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의 수어스다이 캄보디아(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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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자의 수어스다이 캄보디아(14)

하로동선 0 3296
- 다시 방콕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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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3일 금요일. 아침 5시50분에 눈을 떴다. 어제 해변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숙소에 와서 또 맥주를 마셨는데도 캄보디아를 떠나는 날이라 긴장해서 그런지 일찍 깨어났다. 조용히 로비에 내려와서 여행을 정리하는데 어둠이 걷히면서 날이 밝아진다.
 

아침을 여유있게 먹고 8시15분에 터미널로 왔다. 그러나 버스는 이미 떠나고 없다. 버스 시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8시30분인줄 알았는데, 8시 정각이었다. 졸지에 7달러*4=28달러를 날리고 표를 새로 끊었다. 평상시에는 늦게 출발도 잘 하더니 오늘은 정시에 떠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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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9시30분에 출발. 멀리 바다가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면서 버스는 계속 달린다. 이번에도 역시 노점에서 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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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휴게소의 간식. 캄보디아는 정말 “간식의 천국”같다. 그동안 눈에 보이는 대로 먹어치웠는데 또 다시 이렇게 새로운 간식꺼리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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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리를 건넌다. 10년 전만 해도 시하누크빌과 끄롱 꼬꽁을 잇는 48번 도로가 비포장이었고, 이 다리도 없어서 중간에 배를 타고 건너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좋아져서 그런 번거로움은 사라졌다. 출발 4시간 만에 캄보디아 쪽 국경인 끄롱 꼬꽁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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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서 바라본 태국-캄보디아 국경이다. 오른쪽 나무 아래의 건물이 캄보디아 이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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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마주하고 캄보디아(왼쪽)와 태국의 국기가 나란히 펄럭인다.
 

포이펫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캄보디아 관리들에 의해 자행되는 비리는 여전하다. 별로 욹어낼 것이 없는 우리같은 출국자에는 관심이 없지만 비자가 필요한 입국자에게는 웃돈을 받는다. 멀쩡히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모두들 쳐다보는데도 직원들은 천연덕스럽게 새치기를 한다. 10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이 없다. 다만 이곳은 포이펫에 비해 입국자가 10분의 1도 안될만큼 적다. 우리는 함께 버스를 타고 온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국경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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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태국 땅이다. 이곳의 정확한 이름은 국경 도시인 끄롱 야이. 한숨 돌리면서 주변을 살피니 아까 버스를 같이 타고 온 처자가 눈에 띈다. 많은 사람중에 특히 저 아가씨를 기억하는 이유는 마음에 들었기 때문. 약간 과장을 보태면 옛날에 한참 인기를 끌던 미모의 여가수 “올리비아 뉴튼 존”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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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렇게 생기셨다. 지금 낮기온 35도에 버스 4시간 타고 오셨으며 화장을 안 하셨다는 점을 감안해 주기 바란다. 자.. 마음에 들면 쳐다만 보지 말고 말을 시켜야 한다.
 

캐나다에서 오셨다. 내가 전에 캐나다 토론토에 가본 적이 있다고 하자 대화가 활기를 띤다. 자기 동네는 지금 영하 25도라며 너무 춥다고 엄살을 떤다. 그런 고향을 두고 여기에 와 있는 것이 무척 행복한 모양이다. 하긴 지금 서울도 영하 17도까지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가 교사들이라고 하자 여행지에서 만난 자기 친구도 교사라며 소개해주고. 듣고 보니 그 남자는 부산에서 근무한다고 한다. 아마도 원어민 교사인 듯. 예쁜 얼굴에 걸맞지 않게 담배를 피워서 약간은 의외였지만 얘기도 잘하고 명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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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태국으로 들어왔을 때는 너무 기분이 좋아서 노점에서 간식도 사 먹으며 많이 신나고 그랬는데, 사실은 문제가 좀 있었다. 내가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곳에 대해서만은 정확히 알지 못한 것이었다. 즉, 나는 이곳에만 오면 <아란 야프라텟>에서 그랬듯이 뚝뚝이가 있어서 그냥 하나씩 잡아타고 터미널로 가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여기는 좀 이상했다. 일단 그 많던 뚝뚝이가 하나도 없다. “미니버스”라고, 우리는 “봉고차”라 부르고 여기서는 “롯뚜”라고 부르는 버스가 오는데, 그러면 방콕까지 직접 날아가는 버스표를 가진 사람만을 태운다. 우리가 “뜨랏” 터미널까지 가자고 하면 그들은 “기다리라”고만 한다.
처음에는 순진하게 기다렸다. 그런데 실상은 우리가 지금 무엇을 기다리는지 자체가 불분명했다. 나는 이곳에 저 롯뚜 말고 정기버스가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롯뚜 기사에게 버스가 언제 오느냐고 물었는데, 그러면 그는 “곧 온다”고만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슬슬 열받기 시작. 그러나 화가 난 것은 우리만이 아니었다. 서양인 여행자들은 대부분 방콕행 버스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롯뚜 기사들이 따로 돈을 요구하는 모양이었다. 결국 이탈리아에서 왔다는 어느 여자분은 싸움을 하는데, 아... 정말 대차다. 소리 소리 질러가면서 “대체 엑스트라 차지를 몇 번을 내라는거야!!”하고 따지니까 현지 사람들은 꼼짝을 못한다. 물구경, 불구경도 좋지만, 역시 지존은 싸움구경이다. 마음속에서 존경심까지 우러난다.
 

핵심은 저 롯뚜를 타려면 돈을 내야 했다. 그것도 방콕가는 사람들을 모두 태우고 자리가 남으면 120B을 받고 태워주는 것이다. 그런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형이 “돈을 못내겠다”고 나왔다. 이거는 거의 또라이 짓이다. 아마 상대방은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되자 그들은 우리랑 대화도 하지 않으려 했다. 나중에 분위기를 파악하고 나서 우리가 돈을 낼테니 좀 태워달라고 부탁(?)을 했는데도 상대방은 “너 아까는 돈 안낸다며?”하며 빈정댄다.
 

여기서 노숙을 해야 할 상황이 왔다. 그런데 이 사태에 원죄가 있는 형이 어디를 돌아다니더니 썽태우를 수배해 왔다. 저거라도 타고 가자는 것이다. 1인당 200B.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어이가 없었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뜨랏에서 방콕까지 다섯 시간을 가는 버스값이 200B이 조금 넘는다. 그러니 지금은 거의 바가지 수준이다) 우리 넷과 캄보디아 여성 둘, 그리고 일본인 대학생 하나가 탔다. 일본인 친구는 원래 우리 멤버가 아닌데, 우리가 탄 것을 보고 쫒아오길래 내가 소개해줬다. 혼자 여행 온 친구인데, 비싸다고 어이없어 하면서도 대책이 없으니까 그냥 탔다.
 

그렇게 한 시간을 달렸다. 도로는 위 아래로 굴곡이 심해서 뚝뚝이 다닐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더욱이 <끄롱 야이>에서 <뜨랏>까지의 거리는 90km가 넘었다. (이거는 도로 표지판에서 확인) 그러니까 아까 그 친구들이 배짱이었던 것이다. 쉽게 말해 대안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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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30분. 드디어 뜨랏(Trat) 터미널에 도착했다. 방콕행 버스 시각은 6시니까 약간 시간이 있었다. 식사라고는 제대로 못한 우리는 푸드센터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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뀌여우 띄여우 남. 쌀국수 맛에 모두가 반해 버렸다. 넷이서 다섯 그릇을 먹었다. 하루종일 굶다시피하고 돌아다닌 까닭인지 아니면 원래 여기 음식이 맛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 배도 부르고 하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정각 6시 버스 출발. 요금은 241B. 중간에 짠타부리(Chanthaburi)라는 제법 큰 도시를 지나는데, 비가 쏟아진다. 건기에 내리는 비... 연중 강수량 자료를 보면 1월과 2월에도 비는 오는데 사실 양은 매우 적다. (월간 강수량의 합이 방콕의 경우 1월은 10mm, 2월은 28mm) 그런데 오늘은 비가 제법 쏟아진다. 게다가 천둥과 번개까지 치고.
 

그렇게 방콕으로 돌아오니 밤 11시 30분이다. 에까마이 도착. 택시를 잡았더니 400B을 부른다. 아.. 정말 짜증난다. 지금은 한밤중이라 요금은 200B도 안될 것이다. “빠이 미터 마이” 그냥 보내고 다른 차를 탔어야 했지만 심신이 고단하여 미터로 가자고 하고 그냥 탔다. 기사는 젊은 녀석이다. 사실 이럴 때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 승객들 하고 장난을 안 쳐서 좋다.
 

아.. 이 녀석이 고속도로로 오른다. “탐마다 디 꽈” 한마디 할까 했는데 그냥 뒀다. 솔직히 내가 잘 모르니까 자신있게 나서기가 힘들다. 작년에 가족들하고 갈 때도 고속도로를 탄 기억이 있다. 문제는 이 녀석이 통행료를 자기가 내겠다고 한다. 아.. 그건 안될 말이다. 우리가 내겠다고 우겨서 결국 우리가 냈다. 이제 본격적으로 기분이 상하기 시작한다. 통행료 45B. 고속도로에서 내려오더니 잠시 후 또 고속도로를 탄다. 통행료 45B. 아.. 오늘 재수없게 걸렸구나... 속은 끓어오르지만 달리 대책도 없다. 오늘 택시는 실컷 타보겠구나. 고속도로를 내려오더니 이 녀석이 자기가 기름을 넣고 가야하는데 괜찮겠냐고 묻는다. 거짓말이 뻔한데 문제는 싫다고 하고 내리려면 트렁크에서 온갖 짐을 다 꺼내야 한다. 그거 끌고 다른 택시를 잡으려면 또 얼마나 귀찮은가.. 그래서 그냥 그러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LPG 충전소에 왜 그리 택시가 많은지 모르겠다. 이 녀석이 머리 굴린다고 자동차 계기판에 물건을 얹어 놓아서 가스가 얼만큼 있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참... 가지가지 한다.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요금은 30B이 올랐다. 결국 그렇게 돌아다닌 끝에 카오산로드에 도착했다. 내가 숙소가 에라완하우스라고 했더니 자기가 안다고 했는데, 실제로 내려준 곳은 버거킹 앞이다. 껄껄... 이제는 좀 걸어야 한다. 어이가 없지만 꼴도 보기 싫어서 그냥 내렸다. 저 녀석 얼굴을 보고 말을 섞는 것보다는 걷는 편이 마음이 편할 것도 같았다. 택시비 191B. 통행료를 포함해서 우리는 돈을 많이 썼지만 저 녀석에게 돌아간 것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결국 2-3천원 더 벌자고 저렇게 사는 것이다.
 

- 에라완 하우스 -
 

어쨌든 다시 방콕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숙소는 원래 람푸하우스를 하고 싶었는데, 거기는 2월 한 달이 이미 FULL 이어서 인근의 에라완 하우스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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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보다시피 깨끗하기는 해도 방이 참 작다. 람푸하우스도 트윈은 이런가? 난 거기서는 3인실 또는 4인실만 묵어봐서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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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가 본 홍익인간이다. 카오산로드에 세워진 최초의 한국인 게스트하우스. 하지만 모습은 이렇다. 10년 전에 처음 태국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는 한결같이 값싸고 질이 낮은 곳이라는 점이었다. 태국은 분명 우리보다 경제적으로는 수준이 많이 낮고 물가가 싼 나라인데, 어떻게 이런 나라에서 조차도 바닥 수준의 업체를 운영하는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외국에 나가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으로 고생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사족:
 

1) 시하누크빌에서 방콕으로 가는 방법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직행표를 사는 것입니다. 요금은 26불. 만일 이것을 하나하나 표를 구입하면 얼마가 들까요? 시하누크빌 → 끄롱 꼬꽁 7불, 끄롱 꼬꽁 → 뜨랏 120B(4불), 뜨랏 → 방콕 241B(8불) 이므로 약 19불입니다.
 

2) 택시기사는 우리에게 자기는 사람들이 방콕에 왜 오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했습니다. 자기의 나라를 찾아준 외국인 관광객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처음 봅니다. 녀석이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죠. 껄껄... 우리나라 택시 기사 중에는 일본인한테 택시비로 30만원을 받아낸 사람이 있다고 TV에서 그러더군요. 저 친구는 아직 쓰레기들의 세계에서는 함량 미달입니다.
 

3) 이 사건 이후로 저는 택시 공포증에 걸렸습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저렇게 끌려다니면서 기분이 상하기가 싫었습니다. 택시기사는 젊은 친구들을 조심해야겠더군요. 그래도 나이가 많은 분들은 저런 장난을 잘 안해요.
 

4) 지난 2001년 12월29일. 결혼 1주년을 맞아 집사람과 떠난 여행지는 태국 방콕. 그 때도 지금처럼 <태사랑>에서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얻었고, 밤 늦은 시간에 정말 어렵게 만남의 광장을 찾아갔습니다. 지금은 파쑤멘 거리로 이전했지만 당시의 위치는 공항버스의 종점이었던 싸왓디 카오산 인 부근. 홍익인간에 이어 카오산로드에 세워진 두 번째 한국인 게스트하우스. 트윈룸의 하루 방값은 160B이었습니다. 처음에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초라한 외관에 실망했지만 안에 들어가서 방을 보고는 거의 기절할 뻔 했습니다. 널빤지를 이어 붙여서 만든 방. 이불은 타이항공에서 빌려온 담요. 덮개가 부서지고, 깔판마저 사라진 변기. 똔레삽의 수상가옥도 이보다는 좋을 것 같았습니다. 마침내 아내가 울먹였습니다. 그리고 딱 1시간을 머문 후, 새벽 3시에 나왔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 시절만 해도 제가 방콕을 너무 몰랐고, 태국을, 나아가서는 세상을 몰랐습니다. 태국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현실이 그랬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힘든 거죠. 그 만남의 광장이 올해부터 사업을 접은 모양입니다. 좋아했던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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