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바이디 라오스(7)
- 쾅시폭포 -
오전에 딸라시장까지 모두 돌아다녔지만, 이제 막 점심무렵이다. 오후엔 무얼 한담? 그렇다고 맥없이 숙소에 짱박혀 있을 수도 없고... (돌아와서 보니 내가 가진 자료에 문제가 많았다. 왓 씨앙 통, 왓 위쑨, 왓 마이 등 볼 게 많던데...) 이런 고민을 하며 숙소로 걸어가는데 현지인 하나가 다가와서 말을 건넨다. 가만 보니 오전에도 투어를 권했던 바로 그 사람이다. 오전에는 시큰둥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져서인지 귀에 솔깃하다.
"빡우동굴투어, 쾅시폭포, 몽족마을 관광, 기타 다른 고산족 마을 관광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동굴투어는 방비엔에 가서 미스터 폰 투어할 때 볼 거니까 됐고, 고산족 마을이야 뭐 버스 고장났을 때 본 걸로 됐다치고... "쾅시폭포는 얼마유?" 해서 15불 부르는 뚝뚝값을 10불로 깎아서 가기로 했다.
그런데...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나름대로는 추위에 대비한다고 긴 바지를 입었는데, 그 정도로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뚝뚝이 달리면서 문제 발생!! 위에는 반팔을 입었더니 불어오는 맞바람에 거의 동태가 될 지경. 아내는 추위에 거의 초죽음이 된 얼굴로 오그리고 있고, 나 또한 개 떨듯 덜덜 떠는데... 정말 이게 다 무슨 생고생인가 싶다. 게다가 폭포까지 멀기는 얼마나 멀며, 출발 잠시 후부터는 내리 비포장도로 산길을 달려대니 얼마나 쿵쾅대는지... (가는 데만 1시간쯤 걸립니다) 근데 웃기는 건 이런 상황에서도 잠이 온다는 거. 참나...
그렇게 달려서 폭포입구 도착. 뚝뚝에서 내리니 비가 아주 쏟아지는데, 구경이고 나발이고 우선은 추위를 피하는 게 급선무이다. 따라서 노점으로 직행. 난 따끈한 국물이 그리워서 국수를 시켰고, 아내는 커피. 김이 무럭무럭나는 국수를 정신없이 먹어댔다. 마침내 국물 한 방울도 남김없이 깨끗이 비우자 비로소 정신이 돌아온다. 디저트는 아내가 먹다 남긴 커피. 언뜻 보기엔 사약같지만, 나름대로는 먹을 만하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야트막한 산길을 따라 한 10여분쯤 올랐을까? 눈앞에는 정말 장관이 펼쳐진다. 엄청난 굉음으로 쏟아지는 물줄기!! 폭포수가 떨어지는 바닥은 퍼렇게 물들어 있는데, 그 깊이는 가늠할 수도 없다.
아......
떨어진 폭포수들은 바로 아래에서 작은 연못을 이루는데 그 모습 도한 너무나도 아름답다. 한 시간 가까이 달려온 보람이 있다고나 할까? 이 산골에 이토록 멋진 곳이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냥 무시해 버리려고 했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행운이다.
돌아올 때는 갈 때의 추위를 생각해서 염치불구하고 운전사 옆자리에 끼어 앉았다. 비좁아도 짐칸에서 개떨듯 하는 것보다야 100배 낫다. 근데... 바로 운전석 옆에 앉아 차안을 보니... 세상에 이런 차도 있나? 싶다. 속도계는 유리가 깨지고 바늘도 행방불명, 라디오 카세트 등 내부기기는 모두 제거된 상태. 즉, 차안에 있는 기기는 자동차가 달리는데 필요한 것만 딱 있다. 한국에서는 폐차장에나 가야 볼 수 있을 것 같다.
차는 이렇지만 아저씨의 운전실력은 베스트다. 속도를 낼 때 내고, 줄여야 할 때 줄이고... 모든 게 너무나 조심스럽다.
- 풍물패 등장 -
폭포에 다녀오자 아내는 피곤한지 자고, 난 옆에서 여행기를 쓰고... 그런데 갑자기 바깥이 시끄러워지더니 풍악소리가 요란하다. 이건 뭐여? 잰걸음에 밖으로 뛰어나가니 트럭이 한 대 왔는데, 짐칸에는 빨강 파랑 노란색 고깔모자를 쓴 풍물패가 각종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하하!! 웃는 얼굴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바람잡이로 보이는 사내가 다가와 라오라오를 한 잔 따라준다. 내가 비록 술을 좋아하지는 않으나 이런 순간에 어찌 마다하겠는가? 넙죽 잔을 받아 마셨는데 나름대로는 예의를 갖춘다고 고개를 돌렸고 잔을 돌려 주면서는 정중히 인사를 했다. "컵짜이 랄라이" 이 풍물패는 월, 수, 금, 토요일 오후 5시에 박물관에서 하는 축제를 홍보하러 나온 것. 분위기를 우리네 시골 장터처럼 흥겹게 만들어 주니 절로 신이 나고, 사람 사는 느낌이 든다.
- 루앙프라방 베이커리 레스토랑 -
저녁식사는 자료에 나온 [싸바이디레스토랑]에서 하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때 마침 내리는 구슬비... 분명 지금이 건기라고 알고 온건데, 오늘은 하루종일 비다. 게다가 춥기까지... 하여간 집 떠나면 고생이다. 우산을 받쳐들고 환전소, PC방 등 여행자 편의시설이 밀집해 있는 거리를 왔다갔다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지도엔 분명히 나와 있는데, 그 새 망했나? 아님 우리가 또 멍청해서 못 찾는건가? 근데, 행인한테 물어봐도 모른다고 한다. 에이... 그렇다면 아무데나 가자!
우리는 외관상 가장 화려해 보이는 곳을 찾아 안으로 들어갔다. 간판을 보니 [루앙프라방 베이커리 레스토랑]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곳은 루앙프라방에서 꽤 인기 있는 곳이다) 메뉴를 보니 종류는 상당히 다양한데, 값이 다른 곳에 비해 1.5배쯤 비싸다. 그래봤자 두 명이서 맥주까지 곁들여 배 터지게 먹어도 6,400원 나오지만... 음식 맛은 다른 곳에 비해 깔끔해서 아내도 그나마 좀 좋아한다. 사실 난 걸쭉한 국물에 팍치를 듬뿍 썰어 넣은 노점음식이 더 입에 맞고 좋은데... 빵이 유명하다니 내일 아침에 먹을 바게트 빵 두 개까지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 회의 -
장마철처럼 추적거리며 내리는 비를 맞으며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저녁 7시도 안되었건만 칠흑같이 어둡다. 이젠 들어가서 잠이나 자야 하는가? 참나.. 여행이라고 왔는데, 밤만 되면 이게 무슨 꼴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결국은 근본적인 회의감을 갖게 되었다.
더 이상 라오스에 머무를 필요가 있겠는가!!
흔히 사람들이 말해왔던 라오스 사람들의 순수함. 흡사 1960년대의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는 것 같은 때묻지 않은 모습은 아까 낮에 학교에 있을 때 보았던 아이들의 모습으로, 또 이곳에 오는 길에 버스가 고장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본 고산족 꼬마들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더우기 긴팔을 입어도 스산하기만한 지금의 날씨에 방비엔에 가면 미스터 폰 투어를 어떻게 한단 말인가? 괜히 물에 들어갔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남은 여행은 뭐가 되는가?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치자 결국 우리는 방비엔을 포기하고 다시 비엔티엔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루라도 빨리 파타야로 가서 남국의 정취도 느껴보고, 푸른 바다에 몸을 담그고 싶어진 것이다.
그래!! 내일 당장 떠나는거다!!
사족:
1) 폭포에서 내려오는 길에 노점에서 바나나를 조금 샀다. 첨에 가게 아줌마가 2천낍 부르길래 내가 '천낍'하고 아무 생각 없이 후려쳤지. 결국 천오백낍에 낙찰을 봐서 2천낍 내고 5백낍 받았는데, 이게 영 마음에 걸린다. 여행자에겐 아무 짝에도 쓸모 없을 5백낍짜리 지폐... 그건 괜히 왜 깎아가지고... 그 아줌마는 정말 말없이 착해 뵈는 인상이었다. 게다가 그 가게. 오늘은 비까지 와서 정말 장사 안 됐을텐데...
2) 동봉한 사진은 쾅시폭포의 모습...
오전에 딸라시장까지 모두 돌아다녔지만, 이제 막 점심무렵이다. 오후엔 무얼 한담? 그렇다고 맥없이 숙소에 짱박혀 있을 수도 없고... (돌아와서 보니 내가 가진 자료에 문제가 많았다. 왓 씨앙 통, 왓 위쑨, 왓 마이 등 볼 게 많던데...) 이런 고민을 하며 숙소로 걸어가는데 현지인 하나가 다가와서 말을 건넨다. 가만 보니 오전에도 투어를 권했던 바로 그 사람이다. 오전에는 시큰둥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져서인지 귀에 솔깃하다.
"빡우동굴투어, 쾅시폭포, 몽족마을 관광, 기타 다른 고산족 마을 관광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동굴투어는 방비엔에 가서 미스터 폰 투어할 때 볼 거니까 됐고, 고산족 마을이야 뭐 버스 고장났을 때 본 걸로 됐다치고... "쾅시폭포는 얼마유?" 해서 15불 부르는 뚝뚝값을 10불로 깎아서 가기로 했다.
그런데...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나름대로는 추위에 대비한다고 긴 바지를 입었는데, 그 정도로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뚝뚝이 달리면서 문제 발생!! 위에는 반팔을 입었더니 불어오는 맞바람에 거의 동태가 될 지경. 아내는 추위에 거의 초죽음이 된 얼굴로 오그리고 있고, 나 또한 개 떨듯 덜덜 떠는데... 정말 이게 다 무슨 생고생인가 싶다. 게다가 폭포까지 멀기는 얼마나 멀며, 출발 잠시 후부터는 내리 비포장도로 산길을 달려대니 얼마나 쿵쾅대는지... (가는 데만 1시간쯤 걸립니다) 근데 웃기는 건 이런 상황에서도 잠이 온다는 거. 참나...
그렇게 달려서 폭포입구 도착. 뚝뚝에서 내리니 비가 아주 쏟아지는데, 구경이고 나발이고 우선은 추위를 피하는 게 급선무이다. 따라서 노점으로 직행. 난 따끈한 국물이 그리워서 국수를 시켰고, 아내는 커피. 김이 무럭무럭나는 국수를 정신없이 먹어댔다. 마침내 국물 한 방울도 남김없이 깨끗이 비우자 비로소 정신이 돌아온다. 디저트는 아내가 먹다 남긴 커피. 언뜻 보기엔 사약같지만, 나름대로는 먹을 만하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야트막한 산길을 따라 한 10여분쯤 올랐을까? 눈앞에는 정말 장관이 펼쳐진다. 엄청난 굉음으로 쏟아지는 물줄기!! 폭포수가 떨어지는 바닥은 퍼렇게 물들어 있는데, 그 깊이는 가늠할 수도 없다.
아......
떨어진 폭포수들은 바로 아래에서 작은 연못을 이루는데 그 모습 도한 너무나도 아름답다. 한 시간 가까이 달려온 보람이 있다고나 할까? 이 산골에 이토록 멋진 곳이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냥 무시해 버리려고 했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행운이다.
돌아올 때는 갈 때의 추위를 생각해서 염치불구하고 운전사 옆자리에 끼어 앉았다. 비좁아도 짐칸에서 개떨듯 하는 것보다야 100배 낫다. 근데... 바로 운전석 옆에 앉아 차안을 보니... 세상에 이런 차도 있나? 싶다. 속도계는 유리가 깨지고 바늘도 행방불명, 라디오 카세트 등 내부기기는 모두 제거된 상태. 즉, 차안에 있는 기기는 자동차가 달리는데 필요한 것만 딱 있다. 한국에서는 폐차장에나 가야 볼 수 있을 것 같다.
차는 이렇지만 아저씨의 운전실력은 베스트다. 속도를 낼 때 내고, 줄여야 할 때 줄이고... 모든 게 너무나 조심스럽다.
- 풍물패 등장 -
폭포에 다녀오자 아내는 피곤한지 자고, 난 옆에서 여행기를 쓰고... 그런데 갑자기 바깥이 시끄러워지더니 풍악소리가 요란하다. 이건 뭐여? 잰걸음에 밖으로 뛰어나가니 트럭이 한 대 왔는데, 짐칸에는 빨강 파랑 노란색 고깔모자를 쓴 풍물패가 각종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하하!! 웃는 얼굴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바람잡이로 보이는 사내가 다가와 라오라오를 한 잔 따라준다. 내가 비록 술을 좋아하지는 않으나 이런 순간에 어찌 마다하겠는가? 넙죽 잔을 받아 마셨는데 나름대로는 예의를 갖춘다고 고개를 돌렸고 잔을 돌려 주면서는 정중히 인사를 했다. "컵짜이 랄라이" 이 풍물패는 월, 수, 금, 토요일 오후 5시에 박물관에서 하는 축제를 홍보하러 나온 것. 분위기를 우리네 시골 장터처럼 흥겹게 만들어 주니 절로 신이 나고, 사람 사는 느낌이 든다.
- 루앙프라방 베이커리 레스토랑 -
저녁식사는 자료에 나온 [싸바이디레스토랑]에서 하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때 마침 내리는 구슬비... 분명 지금이 건기라고 알고 온건데, 오늘은 하루종일 비다. 게다가 춥기까지... 하여간 집 떠나면 고생이다. 우산을 받쳐들고 환전소, PC방 등 여행자 편의시설이 밀집해 있는 거리를 왔다갔다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지도엔 분명히 나와 있는데, 그 새 망했나? 아님 우리가 또 멍청해서 못 찾는건가? 근데, 행인한테 물어봐도 모른다고 한다. 에이... 그렇다면 아무데나 가자!
우리는 외관상 가장 화려해 보이는 곳을 찾아 안으로 들어갔다. 간판을 보니 [루앙프라방 베이커리 레스토랑]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곳은 루앙프라방에서 꽤 인기 있는 곳이다) 메뉴를 보니 종류는 상당히 다양한데, 값이 다른 곳에 비해 1.5배쯤 비싸다. 그래봤자 두 명이서 맥주까지 곁들여 배 터지게 먹어도 6,400원 나오지만... 음식 맛은 다른 곳에 비해 깔끔해서 아내도 그나마 좀 좋아한다. 사실 난 걸쭉한 국물에 팍치를 듬뿍 썰어 넣은 노점음식이 더 입에 맞고 좋은데... 빵이 유명하다니 내일 아침에 먹을 바게트 빵 두 개까지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 회의 -
장마철처럼 추적거리며 내리는 비를 맞으며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저녁 7시도 안되었건만 칠흑같이 어둡다. 이젠 들어가서 잠이나 자야 하는가? 참나.. 여행이라고 왔는데, 밤만 되면 이게 무슨 꼴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결국은 근본적인 회의감을 갖게 되었다.
더 이상 라오스에 머무를 필요가 있겠는가!!
흔히 사람들이 말해왔던 라오스 사람들의 순수함. 흡사 1960년대의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는 것 같은 때묻지 않은 모습은 아까 낮에 학교에 있을 때 보았던 아이들의 모습으로, 또 이곳에 오는 길에 버스가 고장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본 고산족 꼬마들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더우기 긴팔을 입어도 스산하기만한 지금의 날씨에 방비엔에 가면 미스터 폰 투어를 어떻게 한단 말인가? 괜히 물에 들어갔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남은 여행은 뭐가 되는가?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치자 결국 우리는 방비엔을 포기하고 다시 비엔티엔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루라도 빨리 파타야로 가서 남국의 정취도 느껴보고, 푸른 바다에 몸을 담그고 싶어진 것이다.
그래!! 내일 당장 떠나는거다!!
사족:
1) 폭포에서 내려오는 길에 노점에서 바나나를 조금 샀다. 첨에 가게 아줌마가 2천낍 부르길래 내가 '천낍'하고 아무 생각 없이 후려쳤지. 결국 천오백낍에 낙찰을 봐서 2천낍 내고 5백낍 받았는데, 이게 영 마음에 걸린다. 여행자에겐 아무 짝에도 쓸모 없을 5백낍짜리 지폐... 그건 괜히 왜 깎아가지고... 그 아줌마는 정말 말없이 착해 뵈는 인상이었다. 게다가 그 가게. 오늘은 비까지 와서 정말 장사 안 됐을텐데...
2) 동봉한 사진은 쾅시폭포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