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마카다미아 생산지인 치앙라이 <도이뚱>, <파히>마을 방문기
치앙라이를 중심으로 놓고 봤을 때 서북쪽에 있는 도이뚱과 서남쪽에 있는 도이창, 두 군데 모두 고부가가치 작물이랄 수 있는 커피를 재배하고 있는 고산지대입니다.
다들 알고 계시다시피 아주 예전에는 이 지역에서 마약의 원료인 양귀비를 아주 가열차게 재배했습니다. 그런데 왕실에서 현 국왕의 할머니인 씨나카린 대비가 주축이 되어 ‘로얄 프로젝트’라는 사업을 통해 이 지역주민들을 적극 계도하여, 국가체면 깎아먹는 약장사는 집어치우고 이 고산지형에서 재배 가능한 커피와 차를 생산하는 아름다운 마을로 재탄생하였도다... 오~ 왕실의 업적~! 뭐 이런 히스토리가 있는 곳입니다.
피치 못하게 그러한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의 고단하고 아름답지 못한 이야기는 이제 이 지역에서 희미해졌고요, 지금은 커피애호가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더불어 인스타에 열광하는 태국 젊은이들의 사진 속에서 특색있고 멋진 배경담당으로 종종 등장하는 나름의 북부의 관광 스폿이 되었어요. 사실 이런 붐도 북부에서나 좀 도드라진다는 이야기이고, 태국 중남부와 비교하면 관광규모면에서 상대가 안 되는 아주 소소한 수준이긴 합니다.
우리는 도이뚱(도이퉁)에 있는 매파루앙 가든을 둘러보기 위해 차를 몰고 꼬불꼬불 오르막길을 올라갑니다. 나이가 들어 그런가 요즘은 이런 꽃구경이 너무 좋아지네요. 아...꽃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치앙마이에서 먼쨈으로 가는 길 선상에 ‘퀸 씨리킷 보타니컬 가든’이라고 온실정원이 있는데 그곳도 가보았어요. 그곳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요왕이...^^ 근데 QSBG 입장료가 외국인은 인당 150밧에 차는 대당 100밧이어서 가격이 좀... -_-;; 태국인들에 비하면 과한 요금인 400밧이나 내고 들어가서 초반에 약간 맘이 그랬었지만, 차로 이동해야 할 만큼 상당히 대규모 부지이고 높은 온실정원이 인상적이긴 했습니다.
다시 매파루앙 이야기로 돌아와서... 자가 교통편이 없는 여행자들은 치앙라이에서 매싸이 방면 버스를 타고 훼이크라이 마을에서 하차 한 후 도이뚱 행 썽태우나 오토바이 택시를 흥정해서 오고가야해요. 요즘은 이렇게 힘들게 가는 여행자들이 있으려나 싶긴한데 말이죠... 힘들게 가는 것도 싫지만 단체투어의 짜여진 일정도 부담이라면, 차를 하루 종일 대절하거나해서 몇몇 관광지를 묵어서 보는 게 일반적이겠죠..
오랜만에 방문해본 정원은 늘 그러하듯 아주 정갈하게 잘 가꾸어져 있습니다. 하긴 씨나카린 대비가 이곳에서 가지는 상징성도 대단한데다가 태국이 워낙 왕실관련해서는 신경을 많이 쓰고 있으니 물심양면 잘 가꾸고 있었을거에요. 입장료도 90밧 밖에 안하고 바로 근처에 작은 규모의 고산족 시장이 있어서 기념품으로 살만한 옷이나 먹거리 등을 구경하기도 해요. 실제로 사서 가방에 넣을만한 제품은 없지만 그래도 뭐라도 있는 게 좋잖아요. 우리도 이곳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도 했었어요.
매파루앙 정원 안에는 ‘트리 탑 워크’라는 공중다리 걷기도 한 동안 인기였다는데 지금은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여행자들이 예전처럼 많이 늘어나면 다시금 재개하겠죠. 1월의 고산지대인지라 태국인 여행자들은 아주 두툼한 옷을 입고 정원을 둘러보고 있어요.
정원 풍경
독특한 모양의 도이뚱 커피점
주머니난이 너무 예뻐요
매파루앙 정원 전경
맨 왼쪽이 씨나카린 대비 오른쪽 세명은 자식들
둘째 아난타 마히돈(라마8세), 첫째 깐야니 왓따나, 막내 푸미폰 아둔야뎃(라마9세)
고산족 시장
로얄 빌라는 이전에 봤으니 패스하고 정원의 예쁜 꽃들이 뿜어주는 좋은 기운 잔뜩 안고는, 여기서 산 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나오는 작은마을 반 도이뚱에서 일박을 하게되는데요, 자고일어나 생각해보니 도이뚱 마을을 지나 조금 더 북쪽으로 전진해서 미얀마 국경과 바로 닿아있는 파히 마을에서 자볼걸 그랬다 싶었습니다. 도이뚱 마을에서 우리가 잡은 숙소는 그냥 도로가에 있는 외딴 집이여서 좀 외롭기도 하고 딱히 할 것도 없었는데( 밥 찾아먹으러 차 몰고 다시 매파루앙 앞 고산족 시장으로 왔다니까요), 파히 마을은 봉우리 두 개가 열려 있는 산세가 바로 눈앞에 펼쳐지고 마을규모도 좀 더 크더라고요.
근데 숙소요금을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파히 마을은 숙소가 비쌀 것 같긴해요. 도이창에서 우리가 묵은 곳은 도로변 숙소는 단돈 600밧 이였거든요.
도대체 이런 미얀마 접경의 고산족 마을에 무슨 자본이 들어왔나 싶게, 파히 마을에는 카페를 겸한 번듯한 홈스테이 건물들이 있던데 이거 다 태국인 여행자들이 채우겠죠. 일반적인 호텔 예약사이트에서는 이곳의 숙소들이 보이지 않고 태국인들끼리 페이스북으로 문의하고 예약하는 것 같았습니다.
언젠가 연이 닿게 되어 이곳에서 실제 숙박을 하게 된다면요... 내려다보이는 겹쳐진 산 사이로 해가 넘어가는 황혼과, 차가운 공기 속 새벽을 깨고 나오는 태양의 등장에 마음이 좀 울컥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 비슷한 감정을 매쌀롱에서도 느꼈는데 매쌀롱에 비하면 여기는 훨씬 더 고립된 국경의 밤인지라 감정이 더 남다를 것 같다는...
하여튼 도이뚱 마을에서 일박을 하고는 오전에 파히 마을을 거쳐 매싸이를 향해 다시금 따뜻한 평지로 내려오는 중에... 우리는 태국-미얀마 국경 뷰포인트도 구경하고, 파히 마을의 카페에서 산자락의 전경을 내려다보며 커피도 한잔하고는 약간 아쉬운 마음 품고 이곳을 떠나옵니다. 고지대 커피마을인데도 커피 가격은 무척 저렴해서 카페라떼가 50밧 밖에 안하는구만요.
도이창 마을에서 묵은 <쑤메짜>
https://goo.gl/maps/XFb3s6qPaGHBwGqG6
고산족 시장에서 먹은 저녁 식사
팟까파오 무쌉(돼지고기 바질 볶음) 덮밥
까이텃(닭튀김)
쏨땀타이
숙소에서 준 박하차
숙소에서 아침에 준 커피
도이 창 뭅 군사기지
https://goo.gl/maps/huTaPPwZ5caSB18EA
파히 마을 풍경
아카족 아이들
커피콩 말리는 중
아아~ 평지로 내려오니 이제 아침, 저녁으로 추위에 덜덜 떠는 고산지대에서의 고통과는 빠이빠이입니다요. 그동안 너무 추웠거든요. 치앙다오, 매쌀롱, 도이뚱 전부다요. -_-;;
근데 도이뚱에서 파히를 거쳐 매싸이로 오기까지 검문을 하는 체크 포인트가 세 군데나 되었어요. 태국-미얀마 접경 국경지대라서 그런 것 같기는 한데 뭘 이렇게까지나 싶기도했어요. 뭔가 사정이 있겠죠.
군인이 체크포인트를 통과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모두 찍는데요, 그때 각자의 신분증을 얼굴 옆에 들고 있으면 그걸 찰칵 찍어요. 이거 왠지 범죄자들이 찍히는 머그샷 느낌입니다요. 오호~
그렇게 도착한 매싸이는... 국경은 굳게 닫혀있고 그래서 그런가 거리의 활기나 생동감이 예전에는 비해서는 좀 수그러든거 같습니다. 그래도 국경근처 시장에 사람들은 꽤 많았어요.
팬데믹이 바꾸어놓은 수 많은 것들이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와 활기를 찾게 되길 바라면서, 매싸이에서는 시장 구경만 휘리릭하고 주유소에서 기름이나 빵빵하게 넣은 후 속도를 내어 다음 여행지인 치앙샌으로 갑니다.
파미
매싸이 국경시장
지금은 닫혀 있는 매싸이-따찌렉 국경 체크포인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