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남행1차, 베트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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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남행1차, 베트남 1

불산 0 2286
  동당에서 귀향하는 유학생 둘과 합승하여 하노이 항박까지 편하게 왔다.

  어른 넷에 아이 둘, 모두 여섯이니 보통 승용차로는 안되고 겔로퍼같은 대형

4륜구동차량이다.  흥정은 베트남 유학생이 했는데 우리가 30불을 부담한다.

  하노이까지는 3시간반쯤 걸리는데 2시간까지는 주변 풍광이 볼 만 하다.
 
  계림에는 비할 바가 못되지만 이어지는 1시간반의 썰렁한 평원길에 비하면

나름 눈요기는 된다.


  항박에 도착하자마자  아내와 아이들을 까페에 앉혀놓고 방을 구하러 다닌다.

  아내가 홀몸이 아니라 걱정이 좀 되어 안색을 살피니 고급차량으로 편안하게

왔음에도 얼굴이 노랗게 뜨고 지친기색이 역력하다.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이 가격과 방만 확인하고 바로 정한다.

  침대 2개짜리 조금 큰 방에 메트리스를 하나 추가하기로 하고 12불을 부르는

것을 2일 20불에 하기로 했다.

  여기서 육로로 방콕까지 왕복하기보다 한번은 비행기를 타야 할것 같다. 아내

의 상태가 별로다.

  여행사 몇군데를 들러보다 항박끝쪽 야시장 골목 교차로 지나 세번째 여행사에

서 가장 저렴한 표를 구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에어아시아라는 항공사를 모르고 있다가 (2일뒤 출발의) 방콕행 편도

표값이 4인합 270불이라는데 깜짝 놀랄 지경이였다. 이후로 우리는 에어아시아

의 단골고객이 되었다.

  내일 하루 남는 시간은 1일 투어로... 1인 15불씩 향사1일투어를 예약한다.

  국경넘기와 방구하기 표구하기까지 모두 마치고 나니 긴장이 풀리는듯 피로가

몰려온다.  생각해 보니 오늘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식구를 끌고 거리로 나

선다.

  베트남은 바가지가 심하다던데, 가격표가 적혀있는 로컬식당을 열심히 기웃거

린다. 나는 여행자거리의 서양인 상대 식당을 싫어해서(비싸서) 현지식당위주

로 식사를 하다보니 눈높은 아내가 고생이다. (애들은 주는데로 잘 먹는편)


  항박에서 호안끼엠쪽으로 가다가 호수가 보일때쯤 골목길 사거리 신발매장지 

역에서 좌회전, 20m앞의 조금 큰 길 사거리에서 우회전, 직진으로 골목 하나 건

너 조금 더 가면 나오는 쌀국수집, 가격표가 큼지막하게 붙어있다. 가게 이름은?

모른다... ㅠ0ㅠ  알파벹이라면 영어든 불어든 까막눈이니...

  수육쌀국수 8000동, 생육쌀국수 10000동, 스테이크+계란프라이+반미 15000동,

  제일 싼걸로 4그릇을 주문한다.

  보는 앞에서 말아주는 국수그릇에  미원이 장렬하게 투신된다.(이거 미원국 아

냐?) 그런데 왠걸, 육수는 제대로다. 밥을 말면 그냥 설렁탕이다.

  야채를 주는데로 다 넣고 쥐똥고추도 듬뿍 넣어 깨끗이 한그릇을 비운다.

  아내나 아이들이나 다 입맛에 맞는듯 남기는게 없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빨레를 조금하고 대충 하루를 정리한다.

  그런데 하노이가 이 시기 습도가 높은 모양인지  이틀이나 양지쪽에 널었는데

도 하나도 마르지 않는다.



  다음날,

  새벽다섯시쯤 눈이 떠진다. 왠지 좀 긴장한듯.

  조용히 거리로 나서니 연세가 많이된 할머니가 광주리에서 뭔가를 판다.

  다가가 보니 완두콩을 듬성듬성 두어 지은 밥을 파는데 반찬은 오징어채와 땅

콩깨소금, 밥공기로 한공기에 3000동을 받는데 만동어치를 달라하니 세공기를

퍼주는게 아니라 대충 고봉으로 담아 내민다. 아무래도 세공기는 안되보이네. 

  방으로 돌아와 애들을 깨워 아침으로 먹이고 투어준비를 한다.

  
  15인승 승합차가 우리를 태우러 왔다. 차는 새차이고 안락한데, 이상하게 시골

논두렁길 같은곳으로만 달린다. 길이 좋지 않으니 가까운 거리인데도 1시간 반

쯤 걸려 선착장에 도착한다. 이곳 향사도 땀꼭처럼 배를 타고 관광을 하나보다.

 
  물은 흐르는듯 마는듯 잔잔하기만 하고 주변은 계림의 리강처럼 석회암지형으

로 눈을 즐겁게 한다. 

  한시간여를 약간 지루한듯 배를 타고 도착한 곳에는 큼지막한 사찰과 투어객용
식당, 매점들이 늘어서 있다. 
 
  동굴사원까지는 한시간반이 걸리는 등산길, 케이블카가 있지만 아내는 선착장

에서 쉬겠다고 한다. 아이들을 끌고 산행시작, 남쪽은 남쪽이라 금방 땀이 비오

듯 쏟아진다. 10분도 안지나 걸음이 처지기 시작하는데 아이들은 잘도 산길을 오

른다. 길은 보도가 놓여있어 산행느낌은 나지 않는다.

  주변 작은 봉우리며 골짜기들이 열대계곡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예상보다 조금 빠르게 도착한 동굴사원, 내리막 계단을 100m쯤내려가면 되는

데  중앙에 자연기둥이 받쳐져 있고 기둥 뒤쪽으로 단을 쌓았다. 단위에 모셔진

입상들은 정통불상이라기보다는 토속신앙에 가까웠다.

  투어는 "향사 1일유"라지만 사원자체보다는 오고가는중에 보는 자연경관이 더

좋다. 

  원위치로 돌아와 투어에 포함된 점심을 먹는다. 비수기인듯 200명은 수용할 식

당에 우리를 포함한 단 두팀, 18명이 식사를 한다. 

  식사는 시장통 백반수준, 그저 배부르게 먹는게 다행이다.

 
  식사후 주변의 사원과 몇몇 건물들을 돌아본다. 기념사진을 찍을만한 장소

가 꽤 있다.

  베트남은 북방불교를 받아들였지만 왠지 사찰에 경건한 모습은 좀 부족해 보이

기도 하고 중국불교의 영향인지 도교적 색체도 눈에 띈다.

 
  돌아갈 시간, 다시 역순으로 배를 타고 돌아가는 길이 심심하다. 
 
  사공은 모두 아줌마들, 남자들은 다 어디로 갔나?
 
  가이드에게 팁을 얼마를 주면 되냐고 물어보니 2만동정도면 된다고 한다. 땀꼭

은 사공들이 기념품을 강매한다던대 여기는 그런것도 없다. 선착장에 내려 2만

동을 여 사공에게 주니 많네적네 아무런 내색없이 받아 챙긴다.

  하노이로 돌아와 어제의 쌀국수집에서 이번에는 다섯그릇을 시켜 넷이 나누어

먹는데, 오롯이 아이들 차지다. 먹성이 어른 못지않다.

  
  식구를 방에 쉬게하고 밤마실을 나가보니 구멍가게 앞에서 빠다(서양인, 동양

인은 된장?) 떼들이 목욕탕의자를 깔고 옹기종기 모여 맥주를 마시고 있다.

  가만히 보니 잔에 따라 먹는 생맥주다. 야 이거 내 스타일이네. 가격을 물어보

니 300cc한 잔에 1500동, 얼른 한잔을 시켜 원샷해보니 알콜은 조금 부족해도 시

원하니 너무 좋다. 바로 1.2L한통을 시켜 마신다.

  베트남이 폭발적으로 좋아지기 시작한다. 맥주 1.2L에 400원! 여긴 천국이

다! 이날 저녁 혼자서 세통을 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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