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베트남의 읍식 이야기(쌀국수와 바게트 빵과 커피 이야기)
몇 년 전 베트남과 라오스를 24일간 혼자 여행하면서 썼던 여행 일기를 한국에 돌아온 지 몇 년 만에 뒤늦게 정리했읍니다. 일기를 정리하면서 여행하던 당시의 일들이 생생하게 기억 속에 되살아나는 듯해서 즐거웠읍니다. 그 후에 여행기와는 별도로 베트남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몇 가지의 주제로 나누어서 적어보았습니다.
여행기에는 이해를 돕기 위해서 사진이 곁들여져야 하는데 우여곡절 끝에 사진을 모두 버리고 말았읍니다. 여행초기 달랏에서 카메라를 잃어버려서 할 수 없이 호이안에서 카메라를 다시 사가지고 여행하는 동안 계속 사진을 찍었읍니다. 귀국해서 사진을 저장해 놓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동안 카메라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베트남에서 찍은 사진을 모두 버리고 말았읍니다.
혹시 베트남 전역을 여행하면서 사진을 찍으신 분 중에 사진을 좀 나누어 주실 분이 있으면 좋겠읍니다. 물론 출처는 밝혀야겠지요.
1. 베트남의 음식 이야기 (쌀국수와 바게트 빵과 커피 이야기)
베트남과 라오스를 한 달 가까이 여행하는 동안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손쉽게 먹었던 음식이 쌀국수와 바게트빵으로 만든 샌드위치였고 음료로는 커피였읍니다.
쌀국수는 태국이나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의 벼농사를 많이 짓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여러 나라에서 많이 먹는 음식입니다. 특히 베트남의 쌀국수는 한국에도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이 있을 만큼 많이 알려져 있읍니다. 보통 한국에서는 아침부터 국수를 먹는 사람은 흔치 않지요. 아침에는 밥을 먹는 것이 일반적이고, 국수는 점심이나 저녁, 혹은 간식으로 먹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쌀국수가 아니고 주로 밀가루로 만든 밀국수를 먹지요. 베트남에서는 아침 일찍 직장에 가는 길에 쌀국수 집에 들러서 쌀국수를 먹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쌀로 만든 하얀 쌀국수 사리를 그릇에 담고 육수를 붓고 위에 고기나 야채를 고명으로 얹어주는데, 도너츠만한 크기의 튀김 비슷한 것을 얹어주기도 합니다. 뜨거운 국수위에 생 숙주나물과 여러 가지 야채를 듬뿍 넣고 새콤한 라임즙을 조금 짜 넣어서 먹었던 국수의 맛은 오랜 동안 기억에 남습니다. 야채 중에 팍치(우리나라에서는 고수라고 함)라는 향신채가 있는데 향이 독특해서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만 빼면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습니다. 베트남과 라오스 태국등지를 여행하면서 따끈한 국물이 먹고 싶을 때 식당이나 거리 음식점에서 많이 사먹었는데 베트남 쌀이 끈기가 없어서 그런지 베트남 쌀국수도 끈기가 없기는 마찬가집니다.
베트남에도 격식을 갖춘 전통 음식아 있고 값비싼 고급 요리도 많이 있겠지만, 배낭여행을 하면서 고급요리들을 섭렵하기는 어렵습니다. 기껏해야 볶음밥, 볶음국수. 월남쌈, 샤브샤브 종류(정확한 이름은 잘 모름.)의 음식을 먹어보는 정도입니다. 열대나 아열대 지방 같이 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기름을 사용하여 볶거나 튀기는 조리법을 많이 쓰는데, 베트남에서도 국수나 밥을 기름에 볶아서 먹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쌀국수 외에 베트남과 라오스에서 거리를 다니다가 출출할 때 손쉽게 사먹을 수 있었던 것이 바게트 빵이었는데 두 나라가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식민지의 역사가 있기 때문에 지금도 프랑스식 빵인 쫄깃한 바게트 빵을 많이 먹습니다. 길가에서 손수레에 빵과 야채, 계란을 준비해 놓고 있다가 주문을 받으면 즉석에서 야채와 계란 후라이를 바게트 빵 속에 끼워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줍니다. 값도 싸거니와 식당을 찾아서 식사를 하기 어려운 여행자들에게는 간단하게 한 끼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입나다. 거기에 여러 가지 과일을 진열해 놓고 있다가 즉석에서 갈아 주는 과일 쥬스를 겯들이면 훌륭한 한 끼의 식사가 됩니다.
날씨가 더운 아열대 지역을 여행하다보면, 과일 가게 앞에 종류가 다양한 여러 가지 형태의 아열대 과일들이 그 화려한 색깔을 뽐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파인애플, 망고, 파파야, 오렌지, 수박, 코코넛, 두리안 등등, 이름도 다 기억하기 어려운 그 과일들을 종류 별로 조금씩 사서 맛을 보는 것도 여행하는 즐거움의 하나입니다. 아열대 지방의 더운 날씨와 뜨거운 태양이 과일의 당도를 높여주기 때문인지 과일들이 대부분 달고 맛이 있습니다. 여행자들이 많은 곳에서는 거리의 손수레에서 과일의 껍질을 깍아서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놓고 팔기도 합니다. 과일 쥬스와 함께 더운 날씨에 많이 걸어 다니는 여행자의 갈증을 해결해주는 고마운 음식이기도 합니다. 코끝을 자극하는 과일의 향과 달콤한 냄새가 미각을 돋우기도 하지만 여행 중에 부족해지기 쉬운 비타민을 보충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한국의 서울처럼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의 수도였던 훼에는 왕실의 음식 문화가 지금도 남아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있습니다. 음식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한 번 찾아가서 맛을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훼에 갔을때 숙박했던 호텔의 직원이 좋은 식당을 소개해준다고 했었는데 못가본 것이 지금도 후회가 됩니다.
베트남의 중부 도시 나트랑은 월남전 당시 한국군이 주둔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해안도시입니다. 바다를 끼고 있기 때문에 해산물이 풍부해서 생선 요리를 파는 씨후드 레스토랑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레스토랑 앞에 갖가지의 생선을 진열해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도 합니다. 특히 나트랑 근해에서 바닷가제가 많이 잡힌다고 하는데, 고급 레스토랑에서 뿐만 아니라 저녁이 되면 길가의 노점 간이식당에서도 여러 가지의 생선과 함께 바닷가제를 갖추어 놓고 숯불에 구워서 팔기도 합니다. 길가 간이식당의 희미한 등불아래서 바닷가제를 안주 삼아 시원하게 맥주를 한잔 들이키는 것도 나와 같은 배낭여행자에게는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고 해변을 걷다 보면 넓은 용기에 다양한 생선과 숯불을 가지고 다니며 모래사장에 있는 행락객들을 상대로 생선을 구워서 파는 아주머니 행상들도 있는데 나트랑에서만 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광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