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떠난 '다낭-호이안' 4박5일 저렴한 여행기-두번째
2018. 11. 1. 목요일
현지시간으로 23:30.
다낭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뭐... 찾아야 할 위탁 수하물이 없으니 입국 심사만 마치고 가장 빨리 공항 밖으로 나왔는데....
이런.... 혼자 덜렁 나오는 바람에 별 수 없이 모든 택시 기사들의 표적이 되었다.
쿨하게 택시 기사들의 호객을 뿌리치고(어차피 가지고 있는 베트남 돈이 겨우 15만 동 뿐이어서 택시를 탈 형편이 아니었다 ㅠㅠ), 출국장 왼편 계단에 앉아 일단 베트남 유심을 장착.
이내 구글 지도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공항에서 다낭 한강(Han river)까지 직선거리로 불과 2km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일단 도보로 직진하며 숙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출국장 계단에서 엉덩이를 떼기 직전 ‘호스텔월드’를 통해 검색해 본 숙소는 최저 7만동부터 시작,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Stingray Hostel이라는 숙소는 대략 9천원(18만동) 정도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배낭을 들쳐 메고 길을 나섰다.
※ 도로 주변 업소들이 거의 문을 닫은 상태였지만, 가로등도 제법 밝고 지나는 차들도 많아 그닥 위험하지 않았어요.
아.... 한국은 미세먼지가 가득한데, 여기는 밤인데도 맑은 까만 하늘에 초롱 초롱 별도 보인다.
젠장.... 언제부터 맑은 하늘만으로도 이렇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 원...... ㅡ.ㅡ
가장 처음 물어본 곳은
약 7~8분 정도 직진하다가 만난 Nam Ahn Hotel 이라는 곳과 그 맞은 편에 있는 Long Ahn Hotel....
겉보기에 그닥 좋아 보이지는 않는 호텔이었는데 방을 물어보았더니 30~40만동 정도를 달라고 했던 것 같다. 그 이후에 들렀던 또 한 군데의 호스텔 조차도 30만동이 적힌 가격표를 보여주었다. 아마 이 정도가 표준 금액인가 보다.
뭐.... 이번 여행이 99,000원 초저가 항공권을 사면서 즉흥적으로, 계획도 없이 시작되었고, 휴양이 아닌 짧은 배낭여행을 떠난 것이었으므로, 나에게 숙소는 그저 잠깐 씻고 쉬면서 어디를 갈지 행선지나 무엇을 할지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는 공간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굳이 그 돈을 주고 숙소를 잡을 이유가 없었다.(사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중에 돈도 없었다)
일단 다시 대로를 따라 한강 쪽으로 직진하던 중, 공차 매장 옆에 있는 Stingray Hostel 발견. 비록 호스텔 문은 잠겨 있었지만 내부 의자에 길게 누워 잠을 자고 있는 직원이 보이기에 일단 창문을 두드려 직원을 깨웠다.
8인실 도미토리 내 침대 1개의 가격은 미리 검색한 결과보다 좀 더 저렴한.... 그러나 크게 다르지 않는 ㅎㅎㅎ 17만동(약 8,500원).
게다가 제법 깔끔하고 추가 수수료도 필요 없으며, 호스텔월드 평점도 좋았으니 딱이다.
문제는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찾아본 정보에는 베트남 숙소 예약 시 2박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증금으로 걸어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런데, 난 사실 아직 환전을 하지 못한 상태였고(왜냐하면 얼마되지 않는 돈이기는 하지만, 공항 환전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저렴한 여행에 도전하는 중이어서 작은 돈이라도 최대한 유리하게 쓰고 싶었다) 공항 환전소 따위 곁눈질로도 보지 않았다.
※ 쿨한척 했지만 솔직히 환전소가 어디 있는지는 두 눈 똑똑히 뜨고 봤다. ㅠㅠ 다낭 공항을 나오시자마자 바로 왼편에 환전소가 있으니 이용하실 분들은 참고하시길....
암튼, 한국을 떠날 때 지갑에 넣어온 돈은 작년 하노이 여행에서 쓰고 남은 베트남 돈 15만동과 200달러, 그리고 원화 10만원이 전부여서 호스텔 직원에게 이걸 어떻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좋을지 머릿속으로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간단한 호스텔 안내를 해 준 직원이 큼지막한 샤워타올 하나 던져주고는 돈도 받지 않고 다시 쿨하게 잠을 자러 간다.
나 : “야! 돈 받아야지?”
직원 : “내일 줘‘
나 : “알....겠어 고마워 ㅋㅋㅋ”
8인실 도미토리 내부에는 검은 선글라스를 낀 채 잠들어 있는 서양 남자 1명과 막 잠에 빠지려다가 일어난 듯한 또 다른 서양 남자 1명이 전부였다.(혼성 도미토리라고 하길래 은근히 궁금했는데....흠흠)
일단 당시 다낭의 기온은 26도.
그러나 숙소를 찾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땀을 흘렸고, 도로에서 먼지도 뒤집어 썼을테니 샤워부터 하고 자야겠는데, 갈아 입을 속옷이 어딨더라?
아~ 이런.... ㅠㅠ 아까 호스텔 직원이 침대 아래 라커를 소개해 주면서 친절하게 배낭을 구겨 넣어 줬는데, 극도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것을 싫어하는 내 성격상 부스럭 거리면서 가방을 다시 꺼내 속옷을 어디에 밀어 넣었는지 뒤질 자신이 없다.
일단 호스텔 직원이 던져준 수건과 칫솔만 들고 공동 샤워실에 가서 양치하고, 물로 얼굴과 몸만 씻은 후 입었던 옷을 다시 주워 입었다. ㅋㅋㅋ
조용히 들어와 침대에 누워 보니.... 아~~~ 좋으다. 이런 걸 벙커베드...라고 하나?
암튼, 이런 침대는 첨인데 커튼까지 쳐놓으니 제법 아늑하고 편하다.
선풍기 바람이 들어오지 않아 아주 조금 답답하고 덥긴 해도.
현지시간은 어느 덧 00:30, 고1 아들 놈이 수행 평가 때문에 잠을 못자고 있다기에 카카오톡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이라는 주제에 대해 손꾸락으로 몇 차례 의견을 주고 받은 후, 곧바로 잠을 청했다.
‘그나저나 진짜 내일 뭐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