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바이디 라오스(12.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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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바이디 라오스(12.끝)

이준용 2 2763
- 다시 방콕으로 -

1월10일. 아침 6시40분 기상. 오늘은 방콕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오늘은
왠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집 떠나 있는 열흘이란 시간은 내겐 너무 긴
시간인 모양이다.
팟탸야의 아침은 고요하고, 하루의 시작은 늦다. 밤새 손짓하던 정육점의 불빛마저 꺼져버린
이 도시에는 몇 대의 차량과 오토바이만이 오고 갈 뿐이다. 에어컨 찬바람 때문에 잠도 제
대로 못 잤는데...

썽태우를 타고 버스터미널에 가서는 티켓을 끊고 승차. 방콕에 도착해 보니 [에까마이]다.
여기 동부터미널은 북부터미널보다 규모가 훨씬 작다. 마땅한 이동수단을 몰라서 택시를 타
려는데, 마침 하나가 우리 앞으로 오더니 사람이 내린다. 한국 사람... 여기 오면 한국 사람
은 많은데도 아직도 반갑다. 간단히 인사하고, 잘 다녀오시라고 하고... (거기는 팟타야로 가
는 사람들)

카오산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렉아저씨라면집을 찾았다. 여기 처음
와서 먹은 라면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벌써 두 번째라고 이번엔 종업원에게 묻지도 않고
메뉴판을 보며 그냥 '느낌'으로 시켰다. 주문한 것은 시타케라면과 미소라면... 그러나 선택은
잘못되었다. 어찌나 맛이 없는지... 근데, 여기는 주인이 일본사람인지 아니면 라면의 원조가
일본인지 하여튼 가게 안은 모두 일본세상이다.

- 비만맥 궁전 -

숙소는 [싸왓디 카오산 인]으로 정한 후, 택시를 타고 날아간 곳은 비만맥 궁전. 지난번 여
행 때도 왔었는데, 밖에서 사진 찍고 놀다가 그만 시간제한에 걸려서 가장 핵심이라 할 티
크 목재로 만든 궁전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었다.
밖에서 보면 정말 으리으리하고 근사한데, 안에 들어가면 또 얼마나 멋질까? 하는 엄청난
기대를 갖고 입구로 들어서려는데... 직원이 제지하네? 이런...

정확하게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있지만, 분명 문제는 맨발에 반바지차림인 복장이다. 그
런데, 양말을 신으라는 건지 긴바지를 입으라는 건지 사무실에 가서 뭘 하고 오라는데... 쨍
쨍 내리쬐는 땡볕에 입장도 못 하고, 그렇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서 멍하니 서 있으
려니 정말 내 스스로에 대해 부아가 치민다.
한강에서 뺨맞고 어디 가서 화풀이한다고, 지금의 문제는 영어실력인데 엉뚱하게도 (또는
한심하게도) 결국 열 받아버린 나는 그냥 나가버리기로 결정!! 근데, 매표소로 왔더니 환불
도 안 되네? 참 나...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다시 아까 그 직원에게 가서 사정을 했더니, 그녀는 처음엔 열심히
설명을 하다가 저도 답답한지 나를 데리고 직접 사무실로 간다. 그러더니 내게 100바트를
받고, 책상 밑에서 스카프를 꺼내서 내 허리에 치마처럼 둘러 준다. (문제는 반바지였음)
100바트는 관람 후에 스카프 반납하면 돌려준다고 하고.
참.. 이거 고맙고 미안하고 나 자신은 한심하고... 참 복잡한 심정이 된다.

결국 내 평생에 처음으로 치마를 두르고 궁전 입장!! 밖은 엄청 뜨거운데, 안은 에어컨 없어
도 시원하다. 당연히 건물 내부는... 꿈 같다. 태국의 왕실에서 사용해 온 각종 물품들이 전
시되어 있는데, 단순히 화려하다기 보단 하나 하나에서 품격이 느껴진다. 특히, 바닥에 깔려
있는 카펫... 발바닥에 느껴지는 그 두툼한 감촉이 참 좋다. 여기는 [왕궁]과 함께 정말 볼만
한 곳이라고 생각된다.

- 귀국준비(?) -

비만맥궁전에서 숙소로 돌아오자 아내는 또 꿈나라로 간다. 먹고 노는 것도 힘든 모양이다.
나는 1층의 인터넷 카페에서 내일 떠날 준비를 했다. 떠날 준비란?
나는 우리가 여기로 놀러 올 때 차마 어머니한테는 말씀드리지 못했다. 어머니는 팽개치고
마누라만 챙겨서 해외여행 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가 없어서... 따라서 그냥 강원도로 스
키장 간다고 거짓말하고 나온 거다. 이 때문에 그 동안 얼굴탈까봐 얼마나 안절부절 했는지
모른다. 하긴 타 봐야 순진한 우리 어머니는 스키장에서 탔다고 해도 믿으시겠지만... (나도
지금은 자식을 기다리는 입장이지만, 자식색기는 낳아놔야 필요가 없다...)

준비라는 건 다른 게 아니라 인터넷으로 한국의 상황을 알아두는 것. 특히 날씨가 중요하다.
우리가 없었던 지난 2일부터 오늘까지의 날씨를 보니 추워서 난리가 아니었더군... 하하!! 친
구들에게 메일을 보내려고 했는데, 한글을 사용하지 못하고 또 말 같잖은 영어로 끄적끄적...
(이렇게까지 해서 열심히 일하는 친구들을 놀리고 싶을까? 그리고 여기 오기 전에 태국에서
한국어 자판 쓰는 법을 알아왔는데, 결국 안됐습니다. 원인은 나의 컴퓨터 지식 부족. 왜 사
는지...)

- 씨푸드 레스토랑 -

숙소에서 한시간쯤 자고 일어나니 한결 개운하다. 오후 5시가 넘었나? 무엇보다 배가 고프
니 대충 세수를 하고 길을 나섰다. 택시를 타고 달려간 곳은 아마리 워터게이트 호텔. 그 앞
에 보면 씨푸드 가게들이 죽 늘어서 있는데, 작년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대만족'이었다.

우리는 작년의 그 집으로 갔다. 네이비...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작년에 우릴 안내했던 톰을
찾았는데, 보이지 않는다. 요식업종이란 곳이 종업원의 이동이 잦은 것은 한국이나 태국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한번 사람들한테 물어볼까?"
나만큼이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톰을 찾던 아내가 말했다.
글쎄.. 그럴 필요가 있을까...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한단 말인가...
Long time no see 라고 하나?
사실 우리가 기억하는 건 톰이 아닐꺼다. 톰이 아니라, 톰과 관련된 지난 여행의 잔상이다.
그리고... 톰에게 있어서의 우리는 자신을 거쳐갔던 수많은 손님들 중의 하나다. 그래서 당연
히 기억할 수 없는, 아니 기억할 필요가 없는 그런 존재인거다.

톰이야 있건 없건 우리는 평소에 상상도 하지 못하던 어른 팔뚝보다 굵은 가재와 물고기만
한 새우들을 먹어치우고는 포만감에 겨워 오르가즘을 느꼈다. 우리를 더욱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포만감뿐만 아니라, 이 포만감을 위해 지출한 비용이 5만원도 채 안 된다는 점이다. 어
차피 내일 집에 가면 다시 먹어보기도 힘들텐데, 지금 열심히 먹어두자! 새우찜 국물에 밥
을 비벼 먹는 맛은 정말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것 같다. 너무 배가 불러서 더 이
상 들어가지 않는 것이 원망스러울 정도...

- 팟퐁 -

이어서 달려간 곳은 팟퐁. 뭐 불순한(?)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부인 대동하고 섹스산
업 시찰 나왔으니 거리낄 것이 무엇이더냐? 택시에 오르자마자 힘차게 "팟퐁!"하고 외쳤다.

그러나... 출발할 때의 기세는 이렇게 좋았는데, 막상 차가 달리니까 슬슬 불안해진다. 좀 전
에 씨푸드 값을 냈기 때문에 돈은 그리 많지 않은데, 괜히 잘못 들어갔다가 여기 깡패들한
테 맞는 거 아냐? (정확히는 '맞는 것'도 문제지만, '마누라 앞'인 게 더 큰 문제)
평소에 관심이 있어서(?) 태사랑과 트래블게릴라를 통해 보긴 했어도 막상 이번 여행에 와
볼 생각은 안 했었기 때문에 읽은 기억이 가물가물... 거기가면 차 타고 도는 거야? 걸어다
니는 거야? 이런 기본적인 궁금증까지...
차 타고 돌면 일단 안전하고, 방금 기억해 낸 [슈퍼걸] 앞에 세워 달랠 수도 있잖아? 근데
그걸 뭐라고 말하나... 이렇게 말하나?
"쩌얻 슈퍼걸 나캄"
이런 걱정 아닌 걱정을 하고 있는데, 택시 스톱. 겁나서 내리지도 못하고 있는데, 택시 아저
씨는 손가락으로 왼편을 가리키며 매정하게 자른다.
"워킹!!"

길바닥에 나와 보니 사람으로 도로는 와글와글... 게다가 노점상은 왜 그리 많은지... 행인,
차, 뚝뚝, 노점상, 택시... 이건 완전히 토요일 오후의 종로 분위기네?
난 팟퐁이라고 하면 인적이라곤 없는 거리이고, 차에서 내리는 순간 팬티만 입은 여자애들
이 나를 끌어가는, 그런 곳인 줄 알았는데... 참 나...
"근데 여긴 모가 이러냐?"
아내한테 한마디 툭 던져보지만, 아내라고 별 수 있나? 우리 부부는 잠시 노상에서 대화를
갖고, 팟퐁은 이 도로가 아니라는 점에 합의했다. 그럼 이제부터 골목을 뒤져볼까? 그러나
이 방법은 찾을 때까지 무작정 다리품을 팔아야 하는 힘들고 비능률적인 대책. 일단 간판부
터 찾기로 했다. 누가 아나? "Welcome to 팟퐁" 이렇게 써 놨을지... 또는 '환영'까지는 바라
지 않아도 그냥 '팟퐁'이라고 라도 써 놨겠지.

그러나 간판은 없었다. 간판이 하나 있긴 했는데, 내용이 우리가 찾는 게 아니었다. (사실은
뭔지도 모름. 그 라면 부스러기 같은 태국글씨를 무슨 수로 알아보나?) 결국은 무작정 골목
안으로 들어갔는데...
노점상들 사이로 카오산로드 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운집한 그 길을 걷는데, 어!!
길 양쪽의 가게들이 장난이 아니네?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귀청을 때리고 가끔씩 문이 열릴
때마다 안이 보이는데...
"야호!!"
우리가 찾아 헤맨 곳이 바로 여기였다.

그러나 팟퐁이 어딘지를 알았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한국인
추천 모범업소인 '슈퍼걸'을 못 찾았잖는가?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또 이 혼잡한 거리에서
찾긴 뭘 찾겠다는건가? 그렇다고 행인에게 물어보긴 좀 쑥스럽고... 근데, 이 상황에서 아내
가 묘안을 냈다.
"내가 저 가게에서 물건을 사면서 한번 물어 볼께"
안 그래도 아내는 코끼리 문양이 새겨진 사진액자를 사고 싶어하던 차 였다.

그러나... 가던 날이 장날? 또는 재수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 하필 가게 아
저씨가 벙어리였다. 그것도 세 명 모두... 허허... 이런 일이... 그렇다고 물건 고르고, 가격협
상까지 끝낸 상태에서 안 살수가 있나? 참... 나... 근데, 우리가 슈퍼걸을 물어보니까 이 아
저씨는 말을 할 수 있는 옆 가게의 다른 아가씨를 소개시켜 준다. 결국 그 분의 도움으로
우리는 정말 어렵게 어렵게 9부능선에 올랐다.

슈퍼걸스... 난 슈퍼걸로 알았는데, 에쓰자 하나가 더 붙었네? 하지만, 맞겠지... 하고 드디어
입장!!
하!하!하!하!하!하!하!하!
정말...
'별천지'였다...

팟타야의 '어 고고빠'처럼 중앙무대에선 무희들이 춤을 추고 손님은 맥주를 마시며 이를 구
경하는 시스템인데, 노출의 차원이 고고빠랑 다르다.
위에도 속옷은 입었으되 가운데 크게 구멍을 뚫어 드러냈고(그러려면 입질 말지) 아래도 입
었는데 앞부분에 지퍼가 있는지 춤추다 신나면 열어놓는다. 하하!! 그러니까 다 벗은거나 진
배없는 상황!
그렇지 않아도 앞 테이블에는 아가씨 한 명이 손님한테 잘 보이고 싶은지 아예 다 벗고 뛰
어다니며 논다.

처음 한 10분간은 얼이 빠져서 술도 안 먹고 멍청하게 쳐다보는데... 놀라는 건 아내도 매
한가지. 하긴 이런 걸 처음 봤을테니 놀랍겠지. (사족인데요, 전 처음에 아내한테 이런데 가
자고 하면 욕 얻어먹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여자들도 말을 안 해 그렇지 역시 궁금한
모양입니당) 하여간 음악에 맞춰 봉을 잡고 기묘한 춤을 추더니 다음 조랑 멤버 체인지. 그
러니까 한 10분 간격으로 뚱뚱이, 날씬이 할 것 없이 교대로 세 명씩 근무.

그러나 이 좋은 구경도 시간이 지나니까 점차 시큰둥해진다. 그러다 보니 주변을 살피게 되
는데... 아직 이른 시간이라 손님이 없어서 그런지, 춤추고 내려 온 무희들 중 하나는 그 희
미한 조명 아래서 만화책을 보고, 다른 하나는 뜨개질까지...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상황과
뜨개질은 어울리지 않는데,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한편으론 쟤가 정말 여자
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시간이 더 지나니까 이젠 미안한 생각까지 든다. 손님이라고는 우리 부부말고 앞 테이블에
하나, 그리고 나중에 들어온 일본애들 셋뿐인데, 이 썰렁한 분위기에서 수고하는 것도 그렇
고... 특히 아내 때문에 얘네들이 보다 활기찬 율동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같고... 더욱이
달랑 맥주 한병씩 시켜놓고 시간을 죽이는 것도 죄송하고... 그래서 결국은 퇴장. 어차피 볼
건 다 봤으니까. 하하!! 근데 아내랑 같이 오니까 얘네들한테 전혀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아
서 좋긴 하다만, 역시 이런덴 친구들이랑 오는 게 제격 같다. (그랬으면 아마 좋아서 죽었을
겁니다)

- 방콕의 마지막 밤 -

팟퐁에서 돌아와 씻고 누우니 이젠 집에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아내는 벌써 잠자리에 들었
는데, 난 그냥 자기엔 모든 게 아쉽다. 아래층에 내려가서 커피나 한 잔 마시며 여행기를 쓸
까? 왠지 그러면 멋있어 보일 것도 같은데...

근데 이 노무집은 왜 이리 시끄러운지... 밤 12시가 넘어 한시, 두시가 되어도 복도의 서양애
색기들은 잠을 안 잔다. 잠을 안자는 건 자기 자유지만, 복도에서 떠들고... 떠드는 걸로도
모자라서 소리까지 지르고, 문 쾅쾅 닫으며 몰려다니고... 이런 에티켓이라곤 모르는 색기
들!!
게다가 정말 황당한 건 누군가가 자꾸 우리 방문의 손잡이를 돌린다는 것. 상황이 이러니
아래층에 내려갈 수가 있나? 괜히 내가 나갔을 때 아내가 난줄 알고 문이라도 열어주는 날
엔 정말 큰일이 날 것 같다. (물론 걔네들이 더 놀래서 도망갈 수도 있음. 하하!!)

- 다시 서울로 -

1월11일 아침 5시 기상. 대충 세수만 하고 짐을 끌고 나왔다. 공항버스 타려고 기다리는데,
자꾸 택시기사가 자기 차 타고 가라고 꼬시네? 어디서 왔냐 얼마나 있었냐 뭐 이런 얘기하
다가 또 그러고, 또 그러고... "싸게 해줄께 가자" 뭐 이러는데, 나중엔 인간적인 오기로 버
텼다. 택시타도 요금에는 별 차이가 없는 건 아는데, 기냥...

이렇게 앉아있는데, 저쪽에 웬 아가씨가 앉아 있다. 택시기사말로는 저 분도 한국인이라는
데... 내가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했다. 그 분은 원래 목적지가 호주, 뉴질랜드고 태국은 스
탑오버로 들렀다는데, 여기서는 치앙마이를 다녀왔다고 한다.
단정한 차림새를 보면 전형적인 한국 대학생. 게다가 얼굴도 예쁘구... 참.. 내가 한 10년만
젊었어도 어떻게 대시해 보겠는데... 하하!! 그나저나 저렇게 혼자 다니는걸 보면 참 존경스
럽다. 난 나이도 많고 남잔데도 혼자서는 못 하겠는데...

아침 9시40분에 인천행 TG 656편을 타려는데, 뜻하지 않은 문제 발생! 아내가 면세점에서
그만 내 신용카드를 분실한 것. 그 동안 모르고 있다가 비행기 체크인 하는 순간에 알아냈
으니... 참... 아내는 눈물 찔찔 흘리고, 내 머리 속에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건 누군가가 아주
횡재한 얼굴로 쇼핑하는 방정맞은 생각. 카드 뒤에 서명을 하긴 했으나, 앞으로 내게 닥쳐
올 피곤한 삶을 생각하면 얼마나 화가 나고 걱정되는지...
그러나 이때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신사분이 나타났다. 나이는 50이 훨씬 넘어 뵈는데, 참
중후하고 말씀하시는 것도 차분하다. 이 분이 유창한 태국어로 공항 직원들에게 우리의 상
황을 설명해 주셨다. 그랬더니 공항 내 안내방송까지 나오고... 결론은 일단 비행기를 타라는
것. 그리고 만일 발견되면 다음 비행기편으로 보내 줄테니 가서 기다리라는 것. 정말... 너
무... 고마왔다.

- 에필로그 -

우리는 이렇게 돌아왔습니다. 걱정했던 신용카드 문제도 분실신고 하면서 잘 해결됐구요. 다
만, 지금도 마음에 걸리는 건 도와주신 그 신사분께 제대로 감사의 표시를 못한 겁니다. 사
실 내릴 무렵에 기내에서 눈이 마주쳤었는데... 왜 그 순간 용기가 안 나던지... 그저 스스로
가 한심스러울 뿐입니다. 그 분께서는 이 여행기를 안 보시겠지만, 그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 드립니다.

9박10일의 여행은 끝났다. 라오스에서 제대로 구경도 안하고 그냥 와 버린 점이 많이 아쉽
지만, 내가 살아있는 한 여행은 계속될 것이고, 그렇다면 기회는 또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행 전부터 많은 정보를 주시고, 또 재미없는 여행기도 끝까지 읽어주신 태사
랑의 여러분들과 요술왕자님께 감사드립니다.
2 Comments
주니애비 2003.02.06 09:09  
  여행기 끝까지 잘 읽었습니다.
태국, 라오스에서의 소중한 추억들 잘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miru 2007.12.20 18:02  
  4년전 쓰신 동남아 무용담을 2007년에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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