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행 4/41일 곡부->연주->낙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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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 4/41일 곡부->연주->낙양

하얀깜둥이 1 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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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1 일요일 맑음


타이산 역에서 한시간 거리에 있는 취푸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5시경. 요금은 19원/인.

아내에게 그늘에서 짐을 지키게 하고 숙소를 찾아나섭니다. 불경기는 여기도 예외가 아니어서 방값 할인폭이상당히 크더군요. 게시되어 있는 요금표에서 30% 정도는 할인이 되는 모양입니다. 큰길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 위치한 민박집 비슷한 곳에서 80元을 부르기에 60元에 흥정을 해놓고 아내를 데리고 갔습니다.

방을 둘러보고 내려온 아내가 다시 흥정을 합니다. 50元! OK?
주인여자는 잠시 망서리더니 바로 OK! 하는 겁니다. 이런 젠장!^^
또 한번 아내에게 잔소리를 들었습니다. 왜 나한테는 NO!라고 하더니 아내에겐 바로 꼬리를 내리냐구요?ㅠㅠ

간단히 아침을 먹고 짐을 꾸려 숙소에 맡기고 구경을 나섭니다.
아침운동을 하는 여인들이 경연대회 준비라도 하는지 음악에 맞추어 연습이 한창입니다. 중국은 어딜가나 여인들이 남자들 보다 더 활동적인 모습으로 운동을 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운동뿐 만이 아니라 카드, 마작 등의 놀이에도 남자들 못지않게 활발하게 참가하더군요.

취푸는 공자 덕에 먹고 사는 곳이라고 하지요.
여기저기 공자의 몇대손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간판이 많이 눈에 뜨이기도 하구요. 아침 일찍 서둘러서 그런지 매표소는 한산하고, 가이드를 하는 사람들만 몇 안되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호객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공묘(孔廟)만 보기로 하고 매표소를 찾았습니다.

공자의 고향이니 당연히 노인우대를 해서 입장료도 60세 이상 70세 미만은 90元의 半인 45元만 내면 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두사람의 여권과 입장료 90원을 디밀었더니 여권을 꼼꼼히 확인하던 여직원이 45원을 더 내라고 하는 것입니다. 왜 그러냐고 하니까 아내의 여권의 생년월일을 가리키더라구요.그제서야 아내의 생년월일이 1년 늦게 되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낭패가?!

지난번 泰山에서는 워낙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고, 더구나 우리는 여러명의 여권을 한꺼번에 디미는 바람에 확인을 하지 못하고 표를 주었고, 입구에서도 확인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입구에서 검표원이 여권을 일일이 대조하더라구요. 45元을 더 내면서 정말 공돈이 나가는 것 같아서 얼마나 억울하던지......ㅠㅠ

孔廟는 구석구석에 역사의 향기가 스며 있는 듯해서 그냥 거니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다만 성인이 후세들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고민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고, 오로지 개인적인 욕심을 이룰 수 있게 도와달라고 엄청나게 커다란 향을 피우며 절하는 무리들과 그들에게 향을 팔고 절을 시키는 사람들의 외침소리가 나그네의 신경을 거스르더군요. 어디가서도 '나 좀 잘되게' 해달라고 빌 줄 모르는 내가 오만한 건지.................
덕분에 孔府와 孔林을 보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나 버리더군요.

다음 행선지인 뤄양(洛陽)으로 가기 위해서 버스로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옌저우(兗州)로 갑니다. 요금 5원/인

바로 역으로 가서 침대표를 알아보지만 당연히(?) 메이요(沒有!)라는 대답만 돌아옵니다. 없다는 말이지요. 앞으로 가장 많이 들어야할 말일 것 같아서 제일 먼저 외운 단어입니다.^^

필담으로 어렵게 통해서 무조건 입석표를 구매했습니다. K173次  20:59發--04:57着 豫定  無座

636km의 거리를 밤을 새워 8시간이 넘게 가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좌우간 표는 구했고 7시간 가량 시간이 남아서 시내버스투어(?)를 나섰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가장 길어  보이는 노선을 골라타고 시내를 벗어났습니다. 버스요금이 2元인 것으로 보아 상당히 먼 거리일꺼라고 짐작은 했지만, 버스는 규모가 상당히 큰 공단지역을 지나서도 한참을 더 달려서 한적한 시골인 종점에 도착합니다. 동네 이름은 잊었는데 그곳에서 우리는 생애 처음으로 엄청난 옥수수 구경을 했습니다. 청도에서 태산을 거쳐 이곳까지 오면서 끝없는 옥수수 밭을 볼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 그 옥수수를 수확하는 것을 보게 된 것이지요. 그 많은 옥수수를 전부 손으로 다루는 것이 무척 이채롭더군요. 수확한 옥수수를 말리느라고 길에는 차가 다닐 수 없을 지경이어서, 곳곳에 차량에 방해가 되지 않게하자는 구호가 적힌 프래카드가 걸려있기도 하더라구요.

돌아오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 근처 농가에서 옥수수 껍질 벗기는 일을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무척 힘드는 작업이었습니다. 몇개하지 못하고 있는데 안으로 들어간 아낙이 수박을 가지고 나와 먹으라고 권합니다. 타고 갈 버스가 오는 바람에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시내로 들어 왔지요.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공원도 구경을 했습니다. 일요일을 맞아서 가족단위로 놀러나온 사람들이 많더군요.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하고 싶어서 호텔에 들어가 사우나시설이 있는지 물었더니 자기네는 없다고 하면서 동네 목욕탕을 알려줍니다. 친절한 호텔 여직원이 꽤 떨어진 곳에 있는 곳까지 안내를 해주더군요.

간판을 보니 무슨 욕지(浴池)라고 쓰여 있더군요.
돈 받는 아줌마가 뭐라고뭐라고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지만, 목욕하는데 뭐 별거 있으랴 싶어서 적지않은 돈을 내고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니 뭔가 잘못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창고처럼 넓고 황량한 곳에 엉성한 나무침상이 늘어서 있고 그 위에는 얇은 천이 덮여 있는, 이상한 풍경이더라구요. 손님은 하나도 없는데 종업원인 듯 보이는 남자 둘이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내가 들어가니 또 뭐라고뭐라고 합니다. 그냥 씩 웃어주고 옷을 벗고 목욕탕 안으로 들어 갔습니다. 그런데 그곳은 더욱 황당합니다.

우리나라의 목욕탕을 생각하고 들어간 곳에는 아무 것도 없이가운데 둥그런 모양의 물을 담아놓은 탕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샤워를 할 수 있는 시설도 샤워기꼭지가 저 높이 매달려 있는, 그리고 그것도 쇠사슬로 연결된 발판을 밟아야 물이 쏟아지는 그런 장치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뭐 더운 물에 몸만 담그려고 들어온 것이니 시설이야 아무러면 어떻습니까? 그쵸?

헉! 그런데 이런 변이!
샤워로 대충 몸을 씻고 '당연히 더운 물이겠지', 하고 탕속에 발을 담그는 순간 엇! 차거!!!!!! 이런 세상에!!!!!!!!!!

말이 통해야 어떻게 된 일인 알아라도 볼테지만, 속절없이 돈만 쓰고 발만 닦은 꼴이 돼버렸습니다.

바로 밖으로 나와서 한시간 뒤에 만나기로한 아내를 불러냅니다. 아내는 여탕안의 풍경을 꼭 아우슈비츠의 개스실 같았다고 하면서 배꼽을 잡습니다.^^ 참으로 황당한 경험이었지요. 여행을 하다보면 문화의 차이가 때론 이렇게 엉뚱한 재미를 주기도 한답니다. 그 뒤로 우리는 욕지(浴池)라는 간판만 보면 서로 보면서 웃음을 참지 못했읍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곳은 중국인들이 안마를 받으며 쉬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기차에서 제일 낮은 등급인 잉줘(硬座)는 저렴한 가격때문에 중국의 서민들이 주로 이용할 뿐만 아니라, 입석이 허용되기 때문에 꼭 그날 가야만하는 사람들이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복잡하구요. 우리나라의 예전 귀성열차를 생각하시면 별 차이가 없겠네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현지의 서민들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회도 되지요. 그러나 때로는 기차안으로 들어가는 것 조차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발디딜 틈이 없는 기찻간의 문을 아예 열지 않는 경우도 있구요. 우리가 타고 갈 기차도 거의 그 수준이었습니다.

중국의 기차는 예약제입니다. 3일전이나 길게는 10일전부터 예매를 하기때문에 예약을 하지 않고 당일에 표를 구하기란 입석 말고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물론 비행기 값과 맞먹는 루안워(軟臥-푹신한의자-1등석)은 거의 언제나 자리가 있지만 가난한 서민들이나 주머니가 가벼운 배낭여행자들에겐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지요.

그런데 그 예약제 때문에 표를 못 구한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돌아옵니다. 모든 예약제에는 No Shoow라는 불가피한 함정이 있는데 중국의 철도에는 그에 대한 장치가 따로 없는 듯합니다. 인도의 기차는 예약부도율을 감안해서 표를 팔고, 부도없이 모든 승객이 기차를 타는 경우에는 1개의 침대를 둘이 나누어 사용하게 하는 경우도 있지요. 물론 그 이후 역에서 자리가 나면 다시 배정을 하구요.

그걸 기대하고 그 열차의 수석차장이 있는 열차칸을 물어서 탄 다음, 기차가 떠나기를 기다려 차장에게 사정을 해 봅니다. 미소를 띠긴 했지만 최대한 피곤하고 불쌍한 표정으로 말입니다. 물론 쪽지에 쓴 것을 보여주면서요.

잠시 눈길을 주던 차장이 기다려보라는 몸짓을 하더니 잠시 후 쪽지에 금액을 적어서 내보이는 것이 아닙니까? 드디어 또 한가지에 성공을 했습니다. 입석으로 타서 침대표로 업그레이드 하기!!!!!!!!!!

더구나 기차표도 차장 맘대로 끊어 주는 것이 아니고, 컴퓨터망에 연결해서 정식으로 표를 발행해주는데 역에서 사는 것과 똑같은 값을 받더군요. 아, 참고로 열차의 사무실은 대개 3등칸과 2등칸이 나뉘는 곳의 2등칸쪽에 있습니다.

좌우간 제일 걱정했던 취푸-뤄양 구간을 편안하게 침대에 누워서 자면서 이동했습니다. 침대칸에서는 승무원이 모든 승객의 차표를 회수하고 대신 푸라스틱으로 만든 표찰을 나누어 주는데, 이것은 각 승객의 하차역을 확인하고 잠든 승객을 일일히 깨워서 내리게 하는데 필요한 제도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처음 가는 곳이라도 자다가 역을 지나치는 불상사는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내를 긴 시간 서서가게 만드는 건 아닌지 염려하다가, 자리를 얻어 눕고나니 긴장이 풀어지면서 언제 잠이 든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습니다. 오랫만에 듣는 기차의 규칙적인 소음을 자장가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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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운동을 하는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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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묘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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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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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의 스승,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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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들의 위패를 모신 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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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공자에게 향을 피워 올리고 소원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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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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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묵었던 곳, 그냥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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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저우(兗州)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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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는 가족들이 나와서 운동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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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浴池)의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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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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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말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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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로 뒤덮인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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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껍데기 벗기기--조만큼 깠을 뿐인데 미안스럽게 수박씩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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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저우의 뒷골목

   

 

1 Comments
꿈을꾸자 2008.12.11 10:42  
지긋하신 연세에도 그리고 중국말도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여행을 다니시는 용기있는 부부님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저 같으면 길 떠날려고 상상도 못 할것인데... 여행기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계속 좋은 여행기 올려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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