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19박 26일 5개국 여행기 16일차 - 하루에 사기 두 번
자신의 이름을 ‘푸’라고 소개한 이 사람은 공짜로 왕궁 관광을 시켜준다고 했다
흔히 있는 오토바이 사기겠거니 하고 평소처럼 넘기려 했는데
그는 품속에서 어떤 수첩 하나를 꺼내 나에게 보여준다
그 수첩에는 각 페이지마다 빼곡이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로
‘이 오토바이 기사와 함께 훼 투어를 했는데 값도 싸고 잘해주더라’
라는 칭찬이 적혀 있었다
그 중에는 우리 나라 사람이 쓴 글도 몇 개 있었다
혹시라도 한국인임을 위장한 현지인이 쓴 글이 아닐까하고 의심을 해보았지만
필체나 글에 쓰인 이모티콘, 최신 유행어, 한국 여자 특유의 글씨 꾸밈 등으로 판단한 할 때
이것은 진품(?)이 확실했다
이것을 보니 제법 신뢰가 가서 이 사람을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훼에 있는 여러 개의 왕릉을 돌아다니려면 오토바이 택시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 사람을 고용해서 돌아다니면 편할 것 같아서이다
공짜라는 말은 당연히 믿지 않고 막연히 어느 정도의 돈을 주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점이 내가 사기를 당한 허점이다)
또한 그는 숙소 추천을 하면서 8달러 짜리 방이 있다고 한다
내가 6달러 짜리 방은 없냐고 하니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며
오토바이로 그곳까지 공짜로 태워주겠다고 한다
그가 보여준 숙소 팜플렛을 보니 제법 시설이 괜찮고
위치 또한 강가여서 여행자 거리와 멀지 않아서 좋았다
그래서 조금 의심스럽지만 그를 따라 가기로 했다
여행 중에 오토바이를 직접 몰아본 적은 있어도 오토바이 택시를 타는 것은 처음이었다
베트남의 수많은 오토바이의 행렬 사이를 요리조리 헤쳐가는 모습은 마치 묘기와도 같았다
심지어 교통신호등도 없어서 자신의 경적 소리 하나만 믿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 내야 하는 도로도...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많이 했지만 무사히 목적지인 숙소에 도착했다
일단 방을 둘러보니 더블베드, 개인욕실, 핫샤워, 위성TV가 갖추어진 상당히 괜찮은 방이었다
(내가 베트남 여행하는 도중 가장 저렴한 가격에 최고의 시설이었다)
그래서 바로 체크인을 했다
이곳 베트남은 돈을 낼 때 달러와 베트남 화폐인 동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비싼 물건이나 숙소비는 달러로 지불한다
물론 동으로도 지불할 수 있으나
1달러에 18000동을 받는 불합리한 환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여행자 입장에서 손해를 본다
이들의 환율을 적용하면 6달러는 108000동이지만 나는 주인 아줌마에게 쇼부를 쳐서 10만 동에 체크인 했다 ㅋㅋ
(앞으로의 베트남 숙소에서는 절대 먹히지 않았다 ㅠ 아무래도 이곳 아줌마가 내가 맘에 든 모양이었다 ㅋㅋ)
그러나 돈은 선불인데 영수증이나 숙박계를 쓰지 않아 의심이 갔다
새벽부터 경험한 대로 베트남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였기에 혹시라도 숙박비 사기를 당할까봐
끝까지 영수증을 청구하여 받아냈다 ㅡㅡv
나이를 먹으면서 더욱 느낀 것이지만 금전거래는 정말 확실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라오스에서도 이미 숙박비를 냈다고 주장하는 한국인과
못 받았다고 우기는 게스트 하우스 주인이 서로 싸우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나 역시도 언제나 그러한 점을 경계하고 있었다
체크인을 마치니 이 ‘푸’라는 사람이 내일 아침에 투어를 떠나자고 한다
나는 오늘 당장 가고 싶다고 하니 자신은 오늘은 안되겠고
정 오늘 가고 싶다면 자신의 친구인 오토바이 기사를 데려올테니 대신 그와 투어를 하라고 한다
나는 내일 일정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아직 12시 밖에 안 된 시간이라
앞으로의 시간이 허비되는 것이 아까워서 오늘 꼭 투어를 가고 싶었다
방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투어 준비를 끝낸 뒤 밖으로 나오니 푸와 그의 친구가 숙소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그의 친구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사람으로 제법 크고 좋은 오토바이를 몰았다
일반적으로 베트남 거리에 보이는 중국집 배달용 급 오토바이와는 달리 할리 데이비슨처럼 큰 오토바이였다
바로 이 오토바이가 사기꾼 푸의 친구의 오토바이이다
훼 여행에서 이 오토바이를 보면 조심하자 ㅠ
나는 새롭게 온 기사의 오토바이에 타고 일단은 왕궁으로 가자고 했다
왕궁에 도착한 뒤 우선 요금에 대한 것을 명확히 하고 싶어서 그에게 대화를 시도해보았지만
그는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사람이어서 통하지 않았다
나는 우선 요금 협상은 나중에 하고 왕궁 구경을 먼저 하기로 했다
(이 점 또한 내가 사기를 당한 허점이다.
오토바이 택시는 타기 전에 우선 요금을 명확히 협상해 놓지 않으면
나중에 지나친 바가지를 씌우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가 나중에 사기를 당하게 된다)
이곳 훼의 관광 포인트는 베트남 응웬 왕조의 왕들이 잠들어 있는 왕릉과
그들이 기거하며 베트남을 호령했던 왕궁이다
뜨뜩, 동칸, 민망, 카이딘 황제의 왕릉과 왕궁은 입장료가 각기 55000동이다
이는 다른 지역의 입장료에 비해 굉장히 비싼 가격이며
특히 각 왕릉 마다 돈을 또 내야하기 때문에 상당히 아쉬운 점이다
왕궁을 처음 본 순간 ‘여기가 대체 베트남이야 중국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과 다를 바가 없는 양식의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우왕 ㅋ 굳 ㅋ
연잎이 아름다운 연못
베트남 왕의 사진... 근데 누구?
베트남 관료들...
우리나라의 해태와 비슷한데...
이거슨... 쓰레기통 ㅋ 아이디어 좋다
베트남은 태국, 라오스 등 다른 동남아 국가와는 달리
중국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것이 무엇인고?
답 - 커다란 옥새
왕궁에는 이와 같은 한시도 있다;;
진짜 여기가 베트남인지 중국인지...
사실 나는 카약킹이나 트래킹 같은 액티비티를 좋아하지
이런 사원이나 유적 관광은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재빨리 둘러보고 나왔다 ㅋㅋ
나오니 오토바이 기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에게 다음 목적지는 티엔무 사원이라고 말하고 거기까지 가는데 오토바이 비를 얼마 내야 하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내 말을 못 알아 듣겠다는 듯 고개를 젓더니 그냥 나를 티엔무 사원으로 데려간다
에라 모르겠다 나도 그냥 협상을 포기하고 나중에 할 생각으로 따라갔다
티엔무 사원 도ㅋ착ㅋ
티엔무 사원은 그 자체보다도 그곳에서 보이는 시원한 강줄기가 인상적이다 ^^
티엔무 사원의 꽃(?)인 탑!!
여기에 있는 종은 무게가 2톤에 달하며 그 종소리가 훼 시내에 까지 들린다고 한다
관우상이 있다;;
한 바퀴 쓰윽 돌아보고 다음 장소인 뜨뜩 황제 능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입장료를 낼 때 생각 없이 주머니에서 100000동을 꺼내 주었다
(입장료는 55000동이다)
그런데 돈을 받는 접수원이 손에서 만 동 짜리 지폐를 흔들어 보이며 내가 돈을 잘 못 주었다고 한다
아.... 돈이 비슷하다보니 내가 착각했나보다 싶어서 부족한 만큼 돈을 더 꺼내 주었다
(만 동과 십만 동 짜리 지폐는 색이 같고 언뜻 보면 헷갈릴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ㅠ
내가 한눈 파는 사이 돈을 바꿔치기 한것이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더니...
입장료를 사고 황제 능에 들어와서 돌아다니며 관람을 했다
뜨뜩 황제는 살아 생전에 자기가 묻힐 이 능에 와서, 시를 지으며 노닐었다고 한다
뜨뜩 황제 능의 연못.. 넓기도 하다
자신이 묻힐 능을 본 황제의 마음은 어땠을까?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 때문에 착잡한 생각이 들었을까
아님 피라미드를 바라보는 파라오처럼 뿌듯한 마음이었을까?
정자에서 연못을 바라본 모습...
뜨뜩황제_1인칭_시점.jpg
별 생각 없이 나도 뜨뜩 황제 능에서 노닐고 있는데
내 마음 속의 작은 의심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입구에서 내가 제대로 10만 동을 준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에이... 설마 그런 일이 있겠어?
명색이 한 나라의 문화재를 관리하는 직원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지 ㅋㅋ
하면서 가지고 있는 돈과 사용한 돈을 비교해보았다
그런데.. 젠장...
이렇게 비교를 해보니 곧 내가 사기를 당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ㅡㅡ;;
내가 10만 동을 제대로 낸 것을, 내가 한 눈 팔고 있는 사이에 그 직원이 만 동으로 바꿔치기 한 것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그깟 몇 천 원 정도 돈을 사기 당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경복궁 매표원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사기를 친 것이나 다름이 없다
헛 참 어이가 없는 나라일세....
이것이 바로 내가 베트남이란 나라에 대해서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된 시발점이다
베트남에서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사기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니다
여행 오기 전에 베트남에 대해 조사하면서 수 없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사기는 베트남 뿐만 아니고 태국, 심지어 유럽에서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자신만 조심하면 아무런 걱정 없이 여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베트남에 도착한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아, 그것도 공무원에게 사기를 당하니
내 마음 속은 곧 베트남에 대한 실망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심각한 절망감에 모든 기운을 잃은 나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렇게 몇십 분을 뜨뜩 황제 능에 머무르며 베트남 여행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해보았다
여행전에 어느 여행기에서
‘베트남에 들어왔다가 실망하여 다음날 다시 라오스로 돌아갔다’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그 글을 보며
‘얼마나 얼빠진 사람이길래 그렇게 사기를 당해? 다 자기가 못한 탓이지 ㅋㅋ’하면서 비웃었는데
베트남에 들어 온지 불과 몇 시간 후, 그와 똑같이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딴 꼴을 당하고도 베트남에 남아있기는 너무나도 싫었지만
이미 한국에서 호치민 - 말레이시아 항공권을 끊어 놨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호치민에 가야했다ㅜㅜ
어쩔 수 없이 베트남 여행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다...
멍하니 앉아서 태양빛을 받고 기운을 차린 나는 우선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나에게 사기를 친 매표원이 어디있나 찾아보았지만 이미 꽁무니를 내뺀 듯 보이지 않았다
재빠른것...
사기 간단 요약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니깐
이 어리버리한 관광객의 10만동을 만 동으로...)
나 - 동작 그만, 돈 바꿔치기냐? 내 돈 10만 동을 만 동으로 바꿨지?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이 X꺄!
걔 - 증거 있어?
나 - 증거? 증거 있지.. 지금 네 옷 어디엔가 내가 건네준 십만 동 짜리 지폐가 있을것이여
그리고 이 만 동 짜리 지폐... 이거 어디 숨겼다가 꺼내준거 아니여?
자 모두들 보쇼! 이 놈이 사기를 치네
걔 - 시나리오 쓰고 있네 미친X끼가...
나 - 으허허허허허
행인 - 이봐 매표원 정말 돈 바꿨어? 확인 좀 해봐
나 - 돈 건들지마 손모가지 날라가 붕게!! 저기 공안 불러와
걔 - 잠깐.. 그렇게 확인을 하고 싶어?
나 - 관광객에게 사기 치다 걸리면 콩밥 먹는 거 안배웠냐?
걔 - 좋아 내가 바꿔치기를 안했다는거에 내 돈 모두와 손목을 건다.. 쫄리면 뒤지시던지
나 - 이 X발놈이 어디서 약을 팔어?!
걔 - 천하의 여행 경력 많다고 자부하는 녀석이 혓바닥이 왜 이렇게 길어? 후달리냐?
나 - 후달려? 으허허 오냐 나도 내 돈 모두와 손모가지를 건다.. 이봐 공안 이리와서 얘 검사좀 해보소
준비됐어? 까볼까? 자, 지금부터 확인들어가겠습니다잉 ...
따라라 따라라라 따라라 꿍작작 쿵작작 ... 따라라라라라
공안 - 전혀 문제없습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사기는 모두 관광객 책임입니다
나 - (버럭 화를 내며) 내가 봤어... 이 놈이 돈 바꾸는걸 똑똑히 봤다니까!!
걔 - 여행에서 사기 당하면 모두 여행자 책임이다.. 이런거 안 배웠어?
뭐해 어서 이 호구에게 5천 동짜리 물통을 15000동으로 바가지 씌워서 팔지 않고?
ㅡ_ㅡ
이렇게 한 번 사기를 당하고 나니, 2차 사기가 염두되었다
그래서 오토바이 기사에게 가서 더 이상 투어를 계속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역시 내 영어를 알아 듣지 못하였다 ㅠ
다행히도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영어를 할 줄 아는 현지인이 다가와서
베트남어로 변역하여 기사에게 말해주었다
그러니 기사는 핸드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아침에 나를 유혹한 ‘푸’가 오토바이를 타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찾아왔다
그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짓고 씨익 웃는다
나는 그런 그의 미소를 보고 섬찟한 기분이 들었다 ㅠ
그는 아까와는 달리 더 이상 선량한 미소를 띄지 않았다
남은 것은 다 잡은 먹이에게서 뜯을 대로 뜯어 내겠다는 비열한 사기꾼의 모습뿐..
내가 더 이상 투어를 계속 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밝히자
그는 지금까지의 비용으로 22만 동을 내라고 한다
내가 이동한 곳은
1) 숙소 - 왕궁
2) 왕궁 - 티엔무 사원
3) 티엔무 사원 - 뜨뜩 황제 능
이렇게 3군데
겨우 3군데 이동한 걸 가지고 22만동... 바가지도 이런 바가지가 없다
나는 7만 동 이상 줄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자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푸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이젠 거의 협박조로 돈을 내놓으라고 말한다
혼자 다니는 몸이라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지만
다행히도 아까 기사와 나 사이에 통역을 해주었던 다른 현지인이 있었기에
마음 놓고 배짱을 부려보기로 했다
그는 대체 지금 이것이 어떤 상황인지를 나에게 물었다
나는 오늘 푸를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상세히 들려 주었다
나는 그 돈을 다 낼 수 없다며 자리에 앉아서 계속 대치 상황을 유지했다
그러기를 한 시간...
푸는 지쳤는지 값을 깎아서 10만 동을 달라고 한다
나는 그럴 수 없다고 버틴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아까의 착한 현지인이
‘네가 타고 다닌 오토바이는 보통 오토바이도 아니고 제법 큰 오토바이라 기름 값이 많이 든다
내가 현지인이라고 이 사람 편드는 것도 아니고
또한 나는 차를 운전하기 때문에 오토바이 기름 값을 잘 모른다
하지만 10만 동 정도면 바가지 쓰는 건 아닐 것이다.
물론 억울해 하는 네 심정은 이해가 간다만
여행하면서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그냥 주는게 좋을 것 같다’
이 사람 말대로 이 정도에서 협상을 보는게 이득일 것 같다고 판단이 들었다
이대로 계속 대치를 하다가는 오늘 시간을 다 보내기 때문이다 ㅠ
결국 숙소까지 대려다 주는 것을 포함해서 10만 동을 주었다
오토바이에 오르는 나의 뒤에서 착한 현지인이 나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한다
‘넌 여기서 뭔가 배운 것이 있을 것이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택시를 탈 때는 절대로 먼저 가격을 협상하고 타야한다.
지금 줄 10만 동도 너를 숙소에 내려준 다음에 줘라. 또 사기 당할지 모른다’
오토바이 택시 탑승 전 가격 협상....
이는 이미 다 알고 있던 것이지만 이렇게 막상 현지에서 당하고 나니
여행에 제법 잔뼈가 굵었다고 생각한 내가 부끄러워졌다 ㅠㅠ
기사에게 말해서 숙소 대신 신카페 근처에 내려달라고 말했다
들어가기 전 모든 일을 보기 위해서다
이 때가 약 오후 3시였지만 더 이상 관광을 계속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루라도 빨리 이곳 훼를 떠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재빨리 신카페에 들어가 다음날 호이안으로 떠날 것이다
아직 점심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길거리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레스토랑에서 바라본 훼의 거리모습..
들어가서 시킨 것은 쌀국수와 로컬 맥주인 fuda beer...
fuda beer는 베트남에 들어와서 처음 마시는 맥주다
좋은 기분일 때 마셨으면 더욱 좋을텐데 이런 더러운 기분일 때 먹다니...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재빨리 한 병을 들이키고 또 한 병을 시킨다
일단 뱃속에 맥주가 들어가니 지금까지의 분노가 사그라들며 조금 안정을 되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 맥주는 만병통치약과도 같다 ㅋㅋ
식사를 마치고 신카페를 찾아서 걸었다
신카페에서 할 일은 앞으로의 교통편을 예약하는 것이다
베트남 여행에서의 이동 수단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오픈 투어 버스’가 주를 이룬다
오픈 투어 버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나는 훼 - 호이안 - 나짱 - 호치민 구간을 41만 동에 끊었다
(호이안 - 나짱, 나짱 - 호치민 구간은 슬리핑 버스)
41만 동이면 우리나라 돈으로 3만원도 안하는 돈이다
그 돈으로 천 킬로미터가 넘는 구간을 여행할 수 있다니 싸도 너무 싸다 ^^
태국에서 치앙마이로 가는 밤버스가 25000원 정도 라는 것과 비교해보면
이곳 베트남의 물가가 상당히 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신카페 오픈투어버스 티켓이다
지금까지의 여행사와는 달리 깔끔해서 좋다
베트남.... 가격적으로 상당히 메리트가 있는 여행지다
사기만 안당한다면 ㅡㅡ 동남아에서 최고의 여행지가 될 수 있을텐데...
정말 아쉽다 ㅠ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역시 도보다 ^^
내내 인력거를 비롯하여 오토바이 기사들이 따라 붙어서 자기 것을 타라고 재촉한다
그렇지만 몹시 도도한 나는 오는 족족 거절한다 ㅋㅋ
그런데 아무리 무시해도 계속 따라오는 인력거 소년이 있어서
최후의 수단으로 그에게 관심 없다는 표시로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어디서나~ 당당하게 걷긔~’ - 프리티 걸, 카라
이쯤에서 적절하게 한승연 찬양
그 소년은 나를 보더니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며 ‘No good~ 우우~’ 하고 야유를 보냈다 ㅡ.,ㅡ
짜식 그러니깐 가랄 때 가지... ㅋㅋ
숙소에 돌아가니 주변은 어둑하지만 자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여행 중에는 이런 때가 가장 난감하다
자기엔 심심하고 그렇다고 돌아다니기엔 어둡고..
숙소에 처박혀서 더이상 축구 중계만을 보며 시간을 때울수는 없다 ㅠ
이럴때에는 역시 술이 최고다~
가이드북에도 소개되어 있는 DMZ 바가 근처에 있기에 그곳으로 찾아갔다
이곳은 기본안주인 땅콩과자를 무한으로 리필 해줘서 좋았다 ^^
일단 로컬 맥주인 festival beer로 입가심 한 뒤에
타이거를 시켜서 음미했다
역시 이 맛이야~
썩 맛 좋지는 않았지만 ㅡㅡ 그래도 먹을만한 맥주였던 페스티벌..
맥주도 잘 마시고 한참 흥에 겨워서 숙소로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는데
밤거리에서 오토바이 기사가 나를 보더니 다가와서
‘레이디 마싸? ㅋㅋ’하고 꼬득인다
이건 매춘 제의다 ㅡ.,ㅡ
아오~ 얘네들은 대체 왜 이러는지 몰라...
나는 가볍게 그들을 물리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
허참...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다...
새벽에 국경을 넘어 베트남에 들어온것부터 시작하여
공무원에게 사기를 당하고
오토바이 기사에게 사기를 당하고
훼 구경도 잠깐 하고... ㅡㅡ;;
베트남에서의 첫 날은 정말 상상초월(?)이었다
부디 내일 이동하는 호이안은 좋기를 바란다 ㅠㅠ
오늘의 교훈
1. 베트남에서는 지금까지 보다 훨씬 더 경계 태세를 취하자. 고단수 사기꾼들이 즐비하다
2. 국경을 넘을 때 브로커에게 추가 비용을 그냥 주는 것이 좋다
3. 혼잡한 국경에서 여권 분실을 주의한다
4. 훼에 내려주는 곳은 신시가지와 상당히 먼 곳이다. 지리를 잘 살펴 걷자
5. 오토바이 삐끼를 함부로 믿지 말자 ㅠ
6. 오토바이 택시를 타기 전에는 반드시 가격 협상을 하고 탄다
7. 베트남에서는 공무원도 믿을 수 없다. 돈을 지불할 때 얼마 짜리 지폐인지를 확인한 뒤 준다
8. 오픈 투어 버스는 신카페가 시설이나 가격면에서 좋으나 꼭 여기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일정이 맞지 않는다면 한카페 등의 다른 여행사도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