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도 가득한 파타야 6번골목 횡단기
내가 묵고 있는 숙소는 파타야 세컨로드 쏘이 1 초입에 있는 사바이엠프레스였다.
파타야 전역이 다 핑크비지니스로 가득한 동네이긴하지만... 그래도 내 느낌에 북파타야는 남파타야에 비해서는 그 요란한 분위기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조금은 낮달까 뭐 그랬다.
그래서 파타야에 오게되면 조금이나마 조용한 구역을 찾기 위해 대략 북파타야나 나끄아 쪽의 숙소로 눈길이 가게 된다.
하여튼 이런저런 이유가 겹쳐져서 파타야 세컨로드의 쏘이1 언저리에다가 둥지를 틀었다.
사실 여기도 근처에 성인맛사지 업소가 크게 자리 잡고 있어서 파타야 기운으로부터 도저히 벗어날 수는 없지만... -_-;;
한낮의 뜨거운 해가 들어가고 어둠이 깔린 후에 산책을 하고 싶어서 방에서 뒤뚱거리고 나온 나는, 세컨로드로 나와 파타야 깡(파타야 중앙도로)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복잡다단한 길을 걸으면서 산책이란 단어는 좀 어울리지가 않는데, 그냥 무릎뼈 오그라들지 말라고 최소한의 걷기 운동이라고 해야하나. 뭐 그런 것을 하고자 나온거다.
어느 정도 걷다가 아무 골목으로나 들어가서 해변으로 샤라락 안착해야지 마음먹고 2번, 3번 골목은 빠르게 후다닥 지나치게 되었다.
4번 골목을 통과해서 해변으로 나갈까... ? 하고 고개를 빼고 들여다보니 아... 길이 좀 어둡네. 세컨로드에서 해변도로까지 가기에는 이 골목길의 길이가 그다지 짧지 않은데 좀 더 밝은곳이 좋겠다. 그 다음 5번골목도 역시...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게 어두침침하다.
터벅터벅 걸으면서 이제는 좀 밝은 골목이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다보니 쏘이 6에 다다르게 되었고, 이 골목은 벌써 초입부터 반짝반짝 빚이 난다.
와~~ 여기는 밝구나. 그럼 이곳을 통과하는게 안전?하겠다. 사실 나같은 아줌마가 어두운 골목길을 걷는다고해서 뭔일이 생기기야 하겠냐마는, 그래도 어두운 길에서는 괜시리 불안한 맘이 자동생성 되므로 산책을 그런 맘으로 걷기는 싫었으니까... 나는 밝고 환해보이는 6번골목으로 들어섰다. 파타야에서 불빛 반짝이는 곳이라면 의례히 그러하듯 홍등가이긴 할테지만... 파타야 워킹스트릿도 뭐 별일 없는 관광지 분위기였잖아. 대강 그런 쿵짜작쿵짝 좀 핑크빚 도는 흥겨운 분위기겠지... 하고 들어섰는데 이 골목은 그 기가 약간 다른 거 같다.
워킹스트릿은 그야말로 관광단이 유람하듯 이리 쓸리고 저리 쓸리면서 왔다갔다 하는 곳인데... 여기는 뭐랄까... 완전히 핑크 비즈니스 그 자체로 진하게 압축 되어있는 분위기랄까.
커피로 치자면 마치 에스프레소 3샷을 한 컵에 마구 털어넣은 느낌... 파타야 전역에 깔려있는 흔하게 보는 비어바랑도 좀 다른 분위기인거 같고... 일단 업소에 나와있는 아가씨들의 숫자가 정말 많다고 느껴졌다.
조금 걷다보니 내가 이 골목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존재란걸 알게되었다. 그렇다고 다시 되돌아나가기에도 이미 어정쩡하게 와버렸네...
나는 괜시리 혼자서 잔뜩 주눅이 들었고 그러다보니 시선도 어색하고 발걸음도 로봇처럼 걷게 되었다.
네온사인덕분에 길이 밝아서 좋긴한데 이 길 왜 이렇게 길어... 헉
나중에 여기를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와 이 6번골목의 길이를 구글신께 물어보니 대략 카오산로드의 길이만큼은 되는 곳이었다. 그래... 아주 짧은 길은 아니었구나... 내 기분탓만은 아니었어.
정말 많은 수의 여성이 꽤나 선정적인 의상을 입고 있었는데 그건 뭐 그러려니 했다. 여기는 파타야니까.
한껏 치장을 한 키가 아주 큰 트랜스잰더도 나와서 오가는 남자를 향해 적극적으로 호객을 하는데, 잘 말린 웨이브 머리에 엄청나게 진한 화장을 하고, 연극배우같이 과장된 몸짓의 교태로 긴 손가락을 모았다 폈다하며 손님을 끌려고 한다.
그런데 호객을 하다가 잘 안되고 손님이 그냥 지나가자 금세 싹 바뀌는 냉정한 무표정은 왠지 좀 무서웠다. 그는 폭이 매우 깊게 파이고 반짝이는 스팽글이 달린 비키니를 입고 있었는데, 그 옷의 디자인 덕분에 그의 허벅지는 훨씬 더 길어보였다. 무척 가늘고 군살이 없어놔서 언뜻 보면 날씬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니 여성의 다리와는 다른 차원의 튼튼해 보이는 단단한 근육형이다. 저 긴 다리에 니킥 한방 맞으면 좀 왜소한 체격의 남자는 그냥 일격에 나가 떨어질 것 같아보였다. 게다가 하이힐까지 장착했으니 완전 무기를 휘두르는 것이나 마찬가지 위력이려나... -_-;;
아직은 이른 저녁이라서 그런가 업소에 빽빽하게 들어찬 여성들의 수에 비해서는, 정작 이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수는 아주 미미했다. 밤이 깊어지면 인원구성이 좀 달라지겠지...
비슷한 환락가이긴하지만 워킹스트릿은 그다지 별 생각 없이 편하게 걸어다닌 것과는 달리 여기서 나는 쭈글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냥 쭈그렁바가지 그 자체다.
빤히 보는 건 절대적으로 실례이니까 살짝살짝 눈을 내리깔고는, 어색함을 감추기 위해 짐짓 자연스런 발걸음으로 천천히 걸어서 드디어 해변도로로 나오게 되었다.
해변가로 나와서 그 골목을 되돌아보니 그곳은 뭔가 약간 다른 차원의 용광로 같은 느낌도 들고... 아무튼 처음 걸어 본 꽤나 낯선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