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비행일기 [01] 케잇, 프럼 싸우쓰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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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비행일기 [01] 케잇, 프럼 싸우쓰 코리아.

케이토 13 5863
 
 
 
[01] 
 
 
 
"굿 이브닝 에브리원, 마이네임이즈 케잇, 아임프럼 사우스 코리아, 원 먼스 플라잉,
노 프리비어스 익스피리언스-블라블라"
 
매번 비행때마다 새로운 크루들과 일하게 되는 우리회사. 덕분에 비행 브리핑을 시작하기 전에
서로 간단하게 자기소개 하는 시간이 있다. 이렇게 한달, 혹은 한달 몇주- 비행 경력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비행 두달차가 되어갈 무렵- 문득 두달간의 로스터(스케쥴)를 들여다보니, 난 아시안인데 왠지 그동안
아시아 비행을 간 적이 한번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거 뭐가 이래...유럽, 중동, 인디아 가끔 아프리카.
비행 첫달에 유럽만 한달에 네번 다녀오는 둥- 적어도 한달에 두개씩은 유럽이 따박따박 들어와주는
남부럽지 않은 스케쥴이거늘, 인간이란 얼마나 간사한지. 남들이 부러워해도 내가 맘에 안들면 그건
좋다 나쁘다로 나누자면 그냥 나쁜거다 -_- 나쁘고 말고!!!!
매달 가고 싶은 데스티네이션을 신청할 수 있어서 아시아를 꼬박꼬박 신청하는대도 어쩜 유러피안 동기들은
잘도 받는 아시아를 나만 안주냐. 입이 이만큼 나와서 그래 비행 안주면 내가 그냥 오프내서 놀러가고 만다!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을 무렵에, 5월말에 있던 4일간의 스탠바이 스케쥴이- 꿈에 그리던 아시아!
그것도 한번도 안가본 베트남!!! 호치민으로 뙇!!! 하고 나와주는 자랑해도 괜찮은 스케쥴로 바껴주었다!
나는야 럭키걸!!!
(스탠바이 = 혹시라도 비행을 못하는 크루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땜빵으로 부를때까지 집이나 공항에서
대기하는 스케쥴)
 
심지어 호치민은 취항한지 얼마 안된 노선 중에 하나라 크루들 사이에서 엄청 인기있는 곳이어서 나도
신청했었는데 짤렸었다 -_-; 신청했을땐 안주더니 이렇게 스탠바이에서 바꿔주다니 이런 행운이 또 있을까.
누가 못가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고맙습니다. 여튼 나는 승무원이 되면, 가고싶은데 마음대로 가고
휴일도 많아서 막 신나게 여행 다니고 그럴줄 알았는데 이게 왠걸. 여행은 고사하고 (쉬는날 피곤해서
잠자기 바쁨 -_-) 매달 비행 스케쥴 나오는 날이 월급날 보다 더 기다려지고 대체 다음달엔 전세계 어디에
가 있을지 알 수 없는 그런 랜덤한 인생이 따로 없는 거다. 가고싶은 비행 열개 신청하면 한 두세개 정도가
낮은 확률로 나온달까. 주어진 상황을 즐기는 것으로는 백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즐겁게 일하고
있지만, 내가 원하는 곳에 가게 해주면 더 즐거울텐데- 하는 이 욕심-
아마 이 욕심만큼은 계속 부리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ㅋㅋㅋ
 
여튼 하늘의 도우심인지 회사가 날 사랑하는건지 알수 없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인해 가게 된
첫 아시아 비행이자, 첫 비엣남- 내가 만나러 갈게 :9
 
 
 
5월 25일 토요일 밤 도하,
 
내가 살고 있는 이 곳, 도하에서 출발하는 호치민행 항공편은 새벽 한시에 출발해서 베트남 현지시각
오후 열두시 무렵에 랜딩한다. 새벽 한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출발하는 시간 3시간 전부터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이 일도 이젠 슬슬 노련해지고 있다. 수트케이스 챙기고, 기내용 트롤리 챙기고,
핸드백에 여권이랑 각종 서류들 챙겨넣고 유니폼 입고 밤 열시? 열한시?쯤 공항 도착, 출근도장 찍고
함께 비행할 크루들이 있는 브리핑룸에 짠 하고 도착하니 아니 이게 무슨 유러피안이 반이야 ㅋㅋㅋ
얘들아 ㅋㅋㅋ 국적들도 얼마나 다양한지 스페인,루마니아,세르비아,인디아,핀란드,잉글랜드,쓰리랑카,
코스타리카,필리핀,코리아...위아더 월드네? 아직도 삐약삐약 소리가 절로 나오는 병아리 사번의 승무원인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표정으로 앉아있으니 어느새 브리핑도 끝, 비행기로 이동해서 안전점검과
보안점검을 마치고 승객 보딩까지 완료- 두근두근 일하면서 (승객이 아니니까-_-;;;) 베트남으로 향한다.
중동이라 유럽이 가까워서 유럽에 가도 아무리 길어봐야 6시간 정도의 비행이었는데, 베트남까지는
무려 7시간 30분!!! 아시아!!!!!!!
 
 
 
5월 26일 일요일 오후 호치민,
 
별다른 사건사고 없이 무사히 호치민 공항에 랜딩한 우리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이건 완전 아시아다. 에어아시아도 보이고 에바항공도 보이고.
작년 봄, 골덴위크의 추억돋는 기내식 빵 쌓아주는 베트남 에어라인 등등의 아시아 베이스의 항공기들을
보니 이게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울컥해서 얘들아 나 집에 온 기분이야- 여기서 쫌만 더 가면 코리아야-
공항에도 한국사람 완전 많아-했더니 유러피안 크루들이 그래그래 그랬쪄. 너 홈씩(home sick) 있었구나,
좋겠다- 한다. 완전 좋거든?! 나 쌀국수도 먹을거고 벤더푸드도 먹을거고 완전 계획 다 짜가지고 왔어 씐나!
이 구역의 아시안 크루는 나야! 니네 유러피안은 모르는 아시안 쏘울이라는게 있다고!
이미그레이션 통과하는게 왜그렇게 길게 느껴지던지,
 
빨리 가서 짐풀고 튀어 나가서 구경하고 쌀국수 먹을 생각에 정신을 못차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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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루호텔인 "모벤픽 호텔". 방은 혼자 쓰는데 가끔 이렇게 트윈베드를 주면 속이 상한다 ㅋㅋㅋㅋ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옆동네 항공사(아랍에미레이츠) 언니오빠들도 이 호텔에 묵는지,
왠지 반가운 중동항공사 유니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공항에서 가깝고 시내로 이동하기 용이하고,
조식뷔페가 맛나고, 점심 딤섬뷔페가 유명하다는 이 호텔-  한국에서 오신 단체관광객 어머니 아버지들을
보니 막 더 반갑고 그랬더랬다. 안녕하세요, 한국은 잘 있나요.
 
 
 
호텔에서 보내준 픽업버스를 타고 오는 내내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기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데,
우리 노란머리 파란눈의 유러피안 크루들도 바깥풍경에 넋을 잃고 시선을 떼지 못한다.
 
"오와. 어메이징."
 
"저 건물들 좀 봐. 저 오토바이 좀 봐."
 
"봤니? 얘들아 우리 아시아야. (엣헴)"
 
괜히 목에 힘이 빡 들어가는 케잇 the 아시안크루 ㅋㅋㅋ 하지만 나도 베트남은 처음인데다
여기서 이러고 있지만 유럽비행 가면 바깥풍경에 완전 초등학생 소풍나온 표정이 되곤 한다.
비엔나 비행이었던가. 거리 풍경이 너무 예뻐서 "오마이갓, 쏘 유럽이야!" 했더니 네덜란드에서 온
파일럿 동생(...나보다 어렸다)이 그래그래 여기가 유럽이란다- 하면서 날 아주 그냥 막내동생 보듯
흐뭇하게 쳐다봤었는데, 아시아에 오면 아시안인 내가 감탄하는 유러피안 아이들을 보며 그 엄마표정
아빠표정이 되는구나 ㅋㅋㅋ 버스안에서 유독 긴 호치민 비행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서로 뭐할지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간다. 아시아에 목말라 있던 나는 하루 전에 바뀐 이 베트남 비행 때문에
정작 해야할 브리핑 준비는 안하고 밤새도록 여행계획만 짜가지고 왔는데 (...단시간에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몸부림이랄까) 처음 와보는 곳이기도 해서 주로 식도락과 지역명소(?)를 방문하는 동선으로
계획을 짜가지고 왔다보니 아무도 흥미있어 하는 크루가 없는 이런 어떤....ㅋㅋㅋㅋㅋ
니들이 같이 안다녀줘도 난 상관없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서 아주 잘 놀 수 있거든!
여기서 쫌만 날아가면 우리동네거든?!!!! (아 유치해...) 의기양양하게 나는 뭐할거고 뭐할거고 뭐할거야.
했더니 그러니 그러니, 아무튼 일단, 있다 나갈 사람들은 다같이 이동하게 로비에서 만나자-
하고 체크인을 마치고 방에다가 짐풀고 순식간에 머리감고 로비로 내려가니, 함께 비행한 열세명 중에
나 포함- 여섯명이 내려와있다. 어디갈건데?
 
"일단, 타운으로 나가 보자."
 
그렇게 호치민에서의, 처음 그 순간부터 아쉬운 일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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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같이 준비해가는 센스 ㅋㅋㅋ
사실 일정이 여행처럼 여유롭지 않다보니 어딘가 레이오버 비행을 가게 되면 공부는 필수다. 시간절약!
 
 
 
 
 
13 Comments
세일러 2013.06.10 12:41  
아이고, 정말 홈식크니스에 시달린 모양이군요.
글에 묻어나네...
케이토 2013.06.10 22:15  
있을땐 몰랐는데- 이게 가까워지니 정신을 못차리겠던걸요 ㅋㅋㅋ
타이마사지마니아 2013.06.10 13:10  
이곳에서 여행기 글도 읽고, 글도 센스지게 잘 쓰셔서 블로그도 놀러가고 하면서
무슨 일 하시는 분이실까 궁금했었는데
승무원 이셨네요ㅎㅎ 멋지네요~

미얀마 여행기가 도중에 끊겨서 많이 아쉽아쉽 했었지만
여행기 올라올 때마다 재미나게 잘 보고 있어용~
케이토 2013.06.10 22:18  
하하하 승무원이 된 건 그 여행들 이후이긴 하지만-;;;;
그때는 백수였는걸요 ㅋㅋㅋ 청년실업의 퍼센테이지를 구성하던 ㅋㅋㅋ
멋지긴요 :)

미얀마 여행기는 다음에 비행으로 다녀오면 다시 써볼까 생각중이예요,
어쩌다보니 벌써 2년이나 되버린 아련한 미얀마인거있죠...ㅠㅜ
세븐 2013.06.13 20:16  
올 삼월 제가 호치민에 갔을때
벤탄시장 근처 퍼2000 국수집이 내부 수리중
이라면서 문을 닫았더군요 ㅠㅠ

여행자 거리로 가서  한그릇 먹었지만 ...
벳남 전 다닐수록 정 안 가지네요... ㅠ
케이토 2013.06.24 09:34  
저 때문에 제 사촌이며 아는 동생이며 다 사이공 신청했는데 7월 스케쥴로 다들 받았더라구요 ㅋㅋㅋㅋ 저도 신청했는데 역시 아시아는 죽어도 안주네요 -_-................또 유럽이랑 인도 갑니다 OTL 정 안가질때까지 쫌 가고 싶어요 ㅠㅠㅠㅠㅠㅠ
참새하루 2013.06.14 13:43  
케이토님이 카타르 항공의 승무원이셨군요

케이토님의 이미지는 좀 털털하고 청바지에 티셔츠 입었을거 같았는데

항공 승무원 이시다니....

베트남 여행의 행운을 잡으시다니

항공사 크루 들과의 벳남 여행담 흥미진진하네요
케이토 2013.06.24 09:42  
아아- 저 생각하시던 그런 이미지 맞아요 ㅋㅋㅋ
직업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베네핏을 노리다보니 (...) 이쪽 업계로 오게 되었다는 뭐 그런...
작년 요맘때 한참 면접보러 다니고 여름에 합격했는데, 왠지 올해 1월에 조인하게 되서 이제서야
여기저기 다녀보고 있는 중이랍니다...근데 아시아를 안줘서 뭔가....
우성사랑 2013.06.20 20:50  
최근에 승뭉원이 되신것 같아요... 라오스,캄보디아 여행기를 보고 비슷한 코스로 여행도 다녀 왔는데... 1년에 한번정도는 카타르항공 유럽출장가는데... 비행기안에서 조우하는 행운?
케이토 2013.06.24 09:44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ㅎㅎㅎ 저 유럽 엄청 자주가요, 남들은 받지도 못한다는 유럽스케쥴만 한달에 두세개씩 막 받아요 ㅋㅋㅋㅋㅋ 아무래도 회사가 제 이전 출입국 기록을 조회하고 스케쥴을 준다는 의혹을 버릴 수가 없는 이런 어떤 안가본데만 자꾸 보내는...아마 유럽으로 가시는 길에 도하를 경유하신다면 확률이 매우 높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ㅎㅎㅎ
페이스 2013.06.24 12:24  
오 ~ 이런 철저한 준비성 사랑합니다 ~

취직하셨군요

오랜만에 들와보니 케이토님 여행기는 늘 재미있고 도움되고 암튼 화이팅입니다
케이토 2013.06.25 01:54  
준비없이 나가면 얼마나 재미없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던 적이 한번 있어서 ㅋㅋㅋ
네 취직한지는 쫌 됐습니다. :) 앞으로도 재밌고 활기차게 살게요 ㅎㅎㅎ 화잇팅~
무한지대 2013.07.12 13:25  
준비를 철저히하고가면 아무래도 편하지요.
물론 현지사정이나 키타 여건으로 원한대로 안될때도 있지만,,,
그래도 만사불여 튼튼입니다.
케이토님!
객지에서 고생 많으신데, 건강조심하세요.
건강하셔야 일도하고 어디든 편하게 돌아다닐수(여행) 있습니다.
항상 건강 조심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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