌀국수인 포가를 시켜서 국물까지 신나게 들이키고 계산을 하려니
돈을 더 내란다. 내가 아무리 외국인이라고 숫자도 못읽을 줄 아냐! 라고
분노해보지만 서비스인 줄 알았던 물티슈가 공짜가 아니었던 것이다.
메콩델타 투어에서 먹은 열대과일과 코끼리 물고기(까따이뜨응?) 요리.
여행사 시스템이 워낙 보편적인지라 투어를 신청하면 식사가 포함된다.
기본 제공되는건 쌀밥, 고기 한 쪽, 야채가 박하게 담긴 한 접시.
코끼리 물고기는 따로 주문하는건데, 좀 해괴하게 생겼다.
비늘 제거가 그렇게도 귀찮았을까? 투어 일행이었던 우리은행 아저씨가 쐈다.
스프링롤도 시켰었는데 사진엔 안 보인다.
벤탄 시장 안쪽의 음식가게에 앉아 스프링 롤을 먹었다.
베트남 라이스페이퍼는 물에 적시지 않고 말라있는 채로 싸는데,
신기하게도 잘 감겨있다. 심드렁한 아줌마가 무심하게 쌓여있는
왕새우, 부추, 누들 등등을 꺼내더니 금새 척척 말아준다.
이곳은 광장시장 1층 같은 흥겨운 분위기다. 옆 자리에 앉았던
금발 남자는 혼자 돌아다니는 동양 여자애가 신기한지
자꾸 쳐다본다. 그 옆으로 앉은 대만 아줌마는 자기네 사람인 줄 알고
말을 시켰다가 금새 대만으로 놀러오라며 홍보대사가 되었다.
대만에서 꼭 만나자는 건 아니지만 보험 든 것 같아 든든하다.
데탐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먹은 마르게리따와 토마토 파스타.
생선 액젓인 느억 맘 향이 초롬하니 올라오는 파스타와 도톰한 피자는
맥주 섭취의 일등공신이다.
숙소 바로 옆의 Bobby Brewer’s Coffee에서 먹은 이른 아침인데,
팬케익을 정말 예쁘게도 구워냈다.
데탐에서 된장질을 하겠다면 하이랜드와 이 곳을 추천.
동코이거리의 TN커피에 들어가 베트남식 커피를 제조해 먹었다.
아래에 연유, 위에는 얼음, 드립식으로 아주아주 쓴 커피를
바로 내려 먹는데, 단 걸 싫어하는 나는 연유없이 그냥 내려먹었다.
아이스 에스프레소가 있다면 이런 맛일거다.
빼놓을 수 없는 벤탄 야시장 탐방!
베트남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불어, 가끔 한국어 등
하나의 음식을 지칭하는 여러나라의 말들이 뒤섞인 메뉴판을
탐험가의 마음으로 붙들고 앉아 이렇게 생긴 음식들을 시켰다.
소세지가 엄청 짰다. 기억나는 맛은 그거 하나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