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200%인간형 여행일기. "므앙씽의 바람결을 만드는 건 소의 꼬리"
우선 사진이 좀 적은 므앙씽부터 올릴게요. 정보보다는
그냥 끄적끄적 한거에 불과해요. 정보성 여행기를 원하시는분들께는 죄송해요.
므앙씽. 5월이라고는 믿기 힘든 시원한 바람이 분다.
다른 나라에서 도시를 구분하는 게 도시를 가로지르는 '분위기' 였다면
내가 라오스를 판단하는 기준은 공기와 색깔이었다.
아침엔 물결 머금은 풀향기가,
해가 쨍 하게 떠올랐을땐 흙냄새가,
해가 떨어질 때면 아궁이 불 때문에 지펴오르는 흙빛 재향기가.
하루종일 기분좋은 므앙씽의 냄새들은 코끝을 간질간질하게 만들어서
가만히 가만히 있으면 정말로 코끝이 찡해져 와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더랬다.
이상하게 바람이 많이 분다, 싶어서 고개를 들면 소가 예의 그 꼬리를 살랑, 살랑.
바람결을 만드는 것은 정말 소의 꼬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을 위로해주는 바람결 옆에는 소가 따악- 따악 바람 박자에 맞춰 꼬리를 흔들곤 했다.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다양한 모양의 산맥들은
구름과 하늘에 묻혀있어 어쩌면
' 저 산은 하늘일 수도 있겠다' 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햇살과 함께 어우러져 빛이 나고
햇살에 비친 풀빛과 공기들은 너무나 '이상적'이고. -사실 '이상화한 라오스'에 너무나도 적합하고 라고 표현하는 게 솔직한 걸지도-.
솔직히 라오스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 비엔티엔에 갔을 때 살짝 의아했고
방비엔에서는 사람 없는 곳만 찾느라 기운이 빠졌으며
루앙프라방에서는 아주 이른 아침과 아주 늦은 저녁에만 혼자 걷곤 했다.
그래야만 나의 '로망'에 조금 더 가까운 라오스를 발견했고
(억지를 부려서지만) 행복했고 마음의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점에서 므앙씽은 사람을 피하려는 노력 없이도,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자유를 무한히 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커다란 풀빛과 따뜻한 햇살, 반짝반짝 빛나는
별까지 '보너스'로 선사한다.
서울에서 가지지 못했던 여유. 너무너무 행복해서,
이 시간이 눈물나게 그리울 것이란 당연한 미래가 불쑥불쑥 고개를 들어
가끔씩 정말로 눈물이 나기도 했던 시간들.
마주치는 소년 소녀들은 수줍게 싸바이디, 외치고
처음 나를 보면 살짝 살짝, 내 눈치를 보다가 활짝 웃으면 그제야
"싸바이디" 하고 크게크게 손을 흔드는 (귀여운^^) 라오스 사람들.
언젠가 이곳도 변할 거라는 생각은
나를 너무나 아프게 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사실, ‘변한다’ 의미는 이중적이다.
나에게 아름다운 라오스의 '파괴'는
그네들에게는 구시대의 '파괴'면서, 문명을 향한 ‘발전’이 될 수도 있는 거고
내가 눈물나게 부러워하는 그네의 '행복'이
그들에게는 그저 눈물나는 '삶의 무게'일수도 있는거다.
그래도 나는 그네의 무게와 그네의 가난이 눈물겹도록 부럽다.
이곳에 살고싶다 소망하는 것은,
이들을 부러워하며 같이 동화되기를 바라는 것은
내가 이상화한 라오스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그곳에서 타자였으니까.
그저 마음에 드는 풍경들만 마음대로 확대하고
조금 보기싫은 것들은 기억에서 깡그리 ‘삭제’해버리기에 아주 적합한 타자.
물론 절실히, 열렬한 마음과 무한한 애정을 담아 이곳에 동화되고 싶은
'타자'이긴 했지만.
어쨌든 - 자연속에서 발견하는 오지게도 모자란 나의 모습과
얻게되는 모든 따뜻한 것들.
내년의 므앙씽도 그대로이길 바라는 조그만 마음을 담아서. 첫 번째 여행기. ^^