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19박 26일 5개국 10일차 - 꽝시 폭포, 방비엥으로
어차피 잠깐 보고 돌아와서 다시 잘것이기 때문에 고양이 세수만 하고 나왔다
누님도 비슷한 생각인듯 원래 하던 단정한 묶음 머리에서 벗어나 산발을 하고 모자를 쓰고 나오셨다
나오니 컴컴하던 주변이 동이 떠오르고 있는 듯 점차 밝아 졌다
루앙프라방 메인로드에 나오니 아직 스님들은 보이지 않고 시주를 하려는 현지인들만 길가에 앉아 있는 상태...
현지인들이 나에게 시주할 음식을 사라고 부추기지만 나는 관심이 없다
내가 먹을 것도 없는데... ㅠㅠ
조금 시간이 지났을까? 이윽고 어두운 새벽길 저편에서 스님 한 무리가 걸어 온다
스님들은 한 줄로 서서 옆구리에 큰 바구니를 끼고 걸어 온다
보아하니 나이가 많은 순서대로 앞에 서는 것 같았다
스님들은 미리 길거리에 앉아 있는 불교신자들 옆으로 지나가면서 잠깐씩 멈춘다
그때마다 신자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밥, 바나나, 과자 등의 음식을 바구니에 넣는다
이렇게 한 무리가 사라지면 다른 무리가 나타난다
아무래도 다른 절에서 나온 스님들 같다
루앙프라방에 절이 수십 개가 넘으니...;;
새벽부터 좋은 구경을 했다
숙소로 돌아와서 일단 다시 잤다
자던 도중 요상한 꿈을 꾸었다
큰 나무에 용안육이 잔뜩 열려 있었는데 내가 용안육을 따기 위해서 폴짝폴짝 점프하는 꿈이었다
점프 한다는 건 키 큰다는 뜻인데... 이 나이에 키가 크지는 않을테고..
뭔지 모르겠지만 오늘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 ^^
꽝시 폭포에 가기 위하여 8시에 다시 숙소 앞에서 누님과 만났다
터벅터벅 걸어가는 도중 나중에 폭포에서 수영하면 이 더운 날에 정말 시원하겠다는 말을 누님에게 건네니
누님은 자신은 수영할 생각이 없다면서 수영복을 준비 안 해오셨다고 한다 ㅡㅡ;;
아니 꽝시에 가면 수영을 해야지 이게 무슨 소리지?
아무래도 수영복 입기 부끄러우셔서 그런 것 같아서 내가 용기를 불어 넣어드리기로 마음 먹었다
(작년에 태국 피피 섬에서 함께 여행하던 뱃살마녀인 어머니에게도 비키니를 입힌 나다 ㅡㅡv
‘아줌마가 무슨 비키니냐? 엄마는 그냥 물에 안 들어갈테니 너 혼자 잘 놀아라’ 하던 어머니에게
‘여기는 개나 소나(?) 다 비키니 입는다 한국에서 못한 거 여기서라도 해 보는게 좋다
그리고 바다에 갔으면 수영을 해야지 물에 안 들어가면 되나?’ 이런 식으로 설득시켰다 ㅋㅋ)
이러저러한 이유를 대면서 수영복을 준비해오길 권장하니 누님은 혹하신 듯
재빨리 숙소에 돌아가서 수영복을 준비 해오셨다
나 혼자 수영을 하면 무슨 재미겠는가? 같이 놀려면 이렇게 해야지 ㅠ ㅋㅋㅋ
일단 아침거리를 할 만한 치킨 샌드위치를 하나 사서 포장한 뒤,
메인 거리로 나서서 꽝시 폭포가는 트럭이 있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제 그렇게도 오랫동안 찾았지만 없어서 오늘은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하고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11시 방향 30m 앞에 어떤 서양인 여성 아줌마(?)여행객 3명이
트럭 운전사와 말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바로 저기닷!!
가까이 가보니 역시나 꽝시 폭포 가는 것을 흥정하고 있는 중이었다
같이 쉐어 하자고 하니 참 좋아했다
이제 남은 건 기사와의 흥정뿐..
이 일행 3명과 우리 일행 2명을 합치면 5명이나 되는 대인원이기 때문에 개인당 3만 낍으로 기사에게 쇼부를 봤다
기사는 3만 5천으로 하려고 계속 시도해 보았으나
밀어 붙이는 아줌마 3명의 파워에 밀려 3만으로 하게 되었다...
(우리 나라나 외국이나 아줌마 파워가 정말 무섭다 ㅠㅠ)
꽝시로 가는 길은 트럭을 타고 30분 정도 걸린다
가는 도중 농사를 짓는 곳에 트럭을 세워줘서 주변 경치를 구경해줄 수 있게 한다
꽝시 폭포에 도착
주차장에 내려진 체코 아줌마 3인방과 우리 둘
입장료는 2만 낍이다
폭포는 입구를 지나 어느 정도 걸어가야 있다
걸어가는 길이 잘 꾸며져 있고 예쁜 나비가 날아다녀서 걷기에 정말 좋았다
이윽고 우리 눈 앞에 나타난 꽝시 폭포
빠이에서 본 폭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크고 아름다운 폭포였다
옥빛인 물에 푸른 하늘빛이 섞여서 정말 시원해 보였다
폭포 위쪽으로 가는 길을 따라 올라가 봤는데
이거 난이도가 치앙마이 트래킹을 훨씬 뛰어 넘는다 ㅡㅡ;;
경사가 장난 없고 물가 근처라 땅이 축축해서 상당히 미끄럽다;;
잡고 올라갈 만한 손잡이나 계단 같은 것은 당연히 없다 ^^
물웅덩이 또한 딛고 다닐만한 것이 없어서 첨벙첨벙 맨발로 가야한다
(나야 뭐 샌들을 신고 있어서 별로 상관없었지만 동행한 누님은 가죽 샌들이라 고생 좀 하셨다
처음엔 최대한 돌을 밟고 물을 지나가려고 했지만 결국은 포기 ㅡㅡ)
그야 말로 내 속에 숨겨져 있었던 야생본능을 일깨워주는 등반..
잘못하면 훅 갈수 있기 때문에 내 몸의 모든 신경은 곤두서 있었다
역시 동남아 여행에서는 스릴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결국은 손이 발이 되도록 기어서 ㅡㅡ 간신히 올라갔다
높은 곳에서 보니 주변 경관을 한 번에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제대로 된 전망대가 없어서 폭포 아래쪽은 볼 수 없었다 ㅠㅠ
힘들게 올라갔는데 이게 뭐야...
땀만 제대로 뺐다 ㅡㅡ;;
내려 가는게 더 힘들었다 ㅠ
거의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앉은뱅이가 되어 경사를 타고 내려왔다
이 사진은 누님이 내가 내려 오는 모습이 웃겨서 찍어놓았다고 한다;;
나중에 이메일을 통해 한국에서 사진을 받았다 ㅋㅋ
꽝시 폭포에서는 수영을 할 수 있다고 해서 기대를 만빵으로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폭포 바로 아래는 ‘수영금지’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하긴 하고 싶어도 물살이 세고 물 속에 큰 바위가 있어서 위험할 것 같긴하다
그래서 이리저리 수영할 만한 곳을 둘러보다가 폭포에서 조금 아래쪽에 옥빛 물이 고인 웅덩이를 발견했다
아무래도 여기서 수영을 해야 하는 것 같은데 아무도 수영을 하지 않고 있고
흐르는 물이 아닌 고인 물이여서 좀 수영하기가 꺼려졌다....
주변의 푸른 자연이 반사되어 물은 옥빛으로 깨끗해 보였지만
고인 물의 한계인지 탁해서 조금도 수면 아래가 비춰지지 않았다
시원하게 수영하겠다고 벼르고 옷 속에 수영복까지 입고 왔는데... ㅠㅠ
안하겠다던 누님도 억지로(?) 수영복을 입히고... 좀 미안했다 ㅠ
그래서 그냥 수영은 과감히 포기하고
폭포 근처로 가서 사진이나 몇 방 더 찍고 아쉽지만 꽝시 폭포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ㅠ
꽝시폭포에서 돌아가면 이제 헤어져서 각기 일정을 해야할테니 마지막으로 누님의 사진을 한 장 남겼다
인물 사진은 거의 남기지 않는 나지만 누님이 계속 찍어 준다고 강요 및 협박(?)을 해서 사진 찍힘을 당했다ㅠ
이 사진 역시도 나중에 이메일로 보내주셨다..
원래 타고 왔던 차로 돌아가니 아직 우리를 제외한 다른 여행객 3명은 아직 오지 않은 상태였다
기사에게 물어보니 곰을 보러 갔다고 한다
엥? 왠 곰??
알고 보니 꽝시 폭포 내에 사육되는 곰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한다
알았다면 보고 오는건데 ㅠ 가이드북에도 없는 정보라...
예정된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차에서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ㅠ
그런데 출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들이 오지 않는다 ㅡㅡ
난 조금만 있으면 루앙프라방에서 방비엥 가는 미리 예약해 놓은 미니 버스를 타야하는데..
원래 이곳에서 약속 된 출발 시간이 11시 30분이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ㅠ
결국 트럭 기사가 그들을 찾으러 가고 결국 12시 30분에 찾아왔다
미니 버스가 숙소에서 픽업하는 시간은 1시 30분이었다
여기서 루앙프라방 까지 가는 시간과 숙소에 돌아가 짐을 챙기고 샤워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상당히 촉박한 시간이
었다 ㅡㅡ;;
덕분에 돌아 오는 트럭 안에서 벌벌 떨었다 ㅠㅠ
시간 못 맞춰서 버스 못타면 예약 비용 다 날리고 시간도 하루나 날리는 셈이니...
그러나 다행히 숙소로 돌아와 시간 내에 맞출 수 있었다 휴.... ㅠㅠ
숙소에 들어가기 전, 누님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곳저곳 같이 돌아다니며 함께한 시간이 많았기에 아쉬움이 더했다
하지만 각자의 길이 다르니 어쩔 수 없지...
방에 들어가서 미친 듯이 빨리 샤워를 끝마치고 짐을 챙겨 나왔다
게스트 하우스 주인에게 이틀 치의 숙박비를 내고 숨을 돌릴만하니
어느새인가 픽업 썽태우가 숙소 입구 앞에 도착했는지 빵빵 하면서 클락숀을 울린다
썽태우 위에 휙 몸을 던지고 자리를 잡았다
썽태우 속엔 나 혼자가 아니었다
5살쯤 되어 보이는 딸내미를 하나 끼고 있는 독일인 부부가 있었다
이들은 나처럼 방비엥에 가는 중이며 휴가로 2주 정도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모습이 상당히 부러웠다....
이 모습과 내가 고3때 나를 버리고 동생만 챙겨서 유럽 여행을 떠난 나의 부모님이 오버랩 되었다 ㅡㅡ;;
아무리 고3이고 중간고사 기간이었다지만... ㅠㅠ
모두가 떠난 집에서 쓸쓸히 홀로 남아서 2주 동안 햇반과 미트볼등의 인스턴트 식품만 먹으며
중간고사 시험 공부를 씁쓸하게 했던 가슴 아픈 아픈 추억이 떠오른다 ㅠㅠ
썽태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미니버스들만 모여 있는 미니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나는 이미 미니버스에서 최고로 편한 좌석은 조수석이라는 것을 빠이에서의 경험으로 몸소 알고 있었다
나는 썽태우에서 내리기도 전에 이미 자리를 잡을 생각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ㅡ.,ㅡ
내가 탈 미니버스에 재빨리 달려가서 무엇보다도 먼저 조수석이 선점되어 있는지의 여부를 살폈다
다행히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ㅋㅋㅋ 아싸!!
기사에게 먼저 앉아도 되는지 양해를 구하고 재빨리 조수석에 앉았다 ㅋㅋ
음화화 조수석은 내꺼다
내가 타고 갈 버스
차위에 기사가 짐을 올린다
버스의 다른 승객들은 모두 젊은 서양인 여성 여행객들이었다
한 두 명 남자가 끼여 있을 법도 싶은데 여기는 여자만 거의 8명 정도가 군집을 이루고 있었다;;
여자가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고 하던데 이들 정도면 타이어도 펑크 낼 수 있을 정도였다
방비엥 가는 도중 내내 이들이 시끄럽게 떠든 덕분에
운전 기사님의 잠을 쫓을 수 있어서 안전 운전에 도움이 되었다
미치도록 피곤해서 눈을 감고 숙면을 취하고 싶었던 나의 잠도 함께 쫓아주고 ^ㅡ^ 일석이조네~ 희희 신난다
덕분에 잠을 못자서 피곤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서 좋았다
차는 예정된 시간인 2시에 출발하고..
방비엥 가는 길은 굽이굽이 산길이다
빠이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매홍쏜으로 가는 길에 이미 많은 급커브를 겪었지만
이곳도 만만치 않았다;;
지독히 떨어지는 라오스의 도로 노면 상태를 고려해 볼 때 오히려 더 험하다는 생각을 든다
하지만 길이 험한 만큼 자연도 아름답다
병풍 처럼 끝없이 펼쳐져 있는 푸른 산들을 바라보면 자연스레 안구정화가 된다
꼭 라오스 여행을 해라 망설이지 말고 right now!
가는 내내 뒤의 여행객들은 카메라로 연신 주변 풍경을 찍어대었다
중간에 잠시 멈춰서 쉬어간 곳
사진에 나온 여성분들이 바로 나와 기사분의 잠을 쫓아주신 고마운 분들이다 ^^
차를 타고 가면서 느낀 특이한 점이 있는데 그것은 현지인들은 꼭 도로 옆에 집을 짓고 산다는 것이다
고산지대라 교통이 불편해서 일부러 도로 옆에 사는 것일까? 차 소리가 시끄럽고 매연 때문에 지내기 힘들텐데...
하긴 이 곳 라오스엔 차가 워낙 없어서 하루에 몇 대 정도만 지나기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을 듯 하다
차를 타며 스쳐 니갔던 일반적인 라오스 고산 마을. 길 옆에 가정집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는 차를 타고 가는 ‘우리에게’ 문제가 되었다
길 주변에서 온통 아이들이 뛰어 놀아서 혹시나 차에 치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고
개, 돼지, 소, 닭들이 도로 한복판에서 제 안방인 듯 앉아 있었기 때문에
이들을 치지 않기 위해 운전이 좀 힘들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문제에는 이미 익숙한 듯, 베테랑 같이 보이는 기사는 이런 시련(?)에 굴하지 않고
속도를 거의 줄이지 않고도 주행을 완수하는 신공을 보여줬다 ㅡㅡ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클락숀만 몇 번 빵빵 울려대면 동물들이 왠만하면 알아서 피해준다
큰 동물들은 상관없지만 닭과 병아리는 보폭이 좁아서 차를 피해 도망가는데 애를 먹었다
그나마 이미 다 큰 어미 닭은 날개를 퍼덕여가며 잘 피할 수 있었지만
병아리들은 제대로 도망가지 못하여서 우리가 탄 차의 바퀴 아래로 조용히 사라졌다
이런 장면을 가는 도중 한 두 번 본 것이 아니다... 불쌍한 병아리들... 명복을 빈다 ㅠㅠ
이렇게 열심히 약 3시간 정도 가던 도중 갑자기 운전수가 차를 세운다 무슨 일이지?
운전석에서 내려 운전석 시트를 들어내니 바로 엔진이 보인다
아무래도 냉각수 부족으로 인한 엔진 과열인 듯 싶다
냉각수를 넣는 뚜껑을 열어서 물을 부으니 바로 속에서 부글부글 끊는 소리가 나며 수증기가 피어 오른다
과열되어도 상당히 과열되었나 보다;;
그렇게 몇 통을 넣었는데도 수증기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운전수는 물을 더 구하러 어디론가 사라지고
승객인 우리들만이 덩그라니 차 주변에 남겨지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예정된 시간보다 방비엥에 늦게 도착할 텐데ㅠㅠ
그러면 숙소 잡기도 힘들어질테고..
하지만 엎어진 김에 쉬어가자는 생각으로 그냥 편히 가이드북이나 들춰보면서 여행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보냈다
동남아 여행을 하다보면 정말 마음의 여유가 늘어나는 것 같다 ㅋㅋ
시간이 지나 냉각수를 구해온 기사가 또 물을 부으니 부글부글 끊던 소리가 좀 잠잠해졌다...
하지만 주변인 좀 어둑해져가는 상태, 우리는 다시 방비엥으로의 여행을 시작했다
뉘엿뉘엿 조금씩 밤이 다가오고...
밤이 되자 나의 불안감은 아까보다 더해졌다
길 옆에 가로등 하나 없는 컴컴한 시골길, 헤드라이트를 켜도 얼마 앞이 보이질 않는다
이것이 바로 사진에 아무런 처리도 하지 않은 밤 거리 모습이다
보다시피 헤드라이트를 켜도 앞이 거의 보이질 않는다 ㅠ
아까와 같이 아이들이나 동물들이 갑자기 길로 튀어나오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항상 천장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ㅠㅠ
다행히 도착할 때까지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방비엥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7시 40분, 루앙프라방으로부터 약 6시간이 소요된 셈이다
그러나 내려준 곳은 방비엥 마을이 아니라 미니버스 전용 터미널이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바로 썽태우 기사가 우리들 여행객에게 다가와서
이곳으로부터 만 낍을 내고 썽태우를 타고 가야한다고 한다
아니 장사 한 두 번해보나?
이런 경우 대개 걸어서 얼마 안되는 거리에 저런 바가지 가격으로 뚝뚝이나 썽태우를 태운다는 것을 알고 있는 터라
난 걸어가겠다고 하니 썽태우 기사가 이곳으로부터 4km나 떨어져 있다고 하면서 무리일거라고 말한다
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저 말이 과연 사기일까 아닐까?
여행을 하다보니 워낙 사기꾼들을 많이 만나서 쉽사리 현지인, 특히 여행에 관련된 사람 말은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를 제외한 다른 여행객들은 모두 썽태우에 올라타고 있는 모습을 보니 재빨리 마음을 바꾸어 ㅡㅡ
썽태우에 올랐다
(나중에 실제로 마을로부터 걸어가 봤는데 엄청 멀다;; 하지만 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더욱이 밤이라서 쌩쌩 달리는 차 때문에 위험하니
지독히도 재정이 빈약한 상태가 아니라면 썽태우를 타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조금만 더 차를 몰고 가면 마을에 바로 우리를 내려 줄 수 있는데도
굳이 이렇게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는 여행사의 횡포가 괴씸했다
내가 이용한 폰트래블 말고도 다른 여행사들 역시 관습적으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루앙프라방 폰트래블에 약간 실망했다
다른 곳보다 방비엥 가는 차편도 약간 비싼데다가 이렇게 방비엥에 도착해서도
강제적으로 추가 비용을 내야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놨다니....
(하지만 카약킹을 했던 방비엥 폰트래블엔 만족한다)
무려 열 명의 여행객을 태운 썽태우는 밤거리를 달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를 어딘가에 내려준다
나는 지금 방비엥의 지리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내가 내린 곳이 어딘지도 모른다 ㅠㅠ
그렇지만 주변에 술집이 가득한 것을 보아 여행자 거리인 것은 확실했다
나는 어디에 묵을지도 정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냥 가방을 싸매고 일단 걷기 시작했다
썽태우에서 내린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아 한 게스트하우스를 발견했다
타비숙 게스트하우스....
들어가서 카운터를 보고 있는 꼬마 여자애에게 방을 보여 달라고 하니
오래되어 벽에 얼룩이 많지만 관리가 잘 되어 깔끔하고 제법 넓으며 개인욕실까지 갖추어져 있는 방을 보여준다
가격은 4만 낍...
나는 2박 이상을 할 것이라고 말하며 1박에 3만 낍에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꼬맹이는 어디론가 달려가서 좀 나이가 많은 다른 직원에게 뭐라뭐라 하더니
돌아와서 그렇게 해주겠다고 한다 ㅋㅋㅋ 짜식 진작에 그럴것이지...
이렇게 숙소를 간단히(?) 잡을 줄은 몰랐다;;
방에 짐을 풀고 샤워를 하니 9시도 안된 시간이었다
그러나 시내를 관광하기에는 늦은 시간이고 밖에는 비가 퍼붓고 있어서 함부로 이동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그냥 간단히 맥주 한 잔 하면서 오늘 일과도 정리할 겸 아무 레스토랑에 가기로 하고 숙소를 나섰다
그래서 간 곳이 이곳... 응언파닛 게스트하우스 바로 옆에 있는 집이다
돌아다니다 보니 사람이 제일 많아서 그냥 이곳을 택했다 ㅋㅋ
좌석을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하는 평상과 보통의 테이블로 나뉘어 진다
이 레스토랑의 이용객들은 모두 서양인인데 다들 좌식 자리에 누워서 베개를 베고 TV를 본다
하는 것은 ‘프렌즈’, 미국의 유명한 드라마이다
(솔직히 이런 모습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왜 여기까지 와서 저런것을 보는가? 여행지에 왔으면 여행을 즐겨야지...
가끔 보는 것은 상관없겠지만 아침부터 커피하나 시켜놓고 시간을 죽이면서 누워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왜 저러나
싶다)
이미 저녁도 때워 배도 부르고 하니 비어라오만 한 병 시켰다
이곳에서의 비어라오는 만 킵, 착한 가격이다
그런데 여행하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점원들의 눈치를 받는다 ㅡㅡ;;
태국의 카오산이든 치앙마이든 빠이든 루앙프라방이든 내가 다닌 여행지 어느 곳에서나
맥주 한 병 시켰다고 눈치 주는 곳은 없었다...
우리 나라 와는 다른 이 점이 바로 내가 동남아 여행을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인데...
기분이 나빠진 나는 이 가게를 다시는 이용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ㅡㅡ
(그런데 내일 아침 또 오게 된다 ㅠ)
하지만 이렇게 나빠진 기분과는 상관없이 역시 비어라오는 맛있다 ㅡㅡb
열심히 비어라오를 음미하면서 하루의 일과를 정리한다
폭우로 인하여 귀청이 찢어 질 듯 시끄럽다
내일도 비가 오면 어쩌지...?
원래 맥주를 마시면 두 병 정도는 마시는데 아까의 일 때문에 더 마실 기분이 아니어서 한 병만 딱 비우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직 내일 뭐할지도 못 정했는데... 에이 그냥 내일 아침까지는 아무 생각말고 퍼져 자자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