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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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없는 것들

바다...

내륙국가이므로 당연히 그렇겠지요. 


그리고, 

맥도날드, KFC가 없다고 합니다. 

터널도 없고, 

동전도 없다고 하지요. 


경적음이 없는 곳이라고도 하고, 

호객이 없는 곳이라고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경적을 엄청나게 사용합니다;;;; 위험한 것보다는 무례한 것이 낫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고, 몇 년을 운전해도 여전히 라오인들의 운전습관에 적응이 안됩니다)


이렇게 없는 것들을 음미해 보면, 라오스 사회를 이해하는데 어떤 시사를 받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할 때, 라오스에 정말 없는 것은 표준(Standard)입니다. 

예를 들어 넷심이나 유심 같은 카드, 라오텔레콤 기준으로 1만낍인데 5만낍에 사는 사람도 의외로 많습니다. 라오텔레콤이나 당센터에선 넷심과 1주일 1.5기가 충전카드를 넣는데 2만낍이면 됩니다. 그런데 이 정도 서비스를 받는데 8-9USD를 소모하시는 여행자도 있습니다. 

뭐가 잘못되었냐?

호갱된 거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라오텔레콤에서 소매상에 대한 어떤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라오텔레콤이 파는 가격만 정해져 있을 뿐 최종 소비자가는 파는 사람 마음이에요. 

딸랃싸오 상점에서 넷심값으로 5만낍을 받은 점원을 상대로 제가 손님을 대신해서 따져준 적도 있지만, 무의미 합니다. 정가가 없고, 개인간의 합의에 의한 것이니 근대 민법적 기준에 비추어 잘못된 것이 있을 수 없습니다. 


한국이야 담배가 전매 사업으로 시작되었으니 담배값 어디라 할 것 없이 같았자나요? 라오스의 담배값, 천차만별입니다. 기름값도 거기서 거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기름을 운송하는 비용까지 보태지니 정말 만차억별. 여행자들이 민감해 하는 각종 여행 상품, 그것을 공급하는 측의 가격은 정해져 있으나 그것의 시장가는 직접 소비자와 대면해서 판매하는 사람이나 업체의 마음입니다. 소비자가를 정해놓고, 총판이나 소매상에게 주는 가격을 달리하는 시스템을 가진 사회의 사람들은 이해가 더디겠지만. 한국처럼 개인 통신 장비와 수단이 발달해서 개인의 컴플레인을 사회적 압력으로 쉽게 만들어 내거나 민원화 할 수 있는 사회도 아니고. 


교통 수단도 그렇습니다. 한국에선 버스나 택시나 일정한 표준이 있습니다. 각종 행정 기관들의 가이드라인이 있고, 규제가 있으니까. 차량이 노후되어 배기가스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감독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이나 회사도 에너지 효율에 문제가 있으니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겠지요. 한국보다도 차량값이 택도 없이 비싼 라오스에선 그것이 문제가 되거나 말거나 현실적으로 그것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이 없기 때문에..


라오스 산악지방에선 몇 년식인지도 모를 러시아산 트럭이 버스로 이용되는 것도 보았고, 택시라고 하는데 픽업트럭에 두줄의 의자를 앉힌 쏭테우를 택시라도 우기는? 경우도 들어봤습니다. 

한국 기준으로 ‘VIP’버스니까 곧이곧대로 Very Import Person들이나 타는 정말 고급 버스겠지라고 연상들을 하는 것 같은데..한국 기준으론 폐차를 생각할 만한 버스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 한국에서 은퇴한 버스를 여기 가져와서 VIP버스로 쓰기도 하니까요. 굳이 일반(로컬) 버스와 비교한다면 에어컨이 있고, 없고 정도가 차이가 아닐지. 


라오스에 스탠다드가 존재한다면....

역설적으로 매력적인 여행지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니나 내나 다를 것이 없는데 굳이 와서 경험해야 할 것이 있겠습니까? 


라오스에서도 근대화 과정은 불가피한 과정일 것입니다. 그 혼란도 불가피하고. 지난 세기 내내 어떤 근대화냐를 가지고 세계가 양분 내지 3분이 되어 대결의 양상를 보인 적도 있습니다. 


라오스는 근대 문명과는 다른 모습, 개발 도상의 모습, 근대의 모습, 정말 라오스인가 싶게 쿨?한 포스트모던한 양상도 함께 존재하는 곳이 라오스입니다. 

한국이야 성적 취향이 소수인 경우,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라오스는 게이, 레즈비언, 톰보이..다양한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적 차별과 억압을 받지 않고 저마다의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한국 사회에서 논쟁적인 퀴어 축제 같은 것을 라오스에선 굳이 할 필요도 없고 논쟁적 영역이 될 수도 없겠지요? 알아서 공존하고 있는데. 


한국은 일본보다는 약간 덜하지만 근대에 과적응 되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근대 시스템 속에서 생산성이나 효율이 선도국가군들보다 높은 것도 아닙니다. 그 효율이 낮은 부분은 근면성으로 떼우고 있거나, 노동 시간으로 메꾸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그 과적응 된 눈으로 이러쿵 저러쿵 라오스 사람들과 라오스 사회들을 재단합니다. 저부터도 거의 매일 라오인들의 어이없고, 어처구니 없는 주장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때로 격하게 싸우고, 또 항의하고, 때로는 사과도 받고, 때로는 제 이해의 폭을 넓히면서 살아갑니다. 


라오스........

일부 다른 특성을 가진 사회인 것은 분명하나, 무엇보다 우리의 과거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구인들에게도 마찬가지고.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있었던 것, 이 나라에 다 있습니다. 그것을 잊어버린 세대도 있고, 그것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가 있을 뿐. 


한국의 근대화 과정이 그리 아름다웠을까요? 

표준!이란 것이 그리 쉽게 도입되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내면화 되는 것일까요? 


다양할 수 있는 ‘우리’의 과거로 와서 한번 겪어보겠다는 태도는 어떨까요? 그럼 더욱 여유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닐지....


라오스 여행정보센터 소장 탄허의 첫 번째 라오스 여행칼럼이었습니다. 

3 Comments
깜따이 2015.09.21 02:06  
라오스가  상대적으로  이웃나라보다
덜  상업화가  된것  같고 사람들도
더  순수하다고 느꼈습니다.
비안티안에  은퇴한  한국어르신내들도
찾아 보기  쉬운것 같고  나름 나라전체가
여유럽다고  느껴지는  매력이  있더군요.
저는  시간이  여유럽지 않아 안 가본곳이
많지만 라오스  시골인심을  격어보게
되어 좋은 첫 인상이  있기에
 아마 일년에  한번은 태국보다 이곳을
오고  싶더군요.
나를믿는용기 2015.11.17 01:09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열흘 일정중 팔일을 마치고 루앙프라방의 마지막 밤을 보내며.... 참 와닿는 글이네요.... 더군다나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왓 시엥텅 사원앞 자전거에서 휴대폰 배터리 바꾸는걸 기다려준 여행자들의 인심을 합쳐 더더욱 너그러운 라오스의 기억을 간직하고 가는지도 모릅니다....

다시한번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즐거운 여행과 늘 좋은 기억 만드시길 기원해봅니다.
양양갱이 2015.11.18 10:54  
좋은 글 감사합니다

라오스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좋은 정보도 많이 얻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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