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에서의 사흘
1월 8일 밤에 도착한 훼 공항. 남편과 작은 아이는 귀국하고, 둘만 남아 조금 두려웠지만 하노이 보다는 조금 덜 추운 날씨에 안도하며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 길 - 무척 시골 같았습니다. 아**에서 40%할인으로 예약한 휴엉지앙 호텔은 호치민이나 하노이에서 묵었던 호텔들에 비해 규모가 컸습니다. 겨울이라 단체 여행객이 적어서 할인을 많이 하는 듯. 그런데, 잠긴 트렁크가 열리질 않는 겁니다. 결국 리셉션에 도움을 청하여 두 분이 와서 열어 주었습니다. 앞으로의 일정이 꽤 많이 남아있어서 걱정...
다음 날 아침 식당에서 뷔페식 아침을 먹는데, 훼의 쌀국수는 좀 다릅니다. 약간 매콤하고 느끼한 맛인데, 이것이 분보라고 합니다. 저는 담백한 것이 더 좋았습니다. 이 호텔은 과일이 참 달고 맛있습니다. 베트남, 캄보디아 통틀어 이 번 여행에서 가장 맛나게 먹었지요.
이슬비가 살짝 내려서 택시를 타고 왕궁으로 갔습니다. 내려주면서 기사가 뭐라고 하는데, 알아듣지 못한 우리는 앞으로 계속 걸어 갑니다. 씨클로 아저씨들이 타라고 해도 그냥 걷습니다. 문이 보여서 들어가려니, 벽을 돌아서 가야 매표소와 입구가 있다는 겁니다. 결국 택시가 내려준 곳 뒷쪽에 있던 입구를 찾아서 고고~ 가이드북에 나온 것들을 모두 보며 게으른 여행자의 모습으로 걸어다녔습니다.
왕궁을 나와 궁전박물관을 가려는데, 아까의 그 씨클로 아저씨가 계속 따라옵니다. 단호히 "노"를 외치며 또 걷습니다. 이런, 5분 거리라고 했는데 보이질 않고 사람들은 참 열심히 가르쳐 줍니다. 길을 헤매다가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들어간 로컬 식당, 모든 이들이 저희를 쳐다봅니다. 서로 주문을 받으려 오려하질 않다가 영어를 조금 하는 아가씨가 떠밀려 우리에게 옵니다. 서로 짧은 영어이니 문제는 안됩니다. 메뉴는 딱 두 가지. 쌀가루 반죽과 해물로 한 빈대떡 같은 것과 어떤 식물 줄기에 돼지고기를 감싸서 구운것과 야채를 라이스페이퍼에 싸먹는 것. 둘 다 시키고 음식이 나오자 이 아가씨가 먹는 방법을 시범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열심히 따라 싸먹습니다. 이런~ 정말 맛납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가게 안의 모든 이들이 우리를 보고 있습니다. 동양인 여자 둘이(그것도 아줌마랑 아이) 목욕탕 의자에 앉아 자기들 음식을 열심히 아주 잘 먹고 있는 것이 신기한가 봅니다. 어쨋든 참 맛나게 먹었는데, 계산할 때 보니 7만 5천동. 우리 돈으로 3,750원. 따뜻한 홍차까지 줍니다. 감동이었지요.
다시 힘을 내어 찾고 보니, 왕궁 후문 바로 근처. 게다가 너~무 작고 사람도 우리 둘 뿐.
동바시장으로 느릿느릿 걷다가 신기한 노점 발견. 색색깔의 시럽이 담긴 여러 개의 냄비를 가득 담은 포장마차. 궁금하여 물으니, 단 것들을 섞어서 먹는 간식이라 하여 주문 - 엄청 달고 맛남. 이젠 목욕탕 의자에 앉아서 간식도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현지인들 구경. 지나가는 현지인들은 그런 우리 모녀 구경.
조금 걷다보니 노****를 파는 가게 발견. 구경을 하다가 내피 탈부착 되는 패딩을 70만동에 구입. 하노이에선 145만동이라 했는데, 짝퉁이라도 옷감이 좋아보여서 일단 사고, 다시 동바시장으로~
이 시장 상인들도 모두 노****를 입었네요. 시장 구경을 하다가 가방 가게 많은 곳에서 커다란 트렁크 구입. 깎아서 $40 에 샀는데, 아주머니 표정보니 몹시 기쁘신듯. 이러면 난 바가지? 커다란 가방을 들고, 옆 꿉마트에 가서 과일과 커피, 과자를 사서 택시 타고 숙소로.
저녁도 먹고 황제릉 투어 티켓 예약하러 만다린 카페로 가다가 현지인 아주머니에게 $7 에 다음 날 아침 표 예약. 만다린 카페를 찾으러 다니다가 또 길을 잃고 어두운 길을 헤매고 다님. 가이드 북 지도랑 조금 다른 위치에 있는 것 같다며 툴툴댔지만, 음식이 맛있어서 용서~(만다린 카페는 짱디엔 다리 건너 시이공 모린 호텔을 지나임페리얼 호텔을 끼고 돌아 작은 길을 건너면 보임).주인 아저씨가 찍은 사진들을 보며 놀다가 사진엽서도 얻고 익숙한 길을 돌아 와서 잤습니다. 고생한 다리에 미안함을 느끼며!
아침 일찍 선착장에 가서 용모양 배를 타고 황제릉 투어 시작. 동양인은 또 우리 둘 뿐. 동양인들은 주로 단체 투어를 많이 다니니까요. 영어를 하는 가이드와 함께 티엔무 파고다, 어떤 무관의 집, 민망 황제릉, 카이딘 황제릉, 투득 황제릉을 돌아보는데, 현지인 아주머니가 반갑게 인사를 하십니다. '누구시더라?' 아이가 어젯 밤에 우리에게 표를 팔았던 아주머니라고 가르쳐 줍니다. 이런 단기기억 상실증 환자! 큰 배의 티켓 예약도 해주고, 작은 배로 개인 투어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순박함과 열심히 사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배에서의 식사가 안좋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식사는 괜찮았습니다. 추가 주문을 받을 때, 우리 모녀는 또 두 가지를 시켰는데, 식사시간에 보니, 우리만 푸지게 먹고 있더라는... 황제릉은 서로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달랐습니다.
저는 어느 나라이든 도시들은 별 차이가 없어서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편입니다. 베트남에서도 무이네와 훼가 더 기억에 남고 푸근하게 느껴집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번화한 휴양지 뿐 아니라 한적한 훼에도 가보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