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기록하다...중국]04, 07 -두 번 째 배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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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기록하다...중국]04, 07 -두 번 째 배낭.

수양버드냇가 4 1977

04, 07 -두 번 째 배낭.

내가 좋아하는 사람 가운데 한 분이 연암 선생님이시다. 그분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지식으로 [목민심서] [실학자] [기중기]이지만...

그리고 선생님의 손자에 손자쯤 되는 아저씨에게서, 선생님이 살아 생전에 하신 말씀을 들었다. 그것은 '무엇이든 기록하라'라는 이야기.

세상에 수 많은 글이 존재하기에, 잘 다듬어진 내 글이 워 그리 중요할까 생각해 버리면 내 글은 초라해진다. 내 글은 세상 사람을 먼저 위한게 아니라 나를 위한 글이기에, 조금은 부끄러워도 되고, 조금은 솔직해도 된다. 그리고 세상과 마주 하는 것이다.

2008년 4월 7일
기어코 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기차에 올랐다. 동생은 떠나기 앞서 하루 전에 말하는 내가 부족해 보이고 어머니는 조금 튼튼한 다음에 '다녀온나'는 아들레미가 도통 말을 듣지 않아 많이 미우신 듯 짐짓 말이 없으시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일하러 가시면서 신신당부를 하신다.

길을 선택함에 있어, 우리는 너무나 익숙한 길 위에서 그린 삶을 꿈꾼다. 조금이라도 다른 길로 가려고 하면 그것은 방종이가나 실패이다. 여기에 조금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이들은 넓은 세상을 보여주며, 그가 품은 날개를 넓게 펼치길 바라지만 우리 어머니는 너무나 빠듯한 생활 속에 하루 하루를 살아오셨고, 그게 정도(定道)처럼 느껴지시는 분이다. 아니 서른세살에 다시 배낭여행이라 하면... 내 친구들도 쉽게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어쩜 난 다른 길을 걷고 있음에 분명하다. 그렇다면 더더욱 기록을 남겨야 한다. 나를 뒤돌아보고, 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이런 길도 있다고 들여주어여야 함이 옳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사나흘 남겨두고, 내 머리는 굉장히 복잡하고, 내 가슴 속은 더부룩 하다. 무엇을 먹어도 소화가 되지 않고 책을 보아도 잘 넘겨지지 않는다. 많이 긴장된 시간 속에 내가 갇혀있다. 주위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도 그와는 다른 길을 걷고, 어머니와 동생에게는 미안함 밖에 없다. 미안함...

간간히 숨을 틔울 수 있는 건 나와 같은 별에 사는 친구 영심이의 이야기. 그리고 다음에는 꼭 같이 가자며 이야기 건내는 누나.

내 머리는 세계를 걷는데, 동생과 어머니는 밀양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길 바란다. 분명 어머니와 난 다른 세계에 살고 있고, 내 가장 미숙한 점은 이를 잘 설특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머니에게 1년 뒤, 5년 뒤, 10년 뒤의 내 모습을 들려주면 난 거짓말장이가 된다. 어머니의 기대는 자식이 꼭 그렇게 된다는 무작정 믿음을 키우기 때문이며, 난 이 꿈 앞에 몇 번이고 다가서려고 노력하면서 길이 엇남을 느끼는데, 이럴때 어머니는 나에 대한 기대에서 실망의 늪으로 떨어지시곤 한

다. 몇 번의 경험 속에 난 말이 조심스러워졌고, 어머니는 내 속에 무엇이 사는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이야기는 스스로 규정화하는 힘이 있다. 설령 지금 당장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당자 그렇게 될 듯 꿈을, 환상을 심어주는데 우리는 서로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다.

난 어머니와 이길 수 없는 싸움 앞에, 버릇없지만 무조건 내 뜻대로 나아가려 한다. 이것이 분명 '예의'에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차마 버릴 수 없는 건 내 가슴 속에 아주 조그마한 자리 속에 쉼쉬는 내꿈 때문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있지만 난 언제나 내 꿈을 소중히 할 것이다.

참 이야기가 이리갔다 저리갔다하며 길어진다. 난 진정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걸까?

아, 두려웠다는 거.

사나흘 전에 난 두려움에 빠졌고, 회의라는 밤 속에 머물렀지만 모든 걸 떨쳐 버리고 길을 나선다는 것, 내 꿈이 비록 그들과는 다를지라도 틀리거나 나쁘지는 않다는 것, 내 의지에 따른 길이기에 후회가 없고 행복하다는 것.

이 여행이 끝나고 돌아올 동안에 어머니와 동생에게 아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어머니는 이 험난한 세상에 의지할 사람을 나와 내 동생 밖에 없다고 하셨다.

어머니께서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보듬을 수 있다면... 아무쪼록 어머니와 동생의 건강이 가장 큰 걱정거리이다.

밀양 - 서울 기차안에서...

* 이 글은 다른 게시판에서 이곳으로 이동되었습니다. 앞으로는 꼭 게시판 성격에 맞도록 글을 올려주세요. ^_^ (2008-08-28 00:17)
4 Comments
♥아이린♥ 2008.08.27 22:22  
  음... 태클은 아니구요~ 연암 선생님은 박지원이고 목민심서 저술하고 거중기 발명하신 분은 다산 정약용님인것 같아욤...^^;
걸산(杰山) 2008.08.28 00:08  
  이론 아이린 님이 벌써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를 밝혀주셨군요.
수양버드냇가 2008.08.29 21:05  
  죄송... 아이린님, 걸산님의 말씀이 모두 맞습니다. 수정하겠습니다.
조아남 2008.10.01 15:50  
  포스가 느껴집니다. 정독 해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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