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비행일기 [05] 금방 또 만날거니까 :)
[05]
프놈펜 다녀와서 늦게까지 깨어 있다가, 술마시면서 결국 사고를 하나 치고 말았으니-
우야둥둥,
5월 28일 화요일 아침,
전날 조식뷔페를 먹고 할쟁일 배불렀던 기억 때문에, 도하로 돌아가는 아침은-
간단하게 쌀국수를 먹기로 했다. 정말 베트남=쌀국수라는 공식을 머리에 입력한 채로
원없이 쌀국수를 먹고 온 호치민이네. 베트남에서 뭐했냐고 다들 물어보는데,
다른건 생각 안나고 쌀국수 먹고...쌀국수 사고...;;; 이런 단순함의 끝이라니.
호텔 근처에 있는 포24. 첫날 저녁을 포2000에서 먹었으니까 마지막날 아침은 포24닷.
늦게 열까봐 천천히 나왔는데 아침 여섯시부터 하는구나;;;
안쪽으로 깊었던 실내- 애매한 시간에 와서 그런지 사람은 없었다. (아침도 점심도 아닌 시간에 옴)
메뉴를 보니 가격이 아주 착하다. 두밤쯤 자고나니 환율도 익숙해져서 ㅎㅎㅎ
포2000 갔던 날 왠지 티슈도 메뉴에 있길래 이게 프리오브차지가 아니구나- 하고 조금 놀랐던 기억.
그래서 밥먹으러 나가면서 챙겨가지고 간 물티슈. 아주 유용하게 잘썼넹.
쌀국수와 카페 쓰아다- 뭘 먹든 일단 카페 쓰아다를 시키는거다 ㅋㅋㅋ
쌀국수는 포2000도 맛있었고 포24도 맛있었다. 그냥 현지에서 먹으니 뭐든 맛있었달까.
전날 아침 거창하게 먹고 부대껴서 간단하게 먹자고 밖에 나온 여자 맞음 (...)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쌀국수와 스프링롤!
다른 크루 몇몇은 메콩투어를 간다고 했는데, 그게 시간이 너무 일찍이라 난 패스하고-
혼자 밥먹고 다시 호텔 들어가는 길에 문득 더 넘버원 커피가 궁금해졌다.
밥먹으면서 커피 안마신 사람처럼 또 커피숍에 자리잡고 앉았다.
그리고 베트남에 오면 한번쯤은 이런 느낌의 커피를 마셔보고 싶었던지라,
왠지 엄청난 가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날이니까 마셔주는 걸로.
(저 커피 한잔이 쌀국수 네그릇이랑 맞먹는 가격이었다 -_-...허세 끝나는구나)
커피가 우러 나오는 시간이 꽤 걸리지만 기다리는 보람이 있는게-
커피향이 기가막히게 좋았던 이유도 있었다, 완전 어메이징!
한때 커피업계에도 잠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감상을 말하자면, 기냥 반하겠어요 ㅋㅋㅋ
어제부터 왠지 아시안 쏘울 맘껏 만끽하면서 여유를 부리고 있자니 오늘 밤 도하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자꾸 외면하고 싶어진다. 이러면 안되는데. 이미 사고까지 쳤으니 가긴 가야되는데...아- 늦은 아침 먹고
커피한잔 하고, 호텔로 돌아와서 마야가 점심때 같이 로컬마트 쇼핑하러 가자고 했던게 생각나서,
다른 크루언니랑 약속한 시간에 내려가기 전에 마야 방으로 전화해야지, 했는데 때마침 전화가 걸려온다.
"마야, 아침 내내 너한테 전화했었는데 어디 갔다왔어?"
"아, 생각보다 일찍일어나서 메콩투어 갔다왔어~"
"오~ 잘했네, 나 지금 마트 갈건데 너도 가자!"
"알았어, 바로 내려갈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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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하고 마트도착. 마트가 그 이름도 반가운 빅C였다.
컨시어지에 가까운 마트가 있냐고 물으니 "응 빅C라고..." 하는 말에 버릇없이 말허리를 뚝 자르며,
"뭐 빅씨? 빅씨가 있다고?!" 하고 흥분했던 나였다 -_-;;;;;;; 마지막날 그로서리 쇼핑을 위해 방문!
시장에서 1키로에 8만동이었던 망고스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틀사이에 가격이 내렸을리는 없고 ㅋㅋㅋㅋㅋㅋ
어째서인지 고야(여주)를 차로 마시는게 신기해서 사오긴 했는데...
마실 용기가 안나서 아직까지 개시를 못한 비터멜론티.
밤늦게 가야되는 비행이라 또 거창하게 먹긴 뭐해서 마트에서 간단하게 식량구입-*
정말 다양하게 식욕을 만족시키는 이런 바람직한 호치민 비행- 좋다. 또 와야지.
뭐라 빅씨?! 하고 놀랐던 이유는 태국에서 보던 그 빅씨였기 때문이었다.
한국이고 태국이고 베트남에서 죄다 대리만족 하고 가는구나. 근데 빅씨 어느나라 수퍼인거냐.
있는 내내 맑더니 가는 날 이런 날씨라니, 좋은데? 왠지 덜 억울한 기분도 든다.
내내 날씨 안좋다가 가는 날만 맑으면 밀려들어오는 그 짜증스러움이라니.
그래 이 기세를 몰아서 기상악화로 호치민에 며칠 더 있다 가도 괜찮아.
먹구름이 몰려온다. 정말 기가막힌 타이밍으로 택시 잡아타고 호텔로 컴백-
돌아오니 한바탕 쏟아지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듣는 빗소리가 참 좋아서, 멍하니 창밖 구경하다가 빗소리 라이브 들으러 수영장 잠깐 나갔다 옴.
빗방울 톡톡.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나라에 있다보니,
사소한 것들로부터 감동받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감수성 폭발할 나이는 지났는데도.
감수성 터지는건 터지는거고 배가 고픈건 또 고픈거라서 (...) 마트에서 사온 간식들 먹고 자야지.
체력도 중요하지만 시도때도 없이 잘 수 있을때 계속 자주어야 피곤하지 않은 이 업계.
느는건 잠과 체중?
스티로폴 접시에 나름 셋팅해서 먹는데까지 먹다가 남은건 수트케이스행 ㅋㅋㅋ
근데 먹고 잠깐 자려고 했는데, 짐을 싸다보니 도저히 잠을 잘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결국 못자고 픽업시간 전까지 계속 짐만 싸다가 도하로 컴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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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로돌아가는승무원의흔한수트케이스.jpg
그 큰 수트케이스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시다면 이 자리에서 그 궁금증을 해결해 드립니다 -_-;
유러피안 크루들은 유럽가면 수트케이스가 이지경이 되서 돌아오는데, (그로서리 쇼핑 =ㅂ=)
아시안 크루인 나는 아시아에 보내놓으니...........아하하하하.
이게 다 몇달동안 아시아에 못간 탓이라고나.
결국 막판이 되니 먹을것들 사진만 가득한 이런 불친절한 마무리를...
여행기가 아니라 비행일기라는 제목으로 쓴게 바로 이런 이유랍니다? (...)
여튼 베트남에서 도하로 돌아가는 내내 마야랑 이야기꽃을 피우며 우리 이거 신청해서 또 오자고
할정도로 행복했던 베트남 비행일기, 끗!
또 올거니까 그때는 뭔가 좀 더 건설적인 계획을 짜가지고 와야겠단 생각을 해보며...
다음에 뵈요 :)
p.s_
술마시고 친 사고는 별거 아니고, 결국 그리움 폭발해서 우발적으로 한국행 티켓을 질렀는데,
그 티켓이 호치민에서 아침에 도하 랜딩하고 그날 밤에 가는 티켓이었다는 뭐 그런거였어요 ㅎㅎ
호치민 비행의 기세를 몰아 베트남에서 도하찍고 서울가는 엄청 이상한 루트의 여행을 하고 왔네요 -_-;
woohoo, bon voy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