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호치민에서...
그때 나는 사람이 그리웠다.
오랫동안 사귀던 사람과 헤어진 후 한동안 방구석에 틀어박혀
X-Ray만 찍어대다가
어느 날, 배낭 하나 둘러메고 훌쩍 비행기에 올랐다.
방콕, 치앙마이, 치앙라이, 매싸롱, 매싸이, 치앙콩을 찍고
다시 방콕을 경유해 베트남으로….
그렇게 떠난 여행의 막바지, 호치민에서였다.
그날도 어김없이 골목골목을 헤집고 다녔다.
딱히 정해진 목적지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무작정 걸었던 것 같다.
거리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와 무질서하게 도로를 점령한 노점들….
그 풍경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길 한가운데서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엄습해왔다.
이제까지 세상을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그 생경한 느낌 앞에
나는 그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끈적끈적한 점액질 같은 슬픔이 꾸역꾸역 목구멍을 타고 넘어왔다.
그 여운이 북소리처럼 오래도록 가슴을 때렸다.
어쩌면 그것은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외로움이었는지도 모른다.
온종일 걷고 또 걸었다.
벤탄 시장을 가로지르고 통일궁을 지나 빈 응이엠 사원을 거쳐 탕롱까지….
그것만이 내가 아는 유일한 치유방법이었다.
“성지 순례자의 물병은 성지를 모두 순례했지만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물병으로 남아 있다.
세속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도 이와 같은 것이다.”
밤늦은 시각, 숙소로 돌아오면서 나는 라마크리슈나의 말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