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2일 - 그리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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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2일 - 그리움 #13

수담 0 2441
이틀째.  어느새 익숙해져 가는 아침이다.
화장실 전원스위치, 샤워기의 꼭지방향, 변기옆의 물총 사용법 등등....
아. 그리고 새벽 2시부터 울어대는 옆집 닭도...    ㅋㅋㅋ       
물론 1층 로비에서 아침 인사를 나누는 이곳 직원분들의 미소들도 ~ ^^

오늘도 맛난 김치와 죽을 먹고 폴락씨와 아주머니를 기다리며 섰는데 키다리 사장님이 다가와
" 와~~  오늘 날씨 쥑이네~ ,  오늘 정말 나가실겁니꺼~? " 하며 농을 던진다. 
" 네? 그럼 나가야죠...^^; "
하늘에 비스듬히 기댄 햇볕이.......  ' 나와봐. 나와봐~ ' 하며 껌을 씹고 있었다.....

그래도 유적지 주변의 우림 속 길을 지날때면 ' 와~~~  이 맛이야~~~~~ ' 싶다.
눈을 감아도 좋고, 씩 웃어도 좋고, 양팔을 쫙 펼쳐도 좋은~  ' 나 이제 날아도 되지? '

그런데...
폴락씨가 아까 T자 갈림길에서 좌가 아닌 우회전을 하더니 거의 1시간여(?)를  달리고 있다.
어디를 가는 걸까... 시간 아까운데...  왜 이렇게 멀리 가는걸까...  갔다 언제 올라고...  등등 지도 한번 펴보지 않는 게으른 질문들만 던졌다.
그렇게 한참을 가 다다른곳.

하나, 반테아이스레이Banteay Srey
딱 도착해 툭툭에서 내리며, " 아~~~ 이구...."  (기지개~ ~ ~ ~ ~    ('O'))

1시간여 동안 곁을 추월해갔던 택시와 미니버스들이 속속 보이더니 어제 바이욘 사원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 사장님~, 사모님~... " 등의 내용은 하난데 언어는 다 다른...
' 이 사원은 어느 곳이길래 이렇게 멀리까지 다들 온거야?..... ' 

반테아이 스레이 : 반테이는 '성채', 스레이는 '여인' 즉 '여인들의 성채'라는 의미의 이름을 지닌 힌두교 사원이다. 분홍빛 사암과 붉은 라테라이트 석을 사용해 분홍빛 연꽃처럼 대단히 정교하고 아름다운 여성적 분위기의 부조로 온통 장식되어있다.
사원의 복원 작업을 하던 프랑스 고고학자는 " 크메르 건축 예술의 보석 "이라 표현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부조를 아주 깊게 파내었음에도 델리케이트한 라인을 유지하며 사실적 묘사를 충분히 표현해 내기 때문에 부조는 마치 살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분홍빛 사원과 분홍빛 연꽃의 아름다운 대비는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 출처:http://goangkor.com.ne.kr/에서..)
물론 나도 동감이다.^^;;

덧붙이자면 좀 추상적인 느낌인데...        ' 신비로움? ' 또는 그 비슷한 어떤 성스러운 느낌이다.
딱 잡히는 이미지는 아닌데 뭔가 묘한 매력과 끌림이 있는 여인의 모습이랄까...  ㅡㅡ;
... 사실..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렇게 그 아이를 봤다. 처음.

길 끝에 자리한 본사원은 작지만 쉬이 허락되지 않는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처음 접한 중력감이었는데 바깥 세상과 어떤 장막이 쳐져 있는 듯 한 느낌이다.

돌아나오는 길엔 의식적으로 그 아이를 다시 찾았다.
우리 나이로 5살이나 됐을까.
말도 없고 표정도 없다. 그리고 지나침도 없는...
그렇게 뒷짐 진 두 손에는 각양각색의 사탕들이 넘쳐날만큼 쥐어져 있었다...

몇 차례의 카메라 세례가 지나간 뒤 예고없이 카메라를 들었다.
파인더 안에서 아이는 압살라 춤을 추기 시작한다.  ' 어!... '  ... 힘없이 카메라를 내렸다.
' 왜 안 찍는거야? 나 찍으려고 아까부터 지켜본 거 아냐? 이런 거 사진찍기 좋잖아? '
' 아니...  더 기다리려고...  편해지겠지... '
' 무슨 소리야. 마음대로 해 '
그리곤 아이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아이가 사진 속 대상뿐인 피사체로 고정되는게 싫었거든. 그럴 필요 없으니까. 

아이에게 인사를 못 했다. 관광객들의 셔터가 끊임없었고 그에 따른 더 많은 사탕을 받아야 했으니까.
어쩌면 아이에겐 더 많은 사탕보다는 그것을 담을 가방 하나가 필요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둘, 반테아이 삼레Banteay Samre
돌아오는 길에 들린 사원인데 관광객이 적은 탓일까..  고즈넉함이 있어 좋다.

반테아이 삼레 : 이 사원의 특징은 앙코르와트의 축소판이란 점과 건물들이 모두 해자로 격리된 채 연결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앙코르와트는 섬 위의 사원인데 비해 삼레는 사원자체가 연못에 떠 있는 작은 앙코르와트라는 점이다. ( 역시 출처는 상동 )
하지만 지금 해자에는 물 대신 짙은 풀이 자라고 있다.

홀로 외딴 시간에 와 있는 듯 해...
사원 외벽 따라 이렇게 가고 있는데..  여긴 나 밖에 없거든. 거짓말같이.. 
내가 가는 길을 멈춰서면 이 시간도 멈춰설까..  그럴까...? ...  이제야 나를 보는구나...ㅎㅎ.....

마술같았다.
없었는데 지금은 있거든.
아이가 날 향해 걸어오고 있어. 기억나? 그 아이가 손도 흔들고 하얀 이도 보이며 웃어줬잖아..
여긴 나 밖에 없거든.....

기억나?
카메라를 들면 소리없이 멈춰서고, 카메라를 내리면 소리없이 다가왔잖아.
마술같았지?    그렇게 ' 기억 '을 채워줘서 감사했잖아. 그래서 나도 웃어보여잖아..
.
.

응.........  기억나.....  알잖아...  알잖아......
 

휴~~~~~~~~ ^ ^;;


점심시간 ~
게스트하우스서 '불고기덮밥' 먹다. 맛있다. 계란국도 맛있다. 진짜로.

셋, 앙코르와트Angkor Wat
앙코르왓은 서쪽을 향해 있어 오전보다는 오후에 많이들 찾는다고 한다.
' 정말.....  정말이네........  마치 번개모임같아..  대단한 오프라인이다... '  했으니까^^.

여러 회원(?)들과 같이 참배의 다리를 건너 서쪽 첫 문을 들어서려 올라섰는데...
' 와...............  앙코르 왓이다.... 나 정말 와버렸네...  어.. 앙코르씨 잠시만 그대로... '

 
[image]0017-1.jpg[/image]

사진 한 컷.
' 지금 좋았어요. 그리고 고마워요. 내게 여기 올 수 있는 용기를 줘서..  '

앙코르 왓 본 사원을 정면으로 대하며 참배의 도로를 걷는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비록 날씨도, 사람도, 내 무식도 정말 너무 했지만 말이야.

1회랑에 들어섰을때 아주머니는 이미 괜찮은 가이드를 찾고 있다.
" 어...! 저 가이드 괜찮네. 목소리도 좋고. 어여와 저기 끼자. "
그렇게 아주머니는 그 팀에 끼여 벌써 저만큼 가고 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다른 팀에 끼여 본다.
아무래도 사전지식이 없다면 무리니까 이렇게라도 회랑 내 부조를 이해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10여명의 사장님, 사모님 중 기사같은 '나'를 의식한 탓인지 가이드가 갑자기 길을 멈춘다.
" 모두들 힘드시죠~ 여기서 잠시 쉬다 가겠습니다~ "... ㅋㅋ 같이 쉴수는 없잖은가~ ㅡㅡ+

우연찮게 여행 오기 전 단테의 <신곡>을 읽어었는데, 지금 난 회랑의 천국,연옥,지옥 편 앞에 있다.
' 오......  지옥.....  오.......  안돼.......  오......... ' 만 하다 ' 착하게 살자! ' 했지.

2회랑으로 가는 중간에 있는 십자회랑은 멋진 곳이다. 밭 전(田)자 모양인데 예전엔 파인 네곳에 물을 받아두고 이 물로 신(神)을 뵙기전 몸을 씻어다고 한다.
그럼 이 곳에서는 잠시 쉬다 가자. 그래도 될만큼 충분히 낭만적이고 사색적인 시원함과 편안함이 있는 곳이니까. 물도 마시고 발도 주무르고 생각도 하며 가져온 가이드북을 보자. 그리고 쓰고자 했던 일기가 있다면 지금 쓰는게 좋다.^^

3회랑으로 가는 길.
계단.
글쎄...
다음에 갈까?
.................

위에 있던 관리자가 내려온다. 그것도 뛰어서. ' 뭐지...  내가 잘못 본거지?.... '
하지만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그 관리자에게 박수갈채를 보낸다. ㅡㅡ;;;

3회랑에서는 두 번의 후회를 했다.
처음 계단 중간쯤에 올라 아래를 봤을때.
다시 내려오려고 아래를 봤을때. ㅡㅡ;;;;

3회랑에도 십자회랑이 있다. 그러니 또 쉬어보는게 좋다. 쉬다 주변 여행객들과도 인사하며.
" Hi ~ ^^ "

지금 이곳에서 보는 일몰이 아름답다고 한다. 많은 슬픔과 기쁨이 어우러진 아련함을 준다고.
하지만 오늘은 다른곳에서 일몰을 보기로 했다...

넷, 프놈바켕PhnomBakheng
" 아주머니. 저기 코끼리. 코끼리. "
" 어! 저거 타고 가면 좋겠다. 그치? "
" 네... 비쌀까요? "
" 글쎄...  "
$10 란다. $10면....  방값에.. 밥값에...  그래서 결론은,
" 그냥 걸어올라가죠~ 오기 전 글 보니까 조금만 가면 된다던데. "
" 그래? 그럴까 그럼... "

동네 뒷동산 같다고 할까. 비교적 오를만 하다.
하지만.
이렇게 다 올랐다 싶어 정말 오르면 언덕 위에 신전이 떡 하니 있다. 즉. ' 또 올라가란 말이네... '

프놈바켕은 이 주위에서는 유일한 언덕이라 한다. 즉, 프놈은 '산', '언덕'이란 뜻이고 바켕은 이 언덕의 이름이다. 그리고 신과 가까운 그 곳에 신께 헌납하는 신전을 지은 것이다.
라고 같은 같은 출처에서... ^^;

신전에 오르면 사방을 둘러 끝없이 펼쳐진 평지와 우림이 정말 장관이다.
거의 1000여년 동안 지는 해를 말없이 지켜봤던 앙코르왓 모습에서도 하나의 진한 감동이 배어 나온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경건한 모습들에서도...  다함께 포옹을 하고 싶을만큼...  그립다.....

지는 해를 뒤로 하고 시엠립으로 돌아와 아주머니, 폴락씨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 아주머니.. 내일은 같이 못 다닐거 같아요. "
" 어? 왜? "
" 내일 오후에는 포이펫으로 돌아갈까 해요. 그래서 나름대로 정리할 것도 있구요. "
" 아... 참 그랬지. 그래~ 아쉽지만 할 수 없지. "
" 네~^^; 아주머니도 남은 여행 잘 하세요~ "
" 어. 그래. 밥 식겠다 어서 먹어~^^ "

게스트하우스에 태워다 준 폴락씨께도 지난 친절과 배려심에 대해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 좋은사람. 고마웠어요. 정말. 다음에 오면 형이라 부를게요. 그래도 되죠?^^ '

오늘도 힘들었던 하루.
하지만 가슴 어딘가 아련한 감동과 그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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