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티걸 태국 생존기 시즌2: 전통의상 입고 왕비마마로 환골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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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티걸 태국 생존기 시즌2: 전통의상 입고 왕비마마로 환골탈태

Phasai 8 5333
 
 
 
 
노티걸 태국 생존기 시즌2: 전통의상 입고 왕비마마로 환골탈태
 
 

Fine feathers make fine
옷이 날개
 
 

 
작은 미니밴에 어느새 사람들이 꽉 찼다.
저마다 어디를 가는지, 수다를 늘어놓는 낯선 사람들 속에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불안감도 긴장감도 없다.
앞에는 누구보다 좋은 친구이자, 오빠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듬직한 그가 있었으며,
옆으로는 초등학교 때부터 서로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준 그녀가 있었다. 
 
 
얼마나 갔을까?  어?! 퓨처파크다...
커다란 간판을 보고 나서, 나는 내 귀가 잘못되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왜 난 퓨쳐파크가 픽쳐파크로 들렸던 것인가.  
 

 
 
“Hee, 여기가 퓨쳐파크야” (논은 퓨쳐를 특히 강조해서 말했다)
 
 
 
 
나도 알아. 쏘아붙이고 싶지만,
논은 커다랗게 적혀있는 간판을 손으로 가리키기까지했다. 마이~(많이)답답했구나. 하하..;
어쨋든 퓨쳐파크는 간판이 꽤 커서 방콕에서오든, 아유타야 쪽에서 오든
기사가 알려주지 않더라도 쉽게 찾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퓨쳐파크로 놀러오세요~♬
 
 
 
미니밴에서 내리자마자 매캐한 매연냄새가 몹시 났다. (마,마,마스크가 필요해~)
하지만 역시 수많은 인파 속에 뒤섞이자마자 곧,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또 무작정 사람들 많이 가는 쪽으로 걷기 시작해서 마치, 좀비처럼.
뭐에 홀린 사람처럼 앞으로 앞으로만 걸었다. (난 정말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안 되는 타입인가보다.)

 

 
“Hee, where are you going?!!!"

"야~! 너 어디가?“
 
 

 
둘 다 어느 순간 눈앞에서 사라질 뻔한 날 다급하게 불렀다. 아 이 듬직한 친구들.
 
 

"Hee 조심해 비싼 카메라 메고 어리버리한 한국 여자 관광객은 정말 좋은 타겟이라구!“
 
 

“어?! 응..." (아직 정신없음)
 
 

 
어쨌든 앞장서서 걷는 논을 따라 무사히 퓨쳐파크에 입성할 수 있었다.
혼자 찾아오더라도 그냥 사람 많이 가는 방향따라가면 쉽게 찾아들어갈 듯 하다.
따라가는게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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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 Tum 어디서 만나기로 했어?”
 
 

“으응. 퓨쳐파크 안에서(해맑게 웃으며)
 
 

 
한 공간에 있더라도 못 찾을 정도로 굉장히 넓은 퓨쳐 파크.
게다가 입구도 여러 개. 붐비는 사람들.
내가 생각해도 그냥 퓨쳐파크에서 만나기로 정했단 건 명동에서 보자.
혹은 강남에서 보자 라고만 정하는 것과 비슷했다.
 

 
 

 
“알았어, 전화해볼게.” 
 
 

뚜르르르르... 응? 안 받네.
 
 
 
"응? 헤헤..... 논 전화 안 받는데? "
 
 
"-_-"
 

“그럼 일단 여기 구경이나 할까? 아하하하”
 
 
 
논도 아마 어의없어서 날 따라 웃은 것 같다.
우리가 처음 있던 층 (아마 1층)에는 여러 음식점들이 많았다.
굉장히 맛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배가 고파왔다.
오전에 먹은 카우팟 꿍 두 그릇 외에 특별히 먹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과일슬러시는 먹은 걸로도 안침)
그렇다고 사먹자니, 곧 저녁 먹자고 만날 텐데.. 시간이 너무 어설펐다.

 
난 이쯤에서 꽤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내가 KFC에서 간단하게(?) 치킨세트를 사먹어도 저녁을 또 먹을 수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
거의 먹자 쪽으로 내 맘이 기울었을 때 쯤 전화벨이 울렸다.
 
 

“할로”
(반 현지인태세, 어느새 여보세요가 아닌 할로로 전화를 받고 있음)
 
 
 
“할로 싸왓디크랍 사쿠라짱 어디야?”
 
 

“퓨쳐파크 안(Im in the Futurepark)
 

 
“.... 어디 근처인지 설명해줄 수 있어?”
 
 
 
나는 너무도 당당하게 퓨쳐파크안이라고 외쳤으나 그는 잠깐 말을 잃은 듯했다.
아니, 안에 있어서 안에 있다고 하는데 무엇이 문제던가.  

가게 간판들이 전부 태국어로 쓰여 있어서 도저히 설명 불가였다. 
결국... Help me 논. 논에게 겔럭시 텝을 넘겨주었다.
논은 전에 못 봤던 꽤나 진지한(?) 딱딱한 표정을 짓고서는 Tum이랑 통화했다.
 

 
“캅. 쏼라쏼라 캅 쏼라 캅...”
 

 
내가 알아들은 유일한 부분은 캅.

나를 유혹하던 KFC 닭님과는 안녕하고 논을 따라 올라가니,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Tum과 그의 가족이 다가왔다.
공항에서 보고 거의 일주일 만에 만난 Tum은 떨어져 있던 동안에도 하도~~
전화통화를 밤이면 밤마다해서 어색하거나 하지 않았다.
막상 만나니 크게 부담스럽지도 않고.
 
 
 
 
“Sakura 짱!!! 싸왓디 크랍”
 
 
 

내게 반갑게 인사하는 툼과 내 뒤의 논이 순간 파지직 하는 것 같았다면 내 착각일까?
 

 
 
“싸왓디카, Tum. 많이 기다렸지? 미안해 좀 늦어서..”
 
 
 
 
툼은 내가 이렇게 태국어로 인사해주는 것을 굉장히 굉장히 좋아한다. 
 
 
 
"오~괜찮아 No problem! :-) , 아, 이쪽이 사쿠라짱 오빠 논?"
 
 
 

두 남자는 아주 정중하게 인사를 나눴다. 악수까지 하고.
항상 장난기와 웃음이 가득했던 논은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 날 잘 부탁한다는 뭐 그런 정말 친 오빠들 같은 말을 주고받았다.
 

 
“Hee 난 이만 갈게”
 
 

Tum 만나자마자 간다는 논. 싫긴 무지 싫은가보다.
 

 
“논 가지마. 조금만 더 있다가 가면 안되?”
 

“미안 Hee 재밌게 놀고 게스트하우스 들어가면 꼭 연락 줘
 
 
“우웅.....
 
 

논은 손 몇 번 흔들더니 정말 잽싸게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상아랑 나는 Tum 과 그의 가족.
와이프 히로미(부인이 일본인이다)와 아들 다이이치랑 남게 되었다. 완전 어색한 이 분위기..
 
 

“안녕 다이이치”

....
 
 
 
8살 아이랑 먼저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으로 반갑게 말을 걸었으나
엄마 뒤로 숨어버리는 아이. 아가야 누나 착한 사람이야 ~
어린이집에서 봉사활동 할 때만 해도 선생님 안아주세요.
하면서 쫓아와주는 애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음? 돌이켜 생각해보니 안아 주세요 하는 애들은 전부 6살 남자아이들이었네.
여자아이들은 한 명도 없이. 음......... 그때부터......아이들은.....)
 
 

상아는 영어를 잘 못하는지라 그냥 딱 내 옆에 붙어서버렸다.
역시, 그녀는 말을 안 할 생각인 것 같다.
Tum의 와이프 또한 영어를 잘 못하는지 아들이랑 수줍게 웃으면서 뒷걸음질만 쳤다.
아아... 험난할 것 같은 분위기. 이 어색한 상황에서 Tum만 굉장히 신났다.

 

“사쿠라짱 방파인은 어땠어?”
 
 
“사쿠라짱 아유타야 사원은 어디어디 가봤어?”

 
“사쿠라짱 어제 숙소는 괜찮았어?”
 

 
끝없는 질문. 대답하느라 머리는 과포화상태. 히로미(부인) 눈치 보느라도 정신없었다.
 

 

“툼, 번챠나 야무나나 다른 애들은?”
 

“아, 늦는대. 아마 8시 쯤 올거야.”
 

“응 그래...? 헉......................
 
 

무심코 대답하려다가 현재 시간을 보고 깜짝 놀랐다. 5pm.
이제 겨우 5시인데 8시까지 어떻게 기다려. 배고파죽겠는데 (단지 배고파서 놀랜 거였다)
심지어 상아도 배고프고 힘들다고 보챘다. 쉬거나 뭘 좀 먹자고.
 
배고프다고 말할 수 없었다. 쓸데없는 내숭, 죽일놈의 내숭
왜 그 많은 질문들 중에 밥 먹었냐 혹은 간단하게 뭐 좀 먹을래? 란 질문은 없는거냐.
 
 
툼은 이런 마음을 알 길이 없는지..
한국에 있을 때부터 날 데려가겠다고 했던 사진관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같은 층에도 꽤 여러 군데 사진관이 있었는데 Tum 은 이 곳이 제일 인기가 좋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도착했을 때도 세 커플 정도가 사진을 찍고 있어서 북적북적했다.

처음엔 럭셔리한 인테리어와 외관에 살짝 놀라고
안에 들어가서는 벽에 걸려있는 사진들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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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우와...
 
 

배고픔도 순간적으로 잊었다.
현지 전통 옷 입고 사진 찍는 거야말로 처음 태국 방문했을 때부터 해보고 싶은 것이었기 때문에
더 생각해볼 것도 없이 여기서 찍겠다. 라고 선언했다. 가격도 나쁘지 않았고.

 
잠깐 카운터에 있던 아가씨와 말을 나누고 온 툼은
현재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바로는 못 찍고 예약하고 대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예약을 하기 위해선 먼저 옷부터 골라야한다고.

 
세 권 가량의 의상 북 (다른 사람들이 입고 찍은 사진이 샘플로 담겨 있음 옷 종류별로)을
뒤적거리면서 우린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상아야 너 이거 입어라ㅋㅋㅋ”
(배꼽이 다 드러나는 전통 의상을 가리키며)
 
 
“너가 입어  ”
 

“상아야 이건 어때? ” (이번엔 탱크탑 모양)

 
“ 
 

 
죽을래? 한 대 맞을래? 란 의미가 담긴 무언의 강렬한 눈빛. 이제 고만 놀려야겠다.
그렇게 우리가 서로 옷 고르는 문제로 투닥투닥하고 있을 때 툼이 다른 의상 북에 있던
금빛 전통의상을 내게 추천해주었다.
 

 
“사쿠라 이건 어때? ”
 
 

“글쎄... 금색이 나한테 잘 어울릴까? 한 번도 안 입어본 색깔이라.. ”
 
 

“주로 왕족이 입는 색깔인데, 사쿠라한테도 잘 어울릴 것 같아”
 
 

 
난 왕족들이 주로 입는 다는 말에 넘어가서는 그 의상으로 바로 낙찰했다.
한참을 더 고심하던 상아는 빨간색의, 디자인은 내 것과 같은 전통의상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정말 탁월했다. 나중에 상아가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모습은
정말 정열적인 팜므파탈적인(?) 매력을 맘껏 발산했기 때문이다.
혹, 기회가 된다면 나도 그 의상으로 입어볼 생각이다.
 
(아! 그리고 의상에 따라 헤어스타일이 다르다. 의상북에서 헤어스타일도 참고해야할듯
ex 난 전부 올림머리, 상아는 한쪽을 길게 늘어뜨린 뮬란스타일)
 
 
 
의상이 정해지자, 카운터에 있던 아가씨가 직접 와서
어떤 의상인지 체크하고 2시간 뒤에 오라며 예약리스트에 우리의 이름을 적어두었다.
의상을 고르는 일이 끝나니 꼬르륵.....
 
상아는 내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빨리 말하란 게지
하지만 그 놈의 체면(?) 자존심(?) 내숭(?)이 뭔지. 배고픈데 배고프다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논한테는 툭하면 나오던 그 말이 왜 안나오는지.
 
 
 
 
우리가 의상 고른다며 히히거리고 있던 사이, 히로미(부인)과 아들은 장을 보러 간다며 사라졌다.
아무래도 나... 히로미한테 찍힌 거 아니야? (<-굉장히 소심)
히로미에게 더더더 잘해야겠다.
계속 꼬르륵 소리가 나는 배를 움켜쥐고, 퓨쳐파크를 구경시켜준다는 툼을 따라 나섰다.
너무 배가 고파서 정신이 없었는지, 지금 기억나는 건 오로지 1층 KFC 까지 가던 길 뿐이다.


 
정말 쓰러지기 일보 직전.
그 착하디착한 상아가 배고픔으로 짜증이 폭발할 것 같을 때쯤.  드디어 말했다.


 
“툼, 우리 점심을 못 먹어서 그런데 KFC가서 뭐 좀 사먹어도 될까?
 

“sakura 점심 안 먹었었어?!
 
 

눈치를 보아하니 그의 사랑스런 여동생인 나를 (그래 이부분은 내가 조금 오바했다) 어쨌든-
논이 점심도 안 먹이고 힘들게 데리고 다닌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서 얼른 대신 변명을 했다.
 
 
 

“아침 겸 점심으로 먹긴 먹었어. 게다가 그 때 내가 두 그릇이나 먹어서..
조금 미루다가 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됫네.."
 
 

“그래 생각보다 저녁 늦게 먹게 될 것 같으니까 뭘 좀 먹어 두는 게 낫겠다.”

 
 
In KFC, 처음엔, 

“치즈버거 두 개와 콜라 두 잔만 포장해주세요.”

라고 나름 유창한 영어로 주문했었는데 직원이 도저히 못 알아들었다 엉엉
결국 세트 메뉴. 저녁 먹어야 되는데 감자튀김까지!! 거기다 무슨 샐러드까지 포장해주었다.
아아 머리야. 하지만, 딱히 할 말도 없어서 그냥 모조리 계산했다.

뭔가, 양이 꽤 많아 보이는 봉지에 툼이 놀랐다.
 
 
 
“이거 먹고 저녁 먹을 수 있겠어?
 

 
“응. 걱정마,  내 위는 매우 크고 튼튼해 ”
 
 

 
하지만, 솔직히 자신 없다. 딱히 갈 데도 없고 KFC에는 자리도 없어서 그냥 다시 사진관으로 복귀했다. 그 한쪽 편에 있는 테이블에서 먹으면서 기다릴 생각이었다.
 

 
“여기서 먹어도 되나요?”
 
 

카운터 보던 아가씨에게 물었다. 물론, 영어로.
 

“네(yes)”
 
 

짧지만, 분명 알아듣고 대답을 하는 것으로 보아 아가씨는
영어를 어느 정도 기본은 할 줄 아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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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구석에서 우물우물 먹고 있는데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가. 더 맛있다.
우린 이걸 다 어떻게 먹어? 했던 것도 잊고서 정말 깨끗하게 감자튀김까지 다 먹었다.
그러고 나서는 배 아니, 위 뽈록. 손에는 기름기 자글자글. 입술도 립글로즈바른 듯 기름기 좔좔
 
 


작고 다부진 체격의 직원이 내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는 아까 내가 점찍어두었던 그 의상이 손에 들려있었다.
어리둥절해서 잠시 멍하게 서 있던 내 손을 끌고 탈의실 안으로 함께 들어온 그녀는
갑자기 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하학. /////
 
 

 
“I can do it I will do it myself"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원피스를 벗고, 상의 속옷마저 그녀의 손에 벗겨졌다.
티비에서 보던 가만히 있으면 다 벗겨주고 입혀까지 주는 부잣집 아가씨의 서비스를 받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난 태생적으로 그런 부잣집 아가씨가 아니므로, 굉장히 민망하고 쑥스러웠다.
 
 

“쑤워이 쑤워이
 

 
그렇게 거의 알몸이 된 상태로 매우매우 부끄러워서 최대한 손으로 팔로 감싸고 있으니까
내 손을 거침없이 치우면서, 그녀는 내가 가장 잘 알아듣는 칭찬을 해주었다.
 
쑤워이는 태국에 와서 싸왓디카 바로 다음으로 배운 말이었다.
역시 여자에게 행복한 나라 Thailand~~
하지만, 지금은 쑤워이 막막을 들어도 몹시 민망. 하악..
아마 내 얼굴은 굉장히 시뻘게 졌었을 것이다.

뭐가 즐거운지. 그녀는 알 수 없는 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준비했던 의상 중에
하의를 먼저 돌돌돌 내 몸에 말아주기 시작했다.
그건 옷이라기보다 넓은 천 같아서 이쪽으로 돌리고 저쪽으로 돌리고 하다 보니
아까 본 사진의 의상이 되었다. 문제는 그 직원이 과한 욕심을 부렸다는 데 있다.
 

 
“Its too tight! I can't breath"
 

 
너무 타이트해서 숨을 쉴 수 없다고 몇 번이나 말했음에도 더 꽉꽉 천을 여미는 그녀였다.
내 약점은 어떻게 금새 알았는지...
 

“Beautiful 쑤워이 쑤워이.”
 

 
해가면서.... 아 칭찬에 약해 슬픈 여자.
안 그래도 처음 옷을 벗길 때부터 숨을 들이쉬고 뱃살을 숨기고 있었는데
그 상태에서 더 조여가면서 옷을 입혀놓으니 정말 숨을 편하게 쉬지 못하고 끊어 쉬어야만 했다.
흡후흡후흡흡흡. 이렇게.

 
어쨌든 그렇게 쪼여 입고, 치렁치렁 묵직한 화려한 악세사리까지 두르고 나니 기분이 묘했다.
이게 난가? 싶기도 하고 이렇게 화려한 차림을 해본 것이 처음이라 설레이기도 했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모습은 내가 봐도 정말 괜찮았다. 아니 예뻣다.
화려한 옷 때문인지, 평소의 나보다 더 예뻐 보였기 때문이다.
정말 공주, 아니 왕비마마가 된 것 같았다...

 
 
그렇게 조심조심 한 걸음씩 걸어서 옷을 입고 나왔을 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나 어때?”
 

“Sakura짱 와우 you look so beautiful. 잘 어울린다.”
 
 

옷을 갈아입는 동안 돌아왔는지 툼과 함께 있던
히로미(부인)와 다이이치(아들)도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히로미는 자신도 이런 옷을 입어봤었는지 옷을 좀 더 정돈해주면서 계속 스고이 데스네라고 말했다.
그리고 난 또 이런 말은 너무 잘 알아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좋은 말엔 능통함)
 

 
“oh! really? Thank you"
 

 
겸손해하지 않았다.
이날만큼은 이 순간만큼은 특별한 옷을 입고 나도 굉장히 특별해진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전통 의상을 입고 있어서 쳐다보는 거겠지만, 쏟아지는 시선마저 부끄럽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 숨쉬기 곤란하다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그렇게 한창 빙글빙글 돌아보이며 신나하고 있었는데. 직원이 다시 날 질질 끌고 갔다.
 
바로 문제의 메이크업을 위해서!
 

"sit sit"
 
 

자리에 앉으니, 머리가 굉장히 긴. 한 포스하는 메이크업 담당 언니가 다가왔다.
 

 
“음. 유는 화장 거의 다 하고 왔으니까, 조금만 할게”
 
 

말이 통할 정도로 곧잘 영어를 하셨다. you already make up I will a little. 
뭐 이런 식으로 문법이나 세련된 문장은 아니어도 뜻은 통할정도로. 
 

"okay"
 

 
이렇게 메이크업을 받아보는 것이 처음인지라 무척 기대가 되었으나,
한편으로는 나한테 안 맞는 화장품 때문에 피부 트러블이 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내 피부는 예민하지 않았다 이상 無)
 

 
그렇게 시키는 대로 눈을 감고 있으니 파운데이션이 발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살짝 눈을 떴을 땐, 방금 전까지 뽀샤시하게. 하얗게 빛나고 있던(?) 내 피부톤이 노래져있었다.
내 피부톤 돌리도... 피부톤 하나만 달라졌을 뿐인데, 의상을 처음 입었을 때와 같은 자신감이 사라졌다.
 
 
당장 세수하고 내가 메이크업을 한다고 하고 싶었지만,
이게 태국식 메이크업이겠거니 사진엔 잘 나오겠거니 참았다.
그녀는 조금만 한다고 하더니 완전 기초 공사인 파운데이션부터 모든 화장을 풀로 다했다.
아이라이너도 다시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속눈썹도 붙였다.
근데 처음 붙여본 속눈썹이 무거워서 내가 실눈을 뜨니까 떼고 더 작은 속눈썹으로 붙여주었다.
 

겨우 눈을 떠보니 거울 속 나는 완전 다른 사람.
 

 
처음 내가 하고 왔던 상태에서 손눈썹이랑 마스카라만 더 해주었으면 분명!!! 더 이뻤겠지만,
이미 환골탈태. 현지인으로 거듭나다 두둥. 하지만 굉장히 럭셔리한.. 정말 왕비님같았다.
공주님이라고 하기엔 조금.,,
 
 
내 옆에서 옷을 갈아입고 와서 메이크업을 받고 있던 상아는 새하얗게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다.
진심.. 부럽지 아니 할 수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다르다고 해도 쟤는 하얗게, 나는 왜 원래보다 훨씬 노랗게 칠한 건데..
(상아가 원래 나보다 좀 더 하얀 편이긴 하다)


그렇게 화장까지 마치고 나자, 가게 유리창 밖에는 우리를 보려고 멈춰선 현지인들이 꽤나 많았다.
툼이 말하길, 화장하고 나니까 특히 상아가 꼭 화교인 돈 많은 예쁜 아가씨 같아 보인다고 했다.
태국에서는 중국계 미녀를 더 쳐주는데 상아가 꼭 중국계 미녀 같다고 했다.
정말 한국사람 맞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나는?!!!!
 
사쿠라짱은 T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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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악,.,부끄러워라...사진 괜찮나요?)

이건 둘다 칭찬이었는데 그 말을 들은 상아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상아를, 상아는 나를. 서로의 메이크업과 의상을 부러워하며
그렇게 서로를 질투했던 것 같다.
 
 
사진 촬영 중. 나는 한 컷 찍고 사진 기사아찌가 오케이했다.
상아는 5-6컷까지 찍어주고 사진 기사가 오케이했다.

기사아저씨 미워.
 

 
상아는 너가 사진을 잘 받아서 금방 오케이 받은거라고 부러워했지만,
난 여러 컷 찍고 싶었다. 흑.

어쨌든 사진 기사아저씨는 조명도 이리저리 옮기고, 포즈도 다양하게 바꿔가면서
꽤나 프로처럼 사진을 찍어주었다.
나도 DSLR을 쓰고 있기 때문에 그에게 어떤 DSLR을 쓰냐 어떻게 찍냐 등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으나, 서로 영어가 부족하여 전문적인 대화는 할 수 없었다. 
 

사진 촬영이 매우 금방 끝난 나는 (고를 것도 없었음 6장 고르는데 8컷 중에 골랐음)
아저씨 옆에 붙어서 상아 찍는 일을 도왔다.
 
상아에게 더 웃어 라든지, 팔을 이렇게 해봐 라든지 여러모로...
그녀는 너무 웃어서 아프다면서 그만하라고 했지만, 맘이 통한 사진기사아저씨랑 나는
계속 엄청 활짝 웃을 것을 요구했다.
 

그렇게 촬영이 끝나고. 옷을 갈아입기가 아쉬웠다.
개인 카메라로도 찍을 수 있게 허락해주면 좋을 텐데 그건 안 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날 찍어주려던 툼도 카메라를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

 
탈의실 안. 옷을 갈아입어야하는데 갈아입기가 너무 아쉬웠다.
이 모습을 논도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논은 뭐라고 했을까..?
같이 전통의상을 입고 사진 찍으면 재미있겠다... 등....의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원래의 원피스로 갈아입고 사진을 고를 수 있는 컴퓨터 쪽으로 나가니,
번챠랑 야무나,PK 라는 이름의 시즌1 쑤린 섬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와 있었다.
(모두 논이 일하는 회사 계열 공장에서 일한다.)
 

우선, 이들은 나의 검은 원피스와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얼굴
노란 구미호 같은 화장을 보고 매우 놀라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워하는 표정이 아닌 놀라하는 표정으로 그렇게 우린 인사를 나누었다.
 
 
 
“Hi!! HEE 오랜만이야!!!!!”
(번챠, 야무나,PK)
 
 

“Sawatdeeka 번챠, 야무나,PK”
 
 

“Hee 슈퍼주니어 데려왔어?”
(번챠 - 슈퍼쥬니어팬이다)
 
 

“같이 오려고 했는데, 외국에 공연갔다더라고 555”
 
 
 

(내가 선물로 뭘 사갈까? 했더니 번챠는 슈퍼쥬니어를 데리고오라고 했었다.)
야무나랑 PK는 영어를 잘 못한다. 그래서 우린 서로 포옹하며 말을 대신했다.
 
 
 
"Heejung 너 오늘 완전 태국인같아. 쑤워이 쑤워이. 예뻐 예뻐"
 

 
그래~오늘 완전 현지 미인 한 번 되보자~
화장한 내 모습이, 화장이 맘에 들었던 건 아니지만 다들 예쁘다고 말해줘서
기분은 up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정말..한국에서 평생 들을 치를 여기서 다 듣고 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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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와서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고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마우스를 클릭할 때마다
상아랑 나는 혹시라도 지켜주지 못 해 미안해 하는 사진이 나올까봐 가슴을 졸여야만했다.
 
그리고 간간히 정말 눈 감고 나온 사진, 다른 곳 쳐다보고 있는 사진 등
이건 절대 안되 하는 사진들이 출몰하였다.
 
 
뒤에서 툼이랑 번챠랑 PK, 야무나는 태국어로 신나게 사진에 대해서 평가를 하고 있는 듯했다.

 
 
 
"Heejung은 Thai, 상아는 chinese5555" (번챠said) 
 
 
 
"5555" (이하 일동)
 
 
 
"웃지마 사진 고르는 거나 좀 도와줘-_-++  뭐가 잘 나왔어?"
 
 
 
 
물어보긴 하였으나, 결국 내맘대로 사진을 다 골랐다.
그리고 계산대. 상아랑 나랑 반반씩해서 결제하니까 그렇게 큰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었다.
다만, 언제 사진 찾아갈 수 있냐고 했더니
2주뒤...  헐헐.
 
한달 일정으로 여행오길 다행이다. 아니었으면 찍고도 못 찾아올 뻔했다.
 
 
 
 
 
사진관 앞에서도 아직 메이크업을 지우지 않은 나와 오랜만에 사진을 찍고 싶다는
친구들을 위해 이 한 몸 기꺼이 희생했다. 구미호 분장...노란 구미호 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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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쇼핑백들은 번챠가 준 선물- with 번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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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툼, 다이이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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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나, 번챠)
 
 
 
그렇게 포토타임이 끝나고 이제 드디어 밥 시간?!!!
 
 
 
"툼 우리 이제 저녁먹으러 가는거야?"
 
 
 
"응, 아마, 거기가면, 사쿠라짱이 먹고 싶어하던 뿌팟퐁커리도 먹을수있을걸."
 
 
 
"뿌팟퐁커리?!! "
 
 
 
이제 내 머릿속은 온통 뿌팟퐁커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찼다.
 
 
이동하면서는, 번챠에게는 살이 더 쪘다고 놀렸으며, (전혀 기분나쁘지않게)
야무나에게는 더 예뻐졌다고. 그리고 PK에게는 근육이 더 붙은 것 같다고 조잘조잘거렸다.
날 피하던 다이이치에게는 끊임없이 이름을 부르며 결국 Hi라고 내게 인사하게 만들었다.
상아에게는 뿌팟퐁커리가 얼마나 맛있는 음식인지, 어떻게 만드는지 끊임없이 자랑했다.
(아직 못 먹어본 주제에-_-)
 
 
그렇게 도착한 식당. 뿌뿌뿌뿌..팟파파파팟 뿌팟퐁커리 먹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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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이때쯤에 나는 더이상 툼이 부담스럽지도 어색하지도 않았다. 툼의 가족과도.
 
 
강과 맞닿은 자리에 앉았더니, 시원한 강바람에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왠지 행복한 밤이다. 좋아하는 사람들. 맛있는 음식, 즐거운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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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역시, 태국어로만 메뉴판이 구비되어 있어서 전적으로 메뉴 선택은 친구들에게 맡겼다.
뿌팟퐁커리와 카우팟 꿍은 꼭 넣어달라는 부탁과 함께.
다행이 다이이치도 카우팟꿍을 매우 좋아해서... 다들 또 카우팟 꿍이냐는 소리는 안했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고..
똠얌종류랑, 커다란 생선구이, 뿌팟퐁커리, 오징어 튀김, 고기완자같은 거. 등등
내가 시도해보지 않은 음식까지 포함하면 8가지가량의 메뉴가 상 위에 놓여졌다.
 
 
그리고 드디어 맛보게 된 뿌팟퐁
8 Comments
블루문 2012.02.27 15:17  
분명 버거 세트 드신 걸로 아는데...밥 두 공기까지요~^^
Phasai 2012.02.28 12:06  
제 위가 좀... 남다른가봐요 하하. ㅋㅋ ^^
맛있는 음식이 있을 때 먹고 보자란 생각으로 흡입. 또 흡입...^^;
열혈쵸코 2012.02.27 23:50  
아~ 전에 올리셨던 정보글 사진의 주인공이시군요. ^^
노티걸님, 예쁘시네요.. 곧 남동생과 쑤린에 가신다니, 또 다시 부러워집니다.
Phasai 2012.02.28 12:12  
하하.. 감사합니다~^^ 남동생에게도 열혈쵸코님 여행기 보여줬었는데 안간다안간다 하더니.. 워낙 풍경이 아름다워서인지 상어 있어도 간다네요 열혈쵸코님 덕분에 설득했어요~^^
조이커플 2012.02.28 02:11  
555 정말 태국가는 비행기 기내 잡지에 나오는 듯한 포스입니다^^ 그나저나 상아씨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질. .질투심??^^;;
Phasai 2012.02.28 12:07  
정답입니다~!! ㅋㅋ 상아 사진은 안 가지고 있어서라는 핑계도 있긴 하지만, 갖고 있었어도 안 올렸을것 같아요 ㅋㅋㅋ
레몬맛사탕 2012.02.28 08:55  
오 너무 이뻐요 ^^
담에갈때 저도 가봐야겠어요~!
대신 17호 파운데이션은 따로 챙겨가야겠네요 ㅎㅎㅎ

저 사진 본 논의 반응이 궁금해집니다 ^^
Phasai 2012.02.28 12:09  
진짜 파운데이션 필수 입니다 ㅠㅠ 눈물나요 노래질때.
아! 논. 정작 논에게는 이사진 아직 보여줘본 적이 없네요 ㅎㅎ
지금 즉시 메일에 사진 첨부해서 나어때? 하고 보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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