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남의 동남아 가출일기 #13 - 사막의 도시 무이네
#. 4/9(MON) D+15
0530 해돋이가 보일까 궁금해서 일찍 일어나서 숙소의 바닷가 정원쪽으로 내려갔다. 엊저녁과는 달리 바닷물이 숙소 펜스 바로 밑까지 밀려와 있다. 벌써 바다에 들어가 수영을 하는 러시안들도 보인다. 또한 바다에는 이 지방 특유의 둥근 배(까이뭄)를 타고 고기를 잡는 모습도 멀리 보인다.
펜스까지 들어온 밀물때문에, 어제 오후에 걸었던 해변은 완전히 물에 잠겨있다.
0620 해는 바닷가쪽이 아니라 육지쪽에서 이미 떠있다. 급실망하고 숙소복귀.
왜 이번 여행에서는 일출, 일몰과 이렇게 인연이 없는 것인지..ㅠㅠㅠ
가운데 건물의 2층이 우리방이다. HH는 아직 자고 있는 새벽인데, 아무도 없는 풀에서 수영이라도 할까 고민하다가 참았다는....ㅎㅎ
0730 챙겨서 숙소를 나섬. 8불에 오토바이를 빌리기로 하고 일단 쌀국수로 아침식사(35000동).
0830 오토바이 수령(8불/24시간), HH를 뒤에 태우고 다니기 위해 헬멧 2개를 받음. 그리고, 1L의 연료(30000동) 주입함.(재차 확인까지 했으니 미스커뮤니케이션은 아닐텐데, 왜 오토바이를 빌려준 아저씨는 1L만 넣으면 된다고 했는지... 이것때문에 우린 많이 고생했었다..ㅠㅠ )
0845 피싱빌리지 도착. 수많은 배들이 새벽부터 시작된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들이 하는 고된 작업과는 상관없이 내 눈에는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0930 Red Sandune 도착. 아직 실제 사막에는 가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참으로 생소한 체험이었다. 왠지 진짜 사막에서는 물도 없고 외로워서 어쩔 수 없이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는데, 여긴 멀리 바다도 보일뿐더러 나무도 멀지 않은 곳에 보이며, 더구나 모래 언덕에서는 동네 꼬마들이 모여서 모래 썰매를 타고 있을 만큼 푸근함이 느껴지는 사막이다(엄밀히 얘기하면 사막이 아니라 사구이지만). 동네 애들의 끈질긴 썰매강요를 제외하고 말이다.
말 그대로 완전한 동네 놀이터이다..ㅎㅎ
하지만 각도에 따라서는 사막이 될 수도 있다는...
1100 White Sandune 도착. 제법 거리가 멀다. 현지사람들 만큼 빨리 달리지는 않았지만 오토바이로도 상당히 오래 달리면서 노출된 내 다리는 새빨갛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다리에도 썬크림을 바르고 나올걸 하고 후회했다. 하지만 도착후(주차비 4000동)에는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탄성을 지르기에 충분했다. 사륜구동카를 타라는 끈질긴 요구를 끝내 무시하고 걸어서 올라선 사막에서, 사람들이 전혀없이 홀로 남아있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White Sandune은 충분히 넓고 웅장했다. 발바닥이 너무 뜨거워서 오래있을 수가 없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점심을 먹기위해 숙소로 향했다.
화이트샌듄으로 가는 길.. 멀리 샌듄이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본 이상 오토바이를 세울 수 밖에 없었다.
샌듄을 앞에 두고 오히려 반전을 꾀하는 것인가? 샌듄입구에 있는 늪(?).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사륜구동을 타고 사막을 질주한다.
레드 샌듄보다는 훨씬 웅장했던 화이트 샌듄
어찌 사막을 횡단하려는 사람처럼 보이나요? ㅎㅎ
HH의 카메라로 나도 모르게 찍힌 사진. 멀리 실크로드를 향하여 길 떠나는 나그네처럼 보여지기를..
그런데 돌아가는 도중에 문제가 생겼다. 연료가 떨어진 것이었다. 하필 인가가 전혀없는 곳에서 오토바이가 정지해 버려서, 땡볕에서 20여분을 오토바이를 끌고 오다가 겨우 어떤 트럭을 세워서, 뒤칸에 오토바이를 싣고 주유소까지 이동했다. 1L(30000동)를 더 주입하고 다시 이동. 트럭기사가 사례를 요청하여 100000동을 건넸다. ㅠㅠ
1300 숙소도착. 샤워후 숙소 식당에서 볶음밥(40000동)과 사이공맥주(12000동)를 먹고 해질때까지 휴식함.
1830 저녁먹으러 나와서 우선 50불 환전함. 1$=20500동(@신카페)
1900 한국식당에 가서 HH와 둘이서 돼지고기백반, 삼치구이, 사이공맥주, 콜라를 먹음(310000동). 근데 신카페에서 환전한 돈중에서 200000동 짜리를 못받겠다고 함. 스카치테이프로 부친 자국이 있다는 것이 이유.
2000 신카페에 다시 가서 문제의 지폐를 100000동 2개로 다시 바꿈. 이유를 설명하니 베트남 답지않게 순순히 처리해준다. ㅎㅎ
2020 내일 새벽 오토바이 사용을 위해 연료 1L 더넣음(27000동). 뭐냐 이거 첨부터 듬뿍 넣던지 하지..ㅠㅠ
2040 숙소에 맡겨둔 세탁물 찾아서 방에 들어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