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잊고 싶지 않아서. "비 내리는 호치민"
사실 기억도 가물가물 합니다. 벌써 세 달 가량 지났어요.
다른 지역 여행기도 한 두어편 올렸는데 - 베트남 사진은 아예 열어보지도
않다가 . 이러다 정말 영영 잊어버리게 될 것 같아서..
오늘부터 조금씩 올려보려고 해요.
호치민에서 찍은 사진은, 메모리카드를 잃어버려서 -
사진이 많질 않네요. ㅠㅠ 그래도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며 ^_^
호치민 이후로는 사진이 너무너무 많아서 - 아직 저도 다 보질 못했어요 ㅎㅎ
여행기를 핑계삼아~ 귀차니즘을 극복해보고자 합니다 ㅎㅎㅎㅎ
내가 상상한 베트남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이.. 이런 모습도 아니었는데.
먹을 거 좋아하는 나는, 베트남 도착하면 쌀국수 백그릇 먹어야지-
단순한 생각밖에 없었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들리는 빵빵 거리는 자동차 소리와 스쿠터가 내뿜는 방구 때문에 어지러웠다.
코도 시큰 시큰 거리고, 눈도 맵고, 더위는 배낭을 더 짓눌러서, 내가 매고있는 배낭이 1톤은 되는 것 같았다.
(심지어 사진 찍힌 아저씨는 사진기를 내려놓자 마자
호객행위를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 봐도, 동남아에서 베트남만큼 호객행위가 심한 곳은 없는 것 같다.. ㅠㅠ)
어쨋든 대충 짐을 풀어놓고, 카페인중독된 내 몸이 커피를 원하기에-
데탐거리 초입에 있는 하이랜드 커피에 갔다.
우와! 여기 공짜로 무선인터넷 되고, 패스워드도 필요없다. 최고다 최고.
환율이 1600원이었기 때문에, 모두의 관심사는 환율 뿐이었다. ㅠㅠ
아 이명박 대통령님 ㅠㅠ 이럴때는 이명박대통령님의 말이 정말 진실이기만을 바랐다...
태사랑에 접속해서 정보도 찾고.... (너무너무 감사했어요~!^*^)
셀..셀카도 찍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헐 밥먹다 체하시는거 아님니까?
(전 디에세랄로 셀카 '만' 찍는 녀자 그런 녀자)
근데 말도 안되게 갑자기 비가 왔다.
처음에는 "우왕 이게 바로 동남아의 스콜?ㅋ_ㅋ 정말 많이오네 "
이런 단순한 생각.
그치겠거니 했는데 그칠 생각을 안한다.
배수시설이 엉망인지, 물은 계속 차오르기만 한다...
그 위로 달리는 오토바이들이 대단할뿐 ... (나도 모르게 대륙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내 마음이 저 전깃줄 같았다... ㅠㅠ
집엔 가야하는데, 정말 정말 멈출 생각을 안한다. ㅠㅠ
결국 제일 막내인 내가 호텔에 가서 우산을 들고왔다.
공중에선 물이 폭포처럼 흘러내리고 (뻥 아님)
바닥에 물은 무릎까지 찬다. 바퀴벌레는 쉬지않고 배영한다.
오렌지색 크룩스에, 오렌지색 우비에, 오렌지색 우산.
다시 하이랜드 커피로 오는데 사진 많이 찍혔다...
외국인들이 내가 신기했나보다. 온 몸에 오렌지색 물건을 휘감고
물길을 미친듯이 달리는 내가....... ㅠㅠ 찍지말라고 하고 싶은데
내 살길 바빠서 눈만 가리고 뛰었다.. ㅠㅠ 그래도 느껴지는
플래쉬들.. 팡팡.. 누..눙무리 ㅠㅠㅠ 나 베트남피플 아닌데.... .. .. .
덕분에 깨끗해진 내 운동화.
호텔에서 갈아신고 나왔지만, 물위에 떠다니던 바퀴벌레때문에
운동화까지 빨았다. 나중에 싸파에 갔을땐 운동화 빨래방이 있어서
정말 울뻔했다. ㅠㅠ
밤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시끄럽기만 한 호치민.
피곤하고, 또 피곤했다.
팍치가 베트남어로 뭐라고 하는지 몰라서
(물론 지금은 안다! 로우~라옹~갸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쩔수 없이 쌀국수 한 젓가락에, 물 한모금씩 입 헹궈가며
눈물의 쌀국수를 먹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쌀국수는 한국이 맛있다..ㅋㅋ
아줌마 " 안 살꺼면 찍질 말어~" 라고 하는 거 같..
" 나 앞발가락으로 브레이크 거는 여자야~~~"
팍치 없는 하이랜드 커피의 볶음밥 . 최고임.. ㅠ
여행 내내 닳도록 읽었던 시사in, 한겨레 21 몇 권.
그리고 바퀴벌레 나오는 신카페 버스 ㅠㅠ 에레기
계속 아이스크림 케잌 먹고싶었던, 그렇게 생긴 까오다이 사원~
이 마을을 돌아보면서 종교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었다.
사람들이 기도하고 믿는, 혹은 믿고싶어하는 것들은 정말 종교 그 자체인지
혹은 마을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신념일지...
마을을 유지하는 것은 '신에 대한 믿음' 이라기 보다는
'어떤 신을 믿던지 이해하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부처든 예수든 유교든, 어떤 종교를 믿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서로의 종교를 이해하는 것 처럼 서로를 존중한다면,
그런 마음들은 서로의 다름에 대한 포용력을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
............계속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긴 했지만.... .. ... -_-;;
베트콩 출신 가이드 아저씨 때문에 눈치밥 왕창 먹었던 구찌터널 인증샷.
혼자하는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눈치 안보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입에 단내 나도록 조용히 생각만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
그냥 뚜벅 뚜벅 걷다가도 잠시 멈춰서서 하늘을 마주 할 수 있다는 것.
눈이 따가워질때까지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나무 사이로 비치우는 하늘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
시끄럽고, 복잡하고, 엄청난 스쿠터들이 방구 뿡뿡 껴대면서
공격적으로 몰려드는 곳이었고
무릎까지 차오르는 물위에서 바퀴벌레랑 함께 뛰었던 곳이지만
그래도 떠올리면 그립고 흐뭇해지는 호치민.
p.s. 하이랜드 커피 알바남들은 정말 훈훈해요.. ㅠㅠ
같이 폴라로이드도 찍었는데, 여성분들은 꼭! 하이랜드 커피에 가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또 한가지, 눈치 채셨을지 모르겠는데..
중간부터 또 귀차니즘을 극복하지못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막 날려쓴 흔적이 ㅠㅠㅠㅠ 다음편부터는 아주아주 성실히 올릴게요! 읽어주셔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하루되세요~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