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유랑기 1. 씨엥쿠앙-빡산-꽁로-락사오-남파오 국경 2023 1.1~1.7
지난 한 달 동안을 라오스 전국체전, 몽족 설날 축제를 쫓아다닌다고 찬 바람을 맞으며 씨엥쿠앙을 헤맸다. 더구나 비자런을 위해 2022년의 마지막 이틀을 유난히 추운 농헷을 다녀왔으니 냉기가 전신에 쌓여버렸다.
그것을 핑계 삼아 2023년의 첫째날과 둘째 날을 폰사완의 제니다 게스트하우스의 207호 안에서 온기를 회복하려 최대한 머물렀다. 밖은 축포와 축가로 들썩거리는데도 그렇게 무미하고 단조롭게 2023년을 맞이한다.
1월 3일, 흐리고 싸늘한 아침이지만 폰사완을 떠나서 저지대의 따스한 땅으로 떠난다.
몽족의 땅답게 아직 설날 축제의 모임이 있고 군데군데의 마을에서는 공놀이를 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충분히 보고 들었으니 그만 지나쳐도 그만일 텐데 화려한 색상의 의상과 짤랑거리는 동전 소리에 나도 모르게 엔진을 끄고 그 곁을 서성이게 된다.
폰사완에서 1D도로를 타고 남하하면 므앙쿤을 지나 타비엥 삼거리에 이른다. 여기에서 우회전하면 싸이솜분주의 아누봉으로 가게 되고 직진하면 타씨 삼거리에 도착한다. 싸이솜분 역시 고도가 높아서 처음부터 갈 계획이 없었으니 직진하여 타씨 삼거리까지 간다. 이곳에서 직진하여 위엥통을 거쳐가면 파까 삼거리가 나오고 파까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락사오가, 우회전하면 꽁로마을의 입구인 나힌이 나온다. 대신 타씨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한 후 80킬로를 가면 볼리캄을 거쳐 빡산에 도착하게 된다.
라오스의 길은 라오스의 여느 것 처럼 단순하다. 대신 거칠다. 단순해서 길을 잃을 염려는 거의 없지만 거칠어서 넘어질 위험이 크다. 단순해서 거의 모든 길을 최소 다섯 번 이상은 다녔었지만 거칠어서 항상 긴장과 겸손을 염두에 둔다.
타씨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빡산으로 가는 것을 삼거리 도착 10여 키로 전에 한다. 직진하여 위엥통 가는 길도 완만하고 아름답고 상쾌하지만 빡산을 거쳐 13번 길을 타고 남쪽으로 가고 싶었다. 솔직히 서부의 메콩강 강변의 따뜻한 대기가 필요했다.
빡산은 도로 보수 공사 때문에 먼지 투성이이다. 거의 2년째 시장 앞 13번 도로 구간을 공사하는 것 같다.
그리 할 것도, 볼 것도 없는 빡산에서 메콩 강변에 숨어 있는 단골 숙소에 숨어 정초의 3일과 4일의 이틀을 보낸다. 떨지 않고 빨래를 하고 샤워를 한다. 가벼운 옷을 입고 강변을 거닌다. 그리고 동선을 짜본다.
빡까딩을 지나 위엥통까지의 13번 도로도 새롭게 그렇지만 오래도록 닦여지고 있다. 이 경로가 락사오를 통해서 베트남으로 오고 가는 주요 교역로이며 정부에서 야심 차게 추진하는 타켁루프 관광특구로의 진입로이다. 몇 년 후에는 비엔티안에서 꽁로 마을이나 락사오를 거쳐가는 베트남이나 타랑이 훨씬 가까워질 것이다.
위엥통이 가까워지는 것은 거리 표지석의 남은 숫자만큼 좌측의 산세를 보는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위엥통에서부터 본격적인 라오스 중부의 카르스트 지역이 시작하기 때문이다.
위엥통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해서 푸파만 전망대를 거쳐 언제나 쉼터가 돼주었던 꽁로마을로 들어간다.
미스킴의 가족은 비엔티안으로 이사를 갔다. 어렸던 미스킴의 보모 역할을 했던 구멍가게 막내딸과 친구들은 태국에 일하러 갔다. 그래서 허전하기도 하지만 아직도 남은 이들이 많아 금세 포만감을 느낀다.
거의 3년만에 외지인들로 북적이는 꽁로이다. 숙소에는 빈 방이 없을 정도이고 몇 안 되는 식당에는 외지인들의 술잔 기울이는 소리로 가득 차다. 숙소마다 10대 이상의 대여한 오토바이가 주차되어 있고 마을의 골목마다에는 평화로움을 산책하는 외지인들이 한 명씩은 꼭 있다. 환경이 이렇게 급변했음에도 꽁로의 산과 물이 변치 않듯이 꽁로 사람들도 변함없이 느긋하게 걷고 친절하게 웃고 바쁘게 농사일을 한다.
그 외지인들 중에는 한국인들도 있었는데, 푸파만 전망대에서 만난 젊은이도 있었고 꽁로 마을에서 만난 노년의 부부도 있었고 나힌 전망대에서 만난 동갑의 아저씨도 있었다.
5일 아침에 빡산을 떠나서 오후에 꽁로에 왔다가 6일 아침에 꽁로를 떠나온다. 아무래도 빈방이 넉넉한 시절에 와서 여유롭게 즐겨야 할 것 같다.
동갑의 '그'는 타켁에서 오토바이를 렌트해서 루프를 돌고 있다. 라오스에서의 경험도 많으며 라오스 말도 곧잘한다. 나힌 전망대에서 만나서 락사오까지 라이딩을 하기로 하고 출발한지 얼마 안 되어 푸톰 산고개를 넘다가 그가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토바이 앞바퀴의 휠과 앞 축이 휘어질 정도의 강한 충격을 받았음에도 다행스럽게도 그는 가벼운 찰과상만 입었다. 기적 같은 일이다.
지나가는 성태우에 오토바이를 실어서 농꼭마을의 중국 젊은이가 하는 오토바이 가게에 수리를 맡긴다. 생각보다 오토바이는 심하게 다쳤으며 생각보다 그의 상태는 멀쩡하다. 오전 11시경에 맡긴 오토바이는 오후 8시가 되어서야 굴러갈 정도로 수리를 마쳤다.
락사오까지는 40여 키로가 남았으나 밤의 고갯길을 달리는 것은 더구나 마음의 상처를 받은 그가 가기에는 무리일 것 같아서 타박을 지나 Cold Natural Pond 진입로가 있는 폰탄 마을의 생긴 지 2개월 된 숙소에서 길고도 아찔하고도 다행스러운 하루를 마무리하기로 한다. 황량한 들판에 세워진 도로변의 숙소이다 보니 대형 트럭들의 주행소리와 그 소리만큼 큰 바람소리에 자다가 깨다가를 반복하다가 7일의 시작을 오랫만에 새벽 5시부터 하게 되었다.
락사오의 찬 아침바람을 달래려 단골 식당에서 그와 함께 뜨끈한 쌀국수를 먹고 서로의 여운을 기원하며 그는 타랑을 거쳐 타켁으로 떠나고 나는 남파오 국경으로 간다.
락사오에서 국경까지 30여키로의 고갯길을 차고 강한 바람에 맞서며 넘는다. 그리고 수월하게 국경을 건너서 거의 2달 만에 다시 베트남 땅을 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