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55 (Phong Nha)
어쩌다 보니 사진이 70장이나 되서 호이안에 와서 겨우 올리네요.
이제 진짜 몇일 안남았습니다........
http://lkfar.tistory.com/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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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과음한 다음날은 일찍 일어나기 쉽지 않다. 게다가 햇볕이 안들어오는 이 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약간의 숙취를 느끼며 최대한 잠을 자다 9시가 되어서야 나온다.
숙취로 몸은 좀 피곤하지만 마음은 치유가 되었다. 어제는 뭔들 하기 귀찮았는데 오늘은 동굴을 탐험할 생각에 기분이 들뜬다. 동굴 하나는 짚라인도 타고, 수영도 하고, 진흙에도 빠진다기에 아예 수영복을 챙겨입고 나온다. 어찌 보면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 활동적인 액티비티일지도 모르겠다.
오토바이를 빌려야 해서 오늘 하루 더 숙박과 오토바이 대여비를 포함해서 네고를 좀 해보지만 주인 아주머니 표정이 심상치 않다. 이건 아닌가보다. 그냥 원래대로 내기로 한다.
옆에 있던 서양 여행자 하나가 내 카메라에 관심을 갖는다. 드디어, 내 비싼 명기 RicohGR을 알아주는 이가 나타났다. 나도 모르게 열성적으로 이 카메라의 센서 크기와 색감에 대해 얘기한다. 이동성을 위해 줌 기능 같은건 다 빠졌지만 여행다닐때는 최고라고 얘기해준다. 몇장 찍어보더니 매우 감탄한다. 이놈이 포커싱과 어두운 곳에서 문제가 좀 있긴 하지만 정말 괜찮은 놈이다. 게다가 이번 여행에서 정들어서 절대 팔지 않을거다.
아침 먹으러 가기 전에 혹시나 해서 내일 아침 호이안 가는 버스를 문의하니 20만동이고 새벽 5시에 출발한단다. 그 시간 밖에 없단다. 이거 아무래도 내가 타고온 그 버스인거 같다. 5시에 일어나기 싫은데. 다른 시간은 업냐니 Hue가는 버스는 시간이 많단다. 그냥 후에로 가버릴까? 이유는 그냥 아침잠을 좀 더 자고 싶어서...? 시간이 좀 있으니 생각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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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어제 먹었던 Bamboo Cafe로 가기로 한다. 헌데 못 찾겠다. 이 길이 긴것도 아니고 그냥 5분 거리인데 이게 뭔일이지. 결국 끝까지 쭉 갔다 다시 돌아와서야 찾는다. 바로 옆에것도 못 찾고 해메다니, 이런 망신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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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빵과 계란후라이, 그리고 에그커피라는걸 시킨다. 커피에 계란 노른자를 넣은거란다. 쌍화차의 베트남 버전이다.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어제 글을 마저 쓰고 업로드한다.
가지고 다니는 키보드가 조금씩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ㅅ'과 'Shift' 키 두개가 문제다. 쉬프트키 양쪽이 똑같이 말썽인거 보면 물리적인 오류는 아닌거 같고, 키보드의 센서나 핸드폰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몇번 두드리면 되더니 어제 저녁에는 갑자기 아무리 해도 안되서 당황했었다.
여행일기로 시작한 여행기지만, 지금 나에게 이 여행기는 그 이상이다. 일종의 '자서전'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거 같다. 내 자신을 정말 솔직하게 이곳에 담으려 노력했다. 잘난 부분, 못난 부분, 나의 고민들과 열정, 부끄러운 과거와 자랑까지, 누구보다 내 자신에게 솔직하게 써내려갔다. 항상 속으로만 생각하고 드러내기 부끄러워했던 모든 가치관들도 당당하게 얘기했다. 내가 외로울때, 기쁠때, 눈물을 흘릴때, 환호할때 항상 옆에 있어주었다. 어떤 상황이 와도 남은 여행기를 제대로 끝내고 싶다. 이 여행기는 지난 10년간의 나와 이별을 고하고 앞으로의 나를 맞이하는 하나의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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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으니 날이 슬슬 더워진다. 너무 더워지기 전에 동굴로 피신해야겠다. 바로 떠날려고 수영복까지 챙겨입었는데 막상 카메라 수중팩을 안가져왔다. 역시 허술하다. 돌아가서 챙겨가지고 다시 나와야겠다. 오늘은 오전에 파라다이스 동굴, 점심 먹은 오후에는 다크케이브 이 두개만 갈 생각이다. 여기 입장료가 너무 비싸서 이 두개만 가도 부담이 좀 된다. 근데 이 두개는 가도 되는걸까.
일단 숙소로 와서 계산을 잠시 해본다. 오늘 두개 동굴을 위해 60만동을 빼놓고, 오늘 밤까지 이틀치 숙소와 오토바이 대여비로 50만동을 뺀다. 그러고 계산하니 330만동이 남는다. 그렇다면 4일 남았으니 하루에 80만동, 40달라가 된다. 어라? 왜 써도 계속 40달라지? 뭐 괜찮네. 두 동굴 다 가야겠다. 돈이 써도 줄지를 않는다니 신기하군. 아마 평소에 30달라를 안써서 그런거 같다.
구글 지도로 위치를 좀 보다 다음 행선지를 호이안이 아닌 후에로 잡을까 싶다. 이유는 거리가 가까워서 버스표가 싸고 버스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딱 그 이유 뿐이다. 하지만 역시 마음을 못 정한다. 갔다 와서 생각해봐야겠다.
11시쯤 나온다. 이제 펑냐의 동굴을 한번 찾아가봐야겠다. 내려오니 오토바이를 준비해놨다. 오토매틱이다. 수동이 있냐고 물어보니 수동은 17만동을 달란다. 하지만 얘는 기름이 가득 차 있다. 어차피 기름을 넣으면 그게 그거인지라 수동을 선택한다. 그래도 확실히 운전하는 맛은 수동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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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토바이는 여사장님거인가보다. 뭔가 불안하신지 계속 기어 바꾸는 방법과 브레이크를 가르쳐주신다. 다 아는건데... 불안해마시라고 일러드린다. 태국, 미얀마, 라오스에서 열심히 타다 왔습니다.
스쿠터에 올라타고 길을 나선다. 베트남길을 잘 닦여있어서 운전할 맛이 난다. 특히 라오스와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길에 차도 그다지 없어서 신나게 쓰로틀을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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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에는 이제 면역이 생겼나보다. 이곳의 산과 강도 라오스에 못지 않지만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역시 이런 풍경을 옆에 두고 달린다는것은 쉽게 누릴 수 없는 호사다. 어제는 그리 덥더니 오늘은 산 근처에서 오토바이를 달리고 있어서 그런지 그리 덥지 않고 의외로 시원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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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달리니 갈림길이 나온다. 여긴가? 베트남에서는 정말 영어 표지판을 찾기가 힘들다. 지도를 보면 대략 이런 도로로 빠질듯한데 확실치 않다.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안보인다. 뭐 그냥 일단 들어가보자. 아니면 돌아나오면 된다.
들어가서 한참을 달리니 사람들이 좀 보인다. 길을 물어보니 왼쪽으로 틀란다. 엥? 지도와 다른데. 일단 사람들 말을 믿고 틀어서 가다보니 다시 큰길이 나온다. 요즘 왜 이리 길을 자주 잃는걸까. 하지만 아까 그 길이 왠지 아닌거 같았다. 다시 큰길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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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그 갈림길을 지나서 좀 더 가니 또 갈림길이 나온다. 이번이 맞는듯해보인다. 표지판은 역시 보고 파악하기 힘들지만 고속도로 이름이 지도에 나와있다. 이번에는 꽤나 확신을 가지고 좌회전을 한다.
길 방향이 산쪽으로 이어지는 것이 이번에는 맞는 것이 확실하다. 아무리 풍경에 무감각해졌다지만 이런 길이 아무렇지도 않을 수는 없다. 뭔가 신나서 소리를 지르면서 속도를 내본다. 고개를 숙여서 공기저항을 줄이고 쓰로틀을 힘차게 당긴다. 내 최고속도 80km/h를 달성한다. 여기 길이 워낙 좋아서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차 안에서 느끼는 시속 80km와 오토바이에서 느껴지는 체감속도는 정말 다르다. 스릴이 양념으로 첨가되는것도 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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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멀다. 거의 한시간을 온거 같은데 아직 안나타난다. 혹시나 싶어서 멈춰서 물어보니 이 길은 확실히 맞다. 조금 늦게 나온게 아닌가 걱정된다. 베트남 특성 상 왠지 4시반이면 다 문을 닫지 싶고 그 안에 두군데 동굴을 다 가기에는 좀 촉박해보인다. 뭐 정 안되면 하나는 포기하자.
가다보니 드디어 Dark Cave가 보인다. 얘는 물 속에도 들어가고 하는 놈인지라 다른 동굴을 먼저 갔다가 이곳을 오기로 하고 지나친다. 그리고 또 30분 여를 더 가서 드디어 Paradise Cave에 도착한다.
동굴 입구부터 라오스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라오스의 동굴들은 버림 받았다면 베트남의 동굴들은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다. 이 자원들의 가치를 알고 있는걸까. 들어가는 길도 잘 꾸며져 있고, 표지판도 이제는 영어로 잘 나와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주차장이 나오고 보통 관광지 앞에 있는 기념품 가게들도 잔뜩 있는 그 공터가 나타난다. 오토바이를 주차하니 직원이 하나 오더니 주차비를 내야 한단다. 5000동이다. 큰돈은 아니기에 부담없이 지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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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입장료 내는 곳도 흡사 에버랜드에 온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15만동이면 나름 비싼 돈이지만 여기에 와보니 그만한 가치는 있어보인다. 돈을 내니 교통카드 처럼 생긴 표를 하나 준다. 그걸 가지고 입구로 가니 개찰구가 있고 표를 넣게 되어 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깔끔하게 잘 되어 있는 것이 다른 동남아나라들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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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는 옵션에 걸어가는게 있거 버기카를 타는게 있다. 버기카는 진짜 에버랜드에 있을법한 이동차이다. 물론 무료는 아니기에 당연히 나는 걸어가는 것을 선택한다. 뭐 걸어봤자 얼마나 걷겠나.
얼마나 걷는다. 한참을 간다. 차를 타고 가는 옵션이 있는 이유가 있었다. 그래도 길은 잘 꾸며져 있어서 덥거나 그러지는 않다. 원래대로라면 편한 마음으로 갈텐데, 두군데 동굴을 갈 생각하니 발걸음이 빨라진다. 빠른 발걸음과 함께 하는 여행 치고 제대로 된게 없었다는걸 알지만 마음이 그리 되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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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동굴 입구까지만 20분은 넘게 걸어간다. 그래도 시간을 체크해보니 이제 12시다. 아직 시간이 있어보인다. 너무 서두르지 말자. 진짜 정 안되면 하나 스킵해버리면 되는건데, 오늘따라 왜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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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여있고 직원들이 보이기에 도착한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여기서 또 500미터를 올라가야 한다고 써 있다. 그리 긴 거리는 아니니 힘을 내서 시작해본다. 문제는 이 500미터가 평지가 아닌 등산길이라는거다. 촉박한 마음이 전해져 한번도 쉬지 않고 한번에 오른다. 흡사 사파에서 트레킹하고 돌아올때가 생각난다. 하지만 그때는 마음이 편안했다면 이번에는 마음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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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정상에 오른다. 여기는 진짜 동굴 입구가 맞다. 이 동굴은 오르기 정말 힘들었다. 몸은 땀 범벅이다. 어제 과음 때문인지 몸 상태도 그리 훌륭하지는 않다. 어서 시원한 동굴 내부로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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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입구는 생각보다 매우 조그마하다. 여기 엄청 크다고 했는데 맞는거겠지? 또 계단을 올라 동굴 내부로 들어가본다.
들어가자마자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와, 크다."라고 탄성을 짓는다. 얼핏 보이는 부분만 해도 엄청난 크기다. 지하도시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듯 한 크기다. 내가 들은게 맞다면 이게 1키로미터 이어진다고 한다. 나는 지금 그 앞부분만 살짝 봤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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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서 잘 닦여진 길을 걸어가본다. 동굴 위로 나무로 길을 튼튼하게 지어놓고 사방에 조명을 비춰서 감상이 용이하게 해놓았다. 15만동이 전혀 아깝지 않다. 베트남이 이런 선진국이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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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유석이 다른 동굴과 차원이 다르다. 크기도 크기지만 다양한 모양을 한채 가지각색으로 자기들을 뽐내고 있다. 여기는 아기자기함과 규모 두개가 모두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규모로 모든 것을 압도해버린다. 이 정도의 느낌을 받은건 어릴때 피라미드를 본 이후 처음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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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를 보자마자 다음 동굴을 포기하더라도 좀 여유 있게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좀 걷다보니 그 계획은 와르르 무너진다. 더운데 있다가 차가운 바람을 쐬서 그런지 어제 맥주를 그리 쳐마셔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신호가 다급하게 오기 시작한다. 이놈들아, 아침에 이미 처리 해줬잖아. 이 시도 때도 없는 것들.
아직 끝까지 가지도 않았는데 이리 난리면 어쩌라는거냐. 그래도 일단 여기는 끝까지 갔다와야 한다. 뒤집어진 속을 달래며 안으로 바삐 걸음을 옮긴다. 천천히 여유 있게 보고 싶었는데 상황이 웃프다. 게다가 이 시원한 곳을 나가야 한다니, 안타까울 나름이다.
하지만 이렇게 보는데도 이곳은 장관이다. 여기는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돈과 시간을 할애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관광객들도 외국인보다 현지인들이 많이 보이는게 현지 사람들한테도 유명한 곳인가 보다.
오늘 네번째로 현지인이 나한테 베트남어로 말을 건다. 이제 정말 익숙하다. 여기와서 빈도가 훨씬 늘어난게 동남아인 중에서도 베트남인처럼 보이나보다. 내가 거의 반사적으로 "한쿼어"라고 얘기하며 살짝 웃으면 모두 당황한다. 그러고도 안 믿기는지 다시 또 베트남어로 얘기를 한다. 영어로 대답을 하고 나서야 자기와 같은 나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끝내 인정하고 어색하게 인사를 한 후 뒤로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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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니 어느새 끝까지 왔다. 중간 중간에 쉬는 자리도 잘 만들어놓은 것이 꽤나 보였지만 앉을 수가 없었다. 이미 신호가 무르익었다. 더 자극할 필요는 없다.
끝까지 간 후 다시 돌아온다. 가는길과 돌아오는 길은 시야가 달라서 같은 길임에도 마치 다른 곳을 오는 느낌이다. 최대한 천천히 오려 하지만 몸 속에서 울리는 타이머를 무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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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서 계단을 올라 동굴을 벗어난다. 이곳을 거의 한시간도 안걸려서 주파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아쉽지만 생리적인 현상이니 어쩔 수 없다. 나오자마자 당연히 화장실부터 찾는다. 나가는 통로쪽에 화장실이라고 써 있는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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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질근한 화장실을 기대했지만 꽤나 현대적인 화장실이다. 사실 뭐 이러나 저러나 따질때가 아니다. 어제 열심히 놀았던 댓가를 혹독히 치르며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온다. 이제 좀 여유가 생겼다.
내려오는 길은 올때와 다르게 한껏 여유를 부려본다. 클래식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나온다. 어디서 나는지 궁금해서 소스를 살짝 찾아보니 구석에 돌맹이로 정체를 가장한 스피커가 보인다. 진짜 비쌀만 하다. 베트남은 이런게 좋다. 사람들은 순수함을 아직 간직하고 있으면서, 발달은 꽤 되어서 다른 동남아시아와 다른 면이 보인다. 태국도 어찌 보면 비슷할 수 있지만 그쪽은 완전히 서구화된 반면 여기는 여기만의 문화와 감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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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된거 어서 다음 동굴로 가야겠다. 시간이 꽤나 단축되었다. 아직 2시가 채 안되었다. 밥을 여기서 먹고 갈까 살펴보는데 적당히 먹을 곳이 없다. 그냥 다음 동굴로 가서 먹든지 해야겠다.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바로 출발한다.
가는 길에 식당이 있나 찾아보지만 마땅한 곳이 안보인다. 결국 Dark Cave까지 도착해서 거기 식당을 들어간다. 딱히 방법은 없고, 배는 너무 고프다. 아침을 든든히 먹지 않았고 오후 2시까지 밥을 못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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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들어가서 그냥 하나 밖에 없는 메뉴를 물과 함께 주문한다. 여기 관광지에 딸린 식당인데 의외로 손님이 많다. 하긴 동굴 탐험 중간에 밥을 먹을려면 방법이 없을거다.
한참을 기다린다. 배도 고프고 시간도 촉박한데 이 인간들 밥 진짜 안준다. 보아하니 주문한 순서와 상관없이 그냥 자기들이 편한데로 몰아서 음식을 만든다. 나보다 한참 늦게 온 사람이 운이 좋아서 훨씬 더 빨리 받는다. 시간에 몰리니 나도 모르게 살짝 짜증이 난다. 우리나라 같으면 난리 났겠지만 좀 더 기다려본다. 주긴 주겠지.
주방장이 한명이다. 결국 내 메뉴는 마지막에 준비한다. 베트남에 오면 이상한 곳에서 공산주의를 느끼곤 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시설을 가면 눈에 띄게 불친절이 보인다. 사실 불친절이라기 보다는 고객입장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하지만 이런 대우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는 다소 당황스럽고 가끔은 불쾌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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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밥은 또 맛있다. 맛있으니 이해해주기로 한다. 돼지 갈비와 밥, 그리고 계란말이 두개까지 포함되어 있다. 좀 천천히 먹고 싶지만 벌써 3시다. 만약 여기도 4시반에 영업을 종료한다면 서둘러 가야 1시간반이라도 동굴을 즐길수가 있다. 한국 남자들이야 밥 빨리 먹는건 군대 덕분에 아주 익숙하다. 후다닥 해치우고 일어난다.
계산을 하는데 가만히 보니 물값이 빠져있다. 얄밉지만 챙길건 챙겨줘야 한다. 물이 빠졌다고 하고 1만동을 추가로 준다. 내가 아까 좀 급하게 서두른게 티가 났는지 이들도 미안해하는 눈빛이 역력하다. 사실 이들의 문화일 수도 있는데 내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한것도 있다. 항상 그러듯이 활짝 미소를 지어주며 넘어간다.
티켓 판매하는 곳을 물어보니 왼쪽으로 가란다. 3시가 넘었기에 서둘러 가본다. 헌데 티켓 판매소에서 표를 사려고 하니 기다려야 한단다. 얼마나? 4시까지 기다리란다. 이분도 공무원인가 보다. 웃음기 하나 없이 그냥 손가락으로 한곳을 가리키며 'Wait'라고 얘기한다. 사람들이 왜 베트남 사람들 보고 불친절하다고 했는지 알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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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다리는거야 여행에서 언제나 바늘과 실처럼 따라다니는거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쓰면 되기에 문제될것도 없다. 헌데 문 닫는 시간을 물어보니 4시반이라면서 4시에 들어가면 어쩌자는거지. 물어보니 4시에 입장하면 2시간 정도 투어식으로 간단다. 문 닫는 시간과 무관하게 한번 한 투어는 끝까지 하는거란다. 뭐 그렇다면 걱정할 필요없다.
그 옆 한 구석에 앉아서 기다린다. 이럴줄 알았으면 식사도 천천히 하고 그쪽에서 쉬다 오는건데 아쉽다. 뭐 언제나 내가 원하는데로 할 수가 있나. 앉을 자리가 하나 있기에 거기 앉아서 키보드를 핀다.
날이 덥고, 속도 그냥 그렇다보니 글을 쓰는 것도 영 즐겁지 않다. 즐겁지 않을때는 접고 나중에 써야 한다. 때마침 신호가 온다. 오늘 신호 몇번 올려고 이러는걸까. 이번 동굴은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신호는 즉각 즉각 해결해야 한다.
아까 패러다이스 케이브가 에버랜드 같았다면 이곳은 캐리비언베이 같은 느낌이다. 샤워실이 별도로 있어서 남녀 별도로 샤워도 하고 라카도 구비되어 있다. 화장실은 물 때문에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지만 어차피 수영복을 입고 있고, 또 어차피 물에 들어가야 하니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그저 신체의 안정을 통한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좀 더 앉아있으니 주변에 서양인들이 몰려든다. 이들도 다 4시까지 기다리고 있나보다. 서로 친해져 있기에 얘기를 나눌까 하다 그냥 조용히 내 볼일을 본다. 이렇게 서양인들이 우글우글하는 곳에서 혼자 구석에서 조용히 있을때면 뭔가 상대적인 소외감을 느끼고는 하지만 이 정도는 많이 익숙해져서 사실 그리 신경쓰이지도 않는다. 그리고 어차피 들어가게 되면 자연스레 인사를 나누게 될거다.
4시 정각이 되니 표를 팔기 시작한다. 칼 같다. 이건 무슨 여권번호까지 써서 제출해야 한다. 여권번호가 뭐였더라. 꺼내서 찾기 귀찮아서 그냥 대충 숫자를 써서 낸다. 필요하지도 않을거 같은데 뭘 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아마 사고날걸 대비해서겠지?
표를 사고 났는데 뭘 하라는 얘기가 없다. 혼자 온듯한 벨기에 애와 둘이서 대화를 나누며 멀뚱멀뚱 보고 있다가 문득 다른 사람들을 보니 장비를 차고 있기에 그쪽으로 가본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으니 알아서 파악해야 한다. 일단 락카가 눈에 보여서 가방을 넣고, 상의 탈의 후 옷도 집어넣는다. 카메라는 어쩔까 하다가 방수팩에 넣어서 준비를 한다. 그리고 장비 착용하는 쪽으로 가니 짚라인용으로 추정되는 복잡해보이는 안전장비를 하체에 입혀준다. 그 이후 구명조끼를 입고, 라이트가 붙어있는 안전모까지 착용하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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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어쩔까. 괜히 짐이 될까 싶어서 다시 락카에 넣었다가 다시 마음이 바껴서 빼온다. 우유부단함의 극치다. 바닷가에서도 방수팩이 잘 버텼으니 이곳에서도 잘 견디겠지. 가져가보자.
4시반이 되니 모든 인원들의 준비가 끝난다. 여기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알아서 둘러보는 동굴이 아니라 투어식으로 다 같이 들어가서 가이드를 따라가는건가보다. 그렇다면 동남아에서 이 보기 힘든 비싼 가격도 이해가 된다.
영어를 잘하는 가이드가 이제 우리를 끌고 간다. 떠나기 전 한두명을 보더니 한 여인 앞에서 나쁜 소식이 있다고 한다. 목에 고정시키는거 없이 좌우로만 고정이 되는 비키니를 입고 있던 분인데, 안에 머드 동굴 들어가면 저거 벗겨질 가능성이 크단다. 이 여자분 미국분인데 쿨하다. 괜찮다며, "그냥 지금 벗어버릴까요?" 라고 묻는다. 아 이 문화충격, 꽤나 개방적인 나이지만 당황스럽다. 다행히(?) 벗지는 않는다.
이제 모두 같이 한쪽으로 이동한다. 아까 밥 먹을때 보니 여기서 짚라인으로 이동하는거 같다. 처음에 그 벨기에 총각과 어쩌다보니 서로 같이 다닌다. 이 친구는 혼자서 8개월째이다. 혼자 다니는 사람들하고는 친해지기가 쉽다. 다들 조금씩 외로움이 있으니 마음이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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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타워를 오르더니 예상했던데로 짚라인이 보인다. 우리 앞에 현지인으로 보이는 처자 두명이 먼저 괴성을 지르며 짚라인을 타고 내려간다. 다음은 나다. 어쩌다보니 짚라인은 한번도 안타봤다. 그 높이에 서 있으니 뭔가 살짝 무섭다. 벨기에 총각이 카메라 주면 자기가 찍어주겠다고 하는데 그냥 괜찮다고 한다. 내 사진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다. 오징어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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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밑으로 쭉 뻗어있는 두개의 쇠줄에 고리를 하나씩 건다. 그리고 그 고리에 의지하여 앉으며, 가이드가 뒤에서 밀어준다.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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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살짝 무섭긴 했지만 이건 뭐 사실 딱히 엄청 신나거나 무섭거나 스릴이 넘치지는 않는다. 어찌 보면 좀 시시할 수도 있을 정도다. 그냥 적당히 경치를 즐기면서 내려온다. 끝까지 오니 멈추는 곳이 안전하게 마련되어있다.
고리를 풀고 내리니 짚라인 장비는 벗기더니 물로 들어가서 수영을 하란다. 일단 기다려서 내 다음에 오는 벨기에 총각 사진을 하나 찍어준다. 이 친구도 혼자 다녀서 사진이 그다지 없을테니 봐서 이따 보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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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물이 꽤나 깨끗하다. 블루라군을 연상시키는 색깔이다. 베트남과 라오스는 국경이 붙어 있어서 그런지 자연이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라오스는 안전에 아무도 신경을 안쓰는 반면, 베트남은 매우 철저하다. 구명조끼 없이 물 속에는 절대 못 들어가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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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 있으니 위에서 짚라인을 타고 하나 둘 내려온다. 모두 물 속에서 모인다. 이곳이 만남의 장소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게 된다. 라오스를 아직 안간 애들이 있어서 내가 아는 라오스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오늘 그룹에는 여자들이 많다. 이스라엘 애들과 남미 애들이 대부분이다. 모델의 몸매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지만 이런 분들 비키니를 하도 봤더니 아무런 감흥이 없다.
마지막으로 가이드까지 내려온다. 가이드가 합류 후 안쪽으로 보이는 동굴로 수영해서 가라고 지시를 한다. 무슨 수영을 구명조끼 입고 한다냐. 이거 은근히 힘들다. 몸이 구명조끼에 방해를 받으니, 앞으로도, 뒤로도 자맥질을 하기가 영 불편하다. 그래도 안전수칙이니 따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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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입구가 꽤나 크다.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어둠이 시작되고 모두 안전모에 붙은 조명을 킨다. 아직은 햇볕의 영향권 안에 있지만 조금 더 들어가니 조명 없이는 아무것도 안보인다. 괜히 이름이 Dark Cave가 아니다. 하지만 명명센스는 좀 아쉽다. 어두운 동굴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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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곳에서 멈추더니 구명조끼를 다 벗으라고 한다. 이러면 몸매가 다 드러날텐데. 우리나라 같으면 싫다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곳에서는 나를 포함해서 아무도 신경 안쓴다. 벗어서 한곳에 잘 쌓아놓고 물속 길로 더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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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한치 앞도 안보여서 가이드를 따라 일렬로 앞에 사람만 보면서 간다. 조금 들어가니 바닥이 질퍽질퍽해진다. 진흙을 해치며 걷는 느낌이 생소하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진흙이지만 막상 초콜렛과 완전히 느낌이 동일하다. 이거 이름을 '초콜렛 동굴'이라고 지었으면 이쯤에서 감탄 한번 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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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가 좁아지고 진흙은 더 깊어진다. 이런 곳을 어떻게 찾았을까? 안에 어떤 시설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무릎 깊이까지 진흙이 올라오고 한발 한발은 더 버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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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앞에서 애들이 뭐라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앞의 일행을 놓쳤는데 갈림길이 나왔단다. 약간 당황한듯 하다. 오른쪽일까 왼쪽일까. 내가 봐도 길의 넓이가 같아서 모르겠다. 오른쪽으로 가자는 애들이 있지만 한 여인이 자기 직관을 믿으라면서 왼쪽으로 간다. 어찌 보면 좀 위험한 순간인데 사람들이 같이 있고, 들어온지 얼마 안되서인지 그다지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든다.
멀리서 가이드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아까 그 여자분의 직관이 엄청나다. 그 여자분도 신나서 자기가 맞다고 하지 않았냐며 의기양양이다. 그런데 여기 생각보다 사람들을 잘 안챙긴다. 사람수 카운트도 안하는거 같다. 이거 사고 안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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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던 진흙은 30분 정도 더 가니 허리까지 오기 시작한다. 카메라가 방수팩에 잇지만 뭔가 살짝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괜찮겠지. 그러다 한 곳에 자그맣게 있는 공간으로 모두 진입한다.
자연이 진흙으로 만든 수영장이다. 앞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거기에 누워있고 엎드려 있고 신났다. 벨기에 총각이 보이길래 옆으로 엉금엉금 기어서 가니 나보고 그냥 드러누워보란다. 안가라앉는단다. 한번 발을 들고 스윽 누워본다. 온몸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이 기분 좋다. 진짜 안 가라앉는다. 아마 진흙의 밀도가 물보다 훨씬 크니 익숙하지 않은 부유력을 느끼게 되는거 같다. 나름 신기하고 즐겁다.
헌데, 가이드가 안보인다. 아마 이곳에 우리를 버리고 나중에 챙기러 오나보다. 딱히 할게 있지는 않지만 그냥 누워있으니 몸이 편안하다. 재미도 있다. 보령 머드 축제가면 이런 느낌일려나. 하지만 여기는 진짜 동굴 안이라 안전모에 붙은 조명이 나가면 아무것도 안보인다. 나름 으시시하면서 즐겁다. 이건 또 새로운 경험이다. 한국에만 있었으면 이런 경험은 못 했겠지.
사진을 좀 찍어보려 하지만 진흙이 잔뜩 묻어 찍을 수가 없다. 손가락으로 벗겨내보지만 손에도 진흙투성이라 무의미하다. 뭐 안찍고 말지. 헌데 방수팩 안에 물기가 좀 보인다. 물이 침투한거는 아닌거 같고 온도차 때문에 습기가 생긴걸까. 좀 걱정되어야 정상이지만 지금만큼은 온전히 이 순간에 존재하고 있다. 걱정도 되지 않는다. 어떻게든 되겠지 뭐.
사람들하고 진흙투성이가 되어서 깔깔거리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저 뒷편에서 갑자기 가이드가 나타난다. 손전등을 비추더니 이제 나오라고 소리를 지른다. 벌써 갈 시간인가? 다들 움직이기 싫어서 몸을 잘 안일으킨다. 나도 꾸물꾸물되며 최대한 시간을 지체하다 반 이상이 나가고 나서야 일어난다.
온몸에, 그리고 수영복에 진흙이 잔뜩 묻어서 몸이 무겁다. 몸의 진흙은 털어내면 그만이지만 수영복은 다르다. 이거 무거워서 잘못하면 벗겨지겠다. 여자분들 비키니는 약간 위험해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벗겨저도 그다지 야하다는 생각은 안들거 같다. 그냥 어차피 다 몸뚱아리다.
돌아나오는 길은 더 힘들다. 하지만 나름 즐겁다.다들 몸에 붙은 흙을 털어내며 힘겹지만 이 탐험을 웃으면서 즐긴다. 그렇게 또 다시 30분 여를 간다.
드디어 물이 나온다. 계단을 타고 내려와도 되지만 바닥을 미끄럼 삼아서 내려와도 된단다. 안 위험할까? 찰과상은 좀 있을지도 모른다고 일러준다. 조금 다친다고 여기 와서 이런걸 패스할 수는 없지. 다른 이들이 계단으로 힘겹게 내려갈때 몸을 미끄럼에 맡겨본다.
"으아아악"
생각보다 강렬하다. 마지막에 한번 팍 튀면서 물에 빠진다. 아직 반 진흙인 물이라 얼굴에 진흙이 다 묻는다. 여기 지나오면서 얼굴에만은 안 묻힐려고 노력했는데 다 부질없었다. 등이 아려오는게 상처가 좀 생긴거 같다. 아까 표 살때 나오는 사람들 보니 몇명이 등에 상처가 있길래 뭔가 했더니 이거였었나보다. 내가 하는걸 보더니 몇명이 용기를 내며 따라한다. 모두 다 즐거움을 댓가로 영광의 상처를 몸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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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의 지시를 따라 몸에 묻은 흙을 씻어낸다. 조금 가니 아까 구명조끼를 벗어난 곳에 도착한다. 구명조끼를 다시 걸치고 물에 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가이드가 한쪽 방면으로 모두 수영쳐 가라고 지시한다. 어두운 동굴에서 머리에서 나오는 희미한 조명 하나에 의지한채 한쪽으로 모두 수영을 해서 모인다.
가이드는 반대편에 있다. 모두 모이니 갑자기 다 불을 끄라고 한다. 다들 웅성웅성하지만 하나둘 불을 끄기 시작한다. 모두 끄니 보이는거라고는 반대편의 동굴 입구 뿐이다. 이 어두운 곳은 이제 수영해서 돌아오라고 한다. 한치 앞도 안보이기에 수영하다 옆의 여자의 몸도 만지고, 어떤 자에게 만져지기도 한다. 하지만 다들 그냥 깔깔거리고 웃는다. 이거 생각보다 꽤나 즐겁다.
동굴 입구를 나간다. 이제 끝난건가? 아니다. 아까 짚라인 타고 수영해서 온 거리를 이제는 카약을 저어서 간다. 난 벨기에 총각과 짝이 되어서 노를 젓는다. 한국에서 벨기에 와플이 2만원, 3만원에 팔린다고 하니 당장 때려치고 한국 와서 장사나해야겠다고 한다. 이미 레드오션입니다, 아저씨.
돌아오니 이번에는 방비엥에서 내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도 혼자 즐겼던 그 '두손 뻗어 손잡이 잡고 로프를 타고 내려가다 물 속에 다이빙'하는 기구가 준비되어 있다. 이거는 가이드와 상관없이 혼자 하는건가보다.
이제 끝난듯 해서 카메라를 확인해본다. 아까 꺼지지가 않아서 좀 불안했다. 방수팩 뚜껑을 열고 카메라를 꺼내니 물이 주루룩 떨어진다. 이번 탐험은 얘한테 무리였나보다. 당황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전자제품은 물이 들어갔을때 확인해본다고 키면 절대 안된다. 일단 배터리를 분리하고 한켠에 놓아둔다. 비싼 카메라라 주변 사람들이 안타나까워하지만 일단 지금 잠시 잊기로 한다. 저 점프를 해야겠다.
두개가 쌍이라 벨기에 총각과 둘이 점프대에 선다. 이 친구는 이게 처음이란다. 둘아 손잡이를 잡으니 사람들이 구호를 '하나, 둘, 셋' 해줘서 그에 맞춰서 점프한다. 벨기에 이놈은 처음이라더니 출발할때 푸쉬를 줘서 나보다 빠르다. 나도 경험자인데 질 수 없지. 몸을 앞뒤로 흔들면서 속도를 붙인다.
줄의 끝이 가기 전에 줄을 놨어야 했다. 끝에 가니 턱 걸리면서 둘다 반동으로 뒤로 한바퀴를 돌면서 강으로 떨어진다. '첨벙' 소리와 함께 물을 다량 몸 속으로 허용한다. 준비가 되고 호흡을 멈추고 들어왔어야 하는데 어쩔 수 없다.
수영해서 다시 나온다. 이 투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즐겁다. 심적인 여유가 있으면 이 점프 두어번 더 하고 싶은데 막상 카메라 걱정이 앞선다. 게다가 시간도 6시다. 해가 진 이후에 오토바이 운전은 하고 싶지 않다. 일단 락카가 있는 곳으로 올라온다.
그냥 바로 티셔츠를 입고 가야겠다. 샤워는 어차피 숙소 가서 하면 된다. 벨기에 총각은 목욕을 한다기에 내 페이스북 주소를 주고 사진을 원하면 친구 등록하고 말 걸라고 한다.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바로 출발한다. 사실 빨리 간다고 카메라에 대한 대비책이 생기는건 절대 아니지만 그냥 마음이 조급해졌다. 역시 여행은 사고가 항상 따라다니나보다. 카메라가 안되면 어쩌지? 뭐 7만원짜리 핸드폰에도 카메라는 있으니까.
돌아오는 길은 드라이빙이라기 보다는 이동이다. 숙소로 돌아오기 위한 운전이지 그 자체를 즐기는 드라이빙은 아니었다. 단 한번 멈추지 않고 최대한 속도를 내서 돌아오니 7시다.
숙소로 돌아와서 씻으러 가기 전에 Hoi An으로 가는 새벽 5시표를 예약하달라고 한다. 벨기에 총각이 Hue에서 왔는데 별로였다는 말에 그냥 고민 없이 또 결정해버렸다. 사실 어디든 뭔 상관이 있으랴 싶기도 하다.
방으로 올라와서 일단 카메라부터 확인해본다. 말라있지만 내부까지 마르지는 않았을거 같다. 일단 목욕부터 한다. 몸에 묻은 진흙은 금방 제거되는데 수영복은 회생불능이다. 그냥 색이 갈색으로 물든거 같다. 빨아도 빨아도 갈색물이 나온다. 일단은 대충 말리고 호이안 갔을때 다른 옷들과 함께 세탁을 맡겨야겠다. 아니면 거기도 바닷가가 있으니 수영하면서 자연스럽게 빠는것도 괜찮겠다.
카메라가 꽤 말라보인다. 켜볼까? 이거 하루 두는게 맞는건 알지만 다른 배터리를 넣고 켜본다. 켜진다. 찍힌다. Eyefi 전송도 된다. 다행이다. 좀 찝찝하지만 일단 이번 여행 끝날때까지만 버티기를 바래야겠다. 한국 가면 한번 점검을 맡겨야겠다. 이놈은 이제 그냥 일반적인 카메라가 아니다. 나와 이번 여행에서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곳을 담은 여행동지다.
어제 저녁에 그 사람들과 오늘 저녁에 또 보자고 공허한 약속을 했지만 내일 새벽 5시에 출발하니 가면 안될듯 싶다. 멀기도 하거니와 맥주를 어제처럼 먹는다면 아침에 나갈때 차질이 생길거다. 예전에 숙취 상태로 이동했을때를 생각해보자.
그냥 바로 옆에 식당으로 간다. 여기도 꽤나 괜찮다. 껌가, 볶음밥과 닭고기, 그리고 비아사이공을 주문한다. 이제 비아사이공을 얼음에 넣어서 마시지 않으면 뭔가 어색하다. 한국 가면 얼음에 타먹는 이런 맥주도 그리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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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는 식사가 늘 그렇듯이 혼자 시작하지만 곧 다른 누군가와 식사를 공유하게 된다. 수염이 가득한 홀랜드 남자는 딱 보기에 여행을 오래 해보이더니 1년을 했단다. 나와 같이 베트남을 마지막으로 6월에 귀국한단다. 혼자 여행하는 것도 비슷하고 이곳이 마지막이라는 것도 비슷해서 몇잔 같이 마신다. 하지만 너무 많이 마실수는 없기에 2병 마시고 이별을 고한다. 'Have a safe trip.'
숙소로 돌아와서 누우니 9시다. 오늘 밀린 글을 좀 쓸려고 키보드를 펴보지만 잠이 쏟아진다. 오늘 좀 피곤한 하루긴 했다. 글은 쓰고 싶을때 써야 한다. 어차피 내일 버스 타고 장시간 이동해야 하니 그때 쓰면 된다. 키보드를 덮고 잠을 청해본다.
사람들이 왜 펑냐를 기억에 남는 곳으로 얘기했는지 알겠다. 모든 사람들이 사파, 그리고 펑냐를 기억에 남는 곳이라 할때 나도 모르게 내 기준으로 생각을 하는 오류를 범하긴 했다. 나는 조용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사색할 수 있는 그런 곳을 생각했지만 둘다 역동적이고 액티비티가 확실한 그런 동네다. 그런 면에서 둘다 나쁘지는 않았다. 펑냐에서 오늘 한 동굴 탐험은 쉽게 잊지 못할거다. 하지만, 잔잔한 영화는 노여사와 서로 따로 혼자 보지만 액션영화는 같이 보듯이, 이런 화려한 액티비티는 혼자보다는 일행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진짜 여행이 3박4일 남았다. 두달이 순식간에 지나간 느낌이다. 호이안, 그리고 마지막 다낭에서는 뭔가를 한다기보다는 차분히 내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고 싶다. 내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떠나온 여행이니, 마지막으로 한번 더 돌아보도록 해보자.
이제 진짜 몇일 안남았습니다........
http://lkfar.tistory.com/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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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과음한 다음날은 일찍 일어나기 쉽지 않다. 게다가 햇볕이 안들어오는 이 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약간의 숙취를 느끼며 최대한 잠을 자다 9시가 되어서야 나온다.
숙취로 몸은 좀 피곤하지만 마음은 치유가 되었다. 어제는 뭔들 하기 귀찮았는데 오늘은 동굴을 탐험할 생각에 기분이 들뜬다. 동굴 하나는 짚라인도 타고, 수영도 하고, 진흙에도 빠진다기에 아예 수영복을 챙겨입고 나온다. 어찌 보면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 활동적인 액티비티일지도 모르겠다.
오토바이를 빌려야 해서 오늘 하루 더 숙박과 오토바이 대여비를 포함해서 네고를 좀 해보지만 주인 아주머니 표정이 심상치 않다. 이건 아닌가보다. 그냥 원래대로 내기로 한다.
옆에 있던 서양 여행자 하나가 내 카메라에 관심을 갖는다. 드디어, 내 비싼 명기 RicohGR을 알아주는 이가 나타났다. 나도 모르게 열성적으로 이 카메라의 센서 크기와 색감에 대해 얘기한다. 이동성을 위해 줌 기능 같은건 다 빠졌지만 여행다닐때는 최고라고 얘기해준다. 몇장 찍어보더니 매우 감탄한다. 이놈이 포커싱과 어두운 곳에서 문제가 좀 있긴 하지만 정말 괜찮은 놈이다. 게다가 이번 여행에서 정들어서 절대 팔지 않을거다.
아침 먹으러 가기 전에 혹시나 해서 내일 아침 호이안 가는 버스를 문의하니 20만동이고 새벽 5시에 출발한단다. 그 시간 밖에 없단다. 이거 아무래도 내가 타고온 그 버스인거 같다. 5시에 일어나기 싫은데. 다른 시간은 업냐니 Hue가는 버스는 시간이 많단다. 그냥 후에로 가버릴까? 이유는 그냥 아침잠을 좀 더 자고 싶어서...? 시간이 좀 있으니 생각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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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어제 먹었던 Bamboo Cafe로 가기로 한다. 헌데 못 찾겠다. 이 길이 긴것도 아니고 그냥 5분 거리인데 이게 뭔일이지. 결국 끝까지 쭉 갔다 다시 돌아와서야 찾는다. 바로 옆에것도 못 찾고 해메다니, 이런 망신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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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빵과 계란후라이, 그리고 에그커피라는걸 시킨다. 커피에 계란 노른자를 넣은거란다. 쌍화차의 베트남 버전이다.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어제 글을 마저 쓰고 업로드한다.
가지고 다니는 키보드가 조금씩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ㅅ'과 'Shift' 키 두개가 문제다. 쉬프트키 양쪽이 똑같이 말썽인거 보면 물리적인 오류는 아닌거 같고, 키보드의 센서나 핸드폰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몇번 두드리면 되더니 어제 저녁에는 갑자기 아무리 해도 안되서 당황했었다.
여행일기로 시작한 여행기지만, 지금 나에게 이 여행기는 그 이상이다. 일종의 '자서전'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거 같다. 내 자신을 정말 솔직하게 이곳에 담으려 노력했다. 잘난 부분, 못난 부분, 나의 고민들과 열정, 부끄러운 과거와 자랑까지, 누구보다 내 자신에게 솔직하게 써내려갔다. 항상 속으로만 생각하고 드러내기 부끄러워했던 모든 가치관들도 당당하게 얘기했다. 내가 외로울때, 기쁠때, 눈물을 흘릴때, 환호할때 항상 옆에 있어주었다. 어떤 상황이 와도 남은 여행기를 제대로 끝내고 싶다. 이 여행기는 지난 10년간의 나와 이별을 고하고 앞으로의 나를 맞이하는 하나의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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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으니 날이 슬슬 더워진다. 너무 더워지기 전에 동굴로 피신해야겠다. 바로 떠날려고 수영복까지 챙겨입었는데 막상 카메라 수중팩을 안가져왔다. 역시 허술하다. 돌아가서 챙겨가지고 다시 나와야겠다. 오늘은 오전에 파라다이스 동굴, 점심 먹은 오후에는 다크케이브 이 두개만 갈 생각이다. 여기 입장료가 너무 비싸서 이 두개만 가도 부담이 좀 된다. 근데 이 두개는 가도 되는걸까.
일단 숙소로 와서 계산을 잠시 해본다. 오늘 두개 동굴을 위해 60만동을 빼놓고, 오늘 밤까지 이틀치 숙소와 오토바이 대여비로 50만동을 뺀다. 그러고 계산하니 330만동이 남는다. 그렇다면 4일 남았으니 하루에 80만동, 40달라가 된다. 어라? 왜 써도 계속 40달라지? 뭐 괜찮네. 두 동굴 다 가야겠다. 돈이 써도 줄지를 않는다니 신기하군. 아마 평소에 30달라를 안써서 그런거 같다.
구글 지도로 위치를 좀 보다 다음 행선지를 호이안이 아닌 후에로 잡을까 싶다. 이유는 거리가 가까워서 버스표가 싸고 버스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딱 그 이유 뿐이다. 하지만 역시 마음을 못 정한다. 갔다 와서 생각해봐야겠다.
11시쯤 나온다. 이제 펑냐의 동굴을 한번 찾아가봐야겠다. 내려오니 오토바이를 준비해놨다. 오토매틱이다. 수동이 있냐고 물어보니 수동은 17만동을 달란다. 하지만 얘는 기름이 가득 차 있다. 어차피 기름을 넣으면 그게 그거인지라 수동을 선택한다. 그래도 확실히 운전하는 맛은 수동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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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토바이는 여사장님거인가보다. 뭔가 불안하신지 계속 기어 바꾸는 방법과 브레이크를 가르쳐주신다. 다 아는건데... 불안해마시라고 일러드린다. 태국, 미얀마, 라오스에서 열심히 타다 왔습니다.
스쿠터에 올라타고 길을 나선다. 베트남길을 잘 닦여있어서 운전할 맛이 난다. 특히 라오스와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길에 차도 그다지 없어서 신나게 쓰로틀을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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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에는 이제 면역이 생겼나보다. 이곳의 산과 강도 라오스에 못지 않지만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역시 이런 풍경을 옆에 두고 달린다는것은 쉽게 누릴 수 없는 호사다. 어제는 그리 덥더니 오늘은 산 근처에서 오토바이를 달리고 있어서 그런지 그리 덥지 않고 의외로 시원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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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달리니 갈림길이 나온다. 여긴가? 베트남에서는 정말 영어 표지판을 찾기가 힘들다. 지도를 보면 대략 이런 도로로 빠질듯한데 확실치 않다.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안보인다. 뭐 그냥 일단 들어가보자. 아니면 돌아나오면 된다.
들어가서 한참을 달리니 사람들이 좀 보인다. 길을 물어보니 왼쪽으로 틀란다. 엥? 지도와 다른데. 일단 사람들 말을 믿고 틀어서 가다보니 다시 큰길이 나온다. 요즘 왜 이리 길을 자주 잃는걸까. 하지만 아까 그 길이 왠지 아닌거 같았다. 다시 큰길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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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그 갈림길을 지나서 좀 더 가니 또 갈림길이 나온다. 이번이 맞는듯해보인다. 표지판은 역시 보고 파악하기 힘들지만 고속도로 이름이 지도에 나와있다. 이번에는 꽤나 확신을 가지고 좌회전을 한다.
길 방향이 산쪽으로 이어지는 것이 이번에는 맞는 것이 확실하다. 아무리 풍경에 무감각해졌다지만 이런 길이 아무렇지도 않을 수는 없다. 뭔가 신나서 소리를 지르면서 속도를 내본다. 고개를 숙여서 공기저항을 줄이고 쓰로틀을 힘차게 당긴다. 내 최고속도 80km/h를 달성한다. 여기 길이 워낙 좋아서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차 안에서 느끼는 시속 80km와 오토바이에서 느껴지는 체감속도는 정말 다르다. 스릴이 양념으로 첨가되는것도 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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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멀다. 거의 한시간을 온거 같은데 아직 안나타난다. 혹시나 싶어서 멈춰서 물어보니 이 길은 확실히 맞다. 조금 늦게 나온게 아닌가 걱정된다. 베트남 특성 상 왠지 4시반이면 다 문을 닫지 싶고 그 안에 두군데 동굴을 다 가기에는 좀 촉박해보인다. 뭐 정 안되면 하나는 포기하자.
가다보니 드디어 Dark Cave가 보인다. 얘는 물 속에도 들어가고 하는 놈인지라 다른 동굴을 먼저 갔다가 이곳을 오기로 하고 지나친다. 그리고 또 30분 여를 더 가서 드디어 Paradise Cave에 도착한다.
동굴 입구부터 라오스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라오스의 동굴들은 버림 받았다면 베트남의 동굴들은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다. 이 자원들의 가치를 알고 있는걸까. 들어가는 길도 잘 꾸며져 있고, 표지판도 이제는 영어로 잘 나와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주차장이 나오고 보통 관광지 앞에 있는 기념품 가게들도 잔뜩 있는 그 공터가 나타난다. 오토바이를 주차하니 직원이 하나 오더니 주차비를 내야 한단다. 5000동이다. 큰돈은 아니기에 부담없이 지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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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입장료 내는 곳도 흡사 에버랜드에 온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15만동이면 나름 비싼 돈이지만 여기에 와보니 그만한 가치는 있어보인다. 돈을 내니 교통카드 처럼 생긴 표를 하나 준다. 그걸 가지고 입구로 가니 개찰구가 있고 표를 넣게 되어 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깔끔하게 잘 되어 있는 것이 다른 동남아나라들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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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는 옵션에 걸어가는게 있거 버기카를 타는게 있다. 버기카는 진짜 에버랜드에 있을법한 이동차이다. 물론 무료는 아니기에 당연히 나는 걸어가는 것을 선택한다. 뭐 걸어봤자 얼마나 걷겠나.
얼마나 걷는다. 한참을 간다. 차를 타고 가는 옵션이 있는 이유가 있었다. 그래도 길은 잘 꾸며져 있어서 덥거나 그러지는 않다. 원래대로라면 편한 마음으로 갈텐데, 두군데 동굴을 갈 생각하니 발걸음이 빨라진다. 빠른 발걸음과 함께 하는 여행 치고 제대로 된게 없었다는걸 알지만 마음이 그리 되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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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동굴 입구까지만 20분은 넘게 걸어간다. 그래도 시간을 체크해보니 이제 12시다. 아직 시간이 있어보인다. 너무 서두르지 말자. 진짜 정 안되면 하나 스킵해버리면 되는건데, 오늘따라 왜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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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여있고 직원들이 보이기에 도착한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여기서 또 500미터를 올라가야 한다고 써 있다. 그리 긴 거리는 아니니 힘을 내서 시작해본다. 문제는 이 500미터가 평지가 아닌 등산길이라는거다. 촉박한 마음이 전해져 한번도 쉬지 않고 한번에 오른다. 흡사 사파에서 트레킹하고 돌아올때가 생각난다. 하지만 그때는 마음이 편안했다면 이번에는 마음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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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정상에 오른다. 여기는 진짜 동굴 입구가 맞다. 이 동굴은 오르기 정말 힘들었다. 몸은 땀 범벅이다. 어제 과음 때문인지 몸 상태도 그리 훌륭하지는 않다. 어서 시원한 동굴 내부로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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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입구는 생각보다 매우 조그마하다. 여기 엄청 크다고 했는데 맞는거겠지? 또 계단을 올라 동굴 내부로 들어가본다.
들어가자마자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와, 크다."라고 탄성을 짓는다. 얼핏 보이는 부분만 해도 엄청난 크기다. 지하도시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듯 한 크기다. 내가 들은게 맞다면 이게 1키로미터 이어진다고 한다. 나는 지금 그 앞부분만 살짝 봤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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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서 잘 닦여진 길을 걸어가본다. 동굴 위로 나무로 길을 튼튼하게 지어놓고 사방에 조명을 비춰서 감상이 용이하게 해놓았다. 15만동이 전혀 아깝지 않다. 베트남이 이런 선진국이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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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유석이 다른 동굴과 차원이 다르다. 크기도 크기지만 다양한 모양을 한채 가지각색으로 자기들을 뽐내고 있다. 여기는 아기자기함과 규모 두개가 모두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규모로 모든 것을 압도해버린다. 이 정도의 느낌을 받은건 어릴때 피라미드를 본 이후 처음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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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를 보자마자 다음 동굴을 포기하더라도 좀 여유 있게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좀 걷다보니 그 계획은 와르르 무너진다. 더운데 있다가 차가운 바람을 쐬서 그런지 어제 맥주를 그리 쳐마셔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신호가 다급하게 오기 시작한다. 이놈들아, 아침에 이미 처리 해줬잖아. 이 시도 때도 없는 것들.
아직 끝까지 가지도 않았는데 이리 난리면 어쩌라는거냐. 그래도 일단 여기는 끝까지 갔다와야 한다. 뒤집어진 속을 달래며 안으로 바삐 걸음을 옮긴다. 천천히 여유 있게 보고 싶었는데 상황이 웃프다. 게다가 이 시원한 곳을 나가야 한다니, 안타까울 나름이다.
하지만 이렇게 보는데도 이곳은 장관이다. 여기는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돈과 시간을 할애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관광객들도 외국인보다 현지인들이 많이 보이는게 현지 사람들한테도 유명한 곳인가 보다.
오늘 네번째로 현지인이 나한테 베트남어로 말을 건다. 이제 정말 익숙하다. 여기와서 빈도가 훨씬 늘어난게 동남아인 중에서도 베트남인처럼 보이나보다. 내가 거의 반사적으로 "한쿼어"라고 얘기하며 살짝 웃으면 모두 당황한다. 그러고도 안 믿기는지 다시 또 베트남어로 얘기를 한다. 영어로 대답을 하고 나서야 자기와 같은 나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끝내 인정하고 어색하게 인사를 한 후 뒤로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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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니 어느새 끝까지 왔다. 중간 중간에 쉬는 자리도 잘 만들어놓은 것이 꽤나 보였지만 앉을 수가 없었다. 이미 신호가 무르익었다. 더 자극할 필요는 없다.
끝까지 간 후 다시 돌아온다. 가는길과 돌아오는 길은 시야가 달라서 같은 길임에도 마치 다른 곳을 오는 느낌이다. 최대한 천천히 오려 하지만 몸 속에서 울리는 타이머를 무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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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서 계단을 올라 동굴을 벗어난다. 이곳을 거의 한시간도 안걸려서 주파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아쉽지만 생리적인 현상이니 어쩔 수 없다. 나오자마자 당연히 화장실부터 찾는다. 나가는 통로쪽에 화장실이라고 써 있는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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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질근한 화장실을 기대했지만 꽤나 현대적인 화장실이다. 사실 뭐 이러나 저러나 따질때가 아니다. 어제 열심히 놀았던 댓가를 혹독히 치르며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온다. 이제 좀 여유가 생겼다.
내려오는 길은 올때와 다르게 한껏 여유를 부려본다. 클래식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나온다. 어디서 나는지 궁금해서 소스를 살짝 찾아보니 구석에 돌맹이로 정체를 가장한 스피커가 보인다. 진짜 비쌀만 하다. 베트남은 이런게 좋다. 사람들은 순수함을 아직 간직하고 있으면서, 발달은 꽤 되어서 다른 동남아시아와 다른 면이 보인다. 태국도 어찌 보면 비슷할 수 있지만 그쪽은 완전히 서구화된 반면 여기는 여기만의 문화와 감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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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된거 어서 다음 동굴로 가야겠다. 시간이 꽤나 단축되었다. 아직 2시가 채 안되었다. 밥을 여기서 먹고 갈까 살펴보는데 적당히 먹을 곳이 없다. 그냥 다음 동굴로 가서 먹든지 해야겠다.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바로 출발한다.
가는 길에 식당이 있나 찾아보지만 마땅한 곳이 안보인다. 결국 Dark Cave까지 도착해서 거기 식당을 들어간다. 딱히 방법은 없고, 배는 너무 고프다. 아침을 든든히 먹지 않았고 오후 2시까지 밥을 못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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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들어가서 그냥 하나 밖에 없는 메뉴를 물과 함께 주문한다. 여기 관광지에 딸린 식당인데 의외로 손님이 많다. 하긴 동굴 탐험 중간에 밥을 먹을려면 방법이 없을거다.
한참을 기다린다. 배도 고프고 시간도 촉박한데 이 인간들 밥 진짜 안준다. 보아하니 주문한 순서와 상관없이 그냥 자기들이 편한데로 몰아서 음식을 만든다. 나보다 한참 늦게 온 사람이 운이 좋아서 훨씬 더 빨리 받는다. 시간에 몰리니 나도 모르게 살짝 짜증이 난다. 우리나라 같으면 난리 났겠지만 좀 더 기다려본다. 주긴 주겠지.
주방장이 한명이다. 결국 내 메뉴는 마지막에 준비한다. 베트남에 오면 이상한 곳에서 공산주의를 느끼곤 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시설을 가면 눈에 띄게 불친절이 보인다. 사실 불친절이라기 보다는 고객입장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하지만 이런 대우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는 다소 당황스럽고 가끔은 불쾌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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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밥은 또 맛있다. 맛있으니 이해해주기로 한다. 돼지 갈비와 밥, 그리고 계란말이 두개까지 포함되어 있다. 좀 천천히 먹고 싶지만 벌써 3시다. 만약 여기도 4시반에 영업을 종료한다면 서둘러 가야 1시간반이라도 동굴을 즐길수가 있다. 한국 남자들이야 밥 빨리 먹는건 군대 덕분에 아주 익숙하다. 후다닥 해치우고 일어난다.
계산을 하는데 가만히 보니 물값이 빠져있다. 얄밉지만 챙길건 챙겨줘야 한다. 물이 빠졌다고 하고 1만동을 추가로 준다. 내가 아까 좀 급하게 서두른게 티가 났는지 이들도 미안해하는 눈빛이 역력하다. 사실 이들의 문화일 수도 있는데 내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한것도 있다. 항상 그러듯이 활짝 미소를 지어주며 넘어간다.
티켓 판매하는 곳을 물어보니 왼쪽으로 가란다. 3시가 넘었기에 서둘러 가본다. 헌데 티켓 판매소에서 표를 사려고 하니 기다려야 한단다. 얼마나? 4시까지 기다리란다. 이분도 공무원인가 보다. 웃음기 하나 없이 그냥 손가락으로 한곳을 가리키며 'Wait'라고 얘기한다. 사람들이 왜 베트남 사람들 보고 불친절하다고 했는지 알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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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다리는거야 여행에서 언제나 바늘과 실처럼 따라다니는거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쓰면 되기에 문제될것도 없다. 헌데 문 닫는 시간을 물어보니 4시반이라면서 4시에 들어가면 어쩌자는거지. 물어보니 4시에 입장하면 2시간 정도 투어식으로 간단다. 문 닫는 시간과 무관하게 한번 한 투어는 끝까지 하는거란다. 뭐 그렇다면 걱정할 필요없다.
그 옆 한 구석에 앉아서 기다린다. 이럴줄 알았으면 식사도 천천히 하고 그쪽에서 쉬다 오는건데 아쉽다. 뭐 언제나 내가 원하는데로 할 수가 있나. 앉을 자리가 하나 있기에 거기 앉아서 키보드를 핀다.
날이 덥고, 속도 그냥 그렇다보니 글을 쓰는 것도 영 즐겁지 않다. 즐겁지 않을때는 접고 나중에 써야 한다. 때마침 신호가 온다. 오늘 신호 몇번 올려고 이러는걸까. 이번 동굴은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신호는 즉각 즉각 해결해야 한다.
아까 패러다이스 케이브가 에버랜드 같았다면 이곳은 캐리비언베이 같은 느낌이다. 샤워실이 별도로 있어서 남녀 별도로 샤워도 하고 라카도 구비되어 있다. 화장실은 물 때문에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지만 어차피 수영복을 입고 있고, 또 어차피 물에 들어가야 하니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그저 신체의 안정을 통한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좀 더 앉아있으니 주변에 서양인들이 몰려든다. 이들도 다 4시까지 기다리고 있나보다. 서로 친해져 있기에 얘기를 나눌까 하다 그냥 조용히 내 볼일을 본다. 이렇게 서양인들이 우글우글하는 곳에서 혼자 구석에서 조용히 있을때면 뭔가 상대적인 소외감을 느끼고는 하지만 이 정도는 많이 익숙해져서 사실 그리 신경쓰이지도 않는다. 그리고 어차피 들어가게 되면 자연스레 인사를 나누게 될거다.
4시 정각이 되니 표를 팔기 시작한다. 칼 같다. 이건 무슨 여권번호까지 써서 제출해야 한다. 여권번호가 뭐였더라. 꺼내서 찾기 귀찮아서 그냥 대충 숫자를 써서 낸다. 필요하지도 않을거 같은데 뭘 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아마 사고날걸 대비해서겠지?
표를 사고 났는데 뭘 하라는 얘기가 없다. 혼자 온듯한 벨기에 애와 둘이서 대화를 나누며 멀뚱멀뚱 보고 있다가 문득 다른 사람들을 보니 장비를 차고 있기에 그쪽으로 가본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으니 알아서 파악해야 한다. 일단 락카가 눈에 보여서 가방을 넣고, 상의 탈의 후 옷도 집어넣는다. 카메라는 어쩔까 하다가 방수팩에 넣어서 준비를 한다. 그리고 장비 착용하는 쪽으로 가니 짚라인용으로 추정되는 복잡해보이는 안전장비를 하체에 입혀준다. 그 이후 구명조끼를 입고, 라이트가 붙어있는 안전모까지 착용하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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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어쩔까. 괜히 짐이 될까 싶어서 다시 락카에 넣었다가 다시 마음이 바껴서 빼온다. 우유부단함의 극치다. 바닷가에서도 방수팩이 잘 버텼으니 이곳에서도 잘 견디겠지. 가져가보자.
4시반이 되니 모든 인원들의 준비가 끝난다. 여기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알아서 둘러보는 동굴이 아니라 투어식으로 다 같이 들어가서 가이드를 따라가는건가보다. 그렇다면 동남아에서 이 보기 힘든 비싼 가격도 이해가 된다.
영어를 잘하는 가이드가 이제 우리를 끌고 간다. 떠나기 전 한두명을 보더니 한 여인 앞에서 나쁜 소식이 있다고 한다. 목에 고정시키는거 없이 좌우로만 고정이 되는 비키니를 입고 있던 분인데, 안에 머드 동굴 들어가면 저거 벗겨질 가능성이 크단다. 이 여자분 미국분인데 쿨하다. 괜찮다며, "그냥 지금 벗어버릴까요?" 라고 묻는다. 아 이 문화충격, 꽤나 개방적인 나이지만 당황스럽다. 다행히(?) 벗지는 않는다.
이제 모두 같이 한쪽으로 이동한다. 아까 밥 먹을때 보니 여기서 짚라인으로 이동하는거 같다. 처음에 그 벨기에 총각과 어쩌다보니 서로 같이 다닌다. 이 친구는 혼자서 8개월째이다. 혼자 다니는 사람들하고는 친해지기가 쉽다. 다들 조금씩 외로움이 있으니 마음이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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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타워를 오르더니 예상했던데로 짚라인이 보인다. 우리 앞에 현지인으로 보이는 처자 두명이 먼저 괴성을 지르며 짚라인을 타고 내려간다. 다음은 나다. 어쩌다보니 짚라인은 한번도 안타봤다. 그 높이에 서 있으니 뭔가 살짝 무섭다. 벨기에 총각이 카메라 주면 자기가 찍어주겠다고 하는데 그냥 괜찮다고 한다. 내 사진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다. 오징어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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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밑으로 쭉 뻗어있는 두개의 쇠줄에 고리를 하나씩 건다. 그리고 그 고리에 의지하여 앉으며, 가이드가 뒤에서 밀어준다.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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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살짝 무섭긴 했지만 이건 뭐 사실 딱히 엄청 신나거나 무섭거나 스릴이 넘치지는 않는다. 어찌 보면 좀 시시할 수도 있을 정도다. 그냥 적당히 경치를 즐기면서 내려온다. 끝까지 오니 멈추는 곳이 안전하게 마련되어있다.
고리를 풀고 내리니 짚라인 장비는 벗기더니 물로 들어가서 수영을 하란다. 일단 기다려서 내 다음에 오는 벨기에 총각 사진을 하나 찍어준다. 이 친구도 혼자 다녀서 사진이 그다지 없을테니 봐서 이따 보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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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물이 꽤나 깨끗하다. 블루라군을 연상시키는 색깔이다. 베트남과 라오스는 국경이 붙어 있어서 그런지 자연이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라오스는 안전에 아무도 신경을 안쓰는 반면, 베트남은 매우 철저하다. 구명조끼 없이 물 속에는 절대 못 들어가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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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 있으니 위에서 짚라인을 타고 하나 둘 내려온다. 모두 물 속에서 모인다. 이곳이 만남의 장소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게 된다. 라오스를 아직 안간 애들이 있어서 내가 아는 라오스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오늘 그룹에는 여자들이 많다. 이스라엘 애들과 남미 애들이 대부분이다. 모델의 몸매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지만 이런 분들 비키니를 하도 봤더니 아무런 감흥이 없다.
마지막으로 가이드까지 내려온다. 가이드가 합류 후 안쪽으로 보이는 동굴로 수영해서 가라고 지시를 한다. 무슨 수영을 구명조끼 입고 한다냐. 이거 은근히 힘들다. 몸이 구명조끼에 방해를 받으니, 앞으로도, 뒤로도 자맥질을 하기가 영 불편하다. 그래도 안전수칙이니 따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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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입구가 꽤나 크다.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어둠이 시작되고 모두 안전모에 붙은 조명을 킨다. 아직은 햇볕의 영향권 안에 있지만 조금 더 들어가니 조명 없이는 아무것도 안보인다. 괜히 이름이 Dark Cave가 아니다. 하지만 명명센스는 좀 아쉽다. 어두운 동굴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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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곳에서 멈추더니 구명조끼를 다 벗으라고 한다. 이러면 몸매가 다 드러날텐데. 우리나라 같으면 싫다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곳에서는 나를 포함해서 아무도 신경 안쓴다. 벗어서 한곳에 잘 쌓아놓고 물속 길로 더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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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한치 앞도 안보여서 가이드를 따라 일렬로 앞에 사람만 보면서 간다. 조금 들어가니 바닥이 질퍽질퍽해진다. 진흙을 해치며 걷는 느낌이 생소하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진흙이지만 막상 초콜렛과 완전히 느낌이 동일하다. 이거 이름을 '초콜렛 동굴'이라고 지었으면 이쯤에서 감탄 한번 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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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가 좁아지고 진흙은 더 깊어진다. 이런 곳을 어떻게 찾았을까? 안에 어떤 시설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무릎 깊이까지 진흙이 올라오고 한발 한발은 더 버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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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앞에서 애들이 뭐라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앞의 일행을 놓쳤는데 갈림길이 나왔단다. 약간 당황한듯 하다. 오른쪽일까 왼쪽일까. 내가 봐도 길의 넓이가 같아서 모르겠다. 오른쪽으로 가자는 애들이 있지만 한 여인이 자기 직관을 믿으라면서 왼쪽으로 간다. 어찌 보면 좀 위험한 순간인데 사람들이 같이 있고, 들어온지 얼마 안되서인지 그다지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든다.
멀리서 가이드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아까 그 여자분의 직관이 엄청나다. 그 여자분도 신나서 자기가 맞다고 하지 않았냐며 의기양양이다. 그런데 여기 생각보다 사람들을 잘 안챙긴다. 사람수 카운트도 안하는거 같다. 이거 사고 안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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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던 진흙은 30분 정도 더 가니 허리까지 오기 시작한다. 카메라가 방수팩에 잇지만 뭔가 살짝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괜찮겠지. 그러다 한 곳에 자그맣게 있는 공간으로 모두 진입한다.
자연이 진흙으로 만든 수영장이다. 앞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거기에 누워있고 엎드려 있고 신났다. 벨기에 총각이 보이길래 옆으로 엉금엉금 기어서 가니 나보고 그냥 드러누워보란다. 안가라앉는단다. 한번 발을 들고 스윽 누워본다. 온몸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이 기분 좋다. 진짜 안 가라앉는다. 아마 진흙의 밀도가 물보다 훨씬 크니 익숙하지 않은 부유력을 느끼게 되는거 같다. 나름 신기하고 즐겁다.
헌데, 가이드가 안보인다. 아마 이곳에 우리를 버리고 나중에 챙기러 오나보다. 딱히 할게 있지는 않지만 그냥 누워있으니 몸이 편안하다. 재미도 있다. 보령 머드 축제가면 이런 느낌일려나. 하지만 여기는 진짜 동굴 안이라 안전모에 붙은 조명이 나가면 아무것도 안보인다. 나름 으시시하면서 즐겁다. 이건 또 새로운 경험이다. 한국에만 있었으면 이런 경험은 못 했겠지.
사진을 좀 찍어보려 하지만 진흙이 잔뜩 묻어 찍을 수가 없다. 손가락으로 벗겨내보지만 손에도 진흙투성이라 무의미하다. 뭐 안찍고 말지. 헌데 방수팩 안에 물기가 좀 보인다. 물이 침투한거는 아닌거 같고 온도차 때문에 습기가 생긴걸까. 좀 걱정되어야 정상이지만 지금만큼은 온전히 이 순간에 존재하고 있다. 걱정도 되지 않는다. 어떻게든 되겠지 뭐.
사람들하고 진흙투성이가 되어서 깔깔거리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저 뒷편에서 갑자기 가이드가 나타난다. 손전등을 비추더니 이제 나오라고 소리를 지른다. 벌써 갈 시간인가? 다들 움직이기 싫어서 몸을 잘 안일으킨다. 나도 꾸물꾸물되며 최대한 시간을 지체하다 반 이상이 나가고 나서야 일어난다.
온몸에, 그리고 수영복에 진흙이 잔뜩 묻어서 몸이 무겁다. 몸의 진흙은 털어내면 그만이지만 수영복은 다르다. 이거 무거워서 잘못하면 벗겨지겠다. 여자분들 비키니는 약간 위험해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벗겨저도 그다지 야하다는 생각은 안들거 같다. 그냥 어차피 다 몸뚱아리다.
돌아나오는 길은 더 힘들다. 하지만 나름 즐겁다.다들 몸에 붙은 흙을 털어내며 힘겹지만 이 탐험을 웃으면서 즐긴다. 그렇게 또 다시 30분 여를 간다.
드디어 물이 나온다. 계단을 타고 내려와도 되지만 바닥을 미끄럼 삼아서 내려와도 된단다. 안 위험할까? 찰과상은 좀 있을지도 모른다고 일러준다. 조금 다친다고 여기 와서 이런걸 패스할 수는 없지. 다른 이들이 계단으로 힘겹게 내려갈때 몸을 미끄럼에 맡겨본다.
"으아아악"
생각보다 강렬하다. 마지막에 한번 팍 튀면서 물에 빠진다. 아직 반 진흙인 물이라 얼굴에 진흙이 다 묻는다. 여기 지나오면서 얼굴에만은 안 묻힐려고 노력했는데 다 부질없었다. 등이 아려오는게 상처가 좀 생긴거 같다. 아까 표 살때 나오는 사람들 보니 몇명이 등에 상처가 있길래 뭔가 했더니 이거였었나보다. 내가 하는걸 보더니 몇명이 용기를 내며 따라한다. 모두 다 즐거움을 댓가로 영광의 상처를 몸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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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의 지시를 따라 몸에 묻은 흙을 씻어낸다. 조금 가니 아까 구명조끼를 벗어난 곳에 도착한다. 구명조끼를 다시 걸치고 물에 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가이드가 한쪽 방면으로 모두 수영쳐 가라고 지시한다. 어두운 동굴에서 머리에서 나오는 희미한 조명 하나에 의지한채 한쪽으로 모두 수영을 해서 모인다.
가이드는 반대편에 있다. 모두 모이니 갑자기 다 불을 끄라고 한다. 다들 웅성웅성하지만 하나둘 불을 끄기 시작한다. 모두 끄니 보이는거라고는 반대편의 동굴 입구 뿐이다. 이 어두운 곳은 이제 수영해서 돌아오라고 한다. 한치 앞도 안보이기에 수영하다 옆의 여자의 몸도 만지고, 어떤 자에게 만져지기도 한다. 하지만 다들 그냥 깔깔거리고 웃는다. 이거 생각보다 꽤나 즐겁다.
동굴 입구를 나간다. 이제 끝난건가? 아니다. 아까 짚라인 타고 수영해서 온 거리를 이제는 카약을 저어서 간다. 난 벨기에 총각과 짝이 되어서 노를 젓는다. 한국에서 벨기에 와플이 2만원, 3만원에 팔린다고 하니 당장 때려치고 한국 와서 장사나해야겠다고 한다. 이미 레드오션입니다, 아저씨.
돌아오니 이번에는 방비엥에서 내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도 혼자 즐겼던 그 '두손 뻗어 손잡이 잡고 로프를 타고 내려가다 물 속에 다이빙'하는 기구가 준비되어 있다. 이거는 가이드와 상관없이 혼자 하는건가보다.
이제 끝난듯 해서 카메라를 확인해본다. 아까 꺼지지가 않아서 좀 불안했다. 방수팩 뚜껑을 열고 카메라를 꺼내니 물이 주루룩 떨어진다. 이번 탐험은 얘한테 무리였나보다. 당황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전자제품은 물이 들어갔을때 확인해본다고 키면 절대 안된다. 일단 배터리를 분리하고 한켠에 놓아둔다. 비싼 카메라라 주변 사람들이 안타나까워하지만 일단 지금 잠시 잊기로 한다. 저 점프를 해야겠다.
두개가 쌍이라 벨기에 총각과 둘이 점프대에 선다. 이 친구는 이게 처음이란다. 둘아 손잡이를 잡으니 사람들이 구호를 '하나, 둘, 셋' 해줘서 그에 맞춰서 점프한다. 벨기에 이놈은 처음이라더니 출발할때 푸쉬를 줘서 나보다 빠르다. 나도 경험자인데 질 수 없지. 몸을 앞뒤로 흔들면서 속도를 붙인다.
줄의 끝이 가기 전에 줄을 놨어야 했다. 끝에 가니 턱 걸리면서 둘다 반동으로 뒤로 한바퀴를 돌면서 강으로 떨어진다. '첨벙' 소리와 함께 물을 다량 몸 속으로 허용한다. 준비가 되고 호흡을 멈추고 들어왔어야 하는데 어쩔 수 없다.
수영해서 다시 나온다. 이 투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즐겁다. 심적인 여유가 있으면 이 점프 두어번 더 하고 싶은데 막상 카메라 걱정이 앞선다. 게다가 시간도 6시다. 해가 진 이후에 오토바이 운전은 하고 싶지 않다. 일단 락카가 있는 곳으로 올라온다.
그냥 바로 티셔츠를 입고 가야겠다. 샤워는 어차피 숙소 가서 하면 된다. 벨기에 총각은 목욕을 한다기에 내 페이스북 주소를 주고 사진을 원하면 친구 등록하고 말 걸라고 한다.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바로 출발한다. 사실 빨리 간다고 카메라에 대한 대비책이 생기는건 절대 아니지만 그냥 마음이 조급해졌다. 역시 여행은 사고가 항상 따라다니나보다. 카메라가 안되면 어쩌지? 뭐 7만원짜리 핸드폰에도 카메라는 있으니까.
돌아오는 길은 드라이빙이라기 보다는 이동이다. 숙소로 돌아오기 위한 운전이지 그 자체를 즐기는 드라이빙은 아니었다. 단 한번 멈추지 않고 최대한 속도를 내서 돌아오니 7시다.
숙소로 돌아와서 씻으러 가기 전에 Hoi An으로 가는 새벽 5시표를 예약하달라고 한다. 벨기에 총각이 Hue에서 왔는데 별로였다는 말에 그냥 고민 없이 또 결정해버렸다. 사실 어디든 뭔 상관이 있으랴 싶기도 하다.
방으로 올라와서 일단 카메라부터 확인해본다. 말라있지만 내부까지 마르지는 않았을거 같다. 일단 목욕부터 한다. 몸에 묻은 진흙은 금방 제거되는데 수영복은 회생불능이다. 그냥 색이 갈색으로 물든거 같다. 빨아도 빨아도 갈색물이 나온다. 일단은 대충 말리고 호이안 갔을때 다른 옷들과 함께 세탁을 맡겨야겠다. 아니면 거기도 바닷가가 있으니 수영하면서 자연스럽게 빠는것도 괜찮겠다.
카메라가 꽤 말라보인다. 켜볼까? 이거 하루 두는게 맞는건 알지만 다른 배터리를 넣고 켜본다. 켜진다. 찍힌다. Eyefi 전송도 된다. 다행이다. 좀 찝찝하지만 일단 이번 여행 끝날때까지만 버티기를 바래야겠다. 한국 가면 한번 점검을 맡겨야겠다. 이놈은 이제 그냥 일반적인 카메라가 아니다. 나와 이번 여행에서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곳을 담은 여행동지다.
어제 저녁에 그 사람들과 오늘 저녁에 또 보자고 공허한 약속을 했지만 내일 새벽 5시에 출발하니 가면 안될듯 싶다. 멀기도 하거니와 맥주를 어제처럼 먹는다면 아침에 나갈때 차질이 생길거다. 예전에 숙취 상태로 이동했을때를 생각해보자.
그냥 바로 옆에 식당으로 간다. 여기도 꽤나 괜찮다. 껌가, 볶음밥과 닭고기, 그리고 비아사이공을 주문한다. 이제 비아사이공을 얼음에 넣어서 마시지 않으면 뭔가 어색하다. 한국 가면 얼음에 타먹는 이런 맥주도 그리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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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는 식사가 늘 그렇듯이 혼자 시작하지만 곧 다른 누군가와 식사를 공유하게 된다. 수염이 가득한 홀랜드 남자는 딱 보기에 여행을 오래 해보이더니 1년을 했단다. 나와 같이 베트남을 마지막으로 6월에 귀국한단다. 혼자 여행하는 것도 비슷하고 이곳이 마지막이라는 것도 비슷해서 몇잔 같이 마신다. 하지만 너무 많이 마실수는 없기에 2병 마시고 이별을 고한다. 'Have a safe trip.'
숙소로 돌아와서 누우니 9시다. 오늘 밀린 글을 좀 쓸려고 키보드를 펴보지만 잠이 쏟아진다. 오늘 좀 피곤한 하루긴 했다. 글은 쓰고 싶을때 써야 한다. 어차피 내일 버스 타고 장시간 이동해야 하니 그때 쓰면 된다. 키보드를 덮고 잠을 청해본다.
사람들이 왜 펑냐를 기억에 남는 곳으로 얘기했는지 알겠다. 모든 사람들이 사파, 그리고 펑냐를 기억에 남는 곳이라 할때 나도 모르게 내 기준으로 생각을 하는 오류를 범하긴 했다. 나는 조용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사색할 수 있는 그런 곳을 생각했지만 둘다 역동적이고 액티비티가 확실한 그런 동네다. 그런 면에서 둘다 나쁘지는 않았다. 펑냐에서 오늘 한 동굴 탐험은 쉽게 잊지 못할거다. 하지만, 잔잔한 영화는 노여사와 서로 따로 혼자 보지만 액션영화는 같이 보듯이, 이런 화려한 액티비티는 혼자보다는 일행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진짜 여행이 3박4일 남았다. 두달이 순식간에 지나간 느낌이다. 호이안, 그리고 마지막 다낭에서는 뭔가를 한다기보다는 차분히 내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고 싶다. 내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떠나온 여행이니, 마지막으로 한번 더 돌아보도록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