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베트남의 주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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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베트남의 주택 이야기.

행복한정원 5 7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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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에 처음 갔을 때 눈길을 끌었던 것 중의 하나가 독특한 건물의 형태였습니다. 특히 호치민이나 하노이 등의 도시에서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건물의 형태가 직육면체의 성냥곽들을 좁고 긴 옆면이 앞으로 보이도록 일렬로 세워놓은 것 같이 보였습니다. 바닥의 형태로 보면 좁고 긴 직사각형의 땅위에 보통 3,4층의 높이로 지은 건물들이 많았는데, 건물과 건물 사이에 공간이 없이 서로 바짝 붙어 있습니다. 건물의 형태가 그렇게 되니 보통 건물의 측면에는 창문이 없습니다. 건물과 그 옆 건물의 사이가 떨어져 있는 집도 측면에는 대부분 창문을 내지 않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미완성 건물처럼 건물의 앞뒷면에만 페인트칠을 하고 측면은 회색의 시멘트벽 그대로 방치한 집도 간혹 눈에 띱니다. 짐작해보면 그 건물 옆에 다른 건축물이 들어설 것을 예상해서 칠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반면에 건물의 앞면은 화려한 난간과 기둥을 세우고 창문과 벽도 아름다운 색깔로 칠을 하는가 하면 앞마당에는 꽃이 핀 화분들을 놓아 집을 장식하기도 합니다.
  베트남의 주택이 그런 형태를 갖게 된 유래가 궁금해서 여행을 끝내고 온 후에 조사를 해봤습니다. 일설에는 프랑스 식민시절 주택과 상가에 부과하는 세금의 비율을 정할 때 도로에 접한 길이에 따라 차등을 두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세금을 덜 내기 위해서 도로에 접하는 앞면을 좁게 했다고 합니다. 보통 도로 쪽은 3-4미터에 측면 길이는 15-20미터 정도의 성냥 곽을 세로로 세워놓은 것 같은 구조가 되는 것입니다. 또다른 설에 의하면, 모든 인민은 평등해야 한다는 사회주의의 이념에 따라, 모든 집들이 공평하게 도로 쪽으로 접하게 하기 위해서 그런 길쭉한 집을 짓게 되었다고 합니다. 요즘도 주택 허가 시에 기본 규정이 있다고 하는데 그 중 하나가 건물의 폭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규정이 약해져서 폭이 좀 넓은 집들도 짓기는 하는데 허가 받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대부분 삼사층의 주택 일층은 오토바이 주차장 겸 창고 혹은 응접실로 쓰이고 이층부터 주거용으로 쓰이는데, 한 층에는 보통 두 개의 방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베트남에 똑같은 주거 형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에 따라 지역적 특성을 살려서 지은 집들도 있고 프랑스풍의 주택도 눈에 띱니다. 요즘은 대도시에서 최첨단의 현대식 고층 아파트도 많이 짓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영토는 남북으로 길쭉한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호치민 공항에 내려서 북쪽으로 점점 올라가다 보면 다양한 분위기의 여러 도시들을 만나게 됩니다. 고원 도시인 달랏은 프랑스인들이 발견하여 휴양지로 발전시킨 도시답게 전원풍의 주택들이 많습니다. 산중턱에 그림같이 자리 잡고 있는 주택들을 보면 유럽의 어떤 마을은 연상케 됩니다.
  역사가 오래된 도시에 가보면 독특한 분위기의 고풍스런 건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대표적인 도시가 호이안입니다. 중세 이전부터, 국제적인 무역항으로 서양이나 중국, 일본과 무역을 하던 역사적인 도시답게 오래된 건물들이 많습니다. 중국에서 옮겨와 살던 화교들이 지은 중국풍의 건물도 있고 백년이상 된 목조 고가들도 있습니다. 그 고가에는 아직도 후손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북으로 더 올라가서 바다의 풍광이 아름다운 하롱베이에 가면 바다에 떠있는 배위에 집을 짓고 평생을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배에서 나서 배위의 학교에서 공부하고 물고기를 잡아서 생계를 이어갑니다.
  하롱베이에서 수도인 하노이를 지나 베트남의 북단에 자리 잡은 고원마을인 사파에 가면 기후부터 다른 도시와 달라집니다. 베트남의 남부 지방은 겨울에도 섭씨 30도 전후의 더운 날씨가 계속되지만 사파에는 겨울에 눈이 내리기도 할 만큼 온도가 낮습니다. 그곳에는 고지대에서 계단식 논을 만들어서 벼농사를 짓고 사는 소수민족들이 살고있습니다. 그곳의 베트남인들의 주택은 다른 도시의 주택과 별 차이가 없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는 주택은 그들만의 독특한 형태를 지금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파에 갔을 때 고산족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나무 판재로 지은 집안은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넓은 공간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집안의 한쪽 편에 화로를 만들어서 취사를 하고 있었고, 그 반대쪽에 다락이 있었는데 방으로 쓰는 공간인 것 같았습니다. 집안에서 취사를 하기 때문에 집안은 연기에 그을어 검게 보였습니다. 창문이 없어서 실내는 어두웠고 바닥은 예전 우리나라의 부엌처럼 흙바닥이었습다. 중앙 위치에 현대문명의 이기인 컬러TV가 한 대 놓여있을 뿐, 그들 고유의 주거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베트남의 주택에는 난방 시설이 없습니다. 사시사철 더운 남쪽지방은 난방이 필요하지 않지만 북부지방은 겨울에 섭씨 10도 이하로도 내려갑니다. 여행하는 동안 추워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공항도 호텔도 난방을 하지 않았습니다. 베트남인들은 추위를 타지 않는 것인지 겨울 추위에도 난방 시설을 하지 않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베트남 북부를 여행하는 동안 우리나라의 온돌방이 내내 그리웠었는데, 세계 어느 곳을 가보아도 한국의 온돌방처럼 따뜻하고 합리적인 난방시설은 없는 것 같습니다.
5 Comments
장화신은꼬내기 2013.03.01 01:36  
행복한 정원님 말씀대로 정면은 너무나 화려하게 예쁘게 펜트 칠을 하는 등 정성을 들였던데
 비해 안보이는 뒷편이나 옆은 정말 페허처럼 해놨더군요 ㅎㅎ

 달랏에서 첫 날 정말 따땃한 구들장이 그리웠답니다.
 파카입고 잤지만 나름 행복했던 비엣남이었습니다.
 저도 기회가 된다면 소수민족 마을 방문해 보고 싶어요.

 행복한 정원님도 항상 즐겁고 건강한 여행길이었음 합니다 ^^
행복한정원 2013.03.04 00:27  
건물의 측면에는 다른 건물이 들어설 것을 예상해서 손질을 안하는 것 같습니다. 말씀대로 앞쪽은 아름답게 장식도 하고 색칠도 잘해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베트남은 남부와  북부의 온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최북단 지방은 겨울에 아주 춥습니다.
 저는 처음 호치민에서 여행을 시작해서 북쪽의 사파까지 갔었는데, 그곳의 겨울 날씨는 우리나라의 늦가을이나 초겨울 날씨처럼 춥기 때문에 겨울옷을 준비해가지 않으면 고생을 많이 합니다.
CB걸면D져 2013.03.04 10:42  
베트남 사람들은 황금을 무척 좋아 하나 봅니다.
관공서에는 반드시 황금색으로 누런 페인트칠을 합니다.
건물폭이 4m가 넘는 누런 황금색이라면 고거는 볼거없이 관공서라고 볼수있지요.

또한 베트남을 처음 가게되면 도로에 건물들이 참 특이 하다는걸 보고 으아하게 생각합니다.
도로가에 접한 건물은 폭이 특별한 경우 빼놓곤 개인 건물일 경우 거의 4m 입니다.
베트남은 공산권 국가라 건물대지는 국가소유에 임대이고, 개인건물은 법으로 도로에 접하여
일정하게 짓도록 규정이 되어 있다네요.
건물의 대지는 4m 폭을 기준으로 하며, 길이는 20~30m로 길게 지어지는 구조입니다.
(다중이용 시설은 제외: 관공서, 호텔, 대형마트...등등)

건물 구조상 뒤로 길게 지어져 3층 이상의 건물은 마치 성냥통을 세로로 세워 놓은
형태와 흡사하고 옆집과 벽으로 딱붙기 때문에 입구 정면만 화려하게 치장을 합니다.
또한 난방이라는 개념이 없어 단열재를 사용않고 능력에 따라 냉방시설만 한다고 합니다.
(벳남 북부는 4계절 있에 겨울철에 울나라 전기장판, 난로 등 난방용품 장사가 될거같다는 생각이 듬)














행복한정원 2013.03.09 20:24  
사진으로 보여주시니 더 확연하게 설명이 되네요. 저는 여행 후에 카메라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한 달 동안 찍어온 사진을 모두 버렸기 때문에 여행기에 실을 사진이 없어서 걱정입니다.
 
 베트남의 주택을 보고 누군가 이런 말을 했는데요. 일렬로 서있는 베트남의 주택 한 쪽 끝을 살짝 밀면 도미노처럼 처례로 넘어질 것 같다고.
 모든 사람이 평등한 조건으로 집을 짓는 것은 좋겠지만 집의 구조상 살기는 좀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플러스2 2013.06.04 17:20  
사진  어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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