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베트남 남부 일주 - 02 홍콩에서 사이공으로
홍콩에서 하룻밤을 잔 후 홍콩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으로 간단히 오전 일정을 마칩니다. 점심은 공항에 가서 먹으려구요.
침사츄이 나단 거리에서 공항 가는 에어버스 21번을 잡아 타고 공항으로 갑니다.
첵랍콕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릴 때면 항상 먹고 들어가는 입국장 층에 위치한 아지센 라면. 한그릇 먹고 들어가야지요. 즐겨먹던 Seafood Ramen 메뉴가 없어져서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고 Scallop 라면을 먹고 조미료를 아끼지 않고 썼을 거라 생각되는 국물의 감칠맛이 아쉬워 야채라면을 하나 더 시켜서 국물까지 뚝딱 해치우고 출국장에 들어섭니다.
홍콩에서 호치민으로 가는 캐세이퍼시픽은 매일 오후 4시반 비행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홍콩에서 4시반 출발하여, 베트남 호치민시의 깔끔하게 꾸며 놓은 딴손녓 국제공항에 6시 도착.
마중 나온 친구의 도움으로 손쉽게 택시를 잡아 타고 (베트남 통인 이 친구의 편견일지 모르겠으나 이 친구는 Vina Sun 택시가 가장 깔끔하고 정직하다며 애용하더군요) 호텔에 간단히 짐을 푼 후, 저녁식사를 하러 이 곳의 유명한 식당이라는 냐 항 응온 Nha Hang Ngon 식당엘 갔습니다.
프랑스 식민지풍 건물 안에 넓다랗게 자리잡은 이 식당의 특징은, 테이블에 앉아서 주문을 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각 요리를 하는 주방이 밖으로 나와 있어서 손님들이 요리를 하는 모습, 재료들을 직접 하나하나 구경하며 그 자리에서 주문서를 들고 다니며 주문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메뉴에 적힌 것만으로는 이국적인 음식이 뭔지 잘 감이 안 올 수 있지만 이렇게 눈으로 직접 뭘 가지고 뭘 어떻게 만드는지 보고 주문할 수 있으니 외국인들에게 특히 좋은 선택이 되겠군요.
뭐 그렇다고는 해도 우리 가족이야 워낙 든든한 베트남 통, 친구 K와 함께였으니, 아 이런 좋은 시스템으로 이 식당은 운영을 하고 있구나, 신기해 하는 정도이지, 친구가 다 음식을 골라 주었습니다. 아마 새우와 계란... 등으로 만들었음직한, 씹는 느낌이 꼭 마들렌 씹는 느낌이 났던 이름모를 ^^;; 맛난 음식.
이번 여행에서 짜조 Cha Gio (베트남식 튀김만두/ 포호아 같은 곳 가면 나오는 스프링롤류) 숱하게 많이 먹었고 하나같이 다 맛있긴 했지만, 그 어느 곳보다 이곳 짜조가 최고였습니다. 국물 없이 각종 채소와 구운 돼지고기가 고명으로 올려져서 나온 쌀국수도 느억맘(생선젓갈)을 살살 뿌려 먹으니 정말 맛있었지요.
친구 말에 따르자면 한국인들에겐 그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다른 외국 관광객들에겐 매우 유명한 곳이라고 하는군요. 정말 반 정도는 백인 손님들 같았습니다. 분위기 있고 깔끔하지만 에어컨은 없어서 저 같이 더위 많이 타는 사람은 약간 덥다고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호치민에서 호텔을 잡는다면 보통 District 1 에 잡기 마련일텐데 거리상 썩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파스퇴르 거리 160번지입니다. 가격도 분위기, 맛 등등 감안시 매우 합리적인 수준.
Nha Hang Ngon at 160 Pasteur Street
TEL: (84-8) 3827-7131 / EMAIL quananngon@hcm.vnn.vn
이날 우리가 묵은 호텔은 District 1의 벤탄시장 바로 가까이에 위치한 Sanouva Hotel 입니다. (http://www.sanouvahotel.com/)
asiatravel.com 통하여 예약했습니다. 넓은 더블이 우리 네 식구가 자기에 넉넉한 공간을 제공해 주더군요.
이날 호치민에 밤에 도착하여 친구와 저녁 먹고 다음날 오전에 무이네로 이동할 것이라 그냥 "잠만 잘 분"이 되는 셈이니 이러저러한 호텔 시설들 다 필요없고 그저 잠자기 깨끗한 곳이면 하는 생각에 이 호텔을 골랐었습니다.
그리고 이 곳은 그런 목적에 딱 들어 맞는 아담하고 깔끔한 곳이었죠. 적당한 가격에 좋은 호텔 묵어서 기분 좋은 그런 곳. 호치민에서 와이파이 접속하기란 무척 쉬운 일이긴 하지만, 여튼 이 호텔도 투숙객들에게 무료로 와이파이 접속을 접속 비밀번호와 함께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2008년에 지어진 호텔이라고 하던데 정말 새삥답게 모든 것이 깨끗하고 반딱반딱 윤이 나고 뭘 계속 이쁘게 고치고 있는지 복도에선 본드, 니스 냄새가 좀 심하게 나기도 했었습니다.
호텔의 맨 꼭대기 층에 연회장과 함께 피트니스룸이 있습니다.
피트니스 센터라고 해 봐야 서너평이나 될까 싶은 방에 운동기구 하나씩을 가져다 놓은 정도.
소박한 피트니스 센터이지만 건물 꼭대기 층인 만큼 여기서 바라보면 호치민 시내를 시원하게 바라다 볼 수 있는 뷰를 제공해 줍니다.
다른 쪽으로는 호치민의 랜드마크로 새롭게 자리매김한 Bitexco Financial Tower가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나라 현대건설이 완공을 마무리한, 포스코의 Diamond Plaza와 함께, 이 곳 호치민의 대표적인 빌딩이라고 하죠. 베트남에서도 문화적인 한류가 인기이겠지만 꼭 연예분야만 아니라 각종 생활 전반에 걸쳐 한국이란 나라가 갖는 위치가 꽤 묵직한 듯. 소비재 브랜드, 중고 자동차들, 길거리의 간판, 이렇게 유명한 빌딩의 시공사... 곳곳이 한꾹 hàn quốc!
이제 아침식사를 하러 1층 카페로 내려갑니다. 직원 두명이 서면 다 차는 자그마한 리셉션데스크 옆으로 아담한 카페가 이어지는데 아침엔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제공합니다.
단촐해도 더운 덤플링과 볶음밥, 튜나샐러드 등 있을 메뉴는 다 있습니다. 호텔의 규모를 보고 빵쪼가리나 좀 주고 말거라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든든한 아침식사 메뉴에 무척 만족하면서 식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사노바 호텔에서 불과 두어블럭 뒤로만 가면 베트남의 유명한 재래시장, 벤탄시장이 나옵니다.
10시에 만나기로 한, 앞으로 4박5일 동안 동고동락할 기사분을 만나기 전, 잠깐 시장 구경도 하고, 오늘 먹을 망고도 좀 사러 가봅니다.
벤탄시장 가는 길에 만난 우리 호텔 옆으로 있는 호텔. 사노바호텔도 딱 이 호텔 같은 형태, 구조입니다. 폭이 좁고 뒤로 넓게 들어가는 형태.
과거 공산 정권이 들어서면서 땅을 재분배할 때 사람들이 다들 큰 길가에 접한 면적이 큰 땅을 선호하더랍니다. 공평하게(?) 큰 길가를 접한 폭을 좁게 해서 다들 길가를 접할 수 있도록 배분 해주는 바람에, 비단 호치민 뿐만 아니라 베트남을 다녀보니, 많은 집, 건물들이 이렇게 도로에서 전면으로 보면 폭이 좁고 뒤로 길게 이어지는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의 많은 시장들이 그러하듯 이곳 역시 우리나라 소매 시장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이른 아침이라 할만한 8-9시 경이었지만 이미 한따까리하고 한숨 돌리고 있는 듯한, 장사 시작한지 한참 지난 듯한 분위기로 한창이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가게들이 다 문을 연 상태였지요. 배달 온 쌀국수로 늦은 아침을 먹고 계신 분들도 많았구요.
구경하려는 목적 외에 쇼핑 목적도 있었다면 그건 일용할 망고를 사기 위한 것이었을텐데 망고는 생각보다 썩 싸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격만큼 값을 했던 것 같군요. 이번 여행에서 먹었던 어떤 망고보다도 훨씬 맛있는 것을 이 벤탄시장에서 살 수 있었습니다.
기념품으로 사가지고 갈 만한 베트남 커피 믹스도 각종 종류의 원두와 함께 이곳에서 팔고 있는데, 가격이 COOP 같은 대형마트보다 약간 더 쌌던 것 같습니다. 처음 부른 가격이 그랬으니 좀 더 에누리가 가능한 재래시장 특성을 살려본다면 꽤 짭짤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할 듯. 커피를 사려면 벤탄시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