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호치민 체험기.
베트남, 그중에서도 호치민.
태어나서 베트남이라는 나라를 처음으로 다녀온게 작년 5월이다.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스트레스가 있어서, 이 정기적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정기적으로 도망을 친다.
늘 도망가는 나라는 태국으로 정해져 있지만, 가끔 일탈을 하기도 한다.
필핀도 다녀왔고, 인도네시아도 다녀왔고 캄보디아도 다녀왔다.
태국에 편중되는 사람들의 특징중의 하나가 딴 나라는 어떨까 하는 의구심. 그래서 일탈을 하는 것같다.
내경우는 이것과 더불어, 태국 항공권 인상이라는 악재가 하나 더있었다.
그래서 베트남 항공, 호치민 경유 방콕행을 택했다. 택스 다해서 45만원 정도. 그때 태국 직항이 60-70만원 정도이니 반값은 아니라고해도 꽤 괜찮은 딜이었다. 게다가 베트남 땅도 밝아 볼 수 있다는.
하노이와 호치민중 나는 호치민을 선택했다.
미스 사이공, 시클론, 인도차이나, 파이란 등등 사이공은 우리에게 어쨋던 익숙한 지명이고,
그 사이공이 바로 호치민이다.
그리고 열심히 정보를 찾았다. 태사랑 회원들 정보 찾기하나는 귀신 아닌가? 나도 여기 회원이다.
그랬더니 이건 뭐 좋은 정보는 거의 없고, 조심하세요, 사고 당했어요, 길거기 걷지도 마세요...등등등.
다른 사이트를 찾았다. 태국보다 저렴해요 언니들이뻐요 맛사지 싸요로 유혹을 하면서 한편 길거리 조심해요
사기당했어요, 길거리에서 돈 다 털렸어요. 밤에 걷다가 당했다네요 등등이었다...
이런, 좋은 소리가 없다.
그래도 나는 사이공이라는 곳을 내눈으로 꼭 보고 싶었고, 벤탐시장, 동코이 거리를 걷고 싶었다.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나는 사이공에 아니 호치민 공항에 도착했다.
가이드북 말따라 호텔 택시도 탔고, 동코이 거리에서도 가장 유명하다는 콜로니얼 양식이 아름다운 호텔로 향했다.
택시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필리핀과도 유사했고 인도네시아와도 비슷했고, 태국의 시골풍경과도 다르지 않았다. 로마자가 씌여져 있어 난 필리핀과 더 유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거리는 오토바이로 장사진을 이뤘고, 역시 오토바이가 많은 거리는 내눈에는 혼잡함과 정신없음으로 다가왔다.
내눈에 베트남인들의 외모는 거기서 거기였지만, 전체적으로는 착해 보였다.
첫날 호텔에 다소 늦게 도착한 탓으로 짐풀고 밥먹고 어눅어눅할때 까지 호텔근처에서 왔다 갔다 했다.
뭐 대단해 보이지는 않았고 불안하지도 않았다. 생각보다 안전해 보이기도 했다.
저녁무렵 호치민에서 어학연수를 하는 같은 대학 후배를 만나기로 했다. 뭐 같은 카페소속인데 놀러간다니 저녁에 한번 보잔다. 그래서 나갔다. 그리고 밥을 먹고 맥주를 한잔하고...... 이런 저런이야기를 했다.
현지인들의 사는 이야기, 치안 이야기 현지 교민 이야기, 어학연수 유학생 이야기, 베트남 경제, 밤문화 모든 이야기가 오고갔다.그리고 그 후배가 내게 몇마디의 말을 건녔다.
자기도 호치민온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길거리를 혼자 걸어다니지 않으며, 절대로 밤거리를 걷지 않는다.이유는 역시 치안이 좋지 않다. 뻑치기 있다. 오토바이 뻑치기한테 당해 죽은 사람도 있다. 뭐이런말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맞다 여긴 엄청나게 오토바이가 많고, 베트남 사람들은 생긴게 거기거 거기라서(첨 방문하는 내눈엔), 범죄휘말리면 해결 방법도 없다.
그리고서는 갑자기 세상이 다르게 보이고,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강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경험하지 않아도 될 것을 경험할 필요가 뭐가 있다고.....라고 생각하면서 그 후론 길거리를 절대 걷기 않기로 했고 끝까지 혼자 걷지 않았다. 필요한 곳을 호텔의 도움을 받아, 택시타고 가고 택시타고 왔다.
지구상의 봉, 호구 가 몇몇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동아시안이고, 그 중에서도 3-40대 남자들이다. 이들은 돈도 많고 카드도 많고 잡으면 완전 대박이다. 거기에는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모두 포함되고, 외국인들은 이들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냥 저 사람들 잡으면 대박인 것이다. 난 이미 마드리드에서 한번 당한 경험이 있어, 이런 경험을 다시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가기전에도 그런 경고가 있었고 가서도 후배에게서 그런 똑같은 소리를 듣다보니, 베트남 아니 호치민에 대해서 온갖 정나미가 떨어졌다. 다행이 2박이었기에, 대충 호텔에서 먹고 즐기고, 낮에 관광지 한두곳 택시타고 살짝 다니고.... 그리고 미련도 없다는 듯이 비행기 시간 맞춰 호텔을 떠났고, 그 이후로도 꽤 오랜 시간 호치민에 대해서 즐겁지 않은 여행지로 기억했다.
그러다 갑자기, 다시 한번 그 때 찍은 사진, 거리 풍경, 그리고 내가 만난 사람들을 찬찬히 생각했다. 택시 운전기사들은 전반적으로 친절했다. (비나선, 말린?사) 호텔 직원도 친절했고, 관광지에서 만난 사람들도 상긋상긋 웃으면서 친절했다. 내가 어떤 위험을 받은 적도 없고, 또한 그러한 곳에는 가지도 않았다. (난 벤탐시장도 안갔다)
대부분의 시간을 호텔주변에서 어슬렁 거렸고, 이동은 택시로만 했고, 큰돈도 소지품도 없이 다녔다.
그런데, 주변을 무척 경계하고, 베트남인들이 주변에 오는 것을 두려워하며 경계했다.
그러면서 내가 내 스스로 나쁜 경험이라도 한 것 처럼 두려워했고 오픈하지 않은채 그 도시에서 떠났던 것이다.
그것을 나는 편견과 선입견이라고 부르고 싶다.
난 편견과 선입견, 그리고 나이가 먹으면서 갖게된 조심성이 겹쳐서, 좋은 경험, 좋은 구경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쓸데 없는 경계와 불안으로 그 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집에는 베트남 공항에서 사온 몇개의 수베니어가 있는데, 그것을 볼때 마다 참 바보같은 짓을 했구나라고 내 자신을 책망한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다시 호치민에 갈 것 같지는 않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이번에 정말 쓸데 없는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호치민을 느끼고 즐기고 싶은 생각이다.
여행이란 사전에 정보를 충분히 검색하여 불의의 사태와 사고를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면 여행지에서 만나는 순수함을 순수함 그대로 받아 들일 수 있는 오픈 마인드도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요즘, 베트남 여행후 절실히 느낀다. 이전에는 정말 겁도 없이 유럽도 몇번을 다니고, 중국의 골목골목을 다 누비고, 필핀 마닐라의 뒷골목을 즐겁게 다니던 나는 사라지고 겁많고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잡혀있는 나만이 홀로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늙는다는 것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무척 뜨끔했고, 이런 모습이 별로라서 좀더 오픈 마인드된 모습으로 세상을 보기로 다짐 또 다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