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의 수어스다이 캄보디아(8)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 캄보디아
여행기

네 남자의 수어스다이 캄보디아(8)

하로동선 4 3225
- 씨엠립 -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선착장을 빠져 나오자 내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든 뚝뚝 기사를 만날 수 있었다. 바탐방에서 우리와 함께 했던 잔타에게 씨엠립에서 우리를 안내해 줄 뚝뚝 기사를 소개받았기 때문이다. 잔타와 달리 지저분한 외모, 낡고 비좁은 뚝뚝에 우리는 적잖이 실망했다. 하지만 일단은 약속을 했으니 이것을 타고 시내에 있는 글로벌 장원으로 갈 수 밖에...
 
1351038137_ouEG2y9l_10829_siemreap.jpg
 
상전벽해(桑田碧海)!! 포이펫과 씨엠립에 이어 프놈펜까지 이어진 국도 6호선 부근의 모습은 지난 2002년의 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만큼 변해 있었다. 10년 만에 세상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단 말인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도 있지만 이토록 옛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1351038137_hR9z7yWf_10929_global.jpg
 
캄보디아에 세워진 최초의 한국인 게스트하우스 <글로벌 장원>의 모습이다. 간만에 우리 동포를 만난다는 설렘에 신이 나서 들어갔는데... 이런... 예약을 확인해보니 착오가 있었다. 당초에 내가 예약한 날짜는 어제였다. 생각해보니 내가 일정을 바꾸면서 바탐방을 하루 늘렸는데, 그랬으면 이곳에도 다시 예약했어야 했으나, 깜빡하고 그냥 진행한 것이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어제 우리가 안 오는줄 알고 방을 다른 사람에게 내주었다고 한다.
 

지금 장원에는 방이 없다고 한다.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 그러나 친절하게도 장원에서는 인근의 <앙코르 투데이 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해줬다. 또한 아침식사는 장원에 와서 먹어도 된다고까지 말씀해 주신다. 이렇게 고마울데가...
 
1351038137_V18ho3qU_11029_angkor_today.jpg
 
여기도 가격은 장원하고 같은 12불. 오히려 바탐방에 있을 때보다 3불이 싸다. 시설은? 정말 비교가 안된다. 일단 아주 깨끗해서 좋다. 샤워기를 틀어보니 물도 시원하게 잘 나온다. 바탐방에서는 물이 졸졸 나와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 시내 나들이 -
 

9시간동안 배를 타고 이곳에 도착하자 친구들은 모두 침대에 드러누워서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직도 기운이 남아도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그래서 아직은 해가지지 않을 틈을 이용해서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1351038137_YAXO1vqc_11129_siemreap.jpg
 
다른 방향에서 본 국도 6호선이다. 이곳에는 <인도>라는 것이 있었다. 아울러 뚝뚝이나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길도 옆에 따로 조성되어 있다. (물론 사람들은 지키지 않는다) 아시아개발은행(ADB)으로부터 차관을 받아 한국의 기술로 건설된 국도 6호선은 캄보디아를 관통하는 중심축이다.
 
1351038137_3dSOnWvh_11229_wat_kesararam.jpg
 
숙소에서 나와서 동쪽 방향(프놈펜 방향)으로 걸으면 바로 길 옆에 왓 케사라람(Wat Kesararam)이 보인다. 제법 웅장한 사원인데, 안에 들어가 보니 백명은 넘어 보이는 할머니들이 단체로 식사를 하고 있다. 나를 보자 반갑게 다가와 말을 건네는 이가 있으니 필경 뚝뚝기사이다. 하여간 외국에 나와서 친절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치고 도움이 되는 법이 없다. 내가 여기가 <독립공원>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아주 천연덕스럽게 거짓말까지 한다.
 
1351038137_aYoT3Pc6_11329_siemreap.jpg
 
사원에서 나와 좀 더 걸으니 신호등이 있는 사거리가 나타난다.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바탐방에는 단 한군데도 없던 신호등이다.
 
1351038137_B68wJZ9v_11429_siemreap.jpg
 
좀 더 걸으니 관광안내센터가 나온다. 들어가서 뭐 좀 얻어갈 것이 있는지 물어보니 달랑 흑백으로 복사한 지도 한 장을 준다. 이건 좀 아니다...
 
1351038137_geh5EWCQ_11529_independence_park.jpg
 
드디어 <독립공원>이다. 전체적으로 아주 예쁘게 꾸며져 있고, 이곳은 차량의 출입도 제한된다. 시민들이 가족들과 함께 나와서 한가롭게 산책하는 모습이 보인다. 솔직히 이런 풍경은 캄보디아에서는 참 낯설다.
 
1351038137_RdKt4sYM_11629_siemreap_river.jpg
 
여기는 <씨엠립 강>이다. 뭐 일종의 똔레삽의 지류인 셈인데, 비록 물빛은 탁하지만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1351038137_Mz7iw4RV_11729_shrine.jpg
 
여기까지 보고 발길을 숙소쪽으로 돌리는데, 사진처럼 많은 캄보디아 사람들이 불공을 드리는 장소가 나타난다. Ang Chek Ang Chorm Shrine. 보통 <쉬라인>이라고 하면 <제단>을 의미한다.
 

- 평양랭면 -
 

벌써 한국음식 먹고 싶어서 안달하는 친구들 때문에 저녁식사는 인근의 <평양랭면>으로 갔다. 뚝뚝값은 2불. TV에도 여러 번 나왔듯이 이곳은 북한에서 파견된 사람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이다. 여기말고 중국 북경에도 있고, 태국 방콕인가에도 있다고 했는데, 방콕의 것은 망했다는 이야기도 얼핏 들었다.
1351038137_zIfHoLpY_11829_nkorea.jpg
 
이렇게 아리따운 아가씨가 나와서 “반갑다”고 노래를 부르는데, 나는 솔직히 별로 반갑지가 않다. 예전에 북경에서 한번 봐서 그런가... 당시에는 학생들을 인솔해서 패키지로 갔었는데, 점심을 <평양옥류관>에서 먹었었다.
오늘 이곳도 손님의 대부분은 패키지 관광팀이고, 개별 여행자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음식값을 보고는 정말 깜짝 놀랐다. 평양냉면이 7불. 껄껄... 웃음밖에 안 나온다. 캄보디아의 다른 물가와 비교하면 7불은 터무니없는 가격이다. 어찌된 것이 서울하고 물가가 비슷하다. 반주로 소주도 한 병 시켰는데, 이것은 30불이다.
 
1351038137_G4WiAmza_11929_nkorea.jpg
 
<들쭉술>이라고 북한에서 직접 생산하였으며, 설명을 읽어보니 몸에 좋은 것은 몽땅 넣고 만들었다고 한다. 껄껄... 넷이서 두잔씩 먹으니까 끝이다.
 

그래도 평양냉면을 먹는 것이 <기념>인지라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제지당했다. 껄껄... 내가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왜 안되느냐?”고 따지니까 그게 방침이란다. 그리고는 더 이상 말도 하기 싫다는 듯한 태도로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속에서는 천불이 나고 성질 같아서는 술병이라도 집어던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냥 저들의 저런 태도들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내가 성질을 부리는 바람에 나의 친구들만 불쾌해졌다. 다들 나한테 뭐라고 한다.
“우리는 난생 처음 평양냉면을 먹어보는데 네가 그렇게 성질을 부리고 있으니까 어디로 넘어갔는지 맛을 하나도 모르겠다”
내가 너무 미안해서 친구들에게 사과를 했다. 같이 간 형은 말하기를 “같은 민족끼리 좀 도와줄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 레드 피아노 -
 

저녁을 먹고 우리는 여행자거리로 나갔다. 이번에는 뚝뚝값 3불. 도착해서 보니 여기가 정말 캄보디아가 맞는지 놀랍기만 하다.
 
1351038137_4zv8lwmN_12029_pub_street.jpg
 
방콕의 카오산로드와 같은 분위기. 10년 전에도 이런 곳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내 기억속의 당시의 씨엠립은 왓보거리를 제외하면 강변에는 노점 과일가게만이 백열등을 밝히고 있었다.
 
1351038137_PnRgX7sY_12129_red_piano.jpg
 
<펍 스트리트>라고 불리는 이곳에서 우리는 특별히 The Red Piano로 갔다. 이곳은 영화 “툼 레이더”를 촬영할 때 배우 안젤리나 졸리를 비롯하여 촬영팀이 자주 들렀던 곳으로 유명하다. 당연히 주변의 많은 레스토랑들을 제치고 이곳부터 자리가 찬다.
 
1351038137_TniPpkq5_12229_red_piano.jpg
 
2층으로 올라간 실내는 이렇다. 생맥주 네 잔을 시키고 안주는 록락 스테이크로 했다. 4.25불. 내가 알기로 여기는 다른 곳에 비해 술이나 음식값이 비싼 곳이다. 그런데, 그래봐야 5천원이 안 된다. 그것도 스테이크가.
 
1351038137_ToztugB6_12329_red_piano.jpg
 
아래를 내려다 본 모습이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 길로 단체관광객을 태운 버스도 들어온다. 하나투어, 모드투어... 잠시 후 손님들이 우루루 내려서 깃발 아래 헤쳐 모인다. 그리고 떼를 지어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곳 펍 스트리트(Pub Street)는 비록 혼잡하지만 퇴폐적이지 않아서 좋다. 물론 가끔씩 눈에 띄는 KTV가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자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길거리에 마련된 노천식당에는 꼬챙이에 끼어진 닭고기가 맛있게 돌아가고,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어울려 웃고 떠들며 마신다.
 

사족:
 

1) 나는 장사를 모릅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장사를 해서 돈을 벌 요량이면 한번 왔던 손님이 또 오고 싶어야하지 않을까요? <평양냉면>은 한번쯤은 가 볼 만도 하겠지만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식당입니다. 맛은 모르겠고요, 음식값이 너무 비쌉니다. 저건 아니죠. 입으로는 같은 동포, 같은 민족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우리들의 알량한 주머니나 털겠다는 심보로는 곤란하다고 봅니다.
 

2) 캄보디아 사람들이 운영하는 식당도 저렇지는 않습니다. 이곳 저곳에 압살라 댄스를 내걸고 뷔페식으로 운영하는 식당들이 많은데 그곳의 입장료는 10불입니다. 손님들은 서양인, 동양인 할 것 없이 정말 다양하죠. 하지만 평양냉면에 가면 손님이라고는 달랑 우리나라 사람들. 그것도 딱 “패키지 관광팀” 뿐입니다. 껄껄...
 

3)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라면 할 말은 없습니다. 다만 그들의 그런 태도들이 한심스러운거죠. 음식을 만드는 그들만의 비법이 고작 사진을 통해 유출될 수 있는 것이라면 저렇게 비싼 돈을 주고 저런 것을 사먹어야 할 이유는 없거든요.
 

4) 아가씨들이 이렇게 여럿이 춤을 추기도 합니다.
 
1351038137_bnZ2LOmU_12429_nkorea.jpg
 
망해가는 조국을 위해 마지막까지 애쓰는 저들의 애국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4 Comments
동쪽마녀 2012.02.16 14:06  
평양냉면이나 옥류관 같은 북한 음식점은 대체로 어르신들이 좋아하셔서 가시는 곳이거나,
패키지 관광과 모종의 관계 때문에 가는 곳으로 저는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로동선님의 맨 마지막 멘트에 풋, 웃음이 납니다.^^
저는 유명한 여행자거리에 낮에 딱 한 번 그것도 아이스크림 먹으러 간 기억 뿐이네요.
자유로운 분위기의 거리로군요!
하로동선 2012.02.17 10:39  
씨엠립의 <펍 스트리트>는 방콕의 카오산거리보다도 더 좋아보였습니다. 이번에 보니 카오산은 너무 시끄럽고 번잡해서 사람이 있을 곳이 못되더라구요. 그리고 저곳은 아직은 자유롭고 퇴폐적이지 않아서 더욱 좋았습니다.
CB걸면D져 2012.02.17 11:22  
진짜 맛 없고 비싸기만한 평양냉면을 드셨셨군요. 그 냉면 두번이상 먹을거는 못되지요.
씨엠립 북한식당에서 입에 맞는건 세계공통에 맛 계란후라이 뿐인뎅... ㅎㅎㅎ
그리고 예전엔 음식사진 찍는거 뭐라 안하던데... 요즘에는 북조선에서 뭔 특허라도 낸 모양입니다.
하로동선 2012.02.17 11:45  
사실 맛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좀 조심스럽습니다. 왜냐하면 평양냉면이라는 음식 자체가 워낙 유명하고, 특히 북한에서 자재를 가져다가 직접 북한요리사가 만들었는데, 그것을 보고 맛이 없다고하기는 좀 그래요. 저는 모든 음식을 다 좋아해서 맛있었는데, 예전에 학생들 데리고 북경에 갔을 때는 학생들의 대부분이 남기더군요. 그리고 다들 맛없다고하고. 북한사람들은 우리랑 입맛이 좀 다른가봐요.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