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구석구석 엿보기-2(호이안+훼)
<나짱-호치민 슬리핑버스 실내>
8월27일(목)
훼 행 슬리핑 버스. 17시간 버스를 잘 견뎌낼까.
기우였다.
10시간 이상을 정신 못 차리고 퍼잤다.
맨 뒷자리에서 혼자 음악 듣다 책보다
생각하다 제멋대로다.
<하도 길다보니 가다 말고 내려 아침을 먹는다. 호이안에서..>
<잔술은 왜 안파는지..나쁜 새끼들..>
<훼 흐언강 선착장에서>
훼에 들어서니 11:40.
모토.씨클로가 지겹게 따라붙는다. 호치민 나짱과는 강도가 다르다.
아주 끈질기다.
구엔 왕조의 왕궁으로 걸었다.
밤에 비가 오더니 오늘은 무지 맑다.
습도도 높아 괴롭다.
<훼 장띠엔교>
<훼 구시가지 구엔왕릉>
장띠엔교를 건너 구시가지로 접어드는데
머리가 띵하다. 탈수.일사병의 전조다.
가게에 들어가 생수 한병 얼른 마신다.
왕릉에서도 천천히.. 차분히..
화장실에서 슬쩍 머리를 감으며 체온을 내린다.
왕궁은 한자 투성이다. 安南이란 옛지명이 떠오른다.
뒷문으로 나오니 베트남의 일상이 다가온다.
길바닥에서 사탕수수 음료인 느억미아 한잔 먹어주고 산책에 나선다.
외국인 한 마리도 없다.
아이들은 외국인인 나를 신기해하고 손도 흔든다.
관광지에서 10분도 안 떨어진 곳인데..
어쩌면 관광객들은 지들만의 구역을 정해놓고
지들만의 방식으로 그 구역만 스쳐가는 사람들일지 모른다.
서양애들도 한국인들도 가지 않은 길만 찾아본다.
그래봤자 큰 길에서 한치 두치 벗어난 길이지만..
<베트남 경찰서..이른바 꽁안이다>
<애새끼들 공부는 안하고 피씨방에서...어서 많이 본 풍경..>
<외국인 보니 반갑단다>
둥바 시장으로 들어선다. 우리로 치자면 남대문 시장정도.
고기와 생선 등 먹거리가 주류고 베트남 대나무 모자, 커피 등 잡화가 다 있다.
남루한 생색의 아주머니들이 파리 득실거리는 곳에서
피 질질 흐르는 고기를 썬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지고 다니고
입에 담배를 물고 생맥주 한잔 원샷한다.
땡볕에 가까운 시멘트 바닥에서 대충 구겨 자기도 하고
뭐가 썩는 냄세인지 점차 역해 구역질이 난다.
그러나 그곳을 쉽게 빠져나오기는 어려웠다.
거기 대충 널부러져 있던..
그속에서 열심히 살려고 발버둥치던 아줌마들이
10~20년전 우리 어머니들이 아니었을까.
그들이 잘 닦아놓은 반석위에서 자란 우리는
어머니들이 겪은 환경을 현시대에 보면서
구역질을 내는 것은 아닐까..
사고 후 1년..
나는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노을지는 흐언강 둔치에서
맥주한잔으로 더위를 식힌다.
바람 불어 더 없이 시원하다. 홀가분한 느낌.
옹따오라는 요리집을 찾아갔는데
새우와 오징어 요리가 만점이다.
마늘과 식초를 해물과 어찌 그렇게 잘 조화시키는지..
호텔에 돌아와보니
말벌 쏘인게 다리 전체로 옮아붙어
누르면 한참 있다 살이 팽팽해질 정도로 퉁퉁 불어있다.
쇼크가 오려면 벌써 와야 했다.
안 죽는다..씹기도 했다.
..씨클로.모토 따돌리는 법.
가다 말고 길을 훽 건너버린다.
그래도 따라오면 이 넘들 역주행이 된다.
응용하면 차도와 역주행 방향 인도 걷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