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남의 동남아 가출일기 #21 - 비자클리어를 위해 라오바오 다녀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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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의 동남아 가출일기 #21 - 비자클리어를 위해 라오바오 다녀오기

타노시미 0 3902
#. 4/17(TUE) D+23

0530 기상. 오늘은 베트남입국 14일째이다. 내일이면 베트남 15일간의 비자가 만료되기 때문에 오늘은 비자클리어를 위해 라오스 국경을 다녀오려고 한다. 어제 라오바오까지의 직통 왕복차편이 있다고 호텔로 부터 소개를 받아서 신청을 해두었다.

0620 일찍 준비하여 호텔에서 픽업을 기다림.
기다리다가 20개월째 여행중인 한국 젊은이를 로비에서 만났다. 라오스책자도 선뜻 짤라준다.
 
0655 픽업이 와서 미니버스에 탑승. 시내 이곳 저곳을 사람들을 픽업하기 위해 헤집고 다닌다.
0730 픽업이 일단락이 되었는지 어떤 길에서 정차하여 짐정리를 한다. 그리곤 다시 출발. 탄 사람들은 나 빼고는 모두 현지인들이다.
0740 벤제 피아남 버스터미널에 들러서 빈자리를 모두 채우기 위해 호객행위를 한다. 그리고 기사는 시동을 꺼버리고 어디론가 가버린다. 어떤 시츄에이션인지 모르겠지만 승객들이 모두 타고 있어서 나도 기다렸다. 특별히 직통으로 가는 차가 있다는 것이 결국 이거였던가? 내가 너무 편한 것을 바란 것이 후회된다.
하지만, 이런 기회에 베트남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현지인들의 현실의 삶을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8시가 되자 터미널을 출발했다. 기본적으로 좌석이 좁아 터졌지만 정원 19인승에 19명이 탄채, 에어컨도 켜지 않고 창문을 열고 차가 달린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인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꽤나 시원하다.
미니버스는 짐을 배달하는 일도 하나보다. 가면서 시내구간에서는 차장이 연신 차창 밖으로 라오바오를 외쳐댔고 두어번 짐을 맡기는 일도 있었다.
0850-0900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다. 그사이에 사람들은 모두 내려서 화장실을 간다. 포개져(?) 타고 있기때문에 내리기 싫어도 제일 안쪽 자리가 아닌 이상 어쩔 수 없이 다 내려야 한다. 화장실 갔다가 다시 출발.
0907 차장이 중간에 나를 툭친다. 쳐다보니 " 너 복잡한 차에서 고생한다 " 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괜찮고 재미있다는 듯이 웃어 주었다. 작은 행동 하나에 마음이 한결 밝아진다.
 
0916 내 왼쪽의 청년은 중간에 내린다. 자리가 넓어지나 싶었더니 뒷자석의 남자가 건너온다. 그리고는 너 외국인이냐? 묻는다. 코리안이라고 답하니 이번엔 노쓰코리아냐고 묻는다. 좀처럼 질문받아본 적이 없는 내용이지만 사회주의국가라서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사우스코리아라고 대답했더니, 이번에는 나중에 남북이 전쟁을 할거 같으냐? 하고 또 묻는다. 황당한 질문이라서 그냥 잘 모르겠다고 하고 넘겼다.
동하를 지나서부터는 한두명씩 내리고 있어서 자리는 좀 여유가 생겼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온이 올라가 에어컨이 없는 차안은 점점 더워진다.
 
1100 라오바오 국경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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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바오에서 버스를 내려 베트남쪽 출입국심사대를 보면서 한 컷.

1105 베트남 출국심사대 도착. 사람들이 세 줄로 길게 늘어서 있다. 후에로 돌아가는 차의 출발시간이 12시로 정해져 있기때문에 조금 조바심이 났지만 비교적 순조롭게 줄이 빠졌다. 운좋게 내가 서있는 줄이 다른줄보다 빨리 빠진다. 근데 그걸보고 옆줄에 서있는 사람이 우리줄로 새치기를 해들어온다. 1명, 2명까지는 참다가 3명째가 또 끼어들기에 그사람 어깨를 툭치면서 뒤로 가라고 얘기했다. 그사람은 날보고 뭐라뭐라 설명을 한다. 느낌상 "내 친구와 원래 이 줄에 서 있었는데 잠깐 옆에 갔다 온거다" 라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주위에서도 거든다. 말이 안통하는 상황에서 다수와 대응해봐야 좋을 것이 없어서 한번 더 참았다. 다행히 내가 한마디 내뱉어서 그런지 그 이후로는 끼어들지 않았다.
내차례가 다되어가서 유심히 보니, 다들 여권에 돈을 끼워서 제출하고 있다. 그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나한테도 1불을 Fee로 달라고 한다. 왜 필요하냐고 질문했더니 Table Fee라고 한다. 들은 적이 없다고 했더니 건물밖에 안내를 보고 다시 오란다. 시간도 없는데 돈 천원에 짜증내고 싶지않아 20000동을 건네고 나왔다.
1115 혼자 투덜거리며 걸어서 라오스국경을 넘어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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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 라오스 사이의 국경표시로 베트남이 세운 국경 표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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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서 라오스로 걸어들어갈때. 앞에 보이는 아줌마들은 환전상들이다. 나는 비자클리어만을 위해 온 상황이므로 아줌마들과의 볼일은 없었다.

1120 라오스 입국심사대 도착. 아까 베트남출국때 먼저 빠져간 이들을 포함해 다수의 사람들이 입국심사대 앞에서 서로 밀쳐가면서 창구의 구멍안으로 자기 여권을 밀어넣으려고 사투중이었다.
베트남 출국시에는 새치기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그래도 줄이라도 서있었는데, 여긴 완전히 질서가 없다.
먼저, 입국서류를 받아서 작성하면서 잠잠해지길 기다렸지만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고 있어서, 자칫 후에로 돌아가는 버스의 약속시간을 못지킬까 걱정이 되었다. 진퇴양난이었다. 눈치를 보다가 나도 똑같이 하자 싶어서 다른이들 처럼 창구안으로 긴 팔을 쭉 뻗어 여권을 밀어 넣어두었더니, 간신히 5월1일까지의 입국허가 도장을 받았다. ^^
여기서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지폐를 여권에 끼워둔다. 뒤에서 살펴보고 있자니 내 여권을 받아든 심사대 직원이 처음에는 여권을 휘리릭 뒤지면서 지폐를 찾는 것 같았는데, 한국 여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찾기를 중단하고 바로 도장을 쾅쾅 찍어준다.

1140 그리고는 즉시 건물을 한바퀴 뺑~돌아서 라오스 출국심사대로 갔다. 출국심사대에는 출국하는 사람이 전혀 없어서 그런지, 심사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어서 창구안을 보면서 두리번 거렸더니, 반대편의 입국심사대에 앉아있던 아까 그 직원이 다가와서 처리를 해준다. 입국한지 3분도 안되어 출국하게 되어 좀 민망했었지만, 그래도 별다른 질문은 하지않고 출국도장을 쾅 찍어준다.
1145 다시 라오스를 떠나 베트남으로 넘어와서 입국심사를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똑같이 1불의 Table Fee를 요구받았다. 내가 만만해 보인건지 최근에 바뀐건지(아무래도 전자일 것만 같은 불길한 생각이....ㅠㅠ), 비록 발품을 팔긴했지만 5월1일 까지 비자가 연장되어 맘편히 여행을 계속할 수있게 된걸 만족해하며 잊기로 했다.
 
1155 버스탑승. 다행히 12시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는 올때와는 달리 손님이 전혀없다. 나만 탄 상태로 12시에 출발한 버스는 달리는 중에 연신 호객행위를 한다. 덕분에 승객 8명과 여러개의 배달용 짐이 차에 태워졌다. 물론 역시나 현지인 뿐이다.
 
1235 검문소도착. 국경으로 갈때는 지나쳤지만 국경에서 나올때는 검문을 받는다. 공안이 차문을 열고 주로 숨긴 물건이 없는지를 살펴보는 것 같았다. 항상 기세좋게 인상도 써가면서 일하던 차장 아저씨가 공안 옆에서는 순진무구하게 착한표정으로 웃고 있다.
속으로 너무나 웃었다. 공안이 세긴 센 모양이다. 5분만에 형식적인 검문은 끝이나서 다시 출발.
가면서도 새로 태울 손님이 없는지 운전기사는 크락숀을 울려대고, 차장은 창문밖으로 고함을 질러댄다.
결국 대부분의 좌석을 마저 태우고 기사는 즐겁게 달리고 있다.

1400 국경갈때 들렀던 주유소에 다시 들러 휴식. 시원한 물 한병을 사서 마심. 10분후 다시 출발.

베트남에서는, 쭉뻗은 2차선길을 달릴때 앞에 무거운 차라도 있으면 중앙선을 넘어서 추월을 하곤한다. 이때 맞은편에서 차라도 달려오면 그 차와 부딪치기 전에 추월을 마치기 위해서, 더욱 속도를 높인다. 마치 치킨게임이라도 하듯이 달려오는 차를 정면으로 보고 가속을 해대는 광경은 나로 하여금 한번씩 오금을 저리게 한다.

1500 벤제피아남터미널 도착
시내에 들어와서는 아침의 태울때처럼 또 여기저기 헤집고 다닌다. 사람도 내리지만 맡겨진 물건을 배달하기 위해서다.
1525 호텔근처에 도착해서 하차. 들어와서 일단 샤워부터 실시.

1700 호텔 발코니에서 혼자 여행온 에노모토상(여, 28, 치바)을 만나 얘기하다 저녁식사를 같이 하고 들어옴. 일본인 특유의 걱정을 잔뜩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여행할려는 의지가 강해보였다.
1900 식사후 호텔복귀.
2200 피곤한 하루를 침대위에서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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