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 말해야 좋을까 베트남 16
하노이에 도착했다.
그래도 세번째라고.. 그새 낯섦은 사라지고 반가움으로 다가왔던 하노이..
훼에 내려가기 전 호안키엠 호수 주변을 돌아다니며 나름 적절한 가격의 싼 호텔을 찾아 헤매면서
발견해 낸 곳이 asia pcific hotel.
무엇보다 욕실이 무척이나 맘에 든다.
간단히 샤워만 끝내고 소수민족 박물관으로 향했다.
소수만족 박물관은 호안키엠 호수 주변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택시를 이용한다.
택시로 15분 정도 소요된다고 하는데...
혼자 여행하는 나로서는 만만치않은 택시와의 흥정이 넌더리가 나서...
버스를 이용했다.
수상인형극장의 매표소를 등 뒤로 ( 호수를 눈앞에 두고 ) 왼쪽편에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는데
그 센터 바로앞에 차도를 건너면 버스 정류장이 있다.
그 곳에서 버스를 타면 15분 정도 걸린다.
하차할 버스 정류장이 특별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탑승하면서 운전 기사에게 museum이라고 말하면...
많은 외국인들이 이용한 탓에.. 기억하고 있다가 알려준다.
나도.. 사실 졸며 앉아 있다가 운전기사 아저씨가 내리라고 말해 주셔서 급하게 뛰어 내렸다.
버스를 내리면 자동차 부품가게 같은 것들이 있는데 거기서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
길을 건너고 나서는 건넌 방향 그대로 쭉 10분 정도 큰 길을 따라 걸어가면 박물관이 나온다.
박물관에 가려는 사람에게는 11시 이후에 방문하라고 권하고 싶다.
욕심껏 서두르다 보니.. 개장과 동시에 입장을 했는데.. 세상에..
더워서 쪄죽을 것 같은 박물관은 첨이었다.
베트남은 박물관마저도 덥나 보다며..
박물관 관람을 끝낸 후.. 입구에 널부러져 있었는데...
1시간 가량이 지나자 그제서야 에어콘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여행은 무조건 더위와의 전쟁이었다.
덕분에.. 소수민족 박물관 관람은...
더위에 지쳐 안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ㅡ.ㅡ
박물관 관람 후.. 버스 내린 반대편에서 버스를 타고 호안키엠으로 돌아오면 된다.
박물관 견학이 예정보다 일찍 끝나 비오는 호안키엠을 돌아다녔다.
비가 추적 추적 내리는 날은 한 여름이라도 조금은 을씨년스럽고 춥기 마련인데..
베트남에서는 비오는 날도 후덥지근 덥기만하다.
빗줄기 마저도 미지근한 느낌이랄까..
( 느낌이 그렇다는것이지. 실제 더운 빗바울이 떨어진다는건 절대 아니다.
호안키엠을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다.. 이른 점심으로 분짜를 먹었다.
베트남에서 먹었던 모든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던 분짜..
너무 맛있어서..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한번 더 먹으러 찾아갔었는데... 결국 찾지 못했다.
내가 방향치이긴 하지만.. 그래도.. 호수 주변을 그렇게 돌아다녔는데도 못찾는걸 보면.
상시 영업하는 곳이 아닌걸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 ㅜ.ㅜ
하지만... 정말 맛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고기의 그을음이 국물에 거뭇 거뭇 떨어져서 식욕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난 숯불로 구운 고기의 부드러움에 푹 빠져서..
거뭇거림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마지막으로 이번 베트남 여행의 최대 하일라잇트.. 공항 면세점 커피 사건이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사실 이 사건만 없었어도 베트남이 그렇게 나쁜 기억으로 남지 않았을텐데...
경위는 간단하다.
달러에서 동으로의 환전은 가능해도 .. 남은 동을 달러로 다시 바꿔주지 않는다는걸 몰랐던 나는..
출국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남은 동으로 커피를 사기로 결심했다.
사실.. 베트남 여행을 하면서 가장 멋진 기억 중의 하나가 커피였으니까...
슈퍼마켓에서 선물용 커피들을 많이 사긴 했지만..
남아있는 동으로 사고 싶은 베트남 물건은 여전히 커피 말고는 없었다.
베트남 커피 중 가장 유명한 것이 g7과 쫑웬이다.
특히 쫑웬 같은 경우는 면세점 전용 상품이 따로 나온다. ( 별거 아니다. 포장만 더 멋질 뿐.. )
중간 급인 3번 ( 쫑웬은 넘버가 높을 수록 상품의 커피이다. 1부터 5까지 있다.)
근데.. 한국에 돌아와 발견한 사실은.. 유효기간이 지난 커피였다는 것.
이 남자덕분에.. 베트남에대한 기억은 사기로 끝났다.
탈 많았던 베트남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여행의 기억은 시간과 함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변하게 되고..
그 추억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미화되기 일수인데도...
베트남 여행은 아쉬움 보다는 후련함이..
아련한 그리움 보다는 주저함으로 남았다.
날씨가 더웠던 탓도 있지만...
여행 인프라보다 더 발달한 바가지 업자들은 아름다운 풍경도 흐릿하게 만들었다.
호치민같은 남부는 이 정도는 아니라고 했지만..
내가 방문했던 하노이는 진짜.. 사기꾼들이 난무했다.
태국이나 다른 동남아시아에서도 관광지의 사기꾼들은 흔하지만..
베트남은 온 국민이 힘을 합해 여행자를 벗겨먹으려 드는 느낌까지받을 정도였으니..
물론 그건 관광객을 상대하는 베트남의 몇몇 상인들만을 말한것이다.
여행지에서 만나 본 베트남 사람들은 수줍지만 친절했고
특히 젊은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와 한국 가수에 대해 말하며 열광했다.
여행 인프라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던 베트남 여행...
아직은 베트남에 대한 기억이 애정보다는 애증으로 남아 있기에 기약할 수 없는 곳이지만..
모름지기 세상의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이..
au revo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