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파리지엔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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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파리지엔느

아침시장 2 2985

이 지구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 라오스라는
파리지엔느를 이번 여행에서 만났다.
비엔티안가는 국경 검문소에서 담소를 나누었는데,
라오스에 들어서는 그 국경선에서조차 이 아가씨는 감격에 겨워 눈을
반짝이고 목소리는 흥분해 있었다.
내가 인도를 사랑하듯이,
그녀는 라오스를 그렇게 연인처럼 사랑하였다.
그 맘이 어찌나 살갑게 내 맘으로 전해오던지,
나같은 사람이 이렇게 또 있구나 하면서
그녀의 수다에 즐겁게 귀기울였다.

그녀는 여기 내 사랑 라오스를 다시 찾는데,
7년걸렸다며 감격에 겨워했다
러시아,몽골,중국,베트남을 거쳐 7개월동안 여행중인데 여기 라오스에서 직장을 구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파리의 직장은 무급휴가를 받아서 이번에 장기여행을 떠날수있었다고 한다.

넌 직장은 어떻하고 왔어?

응 난 가서 직장 구해야 된다.
뭘 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는데,솔직히 지금 여기서도 막막한 기분이야.

뭘 그러니? 이번 여행에서 니가 알게 모르게 원기회복 많이 해서
너희 나라 돌아가면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너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거야.
라오스는 그런 나라란다.여기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거든.
날 봐,내가 알아.

그녀처럼 눈빛을 반짝거리며
수다떨던 캐나다 청년도 문득 떠오른다.
뮤네에서 하루만 머물고 떠나는 우리를 의아해 하면서,(결국은 운좋게도 버스표가 꼬여 3일째 되는 날 뮤네를 떠났다.)

벌써 떠나니?
여기를?
하룻밤만 자고?

응 그래

믿을 수없어.이처럼 아름답고 평화롭고 쉴 수 있는 곳을 어떻게 ...
난 벌써 일주일째 여기 머무르고 있어.너무 좋아.여긴.
sand dune에서 일출, 일몰은 본거야?

나도 여기 좋아. 하지만 위로 계속 올라가야 된다.샌듄에서 일출,일몰 못봤어.그건 볼만한거야?

두말하면 잔소리지.
난 위에서 내려왔어.너가 가려는 방향에서 내려왔어.
위에 있는 곳들도 다 좋지만 여기가 최고야.

그러니.

넌 여행한 지 얼마나 되었니?

한 일주일 막 넘었어.

그러니.난 10개월 쯤 된다.캐나다 퀘백주에서 왔는데 거긴 불어권이야.
난 학생이고 돌아가면 복학해서 공부 마쳐야 되는데 생각만 해도 골 때려.

그러냐.난 돌아가서 직장 구해서 먹고 살아야 된다.
마찬가지로 해골 복잡해.하옇튼 정보 고마워.



면접가는 길의 그녀를 좁은 비엔티안 거리에서 다시 만났다.
흥분해 있었고 들떠 있었고 행복해 보였다.
중국에서 만나 사귄 러시아 남자친구 얘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면서
그도 라오스에 사는것에 개념치 않아 한다며 마냥 좋아했다.
파리에서 친구가 이번 토요일에 라오스에 들어온다면서 이래저래 흥분의 도가니였다.
그녀의 설렘을 나 또한 누구보다 잘 아니,
이게 바로 이심전심아니던가.
염화미소.

어느 이에게는 그녀가 떠나온 파리가 내 사랑이 될 터이고
나처럼 인도가 내 사랑인 사람은 대한민국에 살면서 그쪽을 늘상 그리워한다.
그녀는 러시아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한다고 하는데 그녀가 하는 영어로 봐서는 언어의 귀재인둣 하였다.
그녀의 친구들은 라오스가 그렇게 좋으면
거기서 직장을 구해 살라고 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사랑하고 그리워하면 무릇 그렇게 되나 보다.
그녀는 직장을 구하고 러시아 남자친구는 거기로 와서 살고 있을까?
다시 내가 라오스를 가게 된다면 난 어제 만나고 오늘 또 만나는 친구처럼 그녀에게 이메일을 보낼것이다.

나 기억해?
우리 라오스가는 길에서 만났어.
나 이번에 라오스 가는데 너 거기 아직 있니?
연락주렴.
비엔티안에 도착하면 전화할께.
차라도 한잔 하자구나.


퀴즈)
파리지엔느와 캐나다 청년의 공통점은?

둘다 눈빛이 별처럼 반짝이며
미소를 지으며
생기있다.
둘다 불어권이다.
둘다 무지 수다스럽다.
길에 서서 장시간 대화할 수 있다.(내가 멈추지 않는 한.)
장기간 배낭여행중이다.(진정한 vegabonding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vegabonder 라고 할수 있겠다.)
여유가 배어나온다.
서두르는 기색이 전혀 없다.
둘다 어디서든 다시 부딪히더라도 반갑게 포옹할 자세다.(나의 짐작으로는
이런 이들은 세월의 건너뜀을 가볍게 무시하는 친밀함을 가졌다.)

동양인에 비해 확실히 오픈 마인드와 여유를 지닌 서양여행자들,
일본인들과는 이런 식의 대화 자체가 이어지지 않는다.
비엔티안 R.D 게스트 하우스 도미토리에서 만난 일본총각은 36살이었다.
같은 침대의 아랫칸을 그가, 윗칸은 내가 사용했다.
밤늦게 도착한 우리 일행은 이미 전부 한국인과 일본인으로 포진해있는
도미토리를 들어서며 한국말로 인사하기 바빴다.
여기저기 고개 숙이며,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지금 비엔티안 도착하셨나보아요?

예 그렇습니다.지난 저녁에 하노이에서 출발해서 지금 왔습니다.

아랫칸의 동양인도 한국인 줄 알고 안녕하세요? 인사하자, 이 총각은 몰두해서 읽던 책에서 눈을 떼며 뭐라구요하는 표정을 짓는다.
동양인은 눈치의 문화인지라,
그 사이 눈치를 채고 영어로 쏵 바꾸며,

저희들이 방해가 되었죠?죄송합니다.

아닙니다.염려마세요.

역시 태도만큼은 공손하다.
옆침대칸 2층 우리나라 여대생과 그녀 일행들의 수다로 난 이 총각의 직업에서부터 나이까지 쏵 다 알게 되었다.
심지어 여행경로,그만의 돈 절약하는 법까지.
한국인들끼리 떠드는데 안들리고 베기겠는가?
한국인은 공공장소에서조차도 목소리가 크다.
이 일본인 총각도 장기 여행자였다.
물론 자기 자신은 입을 좀체 떼지 않는다.
조용히 책을 읽고 한국인 여행자가 정보를 요청할때만 성심성의껏 대답해준다.
우리가 다음날 떠나가며 게스트 하우스의 보이에게 목례하며 인사하는 것을 책 읽으면서도 볼 껀 다 보는 자세를 유지하며 이 일본인은 그냥 있는다.

역시 입을 떼지 않는다.
동양인은
먼저
친해지지 않는한!

이 노총각을 낮에 고급 부띠크 거리에서 다시 부딪쳤는데 동양인 특유의 수줍음으로 인사도 아니고 무시도 아닌 가벼운 목례로 그냥 지나간다.

아 동양인이여,어찌 서양인들과 이렇게 다른가.
2 Comments
parsai 2006.05.27 23:26  
  친해질 기회가 없는 한, 절대로! 결코! 먼저 입을 떼지 않는 대표적인 사람으로서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부티끄 거리에서 스쳐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지는군요.
배낭떠라저멀리 2006.05.28 00:29  
  parsai님 저 아침시장도 낯선 이들에게 수줍음이 많아 여행을 폭넓게 시원하게 즐기지 못한것같아요 그리고 그 나라의 언어를 모르니,그 나라 사람들과의 소통은 늘 아쉬움이 남더라구요.라오스어를 배우고 싶은데 여건이 여의치 않아 태국어를 독학하고 있는데 제발 작심삼일 이 안되길 바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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