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욘에는 천년의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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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욘에는 천년의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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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바이욘의 석벽부조는 그야말로 제목을 붙인다면 <전쟁과 평화>라고 이름 지을 수 있다.

참파와의 전쟁과 지방 세력과의 내부 반란 진압등으로 국내외적으로 전쟁의 이야기가 있고......

그리고 평화로운 시기에 민초들의 생활 모습이 바로 이곳 석벽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 바이욘의 1층 회랑의 석벽 부조가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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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전쟁 장면부터 본다.

남자들에게 듣는 지겨운 이야기도 군대 이야기다.

세계 역사에도 전쟁 이야기가 빠지면 김빠진 맥주다.

참파군의 모습이다.

확실히 크메르군 보다 더 폼 나고 잘 생겼다.

만약에 이들이 이순신장군으로 부터 학익진을 배웠다면 참파군이 승리했을 지도 모른다.

학익진....  전세계 해전사를 통털어 우리의 영웅이신 이순신장군이 특허를 지닌 세계적인 전법이다.

노를 젓는 사공들의 모습이 전투에 임하는 병사들과는 다르게 모자를 쓰지 않았고 방향도 뒤를 보고 앉아

있는 모습과 선미부분에 키를 잡고 앉아있는 표현이 너무나도 사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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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드디어 양쪽 전함이 톤레삽에서 맞붙었다.

그런데 앙코르 수군에는 비밀 병기인 수중 폭파대가 있었다.

왼쪽의 배가 앙코르 군함이고 오른쪽이 참파 군함이다.

왼편의 크메르 해군의 특수부대가 참파군의 배 밑바닥으로 기어가 배를 폭파시키려고 한다.

당시에 수중에서 터지는 폭발물이 있었을까?

그냥 구멍을 뚫는 수준이 아니었을까?

바로 이 전략이 자야바르만7세 군대의 신종 전법이고 이로 인해 참파군이 해전에서 패하게 된다. 

 

호수 바닥에는 먼저 침투한 군사가 숨이 짧아 숨져있다.

훈련은 실전처럼 해야 전투에서 살아 남는다.

훈련때 흘린 땀 한 방을은 실전에서 피 한 방울을 아낄 수 있다.

그런데 이곳 시엠립에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흐른다.

 

쉿~ 조용히.....

가만히 사진의 부조를 살펴보자.

물 속에 있는 병사의 머리카락이 길게 물결에 휘날리는 모습이다.

장인은 이런 세밀한 모습까지 돌에다 상상력을 발휘했다.

천여년전에 석공의 표현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그냥 흘깃 쳐다보고 "배 밑바닥에 사람이 있구나" 하며 보고 온다.

그러나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면 이런 디테일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그냥 지나 간다면 석공이 얼마나 서운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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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배에서 내려 육지로 올라온 참파군과 크메르 병사가 맞 붙었다.

용감한 크메르 군사의 창이 쓰러진 참파군 병사의 목덜미를 겨누고 있다.

승자의 기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어쩌겠냐?

자기 동네에서 인테리어를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다시 봐도 참파군이 더 멋있다.

 

쓰러지면서도 참파군 장수의 외치는 소리가 佳人의 귀에 들린다.

참파 장수 : "꼭 나를 죽여야 하겠니?"

크메르 장수 : "니들이 먼저 쳐들어 왔잖니... 마지막 남길 말이 있으면 해 봐라~"

참파 장수 : "오~~ 쉬바신이시여~ 장부 출가 생불환(丈夫 出家 生不還).....

사나이가 집을 나서면 뜻을 이루기 전에는 살아서 돌아가지 않겠다"

佳人 : "임마~ 니가 윤봉길 의사냐? 꼴깝을 떨고 있네. 따식이...."

창을 겨눈 크메르 병사의 오른편에는 이미 목이 떨어진 참파병사가 보인다.

그래서 佳人이 외친다. "창 피해요~~" 

선명한 나무 잎사귀와 나무 가지에 앉아있는 새들도 표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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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전쟁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또 이들의 일상생활을 다루는 평화의 시대도 기록했다.

바로 민초들의 삶이 기록되었다는데 바이욘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가만히 부조를 바라보며 걷고 있는데 무슨 소리가 佳人의 귀에 또 들린다.

이곳에 가면 항상 귀를 열어놓고 다녀야 한다.

눈만 열고 다니면 볼 수는 있어도 들을 수는 없다.

 

원주민 1 : "오늘 돼지 한 마리 잡죠?"

원주민 2 : "그럽시다. 어느 놈으로 잡을까요?"

원주민 3 : "저기 저놈이 토실 토실 살이 많이 올랐는데 저놈으로 합시다"

부지런히 돼지를 코너로 몰아놓고 다리를 우악스럽게 잡는다.

원주민 1 : "머리부터 넣을까요? 다리부터 넣을까요...."

 

돼지가 체념을 하고 하는 말이 佳人의 귀에 또 들린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들으면 돼지의 말도 들을 수 있다.

돼지 : " 쨔샤~~ 뜸 들이지 말고 그냥 빨리 던져~~ 쨔샤~~"

그렇다. 현명한 돼지는 더 이상 발버둥치지 않는다.

발버둥치며 힘빼고 죽으나 그냥 죽으나 정해진 운명이라면......

밑에는 돌 위에다 솥단지 걸고 열심히 불어가며 불을 때고 있고 살아있는 돼지 한 마리를 그냥 통째로

집어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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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는 돼지를 통째로 삶고 마을 사람들은 음식 장만에 여념이 없다.

오늘 잔치라도 거하게 치르는 모양이다.

그래서 佳人이 궁금해서 또 물어봤다.

 

佳人 : "오늘 무슨 날이유?""

아낙 1 : "덜수가 장가가는 날이라우~~" 

佳人 : "색시는 누구유~"

아낙 2 : "아랫마을 사는 삼순이라우~"

佳人 : "아니~ 앙코르 마을에서 제일 이쁘다는 미스 앙코르 진이라는 삼순이?"

아낙 3 : "그래서 덜수 입이 귀에 걸렸다우~~"

아낙 1 : "처음에는 색시집에서 반대를 했다우~ 그런데 둘이서 밤만 되면 슬그머니 바켕산에 올라가고 또

시엠립 강변으로 데이트 다니다가 동네 사람들 눈에 띄니 색시집에서도 어쩌겠수?"

佳人 : "사랑이란 아름다운 거라우.... 어제 앙코르 왓 입구에서 삼순이와 덜수가 드레스 입고 웨딩사진

찍는거 佳人이 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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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곳에서 잔치가 벌어져 佳人은 한상 잘 얻어먹고 왔다. 

모두들 노는 사람 없이 열심히 일을 돕고 있다.

결혼 축의금?

선물로 전해주려고 백화점에 갔더니만 佳人이 자야바르만 7세와 함께 찍은 사진이 벽면에 걸려있다.

나 원 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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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날 불피우느라고 아래에 있는 저 친구 땀깨나 흘리고 있다.

캄보디아의 결혼은 예전에는 며칠씩 했다고 한다.

요즈음에는 우리처럼 결혼식장에서 빨리 끝내는 추세란다.

결혼식 축의금도 이들의 한 달 봉급에 해당하는 돈을 축의금으로 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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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를 불에다 굽고 있다.

이때도 군 옥수수는 이들의 주식중 하나였다. 

옥수수가 아니고 돼지 갈비면 또 어떻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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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건설 현장에 왔다.

佳人은 궁금하면 못 참는다.

그래서 물어본다.

佳人 : "지금 무슨 공사유?"

인부 : 힐끗 쳐다보며 귀찮다는 듯이 "코끼리 테라스라우~"

佳人 : "우쒸~~ 그런데 왜 나한테 짜증이유?"

인부 : "회사가 어렵다고 석달째 봉급이 밀렸다우~"

佳人 : "그건 지금 세계가 모두 경제공항 상태에 빠져 여기만 그런게 아니라우~"

인부 : "그래요? 한국도 그래요? 요즈음 환율도 나쁘다면서요? 그래서 한국 관광객이 적게 오나 보군요~"

佳人 : "우리 모두 참고 견딥시다. 이 또한 곧 지나가리니...."

이들의 신전도 이렇게 지었을 것이다.

철저한 분업에 의해 채석하는 사람, 운반하는 사람....

앉아서 돌을 다듬는 사람은 석공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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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보니 또 건설현장이다.

佳人 : "이번에는 또 무얼 짓는거유?"

인부 : "지난 폭우에 무너진 프레아 칸 보수 공사라오~~"

佳人 : "나도 어제 그곳에서 비 맞아 봤수 엄청 쏟아지더구먼~  그런데 왜 천정에서 물이 그리 쏟아지우?"

인부 : "뻔 하지요.. 처음부터 저가 덤핑낙찰에 부실공사지요~~ 그러니 맨날 보수공사만 한다우~~"

佳人 : "지야바르만 7세도 부실공사라고 알고 있수?"

인부 : "그거 알면 여러놈 다친다우~ 그러니 쉬쉬하고 공사 하지유~~ 소문내지 말고 다니슈~~"

진지한 모습이 얼굴에 나타나 있다.

역시 전문가는 뭐가 달라도 다르단 말이야~~

이래서 건설공사는 의무적으로 하자 보수공사와 실명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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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로 나가는 크메르 군사들과 장군의 모습이다.

진지한 자세의 병사들과는 달리 장군은 佳人을 보고 있다.

佳人 : "뭘 보슈~"

장군 : " 자리좀 보고 있수~"

佳人 : "무슨 자리유?"

장군 : "쉬가 마려워서리...."

佳人 : "그래서 표정이 뭐 마려운 강아지 처럼 그랬수?"

장군 : "그래도 사진 한 장 잘 좀 찍어주슈~~"

佳人 : "사진은 어디다 쓰시려우?"

장군 : "집에다 보내줄려고 그러우~"

佳人 : "영정사진으로 쓰시려우?"

장군 : "그렇수...."

佳人은 베트남에서도 영정사진 찍고 왔는데 이곳에서도 또 영정사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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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는 내전의 아픔도 있었다.

당시의 왕권은 강하지 않아서 지방의 호족들이 왕권에 대항도 했으며 실제로 왕위가 넘어가기도 했다.

결국 민초들은 태어난 곳과 사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권력을 쥐고 싶은 자들에게 이용 당하고 만다.

 

권력은 민초들에게 처음에는 땀을 요구하고 마지막에는 목숨까지 내 놓으라고 한다.

지금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선거때 지방에 따라 맹목적으로 지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아픈 역사를 이곳 석벽에 이렇게 부조로 남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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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강한 왕권을 지닌 왕이라도 당시에 모든 지방을 다 통솔할 수는 없었다. 

동족상잔의 아픔은 이들뿐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있었다.

Dog eat dog.....

최근 크메르 루즈에 의한 캄보디아는 전국적으로 이웃 모두가 피해자며 가해자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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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게 싫어 이렇게 숲 속에 들어가 세상을 등지고 자기 수양과 득도를 위해 정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자기 수양은 완성했는지 몰라도 세상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대들...

수양을 통해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버렸는가? 

佳人은 빈 물병만 버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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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곡마단 서커스나 하나 더 보고 끝내자.

가운데 수레바퀴 처럼 생긴 둥그런 물건을 아래에 누운 사람이 발로 돌리고 있다.

요즈음도 중국 서커스에서 보면 누워서 발로 항아리도 돌리고 통도 돌린다.

그 오른편에는 한 사람이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양 손과 머리에 원숭이를 올려놓고, 원숭이는 주인의

지시에 따라 재롱을 부린다.

원숭이의 자세가 바로 천상의 무희라는 압사라의 자세다.

 

원숭이는 벌써 이때에도 인간의 고된 훈련을 견디며 돈벌이의 희생양이었다. 

만약 하누만 장군이 이 꼴을 보았다면 비쉬누의 화신인 라마 왕자와의 협약을 파기해 버렸을게다.

그리고 저 원숭이들은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3족을 멸하였을 것이다.

서커스의 역사도 매우 오래된 듯 하다.

당시에 이런 공연이 열렸다면 온 동네가 시끌벅적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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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하루 더 바이욘의 부조들을 살펴보자.

이곳에 가면 얼굴상 말고도 회랑의 석벽을 돌며 이런 부조를 보는 것도 재미있다.

알 수도 없는 바이욘의 미소보다는 느낄 수 있는 이런 부조가 佳人은 더 좋다.

부조에 남아 있는 내용은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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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보고 느끼고 즐기고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펴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시험에 나오는것도 아닌데 원론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佳人처럼 초보의 눈으로 보면 오히려 더 신선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곳 바이욘의 석벽부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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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佳人

사진도 : 佳人
큰 사진은 : http://blog.daum.net/nhk2375 

오늘의 佳人 생각 : 佳人에게 1주일만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천년의 이야기를 더 들어 볼텐데....

6 Comments
홀로남 2009.03.05 21:37  
그들의 민족성을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해가 안가는 것이 있다.
폴포트정권시 가해자와 피해자가 옆집인 경우가 많았다.
그후에  서로 용서(?)를 하면서 사는 모습이 나의 입장에서는 의문이 생긴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그랬다면????
虛堂 2009.03.05 22:11  
서로 서로가 피해자며 가해자여서 일까요?
아니면 민족성일까요....
난해한 문제입니다.
며칠전 뚜엉슬랭 구치소 소장이었던 사람에 대하여 30년만에 재판이 열렸답니다.
증인으로 나온 사람은 당시 살아남은 몇사람 중에 한 사람인 화가였던 사람이라지요?
그 사람은 폴 포트의 초상화를 그려주어서 목숨은 건졌답니다.
참새하루 2009.03.17 08:33  
유머가 있고 해학이 있게  쓰신 듯하지만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빛나는 글입니다 
잘 읽고 느끼고 있습니다
虛堂 2009.03.18 00:27  
재미없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어주셨습니다.
원래 정사보다 야사가 더 재미있잖아요....
Telecaster 2009.04.19 11:28  
앙코르 와트도 사실은 좀 천천히 호흡하면서 살펴 봐야 되는 곳인데

일전에 방문했을 때 너무 시간이 촉박해서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게

너무 아쉽습니다.
虛堂 2009.04.19 12:19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도 늘 아쉬움이 남지요...
그래서 그 여백을 항상 채우려고 노력한답니다.

Telecaster님~
그 아쉬운을 달래시려면 그곳에 다시 한 번 서 보세요....
그러면 또 다른 감동이 님의 마음을 가득 채우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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