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다녀왔습니다] 11. 위앙텅 Vieng T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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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다녀왔습니다] 11. 위앙텅 Vieng Thong

vixay 3 3669

(BGM) N.E.R.D. - Wonderful Place 음악끄려면 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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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살 때, 우리 동네에 외국인학교가 있었다. 저 학교 스쿨버스를 여기 쌈느아에서 만나다니...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감개가 무량하다.

위앙텅이란 정식 행정명칭이 생긴지 벌써 30년이 넘었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옛날이름인 므앙히암으로 부른다. 므앙히암이란 이름을 몰랐으면 차도 제대로 못 탈 뻔했다.
7시에 출발하리라던 성태우는 손님이 넷밖에 되지 않는데도 웬일인지 7시도 안 되어 출발을 서두른다. 그런데 방향이 위앙텅 쪽이 아니다. 어데로 가시오?
그럼 그렇지. 손님이 적어 수지가 안 맞을 것 같으니까, 화물로 부칠 오토바이를 실으러 가는 것이다. 운송료는 대당 5만 낍. 10대를 실으면 하루 경비를 제하고도 35$ 정도가 남는 장사다. 그러니 승객들 시간이 지체되는 것 쯤이야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거다.
한 시간 반이나 걸려서 지붕 위에 다섯 대, 짐칸에 다섯 대, 이렇게 총 열 대의 오토바이가 실렸다. 이렇게 시간을 끌고도 승객들한테 요금을 받을거냐는 나의 지청구에, 차장 역할의 운전수 마누라는 손님 모자라서 아예 안 가는 것보다는 늦게라도 가는 게 낫지 않냐고 간단히 응수한다. 그렇긴 하다. 깨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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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오토바이를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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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성태우보다 커서 오토바이를 10대나 싣고도 너끈히 산길을 오른다.

병아리를 사서 가는 몽족 할머니, 소고기를 끊어 가는 군인 아저씨, 연신 코를 파고 가래를 뱉어내는 총각,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 오늘의 승객이다. 가다 또 서서 기름을 넣고, 짧은 구간을 가는 사람들을 태우고 떨구고 하면서, 므앙히암행 성태우는 천천히, 삐걱삐걱 산길을 오른다.
몽족 할머니는 아까 터미널에서 할머니 사는 동네 근처에 전하는 편지를 한 통 받았다. 편지를 전할 동네에 도착하자, 차는 서지도 않았는데 할머니는 길가의 애들한테 편지를 던져버린다. 겉봉에 적힌 주인에게 전하라고 한 마디 외치는 걸로 편지배달 끝. 간단하다.
우강을 따라 배를 타고 내려올 때도 이런 식이었다. 물건이며 편지를 아무나 모르는 사람한테 맡기면, 그 사람은 또 다른 모르는 사람한테 전달하고... 심지어는 나루터에 던져두고, 위에다 소리쳐서 가져가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기, 전화도 없는 오지마을은 어떻게 살까 싶었는데, 의외로 구석구석 연결이 잘 되고 있다. 사람끼리 연결되어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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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의 북동쪽 끝에 자리잡은 후아판州(쌈느아는 州都)는 기후가 서늘해서 소나무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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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뽀글거리고 다니는 새끼돼지들. 차에 밟히지 않고 용케 잘 피해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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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족의 마을. 몽족 중에서도 파란색을 즐겨 입는 Blue Hmong이 따로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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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을 건너고, 언덕을 오르고, 구비를 돌아 위앙텅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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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에도 폭탄이 많이 떨어졌나보다. 집 울타리에 포탄껍질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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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느아를 출발해 한참을 올라왔다. 귀가 멍멍하다.

5시간 걸린다더니, 차는 7시간 반이나 지나서야 위앙텅에 도착한다. 내일 아침에도 이 차를 타고 쌈느아로 돌아가야 하는데, 또 이 짓을 하면 어쩌나 싶다.

'아저씨, 내일은 물소를 한 대여섯마리 실을 낍니꺼?'

물었더니,

'하이고마, 내일은 찌찌얌 한 마리도 안 실을 것이여!'

손사래를 친다. 내가 하루종일 구시렁구시렁 잔소리한 것도 지겨웠을 테지만, 아까 후아므앙 근처에서 경찰한테 딱 걸렸던 것이다. 원래 승객용으로 허가받은 성태우에 화물을 싣는 것은 불법이란다. 경찰도 단속이 주목적이 아니라, 그걸 빌미로 용돈을 좀 벌고 싶었던 것. 벌금(또는 뇌물)을 가지고 거의 30분 넘게 흥정을 했었다. 결국 10$에 합의를 보고 통과하긴 했는데, 내일 또 걸리면 얄짤없다는 것이다. 제발 내일은 편하게, 제시간에 좀 갑시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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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를 쓴 방물장수는 하루종일 걸어서 외딴 동네들을 다닌다. 이런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거의 베트남계다. 라오의 베트남 사람들은 다들 행상부터 시작하는 듯. 쌈느아에선 무쇠칼을 몇십 자루씩 지고 다니는 부자를 본 적도 있다. 엄청 무거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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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원 안의 두 사람이 내가 탄 성태우의 기사와 조수 부인. 경찰은 윗사진에서 보듯이 방물장수랑 히히덕거리며 나몰라라 똥배짱을 튕기고 있고, 똥줄이 탄 기사는 경찰초소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고거, 깨소금이다.

3$에 비교적 깨끗한 숙소를 잡을 수 있었다. 손님은 달랑 나 혼자. 하루종일 제대로 된 밥을 못 먹었더니 허기가 진다. 시장통 근처에 식당이 하나 있었다. 간단하게 볶음밥을 시켜먹었는데, 오늘은 이게 제대로다. 기름 말고 다른 것도 많이 들었다. 이런 촌구석에서도 잘만 하는구만, 루앙파방의 그 황당한 식당은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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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묵은 덕짬빠GH. 바로 옆에 군부대가 있어서 왠지 안전할 것 같았다. 2층의 톡 튀어나온 방에 묵었는데, 화장실은 공동으로 쓰는 구조였다. 다른 손님들이 있어도 재밌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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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바로 옆에 있는 숙사컨GH. 덕짬빠보다는 더 컸지만, 왠지 좀 어수선할 것 같았다.

해지기 전에 동네구경하려고 어슬렁어슬렁 길을 나섰다. 조금 가다 빵빵거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쌈느아에서 타고 온 성태우다. 온천 가는데 같이 가자길래 냉큼 올라탔다. 기사아저씨는 원래 여기가 고향인데, 쌈느아에 나가 사는 거라고 한다. 그래봤자, 한달이면 열흘 정도는 위앙텅에서 자니까 고향을 영 떠난 건 아니다.

1km 정도 가니 진짜 온천이 있다. 걸어서 가도 충분한 거리다. 근처에서부터 유황 냄새가 풍기는 게, 땅도 좀 후끈한 것 같다. 이렇게 노천온천을 보기는 처음이다. 바위 밑에서 꿀럭꿀럭 나오는 끓는 물은 손도 못 댈 정도로 뜨겁다. 계란을 넣으면 10분도 안 돼서 익는단다. 우어, 제대론데? 그렇잖아도 한쪽 옆에는 동네 처녀총각들이 계란을 먹으며 천렵을 하고 있다. 부럽구리.
Dr. Chris Flint라는 사람의 기부로 만들었다는 샤워시설은 좀 거슥하다. 보를 만들어 내려오는 온천물을 막고, 거기에다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을 뚫은 파이프를 연결해서 그 구멍으로 물이 나오도록 만들었는데, 이끼낀 바닥이 미끄러워서 신경쓰느라 제대로 씻기가 어렵다. 물도 너무 뜨겁고. Bs. Vixay Kaoli가 탕을 하나 지어줄까보다. 뜨끈한 탕에 들어앉아서 청산이~ 하는 게 제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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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크리스가 어쩌고 하는 팻말이 온천 입구에 누워 있다. 역시 온천하면 노곤해지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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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 무럭무럭 나는 온천의 발원지. 기사아저씨 부부가 앞에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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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발원지다. 저 큰 바위 밑에서 물이 끓어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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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크리스의 돈으로 만들어 놓은 샤워시설. 그 돈으로 큼직한 탕이나 하나 만들어 놓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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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찬물과 좀 섞여 딱 알맞은 온도가 된 곳에 나무다리가 놓여 있었다. 잠깐 앉아 지친 다리를 쉬며 족욕중. 한 10분 정도 있었는데도 발이 꽤 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어두워질 때까지 정처없이 걸었다. 위앙텅은 조그만 동네. 온천 말고는 별로 특별한 구경거리가 있지는 않다. 하지만,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꽤 널찍한 들과 그 한가운데를 흐르는 시내, 그리고 동네를 둘러싼 나즈막한 산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나른한 분위기가 있었다.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절경보다도, 이런 평범하면서도 안온한 풍경이 사람 살기에는 더 좋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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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 호랑이가 있어서 자랑스럽다는 내용의 포스터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쌈느아의 깊은 숲 속에는 정말로 아직 호랑이가 산단다. 그렇다고 자랑스러울 것 까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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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 앞에서 족구를 하는 청년들. 평일 오훈데도 업무는 전폐하고 놀고 있다. 군대 전투체육의 날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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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 캐 가는 처녀들을 뒤따라가면서 말을 붙였는데, 엄청 부끄러워하면서도 계속 나를 의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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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가로질르 흐르는 카오 강. 어느새 들은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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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즈막한 동산에 올라앉은 집들. 평온해 보인다.

조사 결과, 낮에 볶음밥을 먹었던 곳이 마을의 유일한 식당임이 드러났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저녁도 여기다. 오늘 시장을 새로 만드는 문제를 놓고 무슨 회의가 있었다는데, 그 뒷풀이 장소가 또 이 식당이라, 혼자 먹는 여행자는 알아서 구석에 찌그러진다.
간만에 고기를 좀 먹어볼까 했는데, 저 회식팀이 시킨 음식에 쓰느라 재료가 다 떨어지고 없단다. 대신, 저 팀이 가져 온 사슴고기가 남았는데 그거라도 먹겠느냔다. 네, 뭐 그거라도.

튀긴 사슴고기에 맥주를 홀짝이며 소설책을 뒤적거리는 중에, 코쟁이 여행자가 하나 들어온다. 자리가 없어서 합석. 캐나다에서 온 J라는 녀석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북부를 일주하고 있다는데, 조금은 부럽다. 넝키아우에서의 끔찍했던 그 밤을 생각하면.
이 친구, 사슴고기는 질겁을 하고 못 먹겠단다. 맛만 좋구만. 한참을 고민해서 결정한 그의 저녁 메뉴는 삶은 계란 네 개에 두유 한 병. 야야, 입에 똥내 나겠다.
J의 저녁 주문을 도와주다 회식팀에게 내 라오말이 들렸나보다. 이미 불콰하게 취한 그들의 잔이 이쪽 테이블로 건네진다. 몇 잔 받아먹고 나니, 이내 자기들 사이에 앉으라는데... 아직 퐁살리에서의 후유증이 남아 있어서 정중히 사양한다.
오늘은 술이 그다지 안 땡긴다. 끝나가는 여행이 아쉬운 건가...
3 Comments
파랑까마귀 2006.11.23 08:58  
  거리에 돌아다니는 새끼돼지들 넘 귀엽네요~ㅎㅎ
vixay 2006.11.25 10:23  
  맛도 좋다는... -_-;;;;;
story 2006.12.25 15:53  
  온천 에 관계된 사업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는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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