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베트남 남부 일주 - 07 to Da Lat (via Thac Prenn)
주구장창 비오는 냐짱에서의 2박3일을 보내고 3일째 아침, 서둘러 다음 목적지인 Da Lat 으로 길을 떠납니다.
우리의 성실하고 친절하기 짝이 없지만 의사소통은 거의 안되다시피한 운전기사 쿠오와의 약속은 늘 은근 불안합니다.
큰 실수를 하신 건 없지만, 여튼 말이 통하질 않으니, 손짓발짓에 손목시계를 가리켜 가며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을 잘 지켜주실까 하는 불안함인 게지요.
소심하고 쪼잔하기 짝이 없는 아빠의 노파심 때문에 불안했을 뿐, 이번 여행에서 언제나 그랬듯 냐짱에서 아침에 만나기로 한 시간에 딱 맞춰서 우리 여행 팥너 쿠오는 미리 나와 야사카 호텔 로비에서 우리 나오기만 기다리며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여행 떠나기 알아본 바로는 지도상으로 냐짱에서 달랏으로 가는 직선 길은 아직 제대로 정비 되어 있지를 않아서, 판티엣-무이네에서 냐짱으로 올라 왔던 해안 도로를 다시 약간 타고 내려갔다가 가야하는, 우회해서 가는, 다소 시간을 버리는 일정으로 가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어느 길로 어떻게 갈 예정인가... 이런 거 물어보는 것은 쿠오와 우리 사이에 언감생심. 너무 어드밴스드한 대화. 지극히 건전하고 상식적인 쿠오가 알아서 잘 가주겠지.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아이폰에 구글맵을 띄워 놓고 경로를 확인하는 표리부동한 소심 아빠.
일단 미리 와이파이 되는 곳에서 구글맵을 넓게 (우리 가족 일정 같은 경우 베트남 남부) 디스플레이 시켜놓고 구글맵 창을 닫고 있지 않고 있으면 와이파이 안되는 곳에서도 내 위치는 계속 해당 지도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경로를 계속 확인했지요.
차를 대절해서 다닐 때 우리 가족의 기본 자세. 일단 전날 호텔에서 빤 빨래를 뒤에 널어 말리고, 아이들 자리 밑은 역시 전날 슈퍼에서 산 주전부리 한 무더기. 입은 쉴 새 없이 뭐든 수시로 비닐봉지에서 뭘 꺼내 먹고 있습니다.
가는 길에 만난 대우중공업 포크레인. 대우, 두산... 베트남 남부 곳곳에 우리나라 중장비 디게 많습니다.
일단 남쪽으로 우회하는 도로와 만나는 곳까지 간 쿠오는 이제 남쪽으로 좌회전해서 내려가야 하는데 그대로 직진을 합니다...!! 옴마, 이 양반 길도 없는 산길을 정면 통과하려나봐... 가슴이 콩닥콩닥.
서서히 내륙 고산지대로 들어가는 것 같은데 지난 며칠간 보여준 모습에 따라 기사 쿠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잠자코 함께 타고 갈 뿐입니다.
사실 이 상황에서 쿠오 말고는 다른 옵션도 없습니다. 아마 달랏을 처음 가는 건지 쿠오도 중간에 약간 길을 잃기도 했습니다. 구글맵을 바탕으로 아빠는 계속 저쪽으로 가야한다고 말했지만 쿠오는 못알아듣는 건지, 아님 벹남 지리는 내가 전문가야 라는 자존심 때문인지 아빠를 약간 무시... 동네 주민께 계속 묻더니, 결국 구글맵의 승리! 아까 그 길인갑다~!ㅎㅎ
비포장도로이지만 그럭저럭 갈만한 길이 이어지다가 결국 사단이 났습니다.
너무 겁나고 급박한 상황이라 사진을 찍진 못했는데... 비포장 상태가 점점 나빠지더니 잠시 후 완전 진흙탕길에 들어서고 말았습니다.
안 그래도 안좋았던 길 상태가 요 며칠간 내린 비로 완전 진탕이 된 것입니다. 왼쪽으로는 사방공사가 안된 산. 오른쪽으로는 역시 안전장치 없는 진흙 산비탈 낭떠러지입니다.
그러다가 "벌어지면 절대 안돼!" 라고 생각했던 사태가 벌어졌으니... 진창에 차 바퀴가 빠져 버린 것입니다. 쿠오가 숙련된 요리조리 묘기를 부려 보지만 차는 헛바퀴만 돌릴 뿐입니다.
김태용 감독이 세계테마기행 베트남 종주 찍다가 차 퍼진 씬 기억나면서 아 이거 완젼 세계테마기행 지대루 찍겠구나 싶습니다.
나 혼자나 아내와만 둘이면 모르되 아기들도 뒤에 앉힌 상태.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보다, 아 내가 미쳤지 이런 델 얘네까지 왜 델꾸 왔지 하는... 무슨 열매가 있는지 알려면 나무를 흔들어 봐야한다더니, 마음이 다급해 지니 이 인간 바닥이 드러나네요.
쿠오가 결국 난감한 표정으로 수심이 가득해서 차에서 내리는데 똑똑한 이 양반 내려도 튀어나온 바위 위에 어영차 싹 올라갑니다. 나중에 탈 때 차에 진흙 안 묻게. (자기 차 아님. 회사 차.)
이거 비 오는 산골짝 진흙탕 속에서 아기들이랑 고립될 생각을 하니 X구녁이 바짝바짝 안달이 난 아빠, 반사적으로, 온 몸에 진흙 뒤집어 쓸 각오로 차 밖으로 같이 뛰쳐 나가려 하니, 이상하게 평소에는 정말 아무리 봐도 안 그런 사람인데 이런 절대 위기의 순간에서는 비정상적으로 침착해 지는 아내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당신 나가지마-!"
"으이구, 지금 진흙 뒤집어 쓰는 게 문제야? 나가서 도와야지...!"
"아니, 당신 진흙 뒤집어 쓰는 게 문제가 아니고. 쿠오가 전문가니까 저 바위 위에서 차 위치 보고 계산해서 알아서 할거야. 쿠오도 진흙 차에 안 묻히려고 일부러 바위 위에 올라섰잖아. 쿠오가 해 보고 안되면 그 때 당신이 뒤에서 밀어도 안 늦어."
정말, 내 아내이긴 하지만, 평소엔 안 이러거든요. 작은 일에도 흥분하고 하는 거 보면 생각도 좀 짧은 거 같고. 그래서 내가 애 셋 키운다고 얘기하고 그러는데... 이럴 땐 꼭 무슨 통달한 사람 같단 말야. 구구절절 옳은 아내 말에 흥분을 가라 앉히고 맘 속으로 안전하게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기를 하나님께 기도로 구하면서 쿠오를 바라 봅니다.
한참을 비를 맞으며 차를 요리조리 살피던 쿠오, 회심의 미소를 사알짝 짓더니 역시 진흙 안 밟으려 펄쩍 뛰어 차에 들어와서 시동 걸고 핸들을 살짝살짝 꺾으며 엑셀을 밟습니다.
갑자기 차가 삐끗하더니 옆의 산비탈 쪽으로 쭈욱- 미끄러져 내려갑니다. 헉ㄱㄱㄱㄱㄱㄱㄱ거어-억!!!!!!!!!!!!!!! 아, 죽지는 않겠지!!!??? 애들부터...! 하고 애들 쪽으로 돌아보려고 하는 순간, 이 미끄러진 찰나를 놓치지 않고 쿠오가 재치있게 핸들을 다른 쪽으로 꺾으며 급발진을 하자 차는 진흙탕을 쑤욱-! 빠져 나오면서 안전한 산 쪽으로 방향을 틀어 나아 갔습니다.
아...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 때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날 것 같네요. 정말 있는 힘껏 아내와 나는 쿠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냈고 (감사할 일인가... 이런 길로 온 건 쿠오인데... ㅋㅋ) 그 결에 자던 큰 아이도 일어나 영문 모르고 같이 박수를 칩니다.
이후로도 한참 진흙탕 길은 이어졌지만 쿠오가 이전보다 훨씬 조심조심 바퀴가 헛돌지 않게 세심하게 운전을 했고 아마 달랏 쪽에서부터 길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듯, 새삥으로 보이는 잘 닦인 고산 도로가 이윽고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길도, 물론 아까 그 온 사방이 진흙산에 진흙길, 진흙 낭떠러지인 길에 비하면 호사스럽지만, 편도 1차선에 구불구불하기가 옛 미시령길 2배는 되어 보이고 점점 고도가 높아감에 따라 절벽은 더욱 더 깎아질러 가고 있는 길이라 아빠 가슴은 계속해서 새가슴입니다.
게다가 안개는 왜 이리 또 짙은지... 불안불안.
긴장하는 사람은 쿠오와 아빠 둘 입니다. 큰 아이는 베트남 양파링 삼매경. 막내와 엄마는 디비 잡니다. 나중에 당신은 천길 낭떠러지 안개길이 무섭지도 않느냐, 쿨쿨 자기만 하더라는 남편 핀잔에, "긴장하고 있어서 뭐해. 운전하는 쿠오가 잘하면 되지." 라는 맘 편한, 하지만 맞기는 맞는, 아내의 말씀.
내리막에 들어서자 이렇게 산악 사이클링을 즐기는 (주로 백인들) 열혈 사이클 매니아들이 보입니다. 차로 오기도 이렇게 힘든 곳인데... 보는 족족 우리 가족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 드리고 박수를 치며 격려해 드리는데, 힘들지도 않은지 차에서, 와~ 잘한다 하고 난리를 치는 우리 가족이 다 보이는지 손도 흔들어주고 웃으며 기분 좋아라들 해 주시네요.
이제 귀 아픈 증세도 없어지고 산에서 좀 내려왔는가 봅니다. 이제사 긴장이 좀 풀리는 것이 아빠 다리가 뻐근해 옵니다. 두세시간 내내 다리에 잔뜩 힘을 주고 있었으니. 운전한 것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평소에 운전도 잘 할 줄 모르는 주제에...
우리 가족의 계획은 점심 때 쯤 달랏 시내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Thac Prenn (쁘렌 폭포) 을 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쿠오는 손짓발짓으로 전달한 우리의 의도를 간단히 묵살해 주시고 (못 알아들으시고... ^^;;) 달랏 시내를 관통해서 그냥 바로 딱쁘렌으로 가버렸습니다. ㅋㅋ
워낙 군것질 거리를 많이 싸들고 다니다 보니 점심 건너 뛴 것은 아무 것도 아니고 아이들 먹일 빵, 음료수도 있긴 했지만, 나중에 경험해 보고 나니 달랏 식당 음식들이 너무 맛있어서 그걸 한끼라도 더 먹지 못했다는 것이 나중에 달랏을 떠날 때가 되어서야 아쉬웠습니다.
달랏 근교의 (차로 20여분..?) 유원지 Thac Prenn (쁘렌폭포).
규모 자체가 나이아가라폭포 같은 폭포와 비교는 안되지만 체감적인 가슴 시원함과 떨림은 그와 비슷한, 폭포 쁘렌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복합 유원지 입니다.
사원 같은 것이 있는가 하면...
잘 꾸며 놓은 정원, 식물원과도 같이, 꽃, 나무, 연못... 이런 것들이 꾸며져 있구요.
코끼리, 타조, 악어 같은 동물들이 있고.
애들 다리 하나는 꼭 빠지고야 말 것 같은 얼기설기 흔들다리가 서스펜션 1호라면.
폭포 위를 움직이는 불안불안한 케이블카는 납량특집 서스펜션 2호!
베트남 젊은이들의 신혼여행지 1위로 꼽힌다는 달랏. 그 근교에 있는 쁘렌폭포는, 우리나라 제주도에 있는 손꼽히는 명소 몇몇 곳처럼, 유명세를 탈 터. 그래서 그런지 비수기임에도 말타기, 4륜구동 지프 투어를 즐기는 젊은 부부들이 보였고 예의 촬영기사가 열심히 그 모습 하나하나를 다 동영상으로 담고 있었습니다.
20만동 하는 코끼리 타기. 우리가 탈까 말까 주저하자 포커판을 벌이고 계시던 아저씨들 5만동 깎아 준다고 하시며 타기를 종용. 한번 타 봅니다. 큰 아이도 동남아 갈 때마다 타니깐 별로 적극적으로 타고 싶어하진 않습니다.
결과적으론 그 간의 코끼리 타기 체험 중, 의자도 아무 안전장치도 없이 그냥 코끼리 맨등에 올라탔던 스리랑카 코끼리 타기 다음으로 가장 스릴있고 코스도 길었었습니다.
아무리 찍지 말라고 해도 촬영기사가 두 분이나 따라 다니며 우리 가족의 사진과 동영상을 열심히 찍으십니다. 에궁 미안해라... 우린 그런 거 안사는데... 당연히 코끼리에서 내리자 구입을 권하는데 이런 일에 익숙한 듯, 미안혀요 우린 안 사요... 그래도 그냥 씨익 웃고 맙니다.
이제 한바퀴 다 돈 것 같다... 쁘렌폭포 왔으니 쁘렌폭포 봐야지요. 안 가려고 우는 막내를 달래며 폭포 쪽으로 걸어갑니다.
근처만 가도 바람이 서서히 세차게 불어오며 쿠드등 하며 떨어지는 물줄기 소리에 가슴이 울립니다.
폭포 옆에만 가도 바람과 물줄기에 소름이 돋을 정도인데 폭포 뒤로 산책로를 꾸며 놓아서 뒤로 걸어들어가 반대로 나올 수 있게 해 놨습니다.
나이아가라 폭포도 폭포 뒤로 통로를 뚫어 놓아 볼 수 있게 해 놓기는 했지만... 나이아가라 폭포가 너무 커서 가늠이 안된다고 한다면 이 쁘렌 폭포는 눈에 다 들어오기 때문에 그 간담 서늘함이 더 하다고 해야 할까. 아내는 가 본 폭포 중에서 제일 무서웠다고 합니다. 지금도 사진 보며 생각하면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이어서 코끼리 모양 계단을 타고 올라들어가 흔들다리를 건너 케이블카 타고 입구 쪽으로 올라가면서 쁘렌폭포 유원지 투어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서스펜션 브릿지 위에서 바라 본 공원의 정경. 딱 머나먼 정글이나 플래툰 같은 영화에 나오는 밀림 장면 생각나는 경치군요. 우리나라도 전쟁의 상흔 위에 일어선 나라지만, 지금은 평화롭게 관광객들이 오가고 그들을 통해 돈을 버는 이 곳이 40여년 전에는 언제 어디서 뭐가 날라와서 죽을지 모를 밀림의 전장이었을 생각을 하니 오싹해 지기도 하고 무엇을 위해 천하와도 바꿀 수 없는 목숨들이 수없이 죽어 나갔는가... 허상함이 느껴져 옵니다.
별로 비싸지도 않은 케이블카 라이딩. 강추입니다. 자그마한 케이블카 한대가 오고 가는데 폭포 위로 올라가는 스릴이 아주 그만이랍니다. 스릴의 상당 부분은 최소화한 안전장치... ㅋ;;;
케이블카에서 내리면서 뒤로 넘어져서 뒷통수에 혹 생기고 쁘렌폭포가 떠나가라 목놓아 통곡한 막내. 엄마의 위로를 받으며 안긴 가운데 See you again, Thac Prenn! 쁘렌폭포 투어를 마치고 달랏 시내로 다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