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s Story - 콥짜이 라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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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s Story - 콥짜이 라오스

Moon 8 3397


라오스의 마지막 날, 오늘은 공항으로 가는 픽업차량이 숙소로 오기로 되어 있어 늦으막히 일어났다. 명색이 벼르고 별렀던 라오스행이었는데, 마지막 날쯤은 색종이 뿌려가며 거리행진이라도 펼쳐줘야 예의 아닌가?

유군과 이름도 모르지만 맛있는 국수를 아침 대신 사먹었다. 농담처럼 '돈 떨어지면 식사는 무조건 국수다.'라고 했는데, 아닌 게 아니라 낍이 떨어져 버렸다. 그냥 먹으면 괜찮을 국수인데, 말이 씨가 된다고 왠지 처량하다. 하지만 국수는 맛있었다.

치앙마이행 비행기를 일인당 81USD에 예약했는데, 다음 날 가보니 한 쪽 벽에 75USD Promotion이라고 써있는 게 아닌가. 이 게 왜 어제는 안 보였지? 물론 예약할 때 프로모션 좌석이 남아 있지 않고 마지막 좌석이다는 말을 해주기는 했지만 건성으로 들은 터라 막상 75USD란 말을 보니 속이 쓰리다. 그래도 따질 건 따져야 겠기에 웃는 낯으로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했더니만, 같은 비행기라도 제각기 다른 값을 치루는 게 비행기 값이고, 우리 가고 나서 온 사람들은 100USD에 사겠다고 했다는 둥 일장연설이다. 어차피 환불도 못 받을 걸, 알았다~ 알았어~!!! (상기하자, 역시 '여행자 거리는 비열한 거리'다)

시간이 되니 공항 픽업차량이 숙소에 도착해서 우리를 부른다. 비록 샤워기에서 물이 찔끔찔끔 나와 씻는 데 고생하기는 했어도 삼일이나 같은 게스트 하우스에 묵었던 정 때문에 온 식구들이 나와서 인사를 해준다. 보쳉은 내 가슴을 가르키며 자기도 갑빠를 키워서 너처럼 될 거라고 덤벨을 들었다 놨다 하며 너스레를 떤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루앙프라방 공항은 그리 크지 않았다. 조금 큰 시골역 같은 분위기, 보딩패스도 두꺼운 도화지에 인쇄해 빨간 스템프 도장으로 좌석을 표시한 모양새가 라오스의 경제의 크기를 대변해주는 듯 싶지만, 달리 보면 이 작은 공항에 이처럼 잘 어울리는 보딩패스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출국세는 10USD 또는 100000kip, 예의 라오스에서 통용되는 환율로 슬그머니 400batt을 내니 batt로는 450batt을 내야 한단다. 50batt이면 태국에서 팟타이(볶음국수)를 계란 깨서 2개를 먹고도 10batt이 남는 돈인데... 라오스 물가에 완전 적응한 후로는 아깝기 그지 없다... 10000kip은 10000원의 가치를 가졌다고 느끼는 순간 비로소 라오스 물가에 완전 적응했다고 말할 수 있다. ㅠ.ㅜ

그래도 검열도 하고 X-ray 검시도 하고 출국수속할 건 다 했다. 그리고 커다란 공터에 덩그라니 놓여져 있는 쌍발 비행기로 걸어서 타는 맛이 의외로 있다. 남들보다 몇 USD나 더 주고 산 비행기 티켓, 혹 business석이 아닐까 하는 조그마한 기대는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뒤에서 두번 째 자리... 우리 뒷자리 사람들은 아마도 100USD에 샀을 거야 위안을 삼으며 라오스를 떠난다. 꼬박 24시간이 걸린다는 루앙프라방-치앙마이 거리를 불과 한 시간만에 완주할 수 있었다. 비록 비행기는 오래돼 의자는 삐걱거려도 명색히 국제선이라 맛있는 고로케와 빵을 기내식으로 나눠주었다.

우리의 눈으로는 쓸 수 있는 국토면적이라고 해야 전체 10%도 안되고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라오스, 하지만 하늘 위에서 바라본 라오스는 마치 어린 날의 어머니 품 같다. 무엇이 나를 보통 사람들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라오스'라는 나라로 이끌었을까? 세계 최대 빈국 중 하나, 사회주의국가, 바다를 접하지 못한 내륙국가, 이 것이 내가 라오스를 여행하기 전에 알았던 전부였다. 극심한 감시 속에 거리에는 총을 맨 군인들이 점령을 하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도 못 하고 구걸을 하거나 힘든 농삿일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상상도 어찌보면 그리 큰 무리도 아니었을 테다.

라오스 입국 순간부터 호기심 어린 사람들의 눈빛에서부터 처음 만난 사람들이 건내는 '사바이디' 인삿말에서 나의 선입견들이 무너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태국의 위압적인 화려함과도 경제의 힘에 눈뜬 베트남과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 라오스. 어찌보면 놀거리도 그다지 없고 이름도 모를 사원들이 점령해버린 도시들과 애써 사람을 불러 모으지도 못 하는 투박한 자연의 라오스이지만, 그 안에서 지금은 잃어버린 어린 날 너무나도 익숙했던 내 주변의 모습들을 그대로 옮겨놓은 라오스, 사바이디 인사를 건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진정 아름다운 라오스를 발견한다. 제발 그대로 머물러줘 라오스, 라고 한다면 나의 지나친 이기겠지.


콥짜이 라오스~!!!

8 Comments
태린 2006.09.27 12:23  
  아... 잘 읽었습니다....ㅠㅠ 부럽네요
Moon 2006.09.28 04:18  
  두서없이 쓴 여행기인데 잘 읽으셨다니 고맙습니다. 태린님도 내년에 조카분이랑 꼭 여행하시고 소중한 경험도 함께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
Moon 2006.09.28 04:19  
  태국 치앙마이도 라오스 못지 않게 재밌었는데, 쓰다가 스스로 지치는 이 여행기를 계속 써야하나 말아야 하나 갈피를 못 잡겠네요...
태린 2006.09.28 11:01  
  급할거 모있습니까 ^^ 그냥 쉬엄쉬엄 메모장에 조각조각쓰셔서 간간히 올려주시면 여행기 읽는팬들이야 좋아하는거죠 ^^
황토길 2006.09.28 11:41  
  여행기쓰는 거 엄청 귀찮은 일이죠. 하지만 아직 가보지 않은 많은 사람은 보면서 중요한 정보를, 가본 사람들은 한번더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자기도 먼 훗날 그냥 다녀왔다는 한 줄기 기억보다 선명한 추억을 선사받죠.....  그렇게 좋은 것이나..엔간한 사람은 하기가 어려운게...바로 이일..
vixay 2006.09.29 23:24  
  제발 그대로 머물러 줘... 동감 백만 개입니다. ^^
제발 여행기 계속 써 주세요...
지치면 이거라도 드시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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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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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네 2006.10.02 13:22  
  당연히 치앙마이도 써주셔야죠~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걸요~ ㅎㅎ
KIM 2006.10.11 01:33  
  저도 기다립니당^^ 잼있게 써 주세요. 며칠 뒤 라오스로 가려고 들어왔는데 넘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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